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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확산과 노동조합의 과제

황현일/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

21세기 들어 자동차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해 왔다. 1990년대 이후 자동차산업은 린 생산방식, 외주화, 모듈화, 플랫폼 통합, 글로벌화 등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면, 최근에 들어서는 미래차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미래차에는 수소차, 자율주행차, 공유차 등 다양한 범주들이 포함되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전기차이다.

 

오늘날 미래차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독일 다임러에 의해 가솔린 자동차가 탄생한 것이 1886년인데 반해, 1884년 토마스 파커에 의해 전기차가 상용화에 성공을 거둔다. 비록 짧은 기간이긴 하였지만 1899~1900년 두 해 동안 전기차는 다른 유형의 자동차보다 많이 팔린 자동차였다. 그렇지만 거의 한 세기 동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밀려 자동차 산업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1970년대 석유 위기와 1980년대 국제적인 환경 담론의 부상에 따라 전기차는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도 전기차의 상용화는 지지부진하였는데, 이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소극적인 기술 투자도 있었지만 당시의 배터리 기술 및 비용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친환경 자동차로의 실질적인 이행이 관찰되기 시작하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전기차와 수소차가 상당히 증가하였고, 각국 정부와 자동차 기업들의 친환경차 증진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하여 ‘2차 자동차 혁명’의 도래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등장하였다. 자동차 연구 집단 GEREPISA의 연구자들은 비교적 강한 어조로 제2차 자동차 혁명이 도래할 가능성을 주장하였는데, 그 핵심은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들은 제1차 자동차 혁명이 자동차 자체와 내연 기관의 출연이라면 제2차 자동차 혁명의 특징은 내연기관의 종말과 전기차로의 전환이 될 것으로 보았다. 대체로 미래 기술 변화에 관한 전망들은 금융계나 산업계의 분석가들이 제시하는 편이고, 워낙 많은 전망들이 나오다 보니 과장되고 남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사회과학 계통의 자동차 연구자들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변화 상황은 남다른 점이 있다.

 

1차 자동차 혁명(마차에서 내연기관차로의 전환)이 발발했던 조건과 비교하여 2차 자동차 혁명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의 충족이 필요한데, 이러한 조건들은 현재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첫째, 석유에 의존하는 기존 교통 시스템의 문제를 긴급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등장 이후 현대적인 교통 시스템은 환경 문제, 건강 문제, 석유 가격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적이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문제는 내연기관에 의존하는 교통 시스템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둘째, 다른 산업에서의 기술 발전의 이전과 혁신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 이는 전기전자산업, 정보통신산업, 소재산업 등과의 기술 이전과 경쟁을 의미하며, 실제로 배터리와 정보통신 기술 발전은 전기차 양산을 가능케 한 동시에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을 위협하는 일군의 신생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등장을 낳았다. 셋째,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제하는 정부간 협약 그리고 정부-기업간 협력의 증가이다. 정부간 협약의 영향력은 특히 EU의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정부-기업간 협력은 각국 정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투자 증가, 전기차 의무 생산 시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 들어 내연기관차의 위기 심화, 배터리 기술 발전과 전기전자 기업의 부상, 정부간 협약과 정부-기업 협력을 통한 전기차로의 전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전기차 시대가 점점 도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각국 정부들의 전기차 전환 정책과 글로벌 기업들의 전기차 투자 계획이 보다 공격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시스템과 고용 조건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전기차의 확산 전망을 가늠하고 이의 영향을 식별함으로써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이를 위해 최근의 전기차 시장 상황,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동향, 고용과 관련하여 제기된 쟁점들, 해외 노조들의 대응 상황 등을 살펴보면서 노동조합이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참고할만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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