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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산업 4.0과 노동 4.0

김경근 /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금속노조연구원   |  

최근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1990년대의 ICT 혁명과 비교할 때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세계 각국은 과거와는 달리 국가가 주도적으로 다양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임운택, 2019: 126). 특히 주목할 점은 국가 차원에서 제조업과 관련된 산업정책이 모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제조환경을 반영하거나 혹은 지향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황선자 외, 2017a: 37).

 

2천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구의 선진경제에서는 ‘탈산업화론’이 대세를 이루면서 제조업은 ‘한물 간 산업'으로 취급받았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함께 금융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경험하면서 실물경제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된다. 실제로 당시 제조업의 비중이 컸던 독일경제가 다른 서구경제들보다 위기에 덜 영향을 받았으며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그로 인해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게 된다(이문호 외, 2019: 202).

 

제조업이 안정적인 성장 동력이자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판단에 따라, 각국은 제조업 발전을 위한 산업정책적 지원을 시작했다. 미국의 ‘첨단제조파트너쉽’(2011년), 일본의 ‘일본재생전략’(2013년), 중국의 ‘중국제조2025’(2015년) 등의 정책적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황선자 외, 2017b: 52). 독일에서는 ‘산업 4.0’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회복 내지 강화하려는 정부의 산업정책적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이문호 외, 2017: 41). 여기에 더해서, 제조업 육성정책은 인도와 러시아, 중동, 중남미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박소영 외, 2015: 1).

 

한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 활성화 및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2014년 정부는 ‘제조업혁신 3.0’ 전략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는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을 발족했다(김성혁 외, 2017: 45). 뒤이어 2016년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이 수립되었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하였다(황선자 외, 2017a: 6).

 

그런데 한국의 산업 정책과 4차 산업혁명 정책은 다양한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추진 과정과 절차의 문제에서부터 정책의 지향점, 장·단기 목표, 구체적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완성도와 적절성 측면에서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현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2017년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은 박근혜 정부의 ‘지능정보사회 종합대책’을 반복하고 있으며 현 정부의 ‘혁신성장’은 이전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처럼 정치적 유행어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황선자 외, 2017c: 121 ; 김직수, 2019: 4).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의 국가 정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사례이다. 독일은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정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일 뿐만 아니라, 추진 절차에서부터 목표와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완성도 높은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 정책을 바탕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독일의 모습은 한국의 국가 정책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고민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한국과 독일은 경제 구조와 성장 방향에 있어 객관적 조건이 유사한 측면이 많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여타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과 독일은 여전히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은 중국이 35.4%로 가장 높고, 이어서 한국(32.3%), 독일(23.6%), 일본(21.4%), 터키(19.6%), 스웨덴(18.6%) 순으로 높다(황선자 외, 2017a: 2~10).

 

또한 독일과 한국은 제조업의 국제 경쟁에서 유사한 압력을 받고 있다. 한국과 독일 모두 낮은 임금을 기반으로 대량의 저가 제품을 제공하는 중국, 인도 등의 국가들과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혁신정책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오장근·양시영, 2018: 114).

 

하지만, 이러한 조건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한국의 국가 정책은 매우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독일의 4차 산업혁명 정책과 제조업 산업 정책의 여러 특징을 살펴보고, 정책의 기본적 관점과 접근 방식 그리고 논리 체계를 분석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산업 정책의 추진 방향을 고민하는데 있어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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