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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2010년! 금속노조 앞에 놓여진 과제들

금속노조연구원   |  

마주한 2010년! 금속노조 앞에 놓여진 과제들


                                                                                                                 안재원 정책연구위원


끊임없이 터지는 자본의 탄압과 이에 맞선 투쟁


시간은 어느새 구정도 지나 춘삼월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겨울 자본의 탄압에 맞서 투쟁한 사업장들은 여전히 투쟁중이다. 노조의 끊임없는 양보를 강요하는 금호타이어지회, 자본철수를 일방통보한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정리해고를 통보한 대림자동차지회, 직장폐쇄를 자행한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와 발레오만도지회도 여전히 투쟁을 진행중이다.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한 특별교섭 요구 투쟁 전선


국회를 통과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일인 7월 1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은 이후 노동조합 활동의 축소․위축이라는 최소화를 위해, 7월 1일전 단협을 갱신하여 차기 단협갱신 때까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물론 노동부는 국회 입법조사처를 통해 단협갱신은 2010년 1월 1일 전에 해야 실효성이 있지 그 이후 전임자에 관한 단협 갱신은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해석을 내린바 있기에, 2010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단협 갱신에 대한 유권해석은 여전히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27일 열린 금속노조 6기 정기대대에서는 2010년 노동기본권 사수투쟁으로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한 특별교섭/보충교섭 요구’를 중심적으로 논의를 통해 결의하였다. 그리고 2010년 산별교섭 투쟁인 ‘15만 산별교섭 투쟁(임단투 방침)’은 3월 임대로 이월하였다.


예컨대 근로시간면제에 대한 시행령이 확정되는 4월을 총력투쟁기간으로 설정하고 이에대한 특별교섭/보충교섭의 투쟁방향을 확정한 것이다.


이에따라 노조전임자활동 및 산별교섭권 보장을 내용으로 한 금속노조 특별단체교섭 및 보충교섭(아래 특별교섭) 요구안을 198개 사업장에서 발송 완료하고 23일 교섭단위별로 일제히 첫 교섭을 준비하였다.


이에대해 노동부는 ‘전임자-복수노조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요구는 불법이므로 응할 필요가 없다’는 행정지도를 하고 있고, 이미 현대자동차, 현대삼호중공업 자본은 특단협 교섭 요구에 대해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내오는 실정이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기본권 사수투쟁에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특별/보충교섭은 5월 초순 중앙교섭(임단투)와 병행하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임단협 방침의 상과 시기


임단협 기본기조와 일정은 3월 9일 임대에서 요구안과 방침을 확정하고 3월 19일 요구안 발송, 4월 초순부터 교섭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6월에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전개할 계획으로 7월 1일전인 즉 6월 이내 반드시 임단협 요구안 쟁취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교섭형태는 산별요구 쟁취투쟁을 중심으로 하되, 현재의 조직력을 중심으로는 중앙교섭 성사를 이뤄내기 어렵기 때문에 중앙교섭 쟁취라는 목표를 위해 중앙교섭을 중심에 두되, 다양한 투쟁 전술을 구사하자는 계획이다.


특히 중층적 교섭구조 확보와 영역별 공동투쟁을 추진하고 (지역)지부교섭을 통해 지역의제를 개발하면서, 이를 통해 지부집단교섭 활성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차원의 전국적 통일투쟁을 구사하기 위해 중앙교섭과 지부교섭, 중앙교섭 불참사업장 교섭을 분리하지 않고 산별공동요구를 중심으로 통일시켜내자는 계획이다. 이를통해 교섭기간의 주요 활동을 통일시켜보자는 것이다.


동시에 구조조정/장투사업장 투쟁을 묶어서 조합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함께 전개하자는 계획이다.


임단협 요구의 내용은 임금인상 요구와 산별공동요구로 금속산업 최저임금 요구, 비정규노동자 관련 요구, 퇴직금 및 퇴직연금,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한 요구, 자동차 분과 요구와 조선분과 요구, 사업장 단협 통일 요구가 주 내용이 될 전망이다.


2010년 방침을 결정함에 앞서 점검해야 할 사항들


2010년 투쟁방침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고려하고 점검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왜냐면 어떠한 투쟁방향과 방침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장애 요소가 있는 것에 대한 고려가 없으면 그 실현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첫 번째 점은 금속노조에 대한 불신과 자신감의 회복이다. 지난번 금속노조 대의원 설문조사에서 확인되었듯이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도가 7.1%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는 금속노조 사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집행력의 누수를 동반한다. 동시에 과연 금속노조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불신을 극복하고 결정한 방침을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의 회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이 점은 지금 시점에서 누구의 문제라고 탓 할 수 없는 문제이다. 문제의 원인이 노동운동의 위기로부터 비롯될 수도 있고, 정권의 무단적 탄압으로 인한 위축도 있고, 이를 틈탄 자본의 공격적 구조조정 등 공세도 있고, 지난 지도부부터 현재 지도부대오의 문제이기도 하고, 금속노조가 처한 현실 그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총체적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두 번째는 ‘방침의 요구와 현실 실현의 갭’이다. 15만 금속노조가 출범한 이후 요구는 있었으나 그것이 실천되는 과정과 결과는 지극히 축소되었고 심지어 왜곡되기도 하였다. 이제는 산별노조 완성을 향한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서로 헷갈리기도 한다. 아마 산별노조 완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경우 원칙과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정답일지 모른다는 경험적 준거도 생기고 있다. 그런점에서 금속노조운동이 - 최소한 금속노조가 산별운동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한다면 - 각자 처한 조건만 고려하는 상대주의를 극복하고 일정한 방향과 기준을 세우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속에서 ‘요구와 현실의 갭’을 어떻게 좁혀갈 것인지 조직적 토론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런 상호 인식이 조직내에 없다면 ‘혐의와 곡해’가 ‘요구와 현실의 갭’ 사이를 파고들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조직 방침의 교란으로 확대되고, 2010년 투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무력화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지점은 ‘결정과 집행의 분리’라는 점이다. 그동안 금속노조는 중앙집행위원와 중앙위원회, 대의원대회와 임시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조직진로와 투쟁 방향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왔다. 때론 장시간 토론과 치열한 표결도 있어왔다. 그러나 그 집행과 실천은 장시간 토론과 치열함이 무색할 정도로 무력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결정따로, 집행따로’라는 조직내 패배적인 기풍이 싹 튀워졌다.


네 번째 지점은 ‘기대와 무망함’의 교차이다. 매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방침을 수립할 때는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최소한의 결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횟수가 늘어나면 ‘양치기 소년’처럼 인식되기 마련이다. 기대를 갖는 것이 무망하며,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기 때문에 최소한의 것만 실현하자는 조직논리가 형성되기도 한다.


다섯째 지점은 ‘조직적 결집의 가능성’에 대한 서로 다른 기준과 판단이다. 항상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고 한다. 그런점에서 금속노조 앞에 놓여 진 위기는 외부의 공세를 막기 위해 내부의 의견 차이를 작게 보이게 하고, 단결의 기운으로 작동할 수 있고 작동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결집이 어디서, 무엇을 중심으로 어느 방향으로 향해 갈 것인가에 대한 기준과 판단은 여전히 다른점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2010년 무엇을 핵심고리로 현장을 조직할 것인가?


2010년 투쟁의 목표로 노동기본권 사수, 성과있는 15만 산별교섭과 투쟁, 노동시간단축과 고용안정 쟁취가 제출되었다.


이에따라 금속노조 2010년 교섭과 요구로 특별교섭 요구, 임단투 요구(임금인상, 중앙교섭 요구, 업종별 요구,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 중심의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가 각각 제출되고 있다.


요구와 투쟁을 시기별로 본다면 민주노총과 함께 발맞추는 특별교섭과 상반기 투쟁인 4월투쟁, 금속노조 임단투 방침에 입각한 6월 투쟁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금속노조 상황에서 본다면, 교섭구조로 중앙교섭과 중층적 교섭구조 확보, (지역)지부교섭 등이 동시에 제출되고 있다.


얼핏보면 다양한 교섭구조가 제출되고 있지만 무엇이 중심구조가 되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예컨대 2010년 핵심 요구와 구조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조직력을 중심으로 판단할 것인지, 요구를 중심으로 조직화를 진행 할 것인지, 15만이 함께 할 수 있는 구조와 결집을 우선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만약 중층적 교섭을 중심으로 할 경우 투쟁의 집중과 시기를 어떻게 맞출지, 그래서 공동투쟁의 상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점에서 3월 9일 임시대대는 “과연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씻는 계기가 우선적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위해서는 15만이 어떻게 하면 조건의 차이, 경험의 차이를 최소화하면서 15만의 합력을 어떻게 모아낼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결의를 중심으로 논의가 집중되고 결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2010년 임단협 방향의 결정이 단순히 한해 방향을 결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속노조운동의 향방을 좌우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이에 걸맞는 결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점에서 많은 의제를 제출하고, 교섭구조를 다양화 해야 금속노조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접근법이 아니라 전체가 어떻게 하나의 집중점을 가질 수 있는 방향에서 교섭구조, 의제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2010년 투쟁방향에 대한 결의를 전체 지도부가 공동으로 내용적인 결의까지 힘차게 해야 할 것이다. 결의가 충만한 지도부일수록 현장을 조직하는데 신명이 생기는 법이다.


남는 쟁점들


이러한 결의를 하는데 여전히 남는 쟁점이 있다.


하나는 근로시간면제위원회 참여의 문제이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지난 26일 열렸다. 첫 회의를 통해 4월 27일까지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심의․의결키로 했다. 정부와 경영계 각 5명씩 공익위원을 추천했으며, 한국노총도 3명을 추천 완료했으나, 민주노총(2명)은 3월 3일 중집으로 참여여부 결정을 미룬 상태이다. 민주노총의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참여 여부 문제는 노동법 재개정투쟁과 노동기본권 사수라는 4월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와 연동된 문제이다.


따라서 금속노조가 근로시간면제위원회에 대해 어떤 태도를 밝히는 가의 문제는 2010년 투쟁방향의 내용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금속노조와 기업지부(현대차, 기아차)의 모순관계의 해법이다. 그동안 금속노조의 15만 조합원중 현대․기아자동차 조합원이 8만명에 달한 상황에서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의 활동과 방향이 실질적으로 금속노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의 경우 기본적으로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라는 이월된 과제를 어떻게 수행 할 것인가의 문제가 놓여 있다.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는 2009년 임단투가 2009년 12월과 2010년 1월에 마무리됨으로써 2010년 투쟁 준비가 일정상 지체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2010년 무엇을 중심으로 투쟁요구를 확정하고 공동의 발걸음을 내딛는 준비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는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의 조건과 준비를 헤아리고, 한편 두 기업지부도 금속노조가 돌파를 위해 해야 할 2010년 투쟁이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금속노조와 두 기업지부가 길항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한 시너지의 관계에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2010년 과정을 통해 금속노조가 무엇을 버리고 취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사업과 투쟁의 실천은 인식의 변화를 강제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2010년 투쟁과정을 통해 금속노조는 조직을 스스로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조직적 과제를 무엇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를 정돈하는 것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산별운동의 관점에서 계급적 결집과 전진을 위해 무엇을 버리고 취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반드시 제기되고 조직의 결정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