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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조직문제에 대한 진단과 향후 과제에 대한 소고

금속노조연구원   |  

금속노조 조직문제에 대한 진단과 향후 과제에 대한 소고


 


이상호(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06년 통합대대를 거쳐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의 완성을 목표로 한 15만 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어려운 조건 하에서도 산별노조의 대의와 기풍을 지켜온 3만의 구 금속노조와 기업별로 분산되어 있던 대기업 노조가 통합된 단일조직을 통해 산별노조운동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겠다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또한 15만 조직의 건설은 기존 노조의 조직전환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후 금속산업, 더 나아가 제조업의 미조직 사업장과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교두보로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노조의 조직전환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더 심한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간 금속노조는 기본적인 사업방향과 활동내용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세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조직내부의 동의수준을 높이고 아래로부터 추진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조직형식과 교섭성과에 매몰되는 방식으로 활동을 해왔다. 또한 중앙교섭의 실패와 무력화, 기업지부의 해소를 둘러싼 난맥상으로 인해 금속노조의 상과 전망에 대한 조합원들의 혼란과 불신은 급속히 확산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 단계 금속노조운동이 봉착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의 원인을 모두 금속노조 본조의 탓으로 돌리고 이를 빌미로 기업별 노조주의로의 회귀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현재 금속노조는 형태적으로 산별노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뢰와 규율측면에서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금속노조는 어떤 조직적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가?


먼저 15만 금속노조는 조합원 구성에 있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통합산별 이후 양적인 증가세가 계속 정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장과 조합원 구성에 있어 커다란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금속노조는 여전히 자동차업종, 현대자동차그룹, 정규직 40대 중반 남성 중심적 조직에 머물러 있다. 또한 1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아직도 미편제 사업장으로 대부분 남아 있거나, 기업지부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수많은 영세사업장의 경우 내외적 조건변화에 따라 조직적 안정성이 큰 변동을 보이는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조직내 불균등성이 사업장과 인적 특성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규정된 제약조건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조건이 유발시키는 문제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관건적 요인은 조직구조와 활동에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조직구조와 활동은 여전히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보다 소위 ‘다수자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에 둔 관성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구성원의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의 이해와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 금속노조의 상황은 모든 의사결정과 집행이 이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금속노조 위에 기업지부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둘째, 노조에 대한 인식편차가 확대되고 있다. 금속노조의 사업과 활동에 대한 조합활동가들의 일반적인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특히 산별노조가 지향해야 할 조직적 목표로 예산과 인력의 집중을 통한 조직확대전략을 강조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현실적으로 기존조직의 내부강화와 일치를 중요시하는 주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즉 주체적 조건과 역량의 한계로 인해 일단 4만 구 금속과 11만의 전환노조간의 ‘융합’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산별노조의 위상에 맞게 미조직, 비정규, 영세사업장의 ‘조직화사업’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전자의 의견이 더욱 강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두 가지 견해는 상호충돌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금속노조의 조직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셋째, 금속노조의 성과와 필요한 변화지점에 대한 의견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역지부 활동가들은 4만 구 금속노조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15만 이후 금속노조의 상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이와 달리 기업지부를 중심으로 대공장노조의 간부들은 조직전환 이후 발생하고 있는 애로점과 부담감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15만 이후 구 금속과 전환노조간의 사업과 활동의 공유, 투쟁의 결합 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더 큰 문제는 15만이 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새로운 조직적 관점에서 논의하기 보다는 기존 소속(구 금속/전환노조)과 경험에 근거하여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현재 금속노조의 조직적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기업지부로의 편중과 기업지부 관행의 존속, 공동 요구와 활동의 부재, 조선/철강/비정규 등의 소외되는 집단의 발생, 지도력과 정파갈등과 같은 조직운영의 문제, 전체 노동/민중운동에서의 역할 미비 등이 주로 지적된다. 하지만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조만이 아니라 지부, 지회, 활동가와 조합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스스로 찾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넷째, 조직력의 약화원인과 그 극복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활동가는 물론, 조합원 조차 현장조직력과 투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 원인에 대해서 조합원의 경제주의와 개인주의화, 구조조정과 고용조정 압력에 휘둘린 결과, 사회 및 현장분위기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 노동자의 정체성과 계급의식의 부족, 교섭주의와 투쟁회피, 중앙의존과 현장토론의 부재 등을 주로 언급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동가대오 발굴과 간부육성, 현장활동의 방향과 사업의 변화, 현장과의 소통과 현장토론의 일상화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어디에 집중하고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섯째, 가장 민감한 문제는 역시 기업지부 해소와 지역지부의 편재방안이다. 기업지부 해소시 기업지부의 장점을 버릴 수 없다는 기업지부 간부의 의식이 여전히 팽배한 반면, 지역지부 간부들은 이를 ‘기득권의 집착’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가장 첨예한 쟁점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점은 지역지부와 기업지부의 통합문제는 조직운영과 교섭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권력자원’이 집중된 대기업에 대해 어떤 조직적 재구성전략을 추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해소방안이 제출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지부 조합원과 간부들의 기존 이해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의식전환과 결단이 없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아주 깊다. 더 큰 문제는 과도기적 방안으로 제출되고 있는 ‘대표지회’ 구성 및 피/선거권의 부여문제를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고 권력배분문제로 활용하려는 관성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역지부의 사업과 활동에 대한 강화방안과 새로운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기업지부해소의 의미가 더욱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지부 해소만이 아니라, 기존 지역지부의 재설정(통합과 축소)방안도 동시에 제출되어야 기업지부 간부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 확인된다.


마지막으로 금속노조운동의 조직적 기풍문제이다. 투쟁과 연대의 상징이었던 금속노조가 현재 보이고 있는 모습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투쟁에 있어 합법주의와 지침에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조합원의 동의와 결합이 전제되지 않은 투쟁남발주의에 대한 지적도 동시에 존재한다. 연대활동의 경우 현재 상태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다수를 점유하고 있다. 모범적인 연대활동의 사례 또한 분명히 존재하지만, 구조조정 및 장투사업장의 미해결, 더 나아가 단위사업장 내부의 갈등과 분열 등이 부각되면서 금속노조의 조정력과 추진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조직운동의 기풍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의 또 다른 면은 ‘의사결정에 따라 집행이 되지 않는다’는 간부활동가들의 절박한 호소에서 확인된다. 단위사업장 현장은 경제주의와 실리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반면, 금속노조의 지침은 실효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신뢰복원과 내부단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조직적 문제로 인해 금속노조는 현재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그 현실은 최근에 조사한 파견대의원과 평조합원에 대한 의식조사에서 확인된다. 특히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도 지수는 충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대의원과 조합원 모두 중간치 보다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의원의 경우 약 7.1%만이 금속노조에 대해 신뢰도가 높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는 활동가는 물론, 조합원들이 원인에 대한 해석과 진단이 내부 소속과 위치에 따라 다르다 할지라도 금속노조가 처한 신뢰위기상황을 냉정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전반적인 수치에 있어 지역지부/기업지부, 그리고 대의원과 조합원간 큰 편차는 없지만, 구 금속노조 이후 오랜 기간 금속노조를 지켜온 지역지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신뢰도가 나타나고 있으며, 평조합원 보다 노조의 핵심간부층인 대의원의 신뢰도가 더 떨어지는 것은 눈여겨 볼 지점이다. 이는 단결과 연대의 골간을 이루고 있는 지역지부 조합원과 간부활동가들이 금속노조에 대한 열의와 희망이 강했던 만큼 현재 상태에 대한 실망감 또한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즉 경제적 실리주의에 더욱 기울어가는 대공장 조합원들의 정서와 이해만을 쫓아가는 방식으로 금속노조의 사업과 활동이 편중될 경우 산별노조운동으로서 금속노조운동은 그 생명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원인에 대해 조합원은 현장정서를 무시하고 과도한 사회정치적 투쟁을 벌이는 점(40.4%)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제기하는 반면, 대의원들 역시 이 점(29.0%)을 가장 많이 지적하긴 했지만, 금속노조가 말로는 투쟁을 남발하나 실제로 책임지지 않는 태도(26.3%)와 현장성에 기반한 민주적 소통구조 문제(20.8%)를 지적한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금속노조의 사업과 활동이 사업장단위 현장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현장정서’와 ‘현장성’에 대해서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칫 이 문제를 기존의 관성과 관행으로 접근하게 된다면, 이는 현장의 이해와 요구는 모두 옳고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현장물신주의’에 빠지게 된다. 산별노조는 기업별 요구를 넘어 사회적 투쟁과 산업적 대안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만일 금속노조가 기업별 노조시절의 사업장 현장문제에만 머무르고 조합원들의 ‘고충처리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이는 산별노조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스스로 버리는 꼴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재 금속노조에게 필요한 것은 현장문제를 공장만이 아니라, 지역과 산업, 더 나아가 사회적 차원으로 조합원들의 인식과 관심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또한 금속노조의 내부단결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에 대해 정파운동과 기업/지역지부의 갈등을 주로 지적하고 있다. 지역지부 파견대의원들은 금속노조의 내부 단결을 위해 해결해야 할 조직적 과제로 편협한 정파운동(22.9%)을 많이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파활동에 대한 폐해에 대해평조합원들의 문제의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10.7%)이다. 이는 조합원들과 달리 정파활동가이기도 한 대의원 스스로가 지난 수 년간 금속노조의 사업과 활동에서 발생한 소모적인 논쟁과 조직적 난맥상이 대부분 오랜기간 동안 누적되어온 조직 내외적 정파활동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며, 현재 금속노조가 봉착하고 있는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파활동에 대한 발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정파조직이 이념과 노선의 혁신을 위한 발원지로서 그 역할을 상실하고 합종연횡에 의한 ‘선거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정파조직원이기도 한 대의원들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파활동의 순기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공조직체계에서 정파활동의 해악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내부단결을 가로막은 중요한 요인으로 지역지부 대의원들은 지역지부와 기업지부간 갈등(21.6%)이라고 응답하고 있으며, 기업지부의 경우도 지역지부와 기업지부간 갈등(29.4%)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상 이 문제는 금속노조 내부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동시에,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간 존재적 차이와 경험적 이질성은 결국 현실론과 원칙론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업지부 해소와 지역편재가 지체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기업지부의 지역편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기업지부 대의원들은 기업지부 지역편제방안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아서(43.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기업지부 지역편제 후 지역지부에 대한 전망, 전략이 취약해서(29.4%), 기업지부 당사자의 이해와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23.4%)순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지역지부의 대의원들은 기업지부 당사자의 이해와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지부 재편이 늦어진다(63.6%)라고 지적한 것이 가장 많았으며 기업지부의 지역편제방안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9.1%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러한 응답결과만 가지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기업지부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주장하는 부합하지 않는 현실은 무엇이고 왜 기업지부 해소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부족한 것인가를 해명해야 한다. 그 현실론이 예전 기업별 노조시절 지니고 있었던 기득권을 모두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운동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별 노조를 극복하고 산별노조로 조직전환을 한 이유가 바로 그 종업원의식을 조장하는 현실적 조건을 주체적 조직전략을 통해 돌파하는데 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기업지부 조합원과 활동가들이 산별노조에 대한 이해가 미비하고 지역지부로의 재편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것으로 이 문제가 풀리는 것 또한 아니다. 소위 ‘묻지마, 산별’과 같이 산별노조가 되면 모든 것이 지금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조합원을 현혹하기 보다는 산별노조로의 조직발전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고통과 희생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대와 단결이라는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정신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전환과 결의가 전제되어야 지역지부로의 재편을 유보하던, ‘대표지회’방식을 통해 과도기를 설정하던, 재벌대기업과 대공장노조운동은 금속노조에서 자신의 본연의 역할과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일반조합원들은 금속노조의 내부 단결을 위해 해결해야 할 조직적 과제로는 현장과 조직내 의사소통 부재 문제를 지적한 이들이 26.1%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지역지부와 기업지부간의 갈등 해소(22.6%), 개인주의적 조합원의 의식 문제(19.0%), 현장성 없는 관료화된 간부들(16.4%), 편협한 정파운동(10.7%), 정규직 조합원들의 이기주의(5.2%)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지부와 기업지부간 갈등 해소에 대한 의견이 높은 것은 파견대의원들과 비슷하지만, 정파운동에 대한 지적 보다 조합원들의 개인주의적 의식문제를 많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조합원 스스로가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조건 향상에 따라 실리주의적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실리주의적 성향이 기업별 종업원의식과 연동되어 더욱 강화된다면 이는 내부단결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결국 조합원들이 지적하고 있는 조직내부의 의사소통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는 물론, 기존의 복잡다단한 의사결정구조와 집행구조를 보다 간소하게 단순화시켜 의견수렴과 지침수행이 명확하게 이루어지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금속노조에게 다가올 새로운 도전을 진정성있게 준비해야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금속노조는 현재 조직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이 위기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편재문제를 둘러싼 혼란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조발특위를 통해 올해 정대까지 확정해야 할 편재방안에 대한 논란은 내용의 이견 보다는 정치적 타협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금속노조가 봉착하고 있는 주객관적 조건은 물론,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구도와 수준을 보더라도 내용상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만큼 현재 조발특위의 논의를 거쳐 정대에 상정된 재편방안은 이미 그 내용의 범위와 수준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재편방안이 현재, 아니 향후 예정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새로운 노사관계지형에서 금속노조가 부딪힐 조직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약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한 방어적 투쟁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금속노조의 기존 조직구조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변화된 조건 하에서 전임자, 더 나아가 조합활동가와 평조합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 종합적인 평가와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금속노조는 암울한 퇴락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더욱이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라는 ‘승자독식주의’의 노사관계가 전면화될 내년 7월 이후를 대비하여 금속노조의 조직강화, 확대 및 혁신방안을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준비해야 한다. 만일 금속노조가 조직보전의 논리, 기득권의 유지라는 수동적인 대응에 머무르게 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일정기간 거대노조와 다수노조라는 장점을 활용하여 교섭지분을 확보하고 버티기식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할 지 모르지만, 산하 사업장과 기업단위의 교섭을 단순히 지원하는 허울뿐인 ‘연맹체’로 회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조직의 재편에 함몰되어 있는 금속노조의 조직발전 논의를 기존 조직의 혁신프로그램을 통한 조직강화, 미조직 사업장과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포괄적인 조직화전략, 금속을 넘어서는 제조업 전 영역에 걸친 조직재편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조직발전방안에 대해 금속노조의 개별 주체들이 얼마나 진정성있게 자신의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하는가에 따라, 과도기에 요구되는 조직 내부의 인내와 희생을 어느 정도 감내하는가에 따라 금속노조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