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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목현상에 빠진 상반기 투쟁, 해결책은 없는가!

금속노조연구원   |  



                                                                                    안재원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


계급은 결코 완결되었거나 혹은 어떤 정형화된 모습을 띠었다는 의미에서 형성되지 않는다. 계급은 계속해서 변하는 실체이다. - 에릭 홉스봄



6월 2일이 지나면···
지자체 선거가 내일이면 치러진다.
친환경 무상급식, 4대강 사업중단 민생복지 확대 대 천안함 북한 소행이라는 북풍이 부딪치는 가운데 이명박정권에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은 사라지고 있다.
선거를 통해 무엇을 심판한다는 것으로 대중의 선거에 대한 냉소주의를 극복하자는 목표는 일상적인 정치적 과정이 이어지지 않는 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점에서 선거가 끝나면 자본주의적 일상은 선거벽보가 철거되는 것과 동시에 시작될 것이고 선출된 자들만의 권력향유의 질서, 요컨대 그들만의 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진보(정치)진영의 경우 이러한 질서를 깨트리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다면 계급(정치)의 형성은 점점 멀어질 것이다.


더욱 확대되는 억압적 질서 공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의결했다. 경찰관이 불심검문 때 영장없이 대상자의 소지품이나 차량을 검사하고 강제적으로 신원 확인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권한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 한다. 지난 1980년대 군사정부 시절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을 검문하고 가방을 뒤지던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9일에는 ‘G20 정상회의의 경호 및 테러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은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통제단장을 맡아 경호안전구역에서의 집회·시위 제한 및 검문검색과 질서유지, 출입통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아니라 특별법은 계엄도, 국가 비상사태도 아닌 상황에서 군대 동원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G20이라는 회의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국민을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놀랍다. 인터넷과 트위터 시대와는 반대로 가는 억압적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자본은 지난 28일,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으로 현행 시급 4110원 동결안을 제시했다. 자본은 “현재 노동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을 인상할 여지가 없다”면서 오히려 노동생산성만을 고려한다면 올해보다 36.2% 낮은 2624원이 적절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억압적 질서가 확대되는 가운데 자본은 결코 노동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금속노조와 6월 투쟁
그동안 근심위 논의는 역시 자본과 정권의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추진되었고 결국 민주노총은 근심위에서 철수했다. 그렇지만 예고했던 민주노총의 5월 총력투쟁은 힘있게 진행되지 못하였고 전선을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타임오프와 관련한 노동부 고시가 5월 14일 발표 되었고, 오는 7월 1일 이후부터는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가 현실화 될 전망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1월 정대에서 결의한 특단협 투쟁은 자본의 교섭 해태로 교섭이 진척되지 못하면서 결국 6월 임단투와 결합하여 투쟁하게 되었다.


이에따라 금속노조는 5월 25일 중앙쟁대위를 통해 6월 7일부터 11일까지 1차 총력투쟁 기간을 설정하였다. 6월 9일 총파업 출정식을 포함한 파업 4시간, 6월 11일 악질사업장 규탄 및 전략사업장 승리를 위한 파업 4시간 등을 결의하였다.
그리고 이후 6월 투쟁일정은 6월 1일 열리는 중앙쟁대위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금속노조가 마주하고 있는 6월 투쟁은 자본의 공세가 강화된 가운데 그리고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현실화되고 내년 복수노조 도입을 앞둔 시점에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특단협 투쟁이 힘차게 전개되지 못한 가운데 임단투라는 합법 투쟁 공간에서 최대한 동력을 끌어내고 집중하여야 할 과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역지부와 기업지부의 투쟁요구와 처한 상황이 예년과 다르게 각개 약진 양상을 띠고 있다. 투쟁의 집중점과 금속노조가 총괄하는 투쟁형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위기적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자
그런 가운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의 경우는 회사의 강경 공세 앞에 많은 조합원이 현장으로 복귀한 가운데 발레오만도지회의 외로운 투쟁이 힘겹게 진행되고 있다.
발레오만도의 경우 회사가 조조모임(조합원을 위하는 조합원 모임)을 통해 노동자의 고용을 위해서는 투쟁도 포기하고, 금속노조를 불인정해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를 적극 퍼트리는 역할을 하게 했다. 뿐만아니라 투쟁하는 경주지부의 텐트를 걷게 하는 등 회사의 행동대 역할를 하게 했는데 조조모임의 다수는 전직 간부이자 활동가들이었다는데 문제가 있다.(그렇게 해야 회사에 믿음을 주게 되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회유했다고 한다)


자본의 완강하고 공세적인 탄압에 10년 이상 활동을 해온 간부들과 활동가들이 자본에 투항해 가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금속노조의 투쟁력과 연대의 기운이 분산되고 있다는 틈을 자본은 분명히 파악하고  공세를 취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작년 쌍용차투쟁 이후 자본은 공세적으로 금속노조에 대한 탄압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런점에서 발레오만도의 상황에 대해 금속노조의 허점을 시급히 매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아니라 임단협이 진행중인 대부분의 사업장에 자본은 단협 개악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아차지부의 경우 전임자와 조합활동에 대해 시행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하고, 노사 일치 사항을 모조리 노사협의로 바꾸고, 복지 축소와 퇴직금 누진제 폐지, 과실에 대한 징계조항을 제출한 상태이다.


단위 사업장의 개악안, 그 자체로 보면 그 사업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일관된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노동조합 활동의 위축과 축소, 금속노조 불인정을 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복수노조의 경우 창구단일화 조항을 통해 산별노조의 교섭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10년 임단협 투쟁을 통한 노동기본권 사수의 문제는 당장 올해만이 아니라 이후 어떤 노동조합 활동이 가능한가 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기업별 관점을 탈피해야 한다 
투쟁 일정이 각개약진 하는 현상이 진행되면서 기업별 조건에 따른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어느 기업지부의 경우 “왜 우리가 총대를 매야 하는가”라는 얘기가 자유게시판에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기업지부의 경우 자본의 탄압과 공세는 시작되었고 그 탄압을 노동조합이 막는데 힘겨울 수 있다. 따라서 투쟁을 조직한다는 것은 남을 위해 총대를 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문제를 지켜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얘기는 단지 착각에 불과하고 자본의 노림수에 놀아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자본의 공세는 개별 자본의 공세가 아니라 총자본의 이해과 전반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상황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투쟁은 더욱 더 전체적 관점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본은 교섭을 해태하면서 금속노조의 전체적 일정을 분산시키면서 노동의 총력 대응을 쉽지 않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전선 구축은 고사하고 지난 20년 민주노조운동이 구축해 온 성과를 다시 자본에게 돌려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로에 선 산별노조와 노동계급의 과제
2010년 6월 투쟁과 상반기 투쟁의 결과는 이후 산별노조의 발전뿐만 아니라 노동계급의 결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속노조는 조직 내부적으로 산별체계의 조직형식의 완비와 교섭체계의 구축문제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놓여 있다. 지난 2년간 정리하지 못한 문제를 다시 정리해야 하고, 비정규직의 1사1조직 문제도 다시 정리해야 한다.
그만큼 조직 내부적으로 많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은 그러한 산별노조 형성과 노동자의 계급적 의식과 정치의식의 형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금속노조는 6월 투쟁의 분산성을 극복하고 시기집중을 통한 집중점을 만들면서 투쟁의 파고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지부는 시간의 지체로 인한 내부 단결력의 저하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지부의 경우 자신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는 현재의 봉착된 국면을 돌파하기 어렵다.


투쟁의 병목현상을 돌파하는 방향은 기업지부와 지역지부의 차이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위기적 상황임을 인식하고 함께 돌파 할 수 밖에 없다는 관계임을 직시하는데 있다.


현장조직과 현장활동가들은 집행부에 대한 비난만으로 자기 몫을 다했다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 활동을 통해 현장투쟁력을 집중하도록 실천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않다면 집행권력을 둘러싼 활동에 현장조직이 몰입해서는 세상을 바꾸기는커녕 자신의 현장도 바꿀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적 상황을 고민하는 것에 머물지 말로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상반기 투쟁에 나서야 할 때이다. 
네 탓을 따지지 말고 나부터 우리부터 팔뚝 걷어 부치고 어깨 걸 자세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