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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산별과 유럽식 산별?

금속노조연구원   |  

한국적 산별과 유럽식 산별?


 


                                                                                                    공계진 정책연구원 원장


 


1. 논쟁 지점


<한국적 산별이냐, 유럽식 산별이냐> 다소 어색한 논쟁이 활동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이 논쟁의 프레임이 갖고 있는 문제부터 지적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논쟁 프레임은 논쟁의 한 당사자를 유럽식 산별을 추종하는 사대주의자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설정이다. 산별노조의 발전을 위해 유럽에서 진행되었던 산별의 경험과 역사를 참고하려고는 하였으나 무조건 그것을 추종하려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지역을 강조하면 유럽식 산별이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논쟁 지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논쟁이 형성되는 지점은 크게 교섭구조와 조직형식에 대한 것이다. 교섭구조 관련해서는 <현재의 중앙교섭 유지 vs 부문/업종별 교섭의 허용>, 조직형식과 관련해서는 <기업지부 유지 vs 기업지부 지역편제>라는 쟁점이 형성되어 있다. 좀더 풀어쓰면 교섭구조에서는 ‘현재의 중앙교섭을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의 중앙교섭으로는 완성사 사용자들을 교섭테이블에 불러내기 어려우니 부문별/업종별 교섭 테이블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고 있고, 조직형식에서는 ‘현재의 기업지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의 기업지부를 지역으로 편제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두가지 논쟁 지점 모두를 소개하며 논쟁을 좀더 발전시켜 가고 싶지만 여기서는 조직형식에 대한 것으로 국한시키고자 한다. 이유는 현재 금속노조 조직발전특별위원회의 조직소위내의 최대 쟁점이자 금속노조의 최대 화두이기 때문이다.


 


2. 상반된 두 개의 주장 소개


가. 기업지부 유지론


기업지부 유지론의 핵심 주장은 ‘한국노동운동의 한축을 담당했던 기업별 노조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역사적 전통과 경험 그리고 장점들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국형 산별노조의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이 주장을 하는 동지들의 생각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조발특위 조직소위 4차 회의에 제출된 <기업지부 완성차 3사 판매․정비 단일(안)>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금속노조는 유럽의 산별노조와 다르다고 기업지부를 호도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산별노조를 통한 한국노동운동의 발전을 이루고자 한다면 유럽의 산별을 무조건 도입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업지부 완성차 3사 판매․정비는 기업지부 해소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지부 유지를 통한 새로운 한국형 산별노조를 제안한다.


기업지부 해소만이 전체 노동자의 통큰 단결과 금속산별노조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단순논리에서 벗어나고, 이제는 금속산별노조의 발전적 전진을 위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노동운동의 한축을 담당했던 기업별 노조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역사적 전통과 경험 그리고 장점들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국형 산별노조의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


한국형 산별노조에서 기업지부는 87년 노조 민주화 투쟁 속에서 태동하여 지켜온 강력한 현장조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자본과 피터지게 싸워가며 쟁취해 온 단체협약의 장․단점을 보완하여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지부가 중추적 역할을 통해 업종, 지역, 산업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과거의 업종별 노조의 장점을 되살려야 한다.


또한 금속노조도 정치, 사회적 성장이 두드러진 유럽식 대산별노조보다는 기업별 노조의 경험과 장점을 발전시키는 한국형 산별노조 완성과 업종별 노조의 순기능을 산별노조의 부분 주체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속산별노조의 자주적이고 현실적인 조직력 강화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나. 기업지부 지역편제론


금속노조의 기업지부 편제 관련 방침은 2006년 말에 있었던 완성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되었다. 그 결정의 핵심내용은 기업지부를 지역으로 편제한다는 것이다. 다만, 당장 어려우니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지역으로 편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기업지부를 지역으로 편제해야만 하는 이유를 노조에서 작성한 <기업지부 해소 관련한 문답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자. 세가지 논리를 펴고 있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감없이 게재한다.



“첫째, 산별노조의 조직체계를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산별노조는 기업, 업종, 고용형태의 차이를 넘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조직입니다. 이런 이유로 산별노조의 기본적인 조직형태는 전국적 단일노조-지역지부-기업(지역)지회형태입니다.


금속노조 또한 이러한 조직체계를 지향한다는 것을 지난 2006년 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서 확정했으며 대공장 기업단위의 경험과 관행을 고려하여 3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으며 2009년 10월부터 지역지부로 조직체계를 전환하기로 한 것입니다.


둘째, 노동자의 권익쟁취를 위한 통일적인 투쟁을 벌이기 위해서입니다.


산별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복지, 사회정치적 처지 개선을 위해서 기업단위의 교섭·투쟁과 함께 지역단위의 교섭과 투쟁, 산업단위의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지부는 지역에 대한 사업결합력이 취약하여 전국-지역-기업이라는 3가지 차원의 사업에서 지역단위의 사업을 하기 어려운 조직체계입니다. 지역지부로의 전환은 지역적 단결의 강화와 일상활동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노동조합의 개입력과 영향력을 강화하여 노동조합의 지역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셋째, 지역적 단결의 중심을 형성하여 지역연대투쟁과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150만의 금속노동자중 금속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는 15만에 불과하며 조직율의 제한은 노동운동의 정당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제약하는 주된 요인입니다. 산별노조는 광범한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을 통해 노동자의 사회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역지부로의 편재는 대공장 노동자의 높은 조직력과 투쟁성, 노동운동의 풍부한 경험을 통해 지역적 연대투쟁과 미조직노동자에 대한 조직화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3. 두 개의 주장이 갖고 있는 한계


가. 기업지부 유지론


기업지부 유지론자들이 주장 중 기업별 노조의 ‘역사적 전통과 경험 그리고 장점들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산별노조로 전환한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이 수십년간 투쟁해서 세워놓은 기업별 노조의 전통과 경험을 사장시킨다면 잘못이다. 만약 그런 식으로 산별노조를 건설한다면 그 산별노조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없다. 기업별 노조의 전통을 살려 산별노조를 발전시켜간다면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간다는 것인지를 정리해서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전통과 경험을 계승하여 기업별 체제를 계속 유지발전시켜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경로를 밟아가겠다는 것인지가 명료하지 않다. 그저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업종별 노조의 장점을 되살려야 한다’고 하지만 그 업종별 노조가 과거 자동차연맹과 같은 것이 아니라면 기업지부가 해체된 어떤 모양의 업종노조를 지향하는 지가 명확하지 않다. 나아가 ‘정치, 사회적 성장이 두드러진 유럽식 대산별노조보다는 기업별 노조의 경험과 장점을 발전시키는 한국형 산별노조 완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과거 기업별 노조의 경험이란 정치, 사회적 성장의 제로 상태‘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산별노조가 정치, 사회적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지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그래서 그 ‘한국적 산별’에 대한 의미있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혹 그 한국적 산별론의 중심에 ‘기업지부의 기득권, 대공장 노동자들의 이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너무 혹독한 문제제기일 수는 있으나 적어도 한국적 산별론이 기업지부의 기득권을 유지/강화하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그 한국적 산별론이 금속산별노조를 어떻게 발전시켜낼 수 있는 것인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즉, 그 산별노조가 150만 금속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어떻게 수렴하고 관철시켜 갈 수 있는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더 나아가 그 산별노조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어떻게 달성해서 세상을 바꿔낼 수 있는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혹독함’이 과장된 것인지 ‘정당한’ 평가였는지가 판가름날 것이다.


 


나. 기업지부 지역 편제론


지역편제론자들은 ‘지역적 단결의 중심을 형성하여 지역연대투쟁과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 기업지부를 지역으로 편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중요한 지적이다. 공장의 벽을 넘어 지역적으로 단결하고 그것을 통해 지역연대와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산별노조는 이미 존재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여기까지일 뿐이다. ‘기업지부를 지역지부로 편제한다, 다만 3년간 유예한다’는 결정을 함으로써 기업지부 유지론자들에게 귀중한 승리를 따냈으면 ‘3년 유예기간에 지역지부를 어떻게 운영하여 기업지부의 지역편제로 인해 조성된 상황을 지역연대강화와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로 연결시켜낼 것인가’를 연구하고, 대안을 제출함으로써 여전히 ‘찝찝한’ 기업지부 동지들의 마음을 달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산별전환 때 소위 ‘묻지마 산별’을 했듯이 기업지부의 지역으로의 전환을 다시 한번 ‘묻지마’를 통해 달성하려 했을 뿐이다. 그러나 두 번째의 ‘묻지마’는 성공하지 못했다.


지역으로 전환하면 ‘어떤 이익’과 ‘노동운동상의 발전’이 있는 지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결과 기업지부 동지들에게 ‘쪼갠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기업지부 내에서 위치가 가장 불안한 판매/정비 동지들의 극렬한 저항을 불러왔던 것이다. 또한 판매정비의 기업지부 유지론자들이 과도하게 설명하면서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결과적으로 기업지부내에 반산별론, 산별노조 탈퇴론 등이 횡행하여도 이를 막아내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현재 기업지부의 많은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불신하고 있는 상태이다.


 


4. 기업지부 지역편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가. 지역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산별노조에서 지역을 강조하는 것은 기업별 노조를 지역으로 해체하여 그 힘을 약화시키자는데 있지 않다.


지역을 강조하는 것은 산별노조의 힘으로 지역사회에 개입하여 △ 지역의 미조직노동자, 비정규노동자들을 조직하고 △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내고 △ 궁극적으로는 진보적 정권창출의 지역적/대중적 기반을 구축하는데 일조하기 위함이다.


기업지부의 지역편제를 강조하는 것은 현재 기업지부가 갖고 있는 힘을 지역으로 갖고 나와 그 힘을 바탕으로 지역을 바꿔내기 위함이다.


따라서 조직형식적인 면만 강조하여 기업지부의 지역편제 문제를 바라보고, 단순히 기업별 관행의 타파와 산별노조의 조직적 발전을 위해 기업지부를 ‘쪼갠다’는 발상은 해서도 안되고, 그것을 발전시켜도 안될 것이다. 즉, 기업지부의 지역편제 문제는 유럽식의 모델을 따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지역을 바꿔가기 위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운동발전의 합당한 경로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의미이다.


 


나. 지역에서 활동의 방향은 지역사회 개입력 강화이다.


정책연구원은 기업지부가 지역으로 편제된 지역지부 운영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리된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지역지부에서 기업지부의 임금/근로조건/고용에 대한 것을 다룰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속해 있는 전북지부에서 전주공장의 임금/근로조건/고용을 다룰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다룰 수 없다. 왜냐하면 현대자동차의 임금/근로조건/고용에 대한 결정은 현대자동차 차원에서 결정되지 현대자동차 공장별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현대차 전주공장 공장장이 현대차 전주공장의 임금/근로조건/고용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판매/정비로 들어가면 더욱 더 그러하다. 판매/정비의 임금/근로조건/고용을 지역 단위로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당연히 현대자동차의 임금/근로조건/고용 등의 문제는 형식이 바뀐 현재의 현대자동차 지부가 하게 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면 된다. 형식이 바뀐다는 것은 현대자동차 지부가 지역으로 편제된 조건의 반영인데, 이를테면 현대자동차 전사위원회에서, 뒤에서 언급할 대표지회장(현재의 지부장) 주관하에 임금/근로조건/고용의 문제를 풀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사위원회는 당연하게도 판매/정비가 포함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 염려에도 불구하고 임금/근로조건/고용의 문제는 ‘쪼개진 상태’에서, 즉 힘이 약화된 조건에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 풀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존 지역지부 소속인 중소단위의 임금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인가? 이것은 현행처럼 하면 된다. 현행처럼 집단교섭을 통해 일괄타결하든가, 아니면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지회별로 보충교섭을 진행하여 타결하면 된다. 이것은 중소단위 소속은 전국적으로 산재된 공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문이 들 것이다. 임금/근로조건/고용을 대공장과 중소공장을 분리하여 진행하면 기업지부를 왜 지역으로 편제했고, 지역지부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것이 의문의 핵심이다. 기존 지역지부와 새로이 편제된 구 기업지부 부분과 공통성이 무엇인가라는 의문도 들 것이다.


공통점을 임금/근로조건/고용에서 찾으려 하면 안된다. 공통점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조직/비정규직의 조직화, 지역사회 개입과 지역에서 계급적․민중적 단결의 실현, 지방정부에 대한 집권의 실현에 두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지역지부는 작은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구 기업지부의 힘을 바탕으로 지역을 장악해 들어갈 수 있고, 다시금 노동조합의 힘을 배가시켜낼 수 있는 것이다.


 


다. 지역편제 문제는 세상을 바꿔낸다는 관점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지부의 지역편제를 지역의 입장만 고려하여 강제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반대로 기업의 입장만 내세우며 거부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일방에게만 이익이 되는 식으로 처리해서도 안된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해결방안은 양쪽의 공통분모를 찾는데 있다. 현재의 지역지부와 기업지부의 공동사업은 지역의제의 개발과 지역사회에 개입이다. 임금/근로조건/고용 등은 현실적 차이가 너무 커서 당장의 공동사업이 되기 힘들다.


문제는 노조가 왜 지역사회에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의문이 있는 한 지역이든, 기업이든 지역사회에 개입할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기업지부의 동지들은 ‘이제 지역사업을 하는데까지 우리를 이용하려 한다’며 지역편제에 열과 성을 보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해결은 노동운동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되새기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목표가 단순히 임금/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더 나아가 현장권력의 장악에 있다면 굳이 지역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공장내에서만 잘하면 되는 것이고, 대공장의 경우 이런 정도는 공장내에서 충분히 해결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운동의 목표가 세상을 바꾸는 것에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냐하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장권력 뿐만 아니라 사회권력, 정치권력을 바꿔야 하는데, 이것은 공장내에서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권력, 정치권력을 바꾸려면 다른 계급계층과 힘을 합쳐야 하는데 그 구체적 형태가 지역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의제 등을 갖고 지방권력과 투쟁을 하던가, 선거를 통해 지방권력을 교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에 개입하겠다는 전략수립없이는 안되는 것이다.


충분치는 않았지만 왜 노동운동의 목표를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설정해야 하는지를 말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이미 노동운동은 그 방향을 잡고 출발했었기 때문이다. 우리 선배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 ‘노동해방’인데, 그속에는 이미 세상을 바꿔내겠다는 의지와 목표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앞에서 필자는 △ 기업지부의 지역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 지역에서의 활동방향은 지방정부 장악이다 △ 세상을 바꿔낸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점에 대해 말하였다. 모두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한방에 해결하겠다는 ‘조급증’을 버릴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의 산별노조 경험과 역사가 짧고, 반면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너무 크고 무거운 점을 감안, 조금 더디더라도 차분히 단계를 밟아갔으면 한다.


기업지부의 지역편제 문제는 지역을 바꿔, 새세상을 일구는 작업이다. 이 역사적 사업에 기업의 힘을 싣자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편제 과정에서 기업지부의 투쟁 경험과 힘이 사장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것은 형식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가능하다. 가령 이런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관련해서는 현재의 기업지부를 지역으로 편제하되, 현재 기업지부가 갖고 있는 힘이 분산되지 않도록 ‘대표지회’ 제도를 도입하며 대표지회장은 현재 기업지부장 선출과 같이 현 기업지부 조합원들의 직선으로 선출하고, 조합의 의결단위에 현 기업지부 단위의 참여를 보장하며 조합비 지회(구 기업지부) 교부 비율(현재 기업지부 54%)을 조금 내리되 그것도 서서히 조정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교섭관련해서는 현재의 중앙교섭을 계속 진행하되, 완성사들과의 교섭은 별도의 교섭테이블을 마련하여 추진하거나 ‘업종별 교섭’을 열어놓는 방침을 갖을 필요가 있다. 즉, 투트랙구조의 산별교섭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럴 경우 현재의 중앙교섭을 차질없이 하면서도 완성사들을 조합이 주관하는 교섭테이블로 불러낼 가능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안들은 어찌보면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안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 긴 안목으로 바라본다면 우리가 목표했던 산별노조 완성으로 안내하는 안일 수도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탄압과 자본의 현장탈환 공작으로 노동운동, 산별노조운동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11년 7월,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현실화되면 이 위기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모두 한발자국씩 양보하여 단일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파국에 직면할 수 있다. 이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