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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뜨거운 기업지부 지역편제 문제와 중앙교섭

금속노조연구원   |  

여전히 뜨거운 기업지부 지역편제 문제와 중앙교섭


 
                                                                                    공계진 정책연구원장


 


하반기에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탄압, 노조죽이기에 맞서 전임자임금 관련 노동기본권 사수 투쟁, 노동법 재개정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야 한다. 투쟁과 더불어 금속노조는 조직체계, 교섭구조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 이는 자칫 투쟁의 시기에 배부른 논쟁을 하는 것처럼 비쳐질 지 모르나 이 역시 금속노조에게는 사활적인 문제이다.


현재 조직체계 및 교섭구조 관련하여 형성되어 있는 쟁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몇 년전부터 반복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사안이다. 하지만 그 몇 년동안,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조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 만큼 합의가 쉽지 않고 잘못 논의하면 단결보다는 분열로 갈 수 있는 사안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에 몇자 적으려 한다.


조직체계 문제에서 핵심은 기업지부의 지역편제이다. 이것은 2006년 완성대의원대회에서 지역으로 편제하기로 의결된 사항이었으나 2009년까지 의결사항이 지켜지지 못하면서 2010년으로 넘어왔다.


2009년, 대표지회를 두는 것을 것을 전제로 한 지역지부 편제가 중앙위원회에서 의결되었으나 대의원대회에서 관련 규약 개정에 실패하면서 이 안은 폐기되었다. 6기 지도부는 이 문제를 논의할 조직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안을 10월 정기대의원대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 결정에 근거 조발특위는 구성되었고, 조발특위 조직소위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이다. 조직 소위는 대표지회를 중심으로 한 4개의 안을 제출한 상태이나 기업지부 판매/정비 단위에서는 현행 기업지부 유지안을 내놓고 있는 상태이다. 2009년에는 기업지부 지역편제를 수용하면서 대표지회 구성안을 내놓았다면 2010년에는 아예 기업지부 유지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논의가 발전된 것이 아니라 후퇴된 셈이다.


필자는 이 문제가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하는데, 필자의 견해는 기업지부 지역편제 문제를 그것에 국한하여 보지 말고, 교섭 및 지역지부 운영과 맞물려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그 동안 판매/정비 단위의 편제를 중심으로 너무 형식적으로 논의되어 왔고, 그러다보니 논의가 많이 왜곡된 측면도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가 파악한 가장 큰 왜곡은 기업지부를 대책없이 지역으로 쪼개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어찌보면 터무니없어 보이기는 하나 지역지부의 상과 운영에 대해 정리된 안이 없는 현재, 기업지부 입장에서 보면 대책없이 쪼갠다는 인상을 충분히 갖을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사실 그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쪼갠다는 논리가 일정부분 먹혔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판매/정비의 경우 거의 공포심에 가까운 위기감을 갖고 이의 저지에 나서고 있다.


이제 논의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편제와 교섭, 지부운영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지부 지역편제 관련 필자의 주장은 일단 2009년에 논의되었던 대표지회를 두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업지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산별노조 발전의 측면에서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견해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기업지부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존 기업별 노조 관행이 부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기업지부가 사실상 산별교섭에서 제외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현재의 기업지부를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지역으로 편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당위만 갖고 기업지부를 지역으로 편제하는 ‘묻지마 편제’를 시도해서는 안된다. 이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지부 동지들에게 왜 지역편제가 필요한가를 정확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상태에서 지역으로의 편제를 시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지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우선 정리해야 한다. 특히 지역지부에서 기업지부의 임금 및 근로조건의 문제를 다룰 것인가를 정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이 문제가 기업지부 동지들의 관심사이고, 우려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지역지부에서 기업지부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것을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재벌총수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체계에서 지역별로 임금 및 근로조건을 다루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예를들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동자들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독자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공장장에게 이런 권한이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임금 및 근로조건은 정몽구 회장만이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별로 그 지역 공장장과 교섭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또 불가능하기도 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은 현대자본과 앞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대표지회가 금속노조의 교섭방침에 따라 교섭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실제 교섭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사 테이블에 상정시킨다해도 기존 지역지부 지회와 현대차와의 편차가 너무 커서 교섭을 실속있게 하기 어렵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기업지부 조합원들은 이 교섭에 힘을 싣지 않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간 갈등만 키우게 될 것이다.


현재의 기업지부가 지역으로 편제된 지역지부에서의 교섭은 두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하나는 기업지부와 공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의 조직화, 주간연속2교대제, 지역의제(주택/의료/교육 등)와 같은 의제를 갖고 집단교섭(또는 공동교섭)과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 지역지회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교섭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지역지부의 역할에 대한 상, 산별노조의 역할에 대한 상을 재정립해야 하고, 기업지부와 소통을 강화하여 연결고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이 글의 주된 주제가 아니라서 간단히 말하자면 지역지부의 역할을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에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개입, 지역을 바꾸는 역할로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역지부라면 지역에 결합한 구 기업지부는 힘을 발휘할 것이고, 지역과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역지부의 지역개입의 논리를 확립하려면 금속노조의 역할도 재규정되어야 한다. 단순히 임금 및 근로조건만 향상시키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더불어 ‘세상을 바꾸는 산별노조’로 그 역할을 확대시켜야 하는 것이다.


지역지부운영에 대한 재규정과 함께 기존 중앙교섭에 대해서도 재규정되어야 한다. 앞에서 필자는 기업지부가 지역으로 편제되어도 현재의 기업지부는 대표지회를 중심으로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기업별 교섭을 열어두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기업지부는 조직적으로는 상당부분 기존 체계를 유지하되 교섭에 있어서는 산별교섭으로 방향전환을 적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어떤 형태든 산별교섭에 참여를 분명히 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중앙교섭에 기업지부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왜냐하면 현재 상태에서는 교섭구조 집중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완성사 사용자들을 현 중앙교섭틀로 견인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서 산별교섭을 완성시켜가야만 한다.


그래서 필자는 투트랙 교섭구조를 제안하고자 한다. 투트랙 교섭구조의 핵심은 현재의 중앙교섭 테이블과 함께 완성사를 중심으로 하는 또 다른 교섭테이블을 설치하고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물론 투트랙 교섭구조를 설치한다고 해서 완성사 사용자들이 자동적으로 교섭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은 교섭구조의 집중화를 가져올 어떤 형태의 교섭구조도 반대하기 때문에 이 교섭구조도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노조는 힘으로 완성사 사용자들을 테이블로 불러내야 하는데, 투트랙 교섭구조를 도입할 경우 그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완성사 조합원들이 완성사들 중심의 부문별/업종별 교섭을 자신들의 문제(동질성 문제)로 받아들이고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이전의 단일교섭테이블(현재의 중앙교섭)에 비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도 여러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시 해야 할 것은 소통의 강화, 공동요구/공동실천/공동투쟁 등을 통해 상을 일치시키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교섭구조를 상정한다해도 성사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현재의 기업지부를 지역으로 편제하자, 하지만 기업지부를 해체하는 방식이 아닌 대표지회를 두는 형식으로 편제하자는 제안과 더불어 지역지부도 지역과 사회에 개입하는 것을 자기 역할로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임금과 근로조건 문제에 집중하는 지역지부가 아니라 지역의제를 개발하고 지역과 사회에 개입하는 지역지부의 상을 만들자는 제안이 그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일터와 삶터가 분리되기 보다는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지회를 존치시키는 것을 전제로 현재의 중앙교섭에도 변화를 주자는 제안을 했는데 그것의 핵심은 완성사 중심의 또 다른 교섭틀을 설치하는 소위 투트랙 교섭구조의 도입이다.


필자는 이 제안이 ‘담박’에 받아들여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형태로 소통할 것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가 조합내에서 소통되지 않으면 조직체계 및 교섭구조는 정리되지 않을 것이고, 조합은 단결보다는 분열로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조직체계는 물론 교섭구조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교섭구조의 발전은 사용자들을 힘으로 견인해야 하는 문제가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요원한 것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고 조직/교섭에 대한 소통과 토론을 진행할 것을 다시한번 제안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대의원대회의 결정으로 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