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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무엇을 중심으로,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가?

금속노조연구원   |  
2011년 무엇을 중심으로,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가?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

1. 들어가는 말


다사다난했고, 노동조합에게 전임자임금지급금지라는 철퇴를 안기고,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비정규 노동자 문제가 부각되었던 2010년이 지나가고 2011년을 맞이하였다.
2010년에 해결하지 못하고 이월된 의제들이 많다. 대체적으로 보면 △ 산별노조발전 전망 △ 최저임금과 국민임투 △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및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관련 노동법재개정 문제 △ 국가고용전략2020(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문제, 고용서비스 활성화 방안)에 대안 대응 문제 △ 진보정당 통합에 대한 방침 △ 전쟁반대와 한반도 평화 및 통일 관련 문제 △ 상설연대체 건설문제 등이 그것이다.



2. 제기된 문제에 대한 단상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해 올바르게 대응한다면 2011년은 성공한 한 해가 될 것이다. 필자는 위의 것들에 대한 올바른 대응방법을 제시, 2011년을 성공한 한해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제기했던 모든 문제에 대해 언급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중 몇가지만 끄집어내어 짧은 소견을 밝혀 보고자 한다. 


가. 산별노조발전전망


산별노조 건설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이다. 현상적으로 보면 산별교섭 쟁취 실패, 기업지부의 지역지부로의 전환 실패가 끼친 영향이 크다. 그래서 산별노조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고, 실패의 원인으로 ‘유럽식 모델의 추종’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온 주장이 ‘한국식 산별노조의 건설’이다.


그러나 그 ‘한국식 산별노조 건설론’의 지향점이 분명치 않다. 여러 가지 주장을 하고 있지만 현재 기업지부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 그 이상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한국식산별노조 건설론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방도는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산별노조가 장벽을 만난 것은 ‘묻지마 산별’을 추진하고, ‘기업별노조의 장점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에만 있지 않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산별노조는 노동해방(세상 바꾸기)을 위한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이것을 끊임없이 대공장 조합원들과 공유하지 않은데 있다. 그 결과 대공장 조합원들은 애초 가졌던 생각 - 산별노조는 임금과 고용보장의 무기 - 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산별노조는 대공장 조합원들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반면, 막강한 지불능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임금이외에 년간 15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해왔기 때문이다. 실리적 관점에서 보면 산별노조는 임금 등에서 뚜렷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적어도 대공장 조합원들에게는 별 볼 일 없는 조직으로 된 것이다. 즉, 노동해방이라는 목표가 사라진 조건에서 산별노조는 대공장 조합원들의 희망이 아닌 부담스런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중앙교섭이 그들 눈에 들어오겠는가? 기업지부를 지역으로 편제하라는 말에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것이 본질이다.


이런 조건에서 빨간불을 파란불로 바꾸기 위해서는 근본을 바꿔내야 한다. 현재의 실리적이고 조합주의적인 산별노조의 지향을 노동해방(세상 바꾸기)를 지향하는 산별노조로 전환시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산별노조의 지향점은 단순히 임금 및 근로조건의 유지향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의 건설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공장 조합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산별노조의 강화발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또한 세상 바꾸기는 애시당초 기업별 노조로서는 꿔볼 수 있는 꿈이 아니고 산별노조만이 꿀 수 있고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공장 조합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산별노조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 처방없이 현재 산별노조가 봉착해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소위 다중 교섭구조(현재의 중앙교섭 + 부문별 업종별 교섭)를 제기했는데 이 교섭구조의 전제조건이 산별노조운동의 방향전환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지부의 지역전환의 한 방식으로 대표지회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고, 지역지부의 강화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의 전제조건 역시 세상을 바꾸는 산별노조로의 방향전환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나. 최저임금과 국민임투


노동조합과 임금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1년의 반 이상을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보낸다. 이런 노동조합의 활동 결과 노동자들의 임금이 많이 올라갔고, 그 결과 경제적 지위도 상승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 있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으며, 노동자들간(정규직 vs 비정규직, 대공장 vs 중소공장)의 임금격차도 상당하다. 그런 면에서 최저임금 인상투쟁은 의미가 있다.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인상시키는 효과와 노동자간 임금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여내는 효과가 그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인상투쟁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민주노총은 2011년 최저임금인상투쟁을 ‘국민임투’라는 개념하에 진행시키고자 한다. 필자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국민임투라는 것에 보완할 점이 많다. 임금은 노동자들의 의제이다. 따라서 여기에 국민이라는 단어를 붙이려면 ‘국민과 함께하는 그 무엇’이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그런 것이 없을 때에는 노동자들의 임금문제를 국민들의 힘을 빌어 해결하겠다는 것, 그 이상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노동자 이기주의의 최고형태가 된다고나 할까.


민주노총의 국민임투 계획을 보면 필자가 염려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국민들이 처한 민생문제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바탕으로 민주노총이 국민들의 민생문제와 최저임금을 결합시켜 나갈 때 진정한 국민임투가 되는 것인데, 민주노총의 계획 속에는 이런 인식이 담겨져 있지 않다. 그 흔한 저소득층 대상의 복지예산 삭감이나, 부자감세에 대한 투쟁계획은 전무한 채 오로지 최저임금만으로 채워진 노동자 위주의 ‘국민임투’인 것이다.


민주노총의 국민임투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은 ‘함께 살기’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노동자들끼리(정규직, 비정규직) 함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함께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노동의제의 쟁취도 노동자들만의 힘만으로 어려우니 국민들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어서이고, 또 하나는 국민들 역시 노동자들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의제(주요하게는 민생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양방향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그래서 양진영이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한 상태에서 공동의 사업이 진행될 때 힘은 배가되며, 그래야 민주노총이 염원하는 세상 바꾸기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진정한 국민임투를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일터 중심이 아니라 일터와 삶터를 결합한 지역중심의 활동, 일터와 노동자들을 배경으로 한 노동의제 중심이 아니라 삶터와 지역주민들을 배경으로 한 지역의제/사회적 의제를 적극 제기하는 활동, 임금과 고용을 중심으로 한 실리적 조합주의에서 지역과 사회, 나아가 세상을 바꿔내는 변혁적 조합활동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런 전환의 노력과 함께 온전하게 그 의미를 살린 ‘국민임투’를 진행할 때 노동조합은 국민들로부터 파트너로 그 지위를 인정받으며, 이전과 같이 사회/정치 변화의 주요세력으로서 자기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노동법 재개정·제정 투쟁


2010년에 많이 내주었다. 전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힘에 밀리며 전임자임금지급금지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 바로 그것이다. 2011년에는 그보다 더한 것을 내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 바로 산별노조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2011년 7월 이후 시행되기 때문이다.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 ‘현대차 자본이 복수노조를 만들고 창구단일화를 추진하겠어? 이해득실을 따질 때 그러지 못할 것이다’라는 식의 기대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그 기대는 전혀 과학적이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그런 막연한 기대가 사실은 2009년 말 노동법개악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2010년 전임자 투쟁을 단위노조(산별노조로 치면 지부 또는 지회)에 맡기는 전술적 오류를 범하게 했다. 그런데도 또 막연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단언컨대 자본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산별노조의 무력화를 시도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단위노조가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그것을 막을 것을 기대하는 우를 또 범할 것이 아니라 그 싹을 자르는 투쟁에 올인해야 한다. 즉, 노동법재개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투쟁계획을 보면 그것을 앞자리에 두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확고한 결의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몇 개의 집회를 설정(민주노총 중앙위에 제출된 투쟁계획을 접한 소감은 ‘집회의 단순한 나열이다’라는 것)하는 식의 계획을 입안할 것이 아니라 이 투쟁에 80만 조합원을 어떻게 동원시킬 것인가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물론 교육선전 등에 대한 계획이 있지만 강조점이 약하다). 그러면 이 투쟁 하나마나한 것이 된다. 이전처럼 금속노조 등 몇군데 눈치를 보다(아마도 금속노조는 현대차 지부 등 대공장 지부의 눈치를 볼 것이다) 그곳에서 하지 않으면 접는 식의 투쟁을 갖고는 돌파하기 어렵다. 적어도 96-97년 노동법개악 총파업을 준비하듯이 전조직을 발동시킬 준비를 하지 않으면 투쟁을 할 수 없고, 해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노동조합의 약화, 더 심하게 되면 와해이다. 여기서 전조직을 발동시킬 준비의 핵심은 ‘교육공세’이다. 96-97년 총파업은 이를 예견하고, 꾸준한 교육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식의 높여내고, 투쟁을 조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투쟁준비와 더불어 복수노조를 보다 진공적으로 해석하고 이것이 우리 민주노조에 보탬이 되도록 사업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복수노조를 찬성하는 이유는 단결의 자유라는 원칙만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노조가 실제로 없거나 유령노조가 존재하는 삼성, 포철 등에 노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들 사업장에 노조를 만들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은 준비되고 있지 않거나 미흡하다.


적어도 거대함의 상징이자, 반노조주의의 화신인 삼성에 복수노조를 만들 특수부대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민주노총의 계획 속에는 그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전자, 포철 등이 금속산업이기 때문에 지대한 관심을 갖어야 하는 금속노조 역시 이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너무 수동적으로 복수노조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쉬울 뿐이다.


노동법 개정투쟁과 더불어 제정 투쟁도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산별교섭법제화이다. 물론 이 문제를 이야기하면 교섭강제를 어떻게 법제화하느냐며 문제제기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러나 우리 노동법에는 교섭해태를 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조항이 있듯이 이 역시 법제화할 수 있다. 현재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이 지지부진하여 산별교섭으로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힘으로 자본을 견인하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산별교섭을 법제화하여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도 병행추진해야 한다. 특히 2011년은 정치권이 요동치는 2012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투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라. 국가고용전략2020에 대한 대응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들먹이며 논평할 가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앞선다. 국가고용전략2020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더욱 강화하여 일시적으로 고용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보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책임을 강화 하겠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서 해야 할 국가의 역할을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에 떠넘기겠다는 것이고, 파견허용업종 확대와 상용형 파트타임을 확대한다는 것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고용서비스활성화 방안(직업안정법개정안『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참조)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핵심은 직업소개ㆍ직업훈련ㆍ파견 등을 패키지로 묶어 제공할 수 있는 '복합 고용서비스 기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아예 내놓고 파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노동시장에 대한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들은 노동조합의 단협을 통해 비정규직 사용을 최소화하고, 고용안정을 보장받고 있다. 총연맹 또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정부의 노동시장정책에 개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80만이 나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을 고작 몇백명 수준에서 막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가면 당연하게도 고용에서 노동의 주도권 장악은 요원한 것이 된다.


이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책임 강화’론에 대해 ‘국가고용책임제’를 적극 제기하고,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화를 적극 제기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부자증세를 통한 복지예산 증액을 주장하고 투쟁해야 한다. 또한 일시적이고, 편법적이며, 저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질타하며 양질의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평생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거기서 배출된 노동자들의 취업 또는 재취업을 위한 시스템을 갖출 것을 제기하고 또 스스로 이것을 추진하여 노동시장에 적극 개입해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나름의 복안을 갖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노동중심의 산업정책을 입안하고 산업의 재편 등 구조조정이 동반되는 사업에 대한 개입력을 높여야 한다. 이럴 때 국가고용전략2020에서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양산, 복합 고용서비스 기업을 허용한다는 미명하에 자행될 파견의 활성화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며, 자본과 정권의 노동시장정책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마. 진보정당통합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정당의 분열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분열이 노동운동분열의 씨앗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더 크게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방해하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래서 진보정당들의 통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보정당 통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모두들 진보정당의 발전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진보정당의 통합은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통합의 방향과 관련하여 여러 이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 진보정당의 강화발전과 진보적 정권교체 △ 신자유주의 반대, 6.15/10.4선언의 수용을 반영한 자본주의 극복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실현이라는 큰 틀에 동의하는 세력들과 통합을 추진해 나간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민주노총이다. 문제의 핵심은 진보정당의 분열을 이유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업을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통합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분열을 빌미로 진보정당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교양 설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이유로 정치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분열이 노동진영을 어렵게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은 아니다. 아니, 그럴수록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정치의식 제고 의식교육을 강화하고,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사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각급단위에 정치위원회를 활성화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정치위원회는 노동자 정치의식 제고에 우선적 힘을 쏟고, 공장에서의 정치활동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삶터로 나와 삶터의 정치활동 활성화를 위해 지역당위위원회와 공조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면 일터 뿐만 아니라 삶터의 정치활동이 활성화되어 2012년에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진보정당의 분열만 탓하며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분열만 탓하며 아무것도 안한다면 그 분열주의자는 득을 보겠지만 1500만 노동자들은 진보정당의 강화와 정권교체를 미뤄야 하는 손실을 입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바. 전쟁반대, 평화를 위한 통일 의제


이명박 정권이후 남북관계가 매우 경색되었다. 급기야 2010년 12월에는 연평도에서 포격전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만약 이명박 정권이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현재와 같은 대결국면을 지속한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에 전쟁이 발발하면 그것은 곧바로 핵전쟁화되어 한반도 전체가 초토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어떤 형태의 전쟁도 발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쟁을 막는 길은 한반도에 평화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2011년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주요화두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명박 정권이 2010년 12월에 했던 전쟁연습을 2011년에는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NLL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전국무장관 키신저가 말했듯이 NLL은 휴전선이 아니라 미국이 임의로 그은 북방한계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전쟁연습은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북을 자극하여 곧바로 전쟁화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전쟁연습을 하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10.4선언에 근거하여 이 지역을 평화지대화하여야 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전쟁반대와 더불어 그 대안으로 10.4선언의 인정과 서해 평화지대안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나가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운동을 해야 한다. 정전은 말 그대로 종전이 아니라 전쟁이 잠시 중지된 상태이다. 따라서 맘 먹기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전쟁이 재개될 수 있는 불완전한 협정인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평화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 필수적이다.


민주노총 계획에는 반전평화와 관련된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전쟁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상태의 계획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즉, 6.15, 8.15, 10.4 등 중요 일정을 중심으로만 사업을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상황에서는 이 일정별 투쟁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중심에 놓은 투쟁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필자의 주장은 전쟁반대와 평화체계 구축을 주요 의제로 하여 일상적으로 쉼없이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정별 투쟁은 거기에 포함되는 중요 투쟁 중의 하나일 뿐이다.
 


3. 결론을 대신하여


2011년은 총선과 대선이 없는 해이다. 언뜻 정치적 격변이 없어 보이는 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대단한 격변이 예고되는 2012년을 불과 1년 남기고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2011년은 노동자들이 투쟁하기에 유리한 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중요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해이기 때문에 정치세력을 움직여 내기 쉬운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은 노동자들 내부에 격변이 있을 수 있는 해이다. 왜냐하면 금속노조 선거, 각 지부 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11년은 노동자들이 투쟁하기에 불리한 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처한 조건을 보면 주객관적으로 유리, 불리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 과제들 중에는 미해결시 노동자들의 가슴에 꽂힐 비수가 될 것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조건타박없이 제기된 과제 해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자가 살 길이고, 산별노조를 발전시키는 길이다.


다행스런 것은 2011년은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많다. 진보진영은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단결하고 있다. 노동자들도 이명박 정권에 맞서 뒷걸음치기 보다는 맞받아 싸우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정권은 임기 반을 보낸데다가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4대강 사업의 강행추진, 남북간 전쟁분위기 조성, 여전한 부자중심 정책 등으로 국민적 신임을 잃어가고 있다. 소위 레임덕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 이것들을 밑거름 삼아 앞에서 제기했던 과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