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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담론의 의제확장과 기업복지 문제에 대한 소고

금속노조연구원   |  

복지담론의 의제확장과 기업복지 문제에 관한 소고

 

홍석범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오늘날의 복지담론이 놓치고 있는 것, ‘기업복지’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 및 교육감선거, 그리고 2011년 8월 무상급식의 대상 범위와 시기를 쟁점으로 한 서울시 주민투표는 ‘복지’가 오늘날 시대적 화두임을 보여준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아울러 2012년 총선과 대선 구도 또한 복지의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간에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기회구조 속에서 시민들의 복지에 대한 수요가 적극적으로 표출되고 있고, 그 속에서 크게는 복지국가레짐, 작게는 복지정책 프로그램을 둘러싼 복지담론 논쟁이 재활성화 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복지담론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의 개입은 유효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복지담론의 생산 주체로서 노동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의 복지담론은 ‘국가영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우리 노동운동은 복지라는 주제에 대하여 무관심했을 뿐더러 복지를 노동운동의 의제로서 끌어안지 못했다. ‘복지’란 키워드는 노동운동과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할 ‘가치’이기보다는 ‘현실’에서의 조세부담 문제로 환원되었고, 임금 투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실의 운동 일상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부차적 요소로 자리잡아왔다.

둘째, 제한적으로나마 노동운동 진영에서 복지담론이 전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복지에만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이론적으로 국가복지와 기업복지가 발생하고 전개되는 맥락은 그 결을 다소 달리한다. 그러나 ‘총체로서의 사회복지’라는 틀에서 놓고 볼 때 기업 또한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되는 사회복지체제의 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선별적/잔여적 국가복지체제 속에서 국가의 역할이 매우 미흡하고 기업복지의 상대적 비중과 영향력이 높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부족했던 것이다.

 

사실 국가복지를 중심으로 한 복지담론이 재개된 것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국가복지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 1>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정부지출에서 사회보호(social protection, 노인, 가족, 아동, 실업, 주거,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복지지출) 부문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12.4%, OECD 평균은 33.5%)이 가장 낮은 나라이다. 대신 산업경제(economic affairs, 각종 산업 부문에 대한 정부지출) 부문에 대한 지출(21.8%, OECD 평균은 11.4%)은 매우 높은 수준인데, 아이슬란드의 경우 2008년 당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국가차원의 가계부채 탕감이나 금융구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지출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산업경제 부문의 지출 비중은 한국이 단연 1위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OECD 국가의 사회보호 및 경제산업 부문 정부지출 구조

자료: OECD National Accounts Statistics, 『Government at a Glance 2011』 Structure of general government expenditures by function(2008) 자료를 재구성

 

즉 산업경제 부문의 지출이 과도하게 높고 사회보호 부문의 지출이 과도하게 낮은 기형적인 재정지출 구조,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열악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2008년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국가와 정부의 경제성장 제일주의와 그것을 뒷받침했던 사회적 규범, 그에 따른 사회복지에 대한 무관심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복지담론은 국가복지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에 있어 국가의 역할만을 강조할 뿐, 보다 거시적인 복지시스템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떠한 쟁점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 기업복지라는 중요한 복지주체가 탈각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불황의 장기화 및 노동시장 유연화가 전개되고 그 충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복지의 재편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늘날 기업복지의 중요성이 국가복지의 그것에 비하여 매우 커졌는데 이러한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기업복지가 기업규모나 고용형태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면서 노동시장 양극화의 한 공범으로 자리 잡기까지 한 상황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기업복지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기업조직에 대한 몰입을 높여가면서 기업 울타리 밖 이야기에 무관심하도록, 그리고 경제적 조합주의의 관점에서만 노동조합을 바라보도록 만들어 왔다. 그리고 점차 확대되어 온 기업복지 격차는 기업복지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 사이에 거리감을 높여 가면서 노동자 내부의 분절을 만들어 연대감을 저해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거시적인 사회복지체제의 관점에서도, 노동조합 운동과 관련해서도 기업복지에 대한 관심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제라도 우리 노동조합은 전국적 차원에서의 투쟁의제와 사회적 의제로서 기업복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기업복지의 감소와 임금 비중의 증가

 

우선 우리나라의 기업복지 실태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의 <그림 2>는 기업이 노동자 한 사람에게 지출하는 월평균 노동비용 중 현금급여, 법정복리비, 법정외복리비 등의 항목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2> 노동비용 구성비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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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급여는 정액급여(기본급, 통상수당 등), 초과급여, 특별급여(상여금 등)로 구성되어 있는데, 1990년대 중엽에 70% 중반이던 현금급여의 비율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998년에 60%대로 크게 하락하였고 2004년 이후부터 종전의 비율을 회복하여 유지되고 있다. 1998년 이후 몇 년간 현금급여 비율이 하락한 것은 기타 항목 비율의 증가, 즉 당시의 구조조정, 정리해고, 실업 등으로 인한 고용인원 감소와 퇴직금 지출의 급격한 증가 때문인데,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현금급여 비율이 직전 시기에 비하여 소폭 하락하고 기타 비율이 증가한 것 또한 이 시기의 퇴직금의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법정외복리비는 주거, 학비, 보육, 건강보건, 보험료, 식사, 경조사, 휴양, 문화·체육·오락, 우리사주 등에 대한 지원 및 사내근로복지기금출연금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곧 기업복지를 뜻한다. 법정외복리비는 1990년대 중엽에 7~8%의 비율을 보였고 다소 부침을 겪으면서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8년 이후부터는 전체 노동비용의 5% 미만 수준으로 기업복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법정복리비와 현금급여의 관계이다. 우선 장기적으로 기업복지 비율이 감소하고 현금급여 비율이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상대값을 비교하기 위해 매월 노동자 1명에게 지출되는 노동비용 총액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해볼 경우, 1998년에는 현금급여로 60.6만원, 기업복지비로 6.1만원이 지출된 반면 2010년에는 현금급여가 78.7만원, 기업복지비가 4.2만원이 지출되었다. 이것은 시설이나 현물, 금전적 지원 등의 방식으로 제공되던 기업복지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임금, 현금급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뜻한다(노동비용 중 기업복지의 상대적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지 기업복지 비용의 절대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시기에는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총 고용인원 감소로 기업이 부담해야 했던 퇴직금이 급격히 증가했고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또한 삭감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시기에는 인력감축과 그에 따른 퇴직금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1인당 현금급여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는데 대신 기업복지가 감소하면서 이 비용을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최근 기업들이 핵심인력만으로 고용인원을 최소화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한편 기업복지 지출을 상대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임금을 유인기제로 하는 경쟁적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비용에 있어 기업복지가 감소하고 임금중심성이 강화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현금급여 대 현물급여라는 급여형태에 관한 논쟁과 맥락을 같이 한다. 화폐형태로 지급되는 현금급여의 경우 수급인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필요한 복지서비스나 재화를 시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지급받은 현금이 복지명목이 아닌 다른 항목에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기대하는 복지 효과가 축소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현물급여는 수급인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시설, 대인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만 행정편의상 그 내용이 수급인 개개인에게 맞춰져 있지 않고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복지수요자의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복지에 있어 선택적 복리후생제도가 등장한 것도 현물급여가 갖고 있는 이러한 한계 때문이었다.

 

현금급여, 현물급여 등의 급여형태 중 어느 것이 적합한지는 복지대상과 복지정책의 목표에 따라 다를 것이고 이것은 사실 사회복지학 내에서도 오랜 논쟁거리다. 그러나 적어도 기업복지의 감소와 노동비용의 임금화(현금급여화) 현상에 있어서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만한 문제가 존재한다.

 

먼저 현금급여의 한계가 여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기업복지가 감소하고 임금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업복지가 담당하던 기능의 일부가 상대적으로 늘어난 임금을 통해 해소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복지 또한 보상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그 형태를 임금으로 전환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리고 화폐형태의 현금이 개개인의 복지수요에 적합하게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의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을 통해 집합적인 방식으로 제공되는 복지서비스에 비해 노동자 개인이 시장에서 구매하는 복지서비스의 가격이 높을 것이란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기업복지의 범위 및 분배적 성격이 완화된다는 점을 지적하게 된다. 시설 또는 금전적 지원 형태로 제공되는 기업복지는 일반적으로 노동자 개인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가족까지 그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주거, 학자금, 보육, 경조사, 휴양 등에 관한 지원의 수혜자는 비단 노동자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때문에 기업복지가 감소하고 그 감소분이 임금으로 전환된다고 할 경우 복지혜택의 실질적인 범위가 축소될 위험이 있다.

 

아울러 기업 내 보상시스템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문제 또한 더욱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임금이 노동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상인 반면 기업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복지는 수급 조건이 비교적 까다롭지 않고 혜택의 내용이 평준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분배적 성격이 보다 강하다. 그리고 임금과 달리 상시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회적이거나 조건부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사용자의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노동운동이 기업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단계적인 실천 전략을 구상함에 있어 임금보다는 기업복지를 통한 격차 해소의 실현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강한 교섭력을 갖춘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힘을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경우의 이야기다.

 

특히 후자는 기업복지 격차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 사실 오늘날 기업복지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기업규모 및 고용형태를 기준으로 기업복지 격차가 확대되면서 임금 못지않게 사회양극화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균열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임금 비중의 증가와 기업복지 비용의 상대적 축소에도 불구하고 기업복지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데, 아래에서는 금속산업의 대부분이 밀집해있는 제조업을 기준으로 이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제조업 부문의 기업복지 격차 확대와 그 문제점

 

<그림 3>은 제조업 부문의 기업규모별 법정외복리비 액수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바와 같이 기업규모가 클수록 1인당 기업복지비 지출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1990년대 중반에는 10만원 내외로 기업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던 기업복지 비용이 외환위기가 회복 국면으로 돌아선 200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격차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특히 1,000인 이상 대기업과 다른 규모의 기업 간에 그 격차가 매우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 기업규모별 법정외복리비 추이(단위: 천 원)

자료: 고용노동부, 「기업체 노동비용조사」 각 년도.

주: 제조업 기준임.

 

아울러 앞서 2000년대 중반 이후 노동비용 중 임금 비중이 높아지고 기업복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언급하였는데, 실제로 2007년을 기점으로 명목상 기업복지 비용 또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복지의 감소와 임금중심성의 강화 추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2001년부터 2010년의 기간 동안 기업규모별 평균 기업복지비 지출을 살펴보면, 상용직 노동자 10~29인 기업체가 월평균 148.4천원, 30~99인 기업체가 143.4천원, 100~299인 기업체 168.8천원, 300~499인 기업체 181.9천원, 500~999인 기업체 193.5천원, 1,000인 이상 기업체가 312.9천원으로 나타났다. 100인 미만 기업체와 1,000인 이상 기업체를 비교할 경우 기업복지비 지출은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림 4> 기업규모별 현금급여액 추이(단위: 천 원)

자료: 고용노동부, 「기업체 노동비용조사」 각 년도.

주: 제조업 기준임.

 

기업규모별 기업복지 비용의 차이는 기업규모별 임금격차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위의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동자 1인당 현금급여 지출은 기업규모가 클수록 높으며, 기업규모 간 현금급여액 격차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명목상 현금급여 비용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과는 달리 기업복지 비용은 2007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서의 기업복지 비용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기업규모 간 기업복지 비용의 격차는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노동자 1인당 현금급여 또는 기업복지 비용이 기업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노동자 개인의 노동시간이나 생산능력의 차이 등 공급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을 텐데 사실 노동공급측면에서는 기업규모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2010년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10인 미만 기업체 상용직 노동자의 월평균 총노동시간은 194.9시간이며 10인 이상 30인 미만 기업체는 193.0시간, 30인 이상 100인 미만은 200.6시간, 100인 이상 300인 미만 204.3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300인 이상 기업체의 노동시간은 월평균 182.9시간으로 오히려 중소부문 기업체의 월평균 노동시간 보다 많게는 20시간 이상 적다. 그런데도 임금총액과 총노동시간으로 환산한 시간당임금에 있어서는 10인 미만 사업체가 10.5천원, 10인 이상 30인 미만 11.5천원, 30인 이상 100인 미만 12.5천원, 100인 이상 300인 미만 14.9천원, 300인 이상 사업체가 24.9천원으로 나타나 기업규모가 클수록 시간당임금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 생산직 부문의 경우 이미 상당부문 자동화가 이뤄져 있고 직업훈련 및 자격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어 기업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동일유사 직무에 있는 노동자 개인의 기술과 숙련수준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물론 자격제도와 별개로 기업특수적 숙련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때문에 위에서 살펴본 임금 및 기업복지의 격차가 노동자 개인의 능력이나 그가 수행하는 일의 내용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규모별 기업복지 및 현금급여 격차의 원인은 노동공급 측면이 아닌 수요의 측면, 즉 기업규모별 지불능력과 최종 재화의 부가가치의 차이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 대기업․중소기업, 원․하청기업의 관계의 특성에 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은 일반적으로 대등한 계약관계가 아닌 위계적/종속적 가치사슬 구조로 관계 맺고 있다. 바꿔 말하면 기업규모의 이면에는 기업 간 불균등한 권력관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 과정에서 개개의 노동자가 자신이 소속된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유사한 강도와 내용의 노동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기업규모별 생산물의 부가가치는 권력관계의 위치에 따라 불균등하게 매겨진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생산물의 가격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지불능력이 저하되기에 이르며, 대기업은 온당히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윤을 착복하여 그 일부를 대기업 내부의 노동자들에게 분배하면서 생색을 내는 것이다.

 

그 밖에도 노동조합이라는 중요한 변수를 들 수 있다. 제조업 대공장의 경우 정규직을 중심으로 강한 교섭력을 갖춘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어 임금 및 기업복지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중소규모의 기업체에서는 해당 기업의 지불능력과는 별개로 노동자들의 기업복지에 대한 요구 자체가 이뤄지기 힘들다. 따라서 기업규모별 기업복지 격차는 대기업․중소기업, 원․하청기업의 불균등한 권력관계 및 조직된 노동조합의 존재 유무와 그 역할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표 1> 고용형태별 기업복지 혜택 여부

 

정규직

비정규직

합계

제도

없음

제도

있음

혜택

가능

혜택

불가

합계

제도

없음

제도

있음

혜택

가능

혜택

불가

식사비용 보조

748

(100.0)

62

(8.3)

686

(91.7)

681

(99.3)

5

(0.7)

278

(100.0)

89

(32.0)

189

(68.0)

183

(96.8)

6

(3.2)

학비 보조

715

(100.0)

435

(60.8)

280

(39.2)

257

(91.8)

23

(8.2)

275

(100.0)

257

(93.5)

18

(6.5)

10

(55.6)

8

(44.4)

주택마련 지원

705

(100.0)

522

(74.0)

183

(26.0)

174

(95.1)

9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