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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금속노조 투쟁에서 확보할 것과 버릴 것

금속노조연구원   |  

7,8월 금속노조 투쟁에서 확보할 것과 버릴 것
 
 
안재원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2012년 투쟁의 시작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중심의 파업투쟁을 기본으로 한 민주노총의 6월 투쟁이 시작되었다. 화물연대는 지난 25일부터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라며 투쟁에 나섰고, 건설노조는 공사현장의 일손을 멈췄다.
 
화물노동자들은 불법 다단계 구조를 바로잡고 운송료를 현실화하는 요구를 걸고 나섰으며, 건설노동자들은 체불임금과 계속되는 저임금 해결을 위해 투쟁에 나섰다. 화물차와 컨테이너운반차량이 멈추고,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집회장으로 모였다.
 
6월 28일에는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연맹, 화학섬유연맹, 공무원노조, 여성연맹 등이 경고파업과 민주노총 상경투쟁에 참석하였다. 이날 민주노총의 상경투쟁을 정점으로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투쟁은 마무리 되었고, 민주노총은 이번 경고파업 집회를 통해, 정부와 국회, 사용자가 핵심 요구에 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지 않을 시 8월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핵심요구로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동악법 재개정 등을 제기하고 있으며, 국회와 정부에 노동탄압 중단과 노동기본권 및 민중생존권 보장을 위한 10대 과제 및 79항의 사회개혁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 확대와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
 
정부는 한달전만하더라도 기존 3.7% 성장 목표에 큰 수정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 28일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나 낮춘 3.3%로 하향하였다. 지난해(3.6%) 보다 성장률이 떨어진 경제성장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발 경제위기’ 태풍이 한국기업들을 덮치고 있다면서, 이번 위기는 98년 IMF 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위기에 이어 2012년은 유로존 위기와 함께 3차 구조조정기가 도래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수 언론들은 밝히고 있다.
 
“유화, 정유, 항공, 조선 등에서 전자, 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으로 ‘위기의 그늘’이 확산되면서 인력 재편과 사업 재조정 등 재계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6월 25일 매일경제신문)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기업 투자심리 회복 대책이 절실한데, 노동시간 단축 등은 기업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주장도 빼놓지 않고 있다.
 
 
2012년 금속노조의 산적한 과제
 
2007년 15만 금속노조가 출범한 이후 금속산별노조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비례하여 컸던 시기가 지난 5년간이었다.
 
‘크게 뭉쳐 싸우자’는 산별노조 건설과 투쟁의 상은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을 이유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미완으로 남아 있다.
 
15만이 함께 싸운다는 공동투쟁의 상도 2008년 한미 FTA 파업 이후 금속노조가 공동으로 투쟁을 하지 못한 실정인 만큼 현실에서는 그만큼 힘든 계획이자 투쟁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미 FTA 파업을 결의하는 과정에서부터 파업투쟁을 전개하는 과정까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논의와 총회투표 논란, 4시간 파업 이후 지도부의 구속과 수배로 인한 집행력의 손실 등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남겼다.
 
그 이후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의 조직 형식적 내용을 갖추는 문제에 지속적으로 힘을 모으려고 했으나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예컨대 조직 내부적으로는 기업지부 재편과 비정규 1사 1조직의 과제가 해결되지 못하였고, 조직 외부적으로는 재벌그룹과의 중앙교섭 성사를 관철하지 못하면서 2012년에는 업종별 교섭을 제안하였으나 성사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MB정권의 산별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조 불인정 태도에서 초래한 바가 1차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가 제대로 된 전체적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결과 금속노조에 대한 현장조합원의 신뢰도가 저하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 타임오프 도입과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의 도입으로 자본은 조직력이 취약한 단위 지회에 대해 손쉽게 공세를 취할 수 있는 제도적 구조를 확보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금속노조가 당면한 조직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 다양한 위기적 징후에 직면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노동자계급 구성의 분할이 금속노조 내부에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완성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 완성사노동자와 부품사노동자간의 분할, 자동차와 조선, 철강업종간의 분할, 지역지부와 기업지부의 분할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내부 차이의 확대는 사회적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 그 심화 정도가 금속노조 내부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산별노조의 임금정책의 부재 혹은 산별노조가 지향하는 임금정책보다는 기업내 지불능력 차이의 확대와 더불어 주요 대기업에서 실시한 일시 상여금(성과급)의 지속적 확대문제이다. 여기다 ‘무쟁의 댓가’로 지급하기 시작한 ‘주식’은 노동조합의 공동투쟁 준비와 실현에 대한 왜곡을 불러 오고 있다.
 
세 번째는 자본과 정권의 노동통제 전략이 법과 제도적 차원에서 완비되면서 노동조합 활동이 제도내의 교섭과 투쟁에 갇히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투쟁을 기본으로 현장의 분노를 조직하고 대자본, 대정권에 대한 투쟁을 조직해 왔던 민주노조운동의 방식이 달라진 법과 제도적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달라진 제도에 순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뛰어넘는 다른 무엇을 준비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
 
지난 5년간 15만 투쟁의 부재는 역으로 15만 공동투쟁의 목표를 전조직적 과제로 가져왔다. 그 결과 올해는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를 중심으로 한 완성사 공동투쟁과 부품사가 중심인 중앙교섭의 두 축으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26일 열린 9차교섭에서 중앙교섭 결렬을 선언하였다. 금속산업 최저임금, 교대제 개편 문제, 불법파견, 사내하도급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자본이 호응하고 있지 않은 결과이다.
현대차지부도 지난 28일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사간 입장차만 확인하고 결렬을 선언하였다.
 
금속노조는 지난 29일 98차 중앙위를 통해 향후 투쟁일정을 결의했다.
노조는 7월 2일 조정신청을 하고 7월 10일~1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7월 13일과 20일 투쟁을 힘있게 진행하기 위해 오는 7월 3일 지회장 결의대회를 통해 조직적 결의를 모으기로 결정하였다.
이와 더불어 2012년 임단투 타결방침 중 <중앙교섭 타결 없이 지부, 지회교섭 타결 없다>는 타결방침을 <지부·지회는 가능한 중앙교섭 타결 후 지부·지회교섭을 타결한다. 단, 지부운영위의 승인을 거쳐 중앙교섭 전 지부·지회 교섭타결을 열어두되 타결시점은 7월 20일 이후에 한다.>로 수정하였다.
 
이러한 이유는 예년과 다르게 올해 특징은 ‘부품사의 경우 회사가 임금과 단협에 안을 내면서 조기 타결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의 확대에 기초한 지불능력으로 성과급의 조기 지급과 정년연장을 제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특징은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 중심으로 투쟁이 조직되어 가자, 부품사를 조기에 타결시키면서 투쟁의 전열을 흐트러트리고, 한편으로는 완성사 내부에 주간연속2교대제나 비정규직 문제보다 임금에 대한 요구와 기대치를 높이려는 자본의 의도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부품사나 중소사업장의 경우 보통 휴가전 타결이 일정한 관행이었고, 현대차그룹을 위시한 대자본의 의도적인 조기타결기조에 지부, 지회 교섭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하에 위와 같은 임단투 타결방침을 결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휴가 이후 8월 투쟁을 예상하며 금속노조 3차 총파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사업과 투쟁은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사회적 요구와 역할에 부응할 때 힘을 가질 수 있고, 사회적 울림도 크다.
 
그렇다면 2012년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준비한 공동투쟁 원년의 성과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버려야 할 것은 분명히 폐기하고, 투쟁의 성과로 확보할 것은 분명히 하는 것이 이번 투쟁과정에서 확인되고 현장에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가장 불합리하여 버려야 할 점은 임금‘만’을 목표로 싸우는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상황이 임금 액수에 대한 요구가 많고, 타 사업장과 비교되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건에서 한 발자욱도 나아가지 못한다면 금속노동자라는 동질성의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두 번째 버려야 할 것은 소위 ‘총대’론이다. 우리 사업장이 우리와 무관한(?) 금속노조 지침에 왜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총대’론이다. 이러한 점은 대공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대공장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고 그 만큼 기업이나 노동조합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이 있다. 그런데 2012년 투쟁의제는 임금보다는 주간연속2교대제 등이 주요 사안이다. 주간연속2교대제는 지난 2004년 현대자동차 노사합의 이후 8년이 넘어가고 있음에도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부품사에서 주간연속2교대제가 시행되고 있다. 올 4월에 처음으로 기아자동차에서 8/9 근무체계로 2주간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한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올해의 투쟁은 누구를 위해 ‘총대’를 매는 것이 아니라 현장조합원의 요구를 분명히 안고 가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세 번째로 버려할 것은 상호간 비교하는 것이다. 투쟁의 결의를 지키는 것이 기준이 되지 못하고 누군가가 결정을 못따르고 있는 것이 기준이 되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 비교는 조직적 핑계로 나아간다. 따라서 서로간 결의를 믿고 현장을 조직하는 활동작풍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호간 비교하는 것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확보할 것인가!
 
노동조합의 활동과 투쟁의 성과는 그 단위사업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산별노조의 활동은 더욱 공장 울타리를 넘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미조직 노동자에게까지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다. 그렇지만 단체협약의 효력확장은 아직 제도적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기본권의 확대라는 단초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 내야 한다.
 
2009년 쌍용자동차투쟁은 현재도 진행형인 것처럼 정리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사회적 병폐인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하기에 정리해고, 장투사업장의 문제는 이제 단순히 노조내부의 문제이자 쟁점이 아니라 사회적 해결의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
 
세 번째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불법파견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겠지만 이 투쟁 과정에서 자본이 분할한 계급구성의 차이를 극복하는 원하청 실천투쟁이 실질적으로 교육, 선전되고 현장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매우 일반화되어 있지만 이에 파열구를 내는 단위는 역시 노동조합에서부터 찾아야 하고 모범적 실천을 만들어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대제변경을 통한 노동시간단축과 심야노동의 철폐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주야맞교대 근무를 그만하고, 노동의 인간화를 위한 실질적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노사간 공방과 대립, 그리고 순연의 악폐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한국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최장시간이라는 발표가 없어지는 시점은 주야맞교대 노동을 하는 자동차산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가능하다. 자동차산업에 주야맞교대라는 근무형태가 사라지면 이러한 변화의 사회적 영향력과 변화는 매우 클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2년 자동차산업 교대제변경의 원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현실이 전망을 만든다!
 
금속노조가 준비하는 7~8월 투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 투쟁을 통해서 무엇을 확보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러한 방향성이 현장에서 느끼고 확인될 때 7~8월 투쟁의 구체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어느 무엇보다 힘있는 무기가 될 것이며 자본의 분열과 교란요소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산별노조 전망! 여전히 멀고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같이 할 수 있다는 실천이 공유될 때 전망은 비로소 확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