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이슈페이퍼 > 이슈페이퍼
이슈페이퍼
 

노동자 통일운동과 사회운동적 노동운동

금속노조연구원   |  

노동자 통일운동과 사회운동적 노동운동

 

 

공계진 노동연구원 원장

   

1. 노동자 통일운동의 현실

   

20128월에도 통일행사는 변함없이 열린다.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8.15평화통일범국민대회가 814(전야제), 15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된다. 범국민대회의 기조는 색깔론 중단 남북관계개선, 한반도 평화실현 냉전대결, 동북아 평화협력으로 잡혀져 있다.

 

민주노총은 8월 통일행사에 맞춰 4가지 사업을 기획, 추진하고 있다. 조직화 및 교육사업, 8.15 노동자 통일골든벨, 13기 통일선봉대, DMZ 노동자 평화순례단 사업이 그것이다. 금속노조는 독자적 통일사업을 제출하지 않았다. 아마도 범국민대회 참석, 민주노총 통일사업에 참여가 금속노조의 통일사업의 전부인 듯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금속노조의 24차 상집에 제출된 통일관련 안건은 민주노총 8.15대회 추진위원 모집 건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참여 건 DMZ 평화순례단 조직 건 등이다.

 

문제는 민주노총에서 기획, 추진하고 있는 행사들이 얼마나 힘있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민주노총 통일담당자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름의 성과를 내긴 하겠지만 노동자통일운동이 활기차고, 매우 유의미하게 진행되지는 못할 것, 조건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2010년 평가와 2011년 평가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 판단한다.

 

참고로 2010년 민주노총 통일위원회의 총괄평가에는 한반도 정세의 엄중함에 비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대응은 역부족이었다. 대중들의 역동적 힘으로 이명박 정권의 반통일 정책이 폭로되고 일부 저지되었으나, 조합원과 진보적 민중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지 못했고, 투쟁을 조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고, 2011년에는 통일위원회의 지역결합이 저조하고, 일부 산별연맹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계성이 뚜렷하였으며, 중앙의 사업방향과 계획 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고.....일상사업의 안정화, 조직역량강화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위의 평가와 중앙과 지역 그리고 산별노조(연맹)에서 진행되는 통일사업을 잠시 살펴보면 우리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통일운동이 쇠퇴하였다는 것을 목도한다. 아마도 더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보면 이 사실을 매우 아프게 확인할 것이다. 실례로 금속노조의 일상사업에서 통일 관련 사업을 찾아보기 힘들고, 지부단위, 지회단위로 내려가면 이 현상이 더 심하다. 통일사업은 8월에, 그것도 민주노총의 지침이나 연대단위의 협조요청이 있을 때 진행하는 수준이다. 산별노조는 민주노총의 지침, 지부/지회는 산별노조의 지침을 별다른 고민없이, 매우 수동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정은 민주노총 지역본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자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이 점점 희석되고 있다. 이 모두 노동자 통일운동의 쇠퇴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렇듯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지만 본 글의 목적은 쇠퇴를 한탄하는데에 있지 않다. 여기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통일사업 등 노동자 통일운동을 되새김질 한 것은 쇠퇴가 역력한 노동자통일운동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2. 노동자 통일, 왜 쇠퇴의 길을 걸었는가?

  

노동자 통일운동 쇠퇴인가라는 질문에 저점을 쳤다는 답을 들었다. 저점을 쳤다면 어떻게 상승할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U자형을 언급한다. 필자는 L자형의 길을 갈까봐 걱정이지만 U자형에도 일정 동의한다. 그 이유는 통일운동의 부활을 위해 애쓰는 동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V자형, U자형, L자형이 아니라 저점에 도달할 만큼 노동자 통일운동이 쇠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노동자 통일운동은 왜 쇠퇴의 길을 걷게 된 것인가? 혹자는 그 이유를 이명박 정권의 반통일정책과 탄압에서 찾으려고 한다. 민주노총도 평가서에 이명박 정권의 탄압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1/3정도만 사실이다. 왜냐하면 노동자통일운동에서의 활력 상실은 적어도 노무현 정권때부터 시작되었고, 설령 탄압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노동자통일운동의 쇠퇴의 근본 이유라고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노동자통일운동은 그보다 더 엄혹했었던 김영삼정부 시절에도 나름 활기차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 통일운동의 쇠퇴를 이명박 정권의 탄압 때문이라도 치부하기보다는 노동진영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 ‘쇠퇴는 통일운동 주체 형성의 실패 때문.

  

필자는 노동자 통일운동의 쇠퇴의 원인을 노동자통일운동 주체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에서 우선 찾는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1>를 보면서 하고자 한다.

 

위의 표는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참가현황표이다. 우선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는 매월 개최되었다는 사실을 기쁘게 확인한다. 그러나 참가자 현황은 민주노총 통일사업의 단면, 그중에서도 통일주체가 매우 미약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출석률이 좋은 건설산업노조, 공무원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연맹은 통일사업 담당자가 있다는 의미이다. 지역본부 중 경기, 인천, 대전 정도에 통일사업 담당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노총이 파악한 통일위원회 현황은 통일주체의 현황을회의에 참석하는 산별노조에는 통일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는 통일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전교조 제외).

 

사정은 지역본부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회의에 참가하는 본부에는 통일위원회가 존재한다. 그 외에도 광주, 전남, 울산, 경남 등에 통일위원회가 존재한다(3). 이들 본부가 통일위원회 회의에 부분적으로 결합한 것은 아마도 거리가 멀기 때문인 듯 싶다. 통일위원회가 존재하는 곳은 대개 통일담당자가 존재하나 이들 담당자들도 겸임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통일국장의 형태로 통일사업을 하는 곳은 운수노조 뿐이다(2). 지역본부의 경우 조직국장 또는 조직부장이 통일사업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통일사업은 연대사업 수준으로 격하된다(3).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 통일운동의 주체를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이다. 보다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2).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산별노조의 지부단위의 통일위원회 실태를 보면 주체형성에 실패했다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를 보면 19개 지부(기업+지역) 10곳에 통일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위원회는 형식적으로 존재하고, 내용적으로는 통일사업 담당자만 존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나마 다른 사업에 밀려 통일사업은 부차적이다. 이런 열악함으로 인해 금속노조 통일위원회 회의에 참가하는 인원은 4-5명에 불과하다.

 

이렇듯 주체가 미약하거나 아예 없는 조건에서 노동자 통일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쇠퇴는 노동자 통일운동 대중화 실패 때문.

  

다음으로 노동자 통일운동의 쇠퇴를 노동자 통일운동의 대중화 실패에서 찾고자 한다.

 

노동자 통일운동의 대중화란 노동자들에 대한 의식화조직화를 통해 많은 조합원들을 통일운동에 참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개념 규정에 근거할 경우 이전에는 노동자 통일운동이 꽤나 대중화되었었다. 안산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안산의 노동자들은 과거 김영삼 정권 시절, 조합단위로 참여하는 한라대라는 노동자 통일 조직을 만들고, 500단위가 참여하는 통일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었는데, 이것이 노동자 통일운동의 대중화이다.

 

현재 민주노총을 비롯한 산별노조 및 지역본부들에서는 이런 식의 대중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마라톤 정도를 그 범주에 포함시킬 경우 몇군데서 대중적 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저 몇군데에 불과할 뿐이다. 이는 통일운동의 대중화에 실패했다는 슬픈 증거이다.

 

이렇듯 노동자통일운동의 대중화가 실패한 것은 앞에서 언급한 통일운동 주체 형성의 실패와 연관되어 있다. , 주체가 튼실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보니 튼실한 주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대중사업이 기획,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화에 실패한 것이다. 최근들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통일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제주 4.3항쟁유적지 방문, 평화캠프, 몽당연필 등을 추진하였다. 일정부분 성과가 있지만 아직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 ‘쇠퇴는 노동조합 운동의 실리화 및 조합주의화 때문.

   

노동조합 내 실리주의가 만연되고 있는 것과 노동자 통일운동 쇠퇴는 일정한 관계가 있다. 필자는 이것이 쇠퇴의 근본원인이라고 판단한다.

 

실리화를 도식적으로 표현하면, 물량확보->장시간노동->고임금->물량확보->장시간노동->고임금이라는 순환구조를 말한다. 이 순환구조에 운동이라는 것은 없다. 왜냐하면 운동이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인데, 위에서 본 순환구조내에 세상을 바꾼다는 이념이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이다. 통일 역시 분단된 세상을 통일된 세상으로 바꾸는 운동이라고 볼 때 위의 순환구조에는 통일운동 역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순환구조에 통일운동이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에 통일운동을 할 주체 형성을 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을 통일운동의 주체로 세워내지도 않았던 것이다. 필자가 노동조합운동의 실리화가 노동자 통일운동 후퇴의 근본원인이라고 했던 것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3. 노동자 통일운동 부활을 위한 제언

   

. 노동운동 마인드 전환 -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으로 전환

   

통일운동은 분단된 남북을 통일시키자는 운동이다.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손을 잡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과 투쟁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변 강대국들이 남과 북의 통일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현재 처해 있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내에 있는 반통일 세력인 보수우익과 투쟁해야 하는 등 복잡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통일운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공장을 벗어나는 시야가 필요하고, 공장 뿐만 아니라 남쪽, 나아가 북쪽에 대해 관심갖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세력과 투쟁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의식은 물량확보->장시간노동->고임금확보라는 순환구조에 빠져 있는 한 결코 생성되지 않는다. 김영삼시절에 활성화되었던 노동자 통일운동이 노무현,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후퇴한 것은 이 순환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 물량의 덫에 걸려 공장내에 머물면서 통일운동을 멀리했던 것이고, 그것이 통일운동에 대한 무관심과 불참, 즉 노동자 통일운동의 쇠퇴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 노동자 통일운동을 재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공장내에서만 머물며, 현장권력의 쟁취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밖으로 나와 지역과 사회에 개입하여 지역과 사회를 바꾸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 즉, 미국 등 외세와 남북분단에도 개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노동조합이 빠져 있는 물량의 덫, 즉 실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조합주의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는 조합운동을 공장 밖의 정치/사회적 문제, 통일문제에도 개입해 가는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으로 전변시켜야 한다.

 

이런 근본적 전환없이 기술적으로 접근할 경우 노동자 통일운동의 부활은 요원해질 것이다.

   

. 노동자 통일운동 주체의 재형성

   

모든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은 있으나 사람이 없을 경우 그 사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사업의 주체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통일사업의 쇠퇴는 앞의 근본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 사업을 추진할 사람이 없음으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사람의 마련, 노동자 통일운동의 주체를 마련하는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민주노총도 이런 점을 간파하고 주체역량을 세우는 것2012년 통일사업의 내부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통일주체의 형성은 중앙 뿐만 아니라 지부 및 지회단위에서 통일위원회를 준비하는 것과 맞물려 진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을 맡기는 식이 아니라 통일운동에 열의를 갖고 있는 조합원을 발굴하고, 그들을 교육/훈련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통일운동의 주체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사람이 준비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일위원회라는 조직의 건설로 연결되기 때문에 곧바로 통일운동의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는 사람과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