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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조선산업 위기와 고용개발촉진지역의 한계

금속노조연구원   |  

2013-1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

 

조선산업 위기와 ‘고용개발촉진지역’의 한계

 

박종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 연구위원)

 

새해 벽두인 2013년 1월 4일, 고용노동부에서는 경기도 평택시에 이어 경상남도 통영시를 두 번째로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을 검토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은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희망퇴직/정리해고/무급휴직에 따라 야기된 평택시 지역의 심각한 고용불안과 실업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처음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통영 지역의 중소형 조선소들이 위기를 맞으면서 지역 조선소 노동자들이 고용에 있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지역적 차원에서의 노동시장 대책이 나온 것이다. 아직까지 통영시의 ‘고용개발촉진지역’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통영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지표상 요건은 모두 갖춰 지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경남도민일보, 1월 8일자 기사)고 얘기하고 있다. 앞으로 심각한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는 한 빠르면 1월달 내로 통영시는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량 급감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통영지역 중소형 조선소 및 조선소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통영지역에서는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 보수단체와 진보단체의 구분없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해 왔었다. 특히 고용규모가 가장 크면서 2008년 이후 수주량이 전무한 신아sb 문제에 대해서는 ‘신아sb살리기통영시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서 범통영시 차원에서 중소조선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통영시에 대한 ‘고용개발촉진지역’의 지정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통영 지역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조선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제시된 지역 노동시장 대책의 하나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지역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통영시의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의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2000년대 후반 이후 중소형 조선소의 위기 및 이와 연동된 중소형 조선소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검토한다. 그리고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과 관련된 내용을 검토하고, 이와 같은 제도의 실행에 따른 의의와 함께 한계를 검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선소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보다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한국 조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산업적 차원의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조선산업의 불황과 규모별 양극화

 

우선 2012년 조선산업 동향을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해운시장 불황 지속, 선박금융위축으로 선주들의 자금조달 어려움, 2005~8년 조선호황기 이후 선박과잉공급의 영향으로 2012년 전세계 선박발주량은 전년대비 36.8% 감소한 21.3백만CGT로 나타나고 있다. 2009년 이후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발주량은 2011년 이후 다시 급격하게 침체되고 있으며, 글로벌 차원에서 경기회복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조선업종이 장기적인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발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건조량은 과거 발주한 선박들의 인도가 일정에 의해 진행되면서, 12년말 수주잔량(92.9백만CGT)은 전년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주잔량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점은 글로벌 수주잔량이 2005년 이후 이후 7년 만에 1억CGT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호황기였던 지난 2008년 2억CGT가 넘었었으나 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 급감과 함께 수주잔량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조선소들은 생존을 위한 일감확보가 절박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표 1> 전세계 선박 발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추이

 

* 단위 : 백만CGT,

* 출처 : Clarkson. 지식경제부 보도자료(2013.1.14) 재인용

 

조선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중일의 수주량 및 수주금액을 살펴보면 한국은 2011년 이후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발주량의 감소로 인해 2011년 대비 수주량은 전년 대비 45.7%가 감소한 7.5백만CGT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수주금액에 있어서는 299억달러로 나타나 중국의 154억달러와 비교했을 때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는 주로 해양플랜트, LNG선 등의 선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감안할 때, 소위 ‘빅3(현중, 삼성, 대우)’는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으나 기타 중소형급 조선소들에 있어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글로벌 조선시장의 위기 국면 하에서 대형 조선소와 중소형 조선소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9월 말 기준 글로벌 선박 발주 척수는 763척으로 2000년대 들어 1~9월 기준 최저 수준인데, 전세계 491개 조선소 중 약 35.4%인 174개의 조선소만이 최소 한 척 이상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나(한국투자증권, 2012. 10. 31. ‘위기에 처한 중소 조선사’) 조선소 간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표 2> 한․중․일 수주량 및 수주금액 비교

 

* 단위 : 백만CGT, 백만불

* 출처 : Clarkson. 지식경제부 보도자료(2013.1.14) 재인용

 

선박과잉공급 및 선박발주수요 감소로 클락슨 신조(新造) 선가지수(1998=100)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8년 8월 최고점(190) 대비 33.7% 하락한 125.9(2012년 11월말 기준) 기록하였다. 이후에도 선가는 조선소간 경쟁의 심화, 후판가 하락 등으로 인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조선소들의 영업이익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1] 2006년 이후 클락슨 신조선가 추이

 

* 출처 : Clarkson. 한국투자증권 2012. 10.31에서 재인용.

 

지난 2011-12년 글로벌 조선 시황은 ‘수주량’과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극심한 침체기에 빠져있다고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악조건 하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빅3 조선사 등 대형 조선업체들은 상선 시황의 부진 속에서도 생산저장설비 및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라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영역을 개척하면서 선전하고 있지만, 상선 위주의 선박을 건조하는 중소형 조선사들은 저가로도 수주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영지역 조선소들의 경우 한때 수주잔고 기준 세계 100대 조선소에 포함되었었던 삼호조선이 작년 2월에 파산 선고한 데 이어, 신아sb와 21세기조선도 워크아웃이 종료되는 2012년 말 이후에는 회사의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소형 조선소들의 고용 악화

 

대형조선소들이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해(조선부문 비중 축소)로 위기 국면에 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형 조선소들은 수주량 감소로 인해 위기에 별다른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 결과 중소형 조선소 노동자들의 고용은 2010년 이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7년 이후 한국조선협회에서 조사한 7개 중형조선소와 신아sb의 고용현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7개 중형조선소의 전체 인력은 2007년 12,405명에서 2009년 21,793명으로 크게 늘어났으나, 2011년에는 17,520명으로 약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중대형 조선소들의 경우 2011년 현재 기능직의 직영과 하청의 비율이 1:2 정도로 나타나고 있으나, 중형 조선소들의 경우 기능직의 직영과 하청 비율이 2010년도에 1:13.6, 2011년도에는 1:11.1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소형 조선소들의 기능직 고용전략은 ‘하청극대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11년도에 직영 기능직을 제외한 기술직, 사무직, 사내하청 모두 전년 대비 고용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하청 및 기술직을 중심으로 조선산업의 위기 국면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 정규직의 경우 불황기에도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불황기에 일자리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영에 위치한 신아sb의 경우에는 인력현황의 증감이 매우 극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7년 총 2,193명에서 2009년 3,624명으로 2년 사이에 약 1,500명 가까이 늘어났으나 2011년의 경우 다시 2,123명으로 2007년보다 인원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신아sb의 경우에는 사내하청 노동자수 뿐만 아니라 직영 기능직 또한 백여 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2008년 이후 신규수주 0의 영향이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사업장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 3> 2007-2011년 중형 조선소 인력 현황

 

* 자료 : 조선공업협회, 2011년 조선자료집.

* 7대 중형조선소는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21세기조선, 삼호조선, SPP조선, 세광중공업, 오리엔트조선.

 

1월 7일자 파이낸셜 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2011년 11월 30일 기준 통영지역 조선업 종사자는 9,117명으로, 이는 2009년 호황일 때 1만 7477명에 비해 47.8%나 줄어든 규모이며, 중소 조선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통영 미륵도의 경우 노동자 수가 2009년 7,000여명에서 지난 해 1,000여명으로 급감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소조선소의 위기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중소조선소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및 일자리의 절대적인 감소는 단순한 실업의 증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조선산업의 회복 및 상승 국면에서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업종에서 일하는 숙련된 노동력을 일시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산업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조선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통영지역의 경제활동의 급속한 위축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선업종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대책이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고용개발촉진지역 내용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정하는 고용개발촉진지구는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 지역을 고용정책기본법에 따라 ‘재난지역’으로 지정, 1년간 한시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실업자 구제 혜택을 신속히 확대하는 제도이다(노동부고시 제2009-26호 [고용개발촉진지역의 지정기준]). 이는 지난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지역적 고용대책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 기간은 1년이며, 기초자치단체를 기본 단위로 여건에 따라서는 여러 개의 자치단체를 묶어서도 지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지정 조건은 제4조에서 아래의 3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 한국은행 발표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중 전반적인 기업경기가 전년도 동월대비 100분의 30이상 감소하거나, 특정 대규모 사업(기업)의 축소․정지․폐업 등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고용량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감소할 우려가 있는 업종이 있을 것

2. 제1호의 업종에 종사하거나 종사한 근로자수(또는 고용보험 피보험자수)가 100분의 15이상인 지역일 것

3.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고용사정이 현저히 악화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지역일 것

가. 특정월의 비자발 이직자수(계절조정 지표사용)를 전년도 월평균 피보험자수로 나눈 값이 100분의 5이상인 지역

나. 특정월의 피보험자수(계절조정 지표사용)를 전년도 월평균 피보험자수로 나눈 값이 100분의 95이하인 지역

다. 대규모 기업의 도산․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경우에는 모기업 및 협력업체 실직 추정인원과 해당지역의 전년도 월평균 비자발 이직자수를 더하고, 이를 전년도 월평균 피보험자수로 나눈 값이 100분의 5이상인 지역

 

그리고 고용촉진구역 지정에 따른 특별지원금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따라서 지급하는 금액이나 조건이 다소 상향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고용개발촉진지역’ 지구로 지정되는 경우 노동자들은 1년 정도의 기간 동안에 상향된 혜택을 볼 수가 있다. 특히 대기업에 해당되는 제조업 5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그 혜택이 더 크다.(50% -> 90%)

 

<표 4> 현재 고용유지관련 지원내역과 고용촉진구역이 될 경우의 변화표

 

 

이러한 점에서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지역 노동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고용지원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고용재난 지역’에서 고용조정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소득감소가 현격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완충장치를 제공하는 것이 ‘고용개발촉진지역’ 지구 지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제도가 실행되는 경우 해당지역의 ‘총소비 감소’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역’지정의 사각지대 : (물량팀) 사내하청 노동자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조선업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생산의 핵심으로 발전해왔다. 하청의 진화과정은 일반적으로 초기에 단순 외주 방식의 사내하청 활용이 나타났다가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다단계 형식으로 변모하는 경향들이 나타난다. 조선산업 사내하청에서도 기존의 1차 사내하청(사내하청업체에서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물량팀’이라고 불리는 2-3차 사내하청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최근의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 결과 사내하청 노동자는 기본적으로는 1차 사내하청(본공)과 2-3차 사내하청(물량팀)으로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1차 사내하청은 다시 ‘상용제’와 ‘기간제’로 구분되고, 2-3차 물량팀 노동자들 역시 ‘상시적인 물량팀’과 ‘돌발/알바 물량팀’으로 구분되어 존재하고 있다.

 

[그림 2] 조선산업 사내하청 노동의 분화

 

 

그리고 대형조선소와 중소형조선소의 사내하청 활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형조선소에서는 1차 사내하청이 기본적으로 가장 많은 상태에서 물량팀은 상시화된 물량팀 활용이 일정 규모로 존재하고 있으며, 돌발 작업 물량팀도 인력이 급한 경우에 함께 활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조선소에서는 1차 사내하청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건설업의 십장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옮겨다니는 물량팀이 대다수이면서, 돌발 작업을 하는 물량팀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표 5> 조선소 규모별 사내하청 활용 방식

 

 

앞서 살펴본 <표 3>을 보더라도 7개 중형조선소의 기능직 직영과 사내하청 비율은 1:11 정도이며, 신아sb의 경우에도 1:3 정도의 비율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중소형 조선소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부분 물량팀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물량팀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많은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게 되는데,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으로 인한 혜택은 기본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업장 및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즉 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제도적인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유지 지원금은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8조 3항을 근거로 혜택이 제공된다. 따라서 통영 지역 조선소에서 물량팀 형식으로 과거에 일을 했거나,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이번 ‘고용개발촉진지역’ 지구 선정과는 무관하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조선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1차 사내하청은 거의 대부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물량팀 사내하청은 고용보험 가입률이 아직까지도 낮은 편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이후 정규직은 물론이고 1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거의 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이런 점에서 평택시가 ‘고용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되었을 때 나름대로 상당한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쌍용차의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리해고, 무급휴직된 정규직 노동자들 뿐 아니라 ‘게약해지’된 사내하청 노동자들 역시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져 있었기에 제도의 수혜를 누렸을 것이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 조선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통영 지역에서는 이번 ‘지구 지정’으로 인한 효과는 평택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제한적으로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애초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과 관련된 노동부 고시가 2009년 쌍용차 사태로 서둘러 마련되면서,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가 많은 통영과 같은 조선업종 중심지역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기 때문에 나타난 한계로 짐작된다.

 

‘지역’지정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조선산업 대책이 필요

 

중소조선소들의 위기 상황에서 조선소 노동자들의 고용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통영시가 ‘고용개발촉진지역’ 지구로 지정되기 위한 시도는 지역의 긴박한 고용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일차적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 조선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현재 조선산업 노동시장의 경우 사내하청의 비중이 철강, 자동차, 전자 등의 타 제조업과 비교했을 때도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지나치게 높은 조선산업 사내하청 노동의 비율은 장기적으로 조선업 성장동력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조선산업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의 특징도 고려하는 산업적 차원에서 ‘(가칭)조선산업발전전략위원회’를 구성하여 노사 및 정부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위원회의 기본적인 방향은 조선산업의 경쟁력 유지 및 강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능력의 축소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한 편의 시각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1970-80년대의 유럽 조선, 가까이는 일본 조선이 공급능력을 구조조정하면서 조선 시장에서 시장주도권을 내 주는 것을 이미 보아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까지 두 차례의 ‘합리화조치’를 통해 설비능력을 감축해왔던 일본은 1995년도부터 설비규제를 완화하려는 논의를 시작하여 2003년 ‘건조설비 총량규제’를 폐지하였지만, 이미 조선업의 대세를 한국과 중국에 넘겨주고 말았다.

 

따라서 ‘(가칭)조선산업발전전략위원회’를 하루 빨리 구성하여 조선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산업적 대응방안 및 노동시장 차원에서의 대응 방안을 하루 속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다룰 의제로는 국가단위의 산업정책 및 노동력 관리, 기업간 네트워크 강화 및 물량조절 가능성, 선박 금융활성화, 중소조선소 동반성장 대책, 고용안정 및 기술교육 시스템 등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당장 위기에 처한 중소형 조선소들에 대한 지원책이나 산업별 공생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형 조선소들의 경우에는 초대형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분야에 뛰어들기는 힘들 것이고, 벌크선이나 탱커의 경우 중국에 가격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조선소별로 특정 선형이나 선종에 특화된 업체가 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조합 차원에서 노동시장적인 대응방안으로는 1) 해양플랜트 부문의 정규직 확대 2) 양질의 일자리 확대에 고용보험기금 활용 3) 조선업 생활안정기금 조성 등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대형 조선업체들의 경우 사업다각화 전략으로 조선업 비중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업다각화(다양화) 전략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없겠지만(또는 찬성할 수도 있지만), 해양 부문의 경우 조선 부문보다 더 높은 사내하청 노동의 비율이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즉 사업다각화는 받아들이더라도 해양 부문의 정규직 확대 및 우수인력 공급 등에 대한 요구의 필요성이 제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조선산업 노동력 공급구조는 대형 조선소들을 중심으로 자체 내 기술교육원/훈련원을 통해서 사내하청 업체에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술교육원에 정부에서는 고용보험 기금에서 교육훈련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고용보험 기금이 사내하청 인력 양산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여 노동력 공급구조 및 취업경로에 대해 산업적 차원에서 진전된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량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의도와 달리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1)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거나, 2) 고용보험에 가입되었더라도 한 업체 근무기간이 짧아서 실업수당 지급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산업 차원에서 원청업체들 중심으로 별도의 ‘생활안정 기금’을 조성하여 조선산업 차원에서 운용을 하면서 일시적인 휴업 노동자들에 대해 직업훈련이나 고용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일시적인 휴업 노동자들에 대한 생활안정을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조선업체들 입장에서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숙련 및 기술수준 향상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원청업체에서 일을 하는 동안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고, 조선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복지 정책으로도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