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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정체된 노동조합 조직률, 조직화에서 답을 찾자

금속노조연구원   |  

2013-6 금속연구원 이슈페이퍼

 

정체된 노동조합 조직률, 조직화에서 답을 찾자

 

홍석범(sukbum0214@hanmail.net)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노동조합 조직률의 사회적 의미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172만여 명, 조직률은 10.1% 수준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단기간의 공세적 팽창기를 경유했던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0년대 말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했으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10% 내외의 답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그림 1] 연도별 노동조합 조직률 추이

자료: 고용노동부(2012), 「2011년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 보고서」를 필자가 재구성

 

  그동안 운동진영 내부에서 몇 차례 노동조합의 위기, 노동운동의 위기 담론이 전개된 바 있지만 그 기저에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는 ‘노동조합 대표성의 위기’에 대한 인식이 갈려 있다. 즉 노동조합의 조직대상이자 운동의 잠재적 주체인 노동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률이 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률이 단순히 숫자놀음이 아닌 이유는 이것이 노동조합의 동원능력 및 성장과 쇠퇴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인 동시에, 대중조직임을 자처하는 노동조합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그리고 다양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지를 보여주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정체된 노동조합 조직률,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 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구성요소들을 분해해 우선 노동조합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활동가라면 누구나 익히 아는 내용이겠으나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한다는 의미에서 -다소 딱딱한 숫자와 통계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전체 조합원 중 정규직 비율은 92.2%, 비정규직은 7.8%에 불과

 

<표 1> 고용형태별 노동조합 조직현황(2011년 8월)
(단위: 명, %)

자료: 통계청, 201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

 

  먼저 고용형태별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살펴보자. 201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중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1,910,168명이며 조직률은 10.9%이다. 고용형태별로 놓고 보면 정규직의 조직률은 19.9%에 달하는 반면 비정규직의 조직률은 1.7%에 불과하며, 조합원만을 놓고 보면 전체 조합원 중 정규직 비율은 92.2%, 비정규직은 7.8%로 오늘날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정규직을 중심으로 구성돼있음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정규직 노동자의 63.2%는 자신의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없다고 응답한 데 반해, 비정규직 노동자는 89.0%가 자신의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노동조합에 대한 접근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으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률 차이가 1차적으로 노동조합 유무로부터 나타나는 것임을 뜻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유무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률이 낮게 나타난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노조규약이나 법률에 의해 가입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체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규약이나 법률에 의해 가입대상이 아닌 경우’를 가입배제율이라고 명명하고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규직 노동자의 가입배제율이 18.49%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71.37%가 가입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그림 2] 고용형태별 노동조합 조직률(2011년 8월)

자료: 통계청, 201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

 

  또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 자발적 미가입률(사업장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며 가입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가입하지 않은 경우)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정규직의 경우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한 사람 중 33.65%가 자발적 미가입자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44.95%가 노동조합 가입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더라도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노동조합에 가입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달리 말하면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기피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조건 탓에 정규직 노동자보다 자신들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대변하고 보호해줄 –일반적 의미에서의- 노동조합에 대한 수요가 보다 강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현실의 비정규직 노동운동 역사를 되짚어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가입하고자 할 때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록 노동조합의 가입대상일지는 모르나 해당 노동조합의 행동양태가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된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가입배제율로부터 확인되는- 제도적 거리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감까지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짐작토록 한다.


  정리해보면,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비율이 매우 높고, 노동조합이 존재하더라도 규약이나 법률에 의해 노동조합 가입대상이 되지 못하는 비율이 정규직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노동조합 기피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가입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곧바로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미조직 확대사업,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하고자 하는 활동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현재의 노동조합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가입할만한 유의미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노동조합 기피 성향이 높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방식의 조직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 33.24%, 3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 3.66%

 

  다음으로 사업체 규모별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살펴보자.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체의 경우 3.66%의 조직률을 보이고 있으며,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체는 13.0%,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는 24.27%, 300인 이상 사업체는 33.24%의 조직률을 보이고 있다.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조합 조직률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자료상 확인되지 않으나 300인 이상 사업장 중에서도 규모가 클수록 조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눈여겨 볼 곳은 30인 미만 사업체의 조직률이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58.8%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해당 사업장을 대표하는 수준은 3.66%에 불과하다. 이것은 고용형태별 조직현황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대기업에 강하게 편중돼있음을 뜻한다.

 

<표 2> 사업체 규모별 노동조합 조직현황(2011년 8월)
(단위: 명, %)

자료: 통계청, 201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이 기본적으로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해당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비율이 낮고 그에 따라 노동조합 가입률 또한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앞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낮은 조직률이 1차적으로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은 데에서 비롯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발적 미가입률에 있어서는 특별히 경향성이 확인되지 않는데, 30인 미만 영세사업체의 자발적 미가입률은 300인 이상 사업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체에서 자발적 미가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가입배제율에 있어서는 -300인 이상 사업체를 제외할 경우-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가입배제율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된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의 가입배제율은 100인 이상 300인 미만, 300인 이상 사업체에 비해 10%p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즉, 사업체 규모가 영세할수록 노동조합의 배타성이 보다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30인 미만 사업체는 다른 규모의 사업체에 비해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낮은 조직률 수준이 무엇보다도 노동조합 유무로부터 비롯되는 측면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된다.

 

[그림 3] 사업체 규모별 노동조합 조직률(2011년 8월)

자료: 통계청, 201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

 

사업체 규모 클수록 노동조합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심리적 거리감 강해
사업체 규모에 관계없이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배제성향 높아

 

  이상의 고용형태별, 사업체 규모별 조직현황을 조금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자. 아래의 [그림 4]는 사업체 규모별-고용형태별 노동조합 조직률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조합 가입률이 큰 폭으로 증가(30인 미만 8.71%, 100인 미만 18.81%, 300인 미만 29.46%, 300인 이상 38.53%)하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률은 정규직에 비해 증가폭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30인 미만 0.85%, 100인 미만 2.98%, 300인 미만 7.30%, 300인 이상 7.40%)을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비정규직 노동자에 있어서는 사업체 규모에 따른 조직률 증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눈에 띄는 점은 자발적 미가입률이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30인 미만 사업체와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자발적 미가입률 격차가 각각 7.44%p, 1.57%p로 크지 않은 반면, 100인 이상 300인 미만,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자발적 미가입률 격차가 각각 17.69%p, 25.28%p로 상당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정규직의 자발적 미가입률이 사업체 규모에 따라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비정규직의 자발적 미가입률이 사업체 규모가 커짐에 따라 높아지는 것(30인 미만 37.69%→ 300인 이상 57.11%)에 기인한다. 앞서 사업체 규모만 놓고 볼 때에는 특징을 보이지 않던 자발적 미가입률이 고용형태별로 따로 떼어놓음으로 인해 일정한 경향성을 갖게 된 것인데, 이를 통해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당 사업체에 존재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갖는 심리적 거리감이 정규직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30인 미만,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체에 있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에 노동조합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림 4] 사업체 규모별-고용형태별 노동조합 조직률(2011년 8월)

자료: 통계청, 201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

 

  한편 가입배제율에 있어, 정규직 노동자는 사업체 규모를 막론하고 가입배제율이 최소 15.66%에서 최대 20.11%로 비슷한 수준을 보인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각각에 있어서는 사업체 규모별 가입배제율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모든 사업체 규모에 공통적으로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입배제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서 사업체 규모만 놓고 볼 경우에 사업체 규모가 영세할수록 일정 수준 노동조합의 배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정규직 편중성,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배제 성향, 그리고 심리적 거리감

 

  이상 간략하게나마 현재 노동조합 대표성의 실태를 살펴보았다. 그 가운데 확인된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이 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편중돼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덧붙여, 본문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합원의 성별 편중 현상 또한 확인되는데 전체 조합원 수의 4분의 3 가량이 남성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업종이나 직종에 있어서는 조합원 편중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사회서비스업, 유통서비스업, 제조업 순으로 조합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개인서비스업이나 농림어업부문을 제외하면 편차가 심한 수준은 아니며, 직종별 조합원 수 역시 마찬가지로 판매서비스 부문을 제외하면 사무직, 생산기능직, 관리전문직의 조합원 수 편차가 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인구통계학적 속성만을 놓고 볼 경우에는 향후 노동조합이 우리나라 노동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조직화 운동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사실 이것은 따로 통계를 통해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통용되고 있는 상식이다).


  둘째, 사업체 규모에 관계없이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배제성향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낮은 조직률이 1차적으로는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더라도 비정규직에게 노동조합의 문이 열려있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뜻한다(물론 가입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 노동조합의 규약으로만 그치는 문제는 아니지만, 규약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구성한다는 점에 대해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조직화 운동에는 기존에 노동조합이 없던 사업장에 새로운 노동조합을 띄우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 노동조합이 회사 내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직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조합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심리적 거리감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어찌 보면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거나,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보다 더 큰 난제가 바로 이 지점이다. 왜냐하면 조합원 여부가 노동조합 존재 여부나 가입배제와 같은 환경적, 제도적 조건이 아니라 노동자 개인의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은 다른 노동자에 비해 노동조합 가입이 가장 수월한 조건에 놓여 있지만, 반대로 바로 그러한 조건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하기 가장 어려운 집단이다. 뿐만 아니다. 사업체 규모가 작다고 해서 심리적 거리감이 적은 것도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앞서 분석결과에 따르면 사업체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가입대상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44.95%에 이르고 있었다. 게다가 -본문에 언급하지 않았으나 별도로 분석한 결과- 제조업의 경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회피 성향이 타 업종에 비해 더 높았다. 심리적 거리감의 문제는 사업장 내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가입장벽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의 원인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노동자는 어떤 이유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가?

 

  그렇다면 노동자는 어떤 이유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혹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것일까? 노동조합 조직률 통계가 노동조합의 현재 상태와 대표성의 한계를 보여준다면, 향후 노동조합이 구체적인 조직화 전략을 구축하기 위한 실마리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성향에 대한 미시적 태도들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주로 어떤 요인들이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성향과 관계 맺는지를 간략하게 논의해보자.


  전통적으로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태도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제시되곤 한다. 첫 번째는 경제학적 관점 하에서 제시되어 온 것으로 노동조합 가입의사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노동자의 합리적인 목적에 기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기대효용과 이에 수반될 비용을 비교하며 긍정적 효용이 산출될 것으로 판단될 때에만 노동조합에 가입하려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효용가설 혹은 합리적 선택 가설).


  두 번째는 노동자가 일자리에서 경험하게 되는 불만족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는 임금, 복지, 작업환경 기타 노동조건 등에 대해 현재의 상태와 바람직한 상태의 간극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탐색하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자신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노동조합에 가입하려 한다는 것이다(불만족 가설 혹은 좌절-공격 가설). 여기에서는 노동조합이 부조화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능한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앞서 효용 가설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도구성과 효용성이 강조되는데, 이는 반대로 노동자에게 불만족을 해소하고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보다 나은 선택지가 존재할 경우 노동조합 가입에 대한 유인 동기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 번째는 노동조합 가입의사가 노동자의 정치적, 이념적 신념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가설(정치/이념 가설)로서, 계급 정체성이나 노동자 연대 등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이념적 동조를 주요 동인으로 강조한다. 앞서 두 가설이 기대되는 편익 및 노동조합의 도구성, 효용성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개인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데 반해, 정치/이념 가설은 노동자의 신념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사회화 과정이나 작업장 경험 등 일련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개인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의 의미에 중점을 둔다. 뿐만 아니라, 사회 변혁의 한 주체로서 노동조합 운동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노동조합 가입의사의 주요한 영향 요인으로 상정한다는 점에서 위의 두 가설과 구분된다. 사실 불만족 가설은 노동조합 가입의사의 선행 요인으로서 부조화에 대한 인지를 전제한다는 점 외에 효용 가설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조합 가입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의 태도에 대한 설명은 크게 ‘도구적 태도 및 효용성’을 강조하는 가설과 ‘이념적 지향 및 동조’를 강조하는 두 가지 가설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노동조합에 대한 도구적 태도 매우 큰 영향 미치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 또한 중요하게 작용해

 

[그림 5]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와 노동조합 가입성향의 관계

자료: 한국노동연구원, 2005년, 「제8차 한국노동패널」 원자료
주: 위 숫자는 베타값(Beta)을 뜻함. 사회적 영향력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p < .05)가 나타나지 않았음.

 

  위의 그림은 일련의 회귀분석 결과에 따른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와 노동조합 가입성향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구체적인 분석과정 및 결과에 대해서는 2013년 6월 금속연구원 정책자료실 “노동조합 가입의사의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참조). 우선 노동조합에 대한 도구적 태도 및 효용성과 관련해서는 ‘노조 수단성’에 대한 인식이 노동조합 가입의사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노동조합이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나 해고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임금을 인상시킨다고 생각할수록 가입의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big labor image)’, 즉 노동조합이 법제정이나 국정운영, 각종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인식은 가입의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노동조합을 도구적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사회적 영향력보다는 실제 자신에게 가깝게 현시되는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효능감이 주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한편, 정치/이념성과 관련해서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 태도 및 부정적 태도 모두 노동조합 가입의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부정적 태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기업의 성장’, ‘생산성’, ‘도산가능성’, ‘경제성장’ 등 부정적 태도를 구성하는 항목의 대부분이 ‘경제적’인 것과 연관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분배구조 개선’이나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기여를 묻고 있는 ‘긍정적 태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기는 하나 부정적 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조합 가입의사에 적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위의 결과는 한편으로는 효용성과 정치/이념성이 모두 노동조합 가입의사를 설명하는 중요한 변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적 의제’가 상대적으로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것을 도구적 태도라고 표현하든 혹은 실리주의적 태도라고 표현하든 간에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사용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1987년 대투쟁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의 기여와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분배구조 개선에 관한 노동조합의 역할 역시 사회적으로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경제적 관점에 기초한 인식 못지않게 역사적으로 노동조합이 구축해온 사회적, 정치적 정당성이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조직률 제고 및 조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실질적인 경제적 권익의 증대와 함께 사회적 의미의 실천들을 꾸준히 제기하여야 하고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과거 작업장 내에 민주노조를 설립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회운동을 형성했던, 그리고 고용형태가 오늘날처럼 복잡하지 않았던 1970-80년대와 달리,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계속해서 작게 쪼개져 가는 노동시장의 약자들을, 오늘날의 노동조합은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 현재 노동운동이 노동자로부터, 그리고 다수 시민으로부터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 또한 상당부분 낮은 대표성으로부터 기인하는 바가 크다. 노동조합의 조직화운동, 지금 이것은 노동운동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