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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취약노동자(vulnerable workers)에 대한 시론적 논의

금속노조연구원   |  

2013-7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
 
취약노동자(vulnerable workers)에 대한 시론적 논의
 
박종식/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1. 문제제기
 
오늘날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단일한 노동자계급을 이야기하기에는 노동자계급 내에서 차이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노동자계급 내의 ‘분화 현상’은 ‘자본이 주도한 노동자계급의 분열 전략’이며, 노동자계급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부르주아에 대적하는 계급”이라는 맑스와 엥겔스의 전통적인 계급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고전적인 계급 정의에 기초한 노동조합운동이 개별사업장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경우에는 개별화, 파편화되고 있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전략이 도출되기 어려우며, 이는 노동조합운동의 존재지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안정적으로 직장을 유지하면서 예측가능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임금을 받는 노동자층과 그렇지 못한 노동자층으로의 구분이 심화되고 있다. 2007년 영국노총(TUC)에서는 취약노동자(vulnerable workers)에 대한 개념적인 접근 시도를 기반으로 ‘취약고용위원회’(the Commission on Vulnerable Employment, 약칭 CoVE)를 설치하고, 다양하게 존재하는 취약노동자들을 유형화하고 그 결과물로서 『Hard Work, Hidden Lives』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한국 사회에서는 ‘취약노동자’라는 용어 보다는 다소 넓은 의미로 ‘취약계층’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이는 특히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지칭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사전적 정의에서 ‘취약(脆弱)’은 무르고 약하다는 의미로 취약계층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행정적인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 및 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되었다. 그 결과 ‘취약’ 개념 자체의 물렁물렁함으로 인해 ‘저소득취약계층’, ‘정보취약계층’, ‘의료취약계층’, ‘주거취약계층’, ‘산재취약계층’ 등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제도적 사각지대에 위치한 집단을 지칭하는데 ‘취약(계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따라서 취약노동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동자들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엄밀하게 규정되고 있지 않았다.
 
물론 비정규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와 같이 한국 사회의 주변적인 노동자들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사회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는 2000년대 한국 사회 노동시장의 질적인 변화양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개념의 개념적인 의미 자체만으로 모든 차별받는 노동자들을 대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비정규직과 같은 고용형태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고용불안 및 저임금 차별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이지만 제도적인 사각지대 뿐 아니라 노동조합운동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취약노동자들에 대한 시론적인 논의를 전개해보고자 한다. 취약노동자들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노동자계급 내의 이질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고용 및 노동시장과 관련된 국내외 연구보고서 등에서 취약노동자(취업자)의 정의와 대상을 일차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한 유형화를 거칠게 시도해보고자 한다.
 
 
2. 취약노동자의 정의
 
‘취약노동자’라는 용어에 내재된 의미는 각 국가별, 시대별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해외에서 많이 찾아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적 미비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인 과제로 파악하고 접근하려는 보고서나 노동조합의 조직화 대상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보고서들에서 취약노동자들은 ‘vulnerable’, ‘disadvantaged' 등의 형용사로 수식을 하고 있다.
 
1) 국외 논의
 
캐나다 정책연구네트워크(Canadian Policy Research Networks)의 『Defining Vulnerability in the Labour Market』라는 보고서에서는 취약노동자를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행복(well-being)이 위험(risk)에 처한 근로자’로 정의(Saunders, 2003)하면서 고용불안, 저임금을 경험하거나 법적보호에서 제외되었거나 법적 보호방안의 혜택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지칭하고 있다. 그리고 취약 노동자가 나타나는 사회적인 맥락으로 세계화의 진전, 기술발전으로 고숙련 직종의 확대, 가족유형과 근로생활의 변화로 근로시간 유연화의 확대를 지적하고 있다.
 
영국의 무역산업부(DTI)에서 2006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인 『Success at Work : Protecting Vulnerable Workers, Supporting Good Employers』에서는 좋은 근무환경 조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영국 사회의 정책적인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취약성을 ‘고용의 권리가 부인당할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일하지만 그러한 문제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나 수단을 갖지 못한 상태’로 규정(DTI, 2006: 25)을 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조건 하에서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을 취약노동자로 정의하고 있다.
 
같은 영국에서 노동조합의 관점에서 취약노동자를 정의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는데, 영국노총(TUC)에서는 2007년 <취약고용위원회(the Commission on Vulnerable Employment (CoVE))를 구성하였다. 취약고용위원회는 학계, 노조 및 사용자 대표, 시민사회 그룹에서 총 16명으로 구성을 하였다. 위원회에서는 취약노동자들이 직면한 문제점들을 조사하여, 2008년 『Hard Work, Hidden Lives』라는 보고서 제출하였다. 여기서 취약노동자는 1) 고용의 권리가 침해당할 위험이 큰 불안정(insecure), 저임금(low-paid)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2) (개별적으로는) 상황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근로자로 정의(TUC, 2008: 12)하고 있다.
 
2) 국내 논의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취약노동자들에 대한 논의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국내에서는 주로 노동시장 정책에서 제도적으로 소외되어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노동자들을 확인하고, 이들에 대해서 정책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취약노동자들에 대한 유형들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진행한 나영선 외(2003)의 보고서에서는 취약(노동자)계층을 “사회적 배제(exclusion)로 인해 한 특정 집단이 사회적 지원 및 보조가 없다면 자활·자립하기 어려운 불우한 집단”으로 정의를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진행한 유경준 외(2004)는 근로능력이 없어 시장경제체제에 원천적으로 적응할 수 없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능력 부족으로 시장경제체제에 적응하기에 한계가 있는 계층이 결국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취약계층이 사후적으로 형성된다는 입장이다. 직업능력개발원이나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지칭하는 취약노동자는 노동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일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이들이 노동을 하여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 보고서에서는 취약노동자들 노동시장의 일주체로 접근하기 보다는 (노동)시장의 실패로 인해 존재하는 경제활동인구를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파악하는 다소 협소한 시각에서 취약노동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박찬임 외(2007)에서는 취약노동자들을 “우리사회에서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측면에서 배제된 약자, 즉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소수집단”으로 정의하여, 사회경제적인 원인으로 배제되는 노동자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직능원이나 KDI의 시각보다는 진전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기존의 두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취약노동자의 정의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추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사회의 급속한 변동과 함께 취약(노동자)계층을 구성하고 있는 범주나 외피도 나날이 변화’하여 취약노동자의 범주가 ‘복잡하고 가변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편 국내에서 노동진영에서는 ‘취약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영국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조직화하지 못하고 제도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취약노동자라고 하는 것과 달리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취약노동자에 대한 논의가 별도로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산별노조의 ‘미조직․비정규실’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일차과제로 하면서 동시에 이주노동자 등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통칭하여 사업의 영역으로 전제를 하고 있다.
 
 
3. 취약노동자의 대상 및 범위
 
취약노동자의 대상 및 범위는 경제환경 및 노동시장의 특성과 같은 환경적인 변화와 각 국가별로 노동시장 관련 법률 및 제도의 변화에 따라 가변적이고 광범위할 수 있다. 우선 국외의 논의들을 검토하고 국내의 취약노동자 대상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국외 논의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2009)의 취약노동자에 대한 정의이다. 하지만 ILO의 논의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취약고용(vulnerable employment)'을 1993년 국제표준고용지위분류(ICSE)의 6가지 유형(대분류) 중 1인 자영업자와 무급가족노동자를 ’취약고용‘으로 정의하여 국제비교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ICSE의 6가지 유형은 1) 임금근로자, 2) 고용주, 3) 자영업자, 4) 생산자 조합의 성원, 5) 무급가족근로자, 6) 기타이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종사상지위와 유사하지만 보다 거칠다고 할 수 있다.
 
Saunders(2003)는 캐나다에서 취약고용(노동자)를 자영업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만 고용불안이나 법을 알지 못해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든 피용자(employee), 건강보험․산재보험․민간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고용보험․공적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고용불안으로 인한 저임금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분은 캐나다 내에서 노동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규정된 것으로 대상의 구분기준이 무엇인지는 다소 모호해 보인다.
 
앞서 살펴본 영국 통상산업부(DTI, 2006) 보고서에서는 영국의 취약노동자를 산업 및 직종을 기준으로 분류를 시도하고 있다. 영국의 산업 중에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가사도움 서비스, 섬유산업, 건설업, 청소 및 경비 부문의 노동자들이 취약노동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당 업종 노동자들의 취약한 내용을 다시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취약성의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장시간 노동(운수업, 돌봄 서비스), 저임금 노동(음식숙박업, 청소 및 경비), 법정휴가 미사용(건설업) 등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 밖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주택 및 교통비용의 부당한 공제를 취약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영국노총(TUC, 2008)의 취약노동자 대상은 최저임금 이하 소득의 (저임금) 노동자, 임시 및 파견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가내 노동자, 비공식부문 노동자, 청소년 노동자, 무급가족 노동자이다. 이는 주로 기존 노동조합에서 조직화하지 못한 노동자들을 구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같은 취약노동자들의 존재를 노동조합의 과제(challenge)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취약노동자들을 분류하여 문제점을 조사하고, 각각의 취약노동자에 대한 실제 조사 사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구성하고 있다.
 
한편 ECOTEC(2006)에서는 EU 회원국가별로 노동시장의 취약집단들을 규정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규정한 취약노동자는 학업중단자, 저숙련 노동자, 장애인, 외국인, 소수인종 노동자를 노동시장 내 취약(disadvantaged) 한 노동자로 규정하고 국가별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들을 위해서 진행된 정책들을 비교하고 있다.
 
2) 국내 논의
 
국내의 취약(노동자)계층에 대한 논의는 앞서 취약노동자의 정의에서 살펴본 세 보고서의 구분을 검토해 보도록 하자.
 
나영선 외(2003)는 취약노동자에 대한 기존 논의들을 검토한 이후 한국의 취약노동자계층을 개별적인 속성에 따라서 ① 전통적인 경제적·사회적 배제 계층 : 저소득층, 저학력 청소년(학업중단 청소년), 저학력근로자, 여성취업자 ② 노동시장 배제 계층 : 실업자(청년 및 장기), 구직자, 자영업자, 비정규 근로자 ③ 특수 취약계층 : 장애인(학령기 및 성인), 수용자 ④ 한시적 취약계층 : 북한이탈주민, 외국인 근로자 4가지 유형으로 구분을 하고 있다.
 
유경준 외(2004)에서는 취약노동자를 (직능원과 같이) 개별적인 속성에 따라서 구분하는 경우 정책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 사회적인 약자인 고령자, 청년, 장애인, 여성가장, 장기실업자, 비정규직은 서로 중복되기 때문에, 실제 개별 취약노동자의 합이 전체를 합한 숫자보다 커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빈곤층’ 개념으로 종합적 접근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접근으로 인해서 보고서에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서 경제적, 인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보호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빈곤층’ 개념으로 접근하여 소득 중심의 경제적 보호방안만을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취약노동자에 대한 정책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취약노동자의 보호방안은 찾아볼 수 없는 보고서가 되어, (구체적인) 정책없는 정책보고서가 되고 있다.
 
박찬임 외(2007)는 기존의 취약노동자의 대상 및 범위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1) 인적 속성, 2) 소득 기준, 3) 고용측면 세 가지 기준으로 각각 취약계층에 대한 범주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용측면에서 일을 하고 있으나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을 취약계층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우선 세 가지 기준에 따른 한국의 취약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① 인적 속성 : 장기실업자, 여성가장, 장애인, 고령자, 청년 등
② 소득 기준 : 차상위계층, 비수급 소득빈곤층,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③ 고용 측면 - 근로빈곤층(working poor) : 취업빈곤층, 실직빈곤층, 비경제활동인구 중의 근로능력자(근로가능 빈곤층)
 
그리고 이와 같은 근로빈곤층에 대한 논의는 빈곤정책의 우선순위를 단순한 복지(welfare)의 제공이 아니라 ‘근로연계복지’(workfare)에 있다고 보며 이러한 정책적 기조 위에서 근로빈곤층을 특징짓는 본질적인 요소를 ‘근로능력’의 보유여부(박찬임 외, 2007)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을 통한 빈곤탈출의 가능성 및 사회안전망을 사회적․정책적 차원에서 제시하는 것이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제도적인 대책의 핵심이다.
 
이와 같은 검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 취약노동자에 대한 개념적인 접근 시도 중에서는 ‘근로빈곤층’ 또는 ‘노동빈곤층’을 기준으로 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편이다.
 

근로빈곤층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working’ + ‘poor’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기서 working은 개인을 단위로 한 ‘노동’ 개념이고, poor는 가구의 소득과 자산을 단위로 한 ‘빈곤’ 개념으로(노대명, 2008: 22), working poor는 가구 단위를 전제로 다양한 근로의 결합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개인은 가난하거나 무능력할지라도 다른 가구원이 높은 소득으로 인해 가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근로빈곤층은 개인보다는 가구 단위로 접근을 하고 있다.
 
 
4. 한국의 취약노동자 유형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1) 노동자 간 불공정성 문제 해소와 2) ‘양질의 일자리’(decent job) 창출이라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노동조합의 조직화 전략을 보다 정교화하기 위해서는 미조직 상태인 취약노동자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개선 전략과 제도적인 보호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현재 고용률 70%와 중산층 70%라는 70-70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현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안과 같은 노동대책은 오히려 취약노동자를 확대시켜 노동빈곤층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내수경기 위축으로 고용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고용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노조조직률 제고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취약노동자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외 선행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취약노동자 유형화에서 중요한 요인들을 정리하면, 크게 다음과 같이 4가지 유형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1) 노동시장에 편입되어 일을 하고 있지만 저소득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삶의 위험에 노출되는 저임금 노동자
2) 고용형태의 특성으로 인해 단기․임시 근로계약, 근로시간, 사용자책임 소재, 노동자성 문제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 및 차별에 노출된 노동자
3) 사용자의 회피 또는 제도의 미인지로 사회안전망인 4대 보험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회안전망 배제 노동자
4) 사회․제도적인 요인들이 개인적인 속성에 투영되어져 나타나는 취약노동자(예 : 여성, 고령, 저학력,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1) 저임금 노동자
 
우선 저임금 노동자들은 ① 반복적인 실업을 경험하는 노동자 ② 법정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영위하는 노동자 ③ 차상위 소득계층 및 노동빈곤층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2010년 8월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의 전체 임금노동자 1,590만 여명의 월평균 임금 분포에서 최저임금 이하는 292만 여명, 차상위 노동빈곤층은 580만 여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2) 고용형태 취약 노동자
 
고용형태 취약노동자는 정규직을 기준으로 ① 차별 및 고용불안에 노출되어져 있는 취약노동자 ② 사용자 책임 분산/부재, 근로자성 문제 등으로 인해 권리 침해를 받고 있는 취약노동자로 구분할 수 있다.(②는 차별 및 고용불안도 중복 가능성)
 
①에 해당하는 대상은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는 단기계약직과 임시직, 그리고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비자발적인 파트타임 노동자와 장시간 노동자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②에 해당하는 대상으로는 사용자 책임 분산 및 부재로 인해 권리 침해당하는 파견노동자, 하청노동자, 용역노동자와 근로자성 인정 여부로 고용의 취약성에 노출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있을 것이다.
 
 
3) 사회안전망 배제 노동자
 
한국의 임금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사회안전망으로는 국가와 기업이 함께 부담하는 법정복지로 4대보험, 비법정복지로 기업복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현재 4대 보험은 모든 임금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을 원칙이고 일부 예외를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직장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가 매우 많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4대보험 미가입 노동자들은 주로 사용주의 4대보험 가입 회피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노동자가 중복가입 등의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의 가입 회피로 4대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취약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유급휴가, 시간외수당, 상여금, 퇴직금 등의 비법정복지 혜택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역시 취약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4) 인적 속성별 취약노동자
 
앞서 3가지 유형은 사회제도적인 특성을 기준으로 노동시장에서 차별받고 노동조합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취약노동자이며, 이와는 별도로 개인적인 속성을 기준으로 노동시장에서 차별받고 있는 취약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적인 속성을 기준으로 취약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여성, 고령, 장애인, 외국인, 저학력, 저숙련 노동자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의 노동시장 특성을 고려하여 취약노동자를 4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와 같은 특성은 중복되어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아래의 그림과 같이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5. 결론을 대신하여
 
지난 15년 동안 한국의 노동시장은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빠르게 고용이 불안하고 저임금인 노동자들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저임금이면서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은 급속하게 늘어난 반면, 이들을 국가적인 차원, 또는 노동조합 차원에서 보호/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이고 조직적인 장치들은 사실상 미비한 채로 2000년대 이후 10여년을 경과해 왔다. 시장과 자본의 논리가 노동시장에 무자비하게 관철되면서 전개된 지난 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삶은 질적으로 후퇴하고, 노동조합 조직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동시장에서 자본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어져 오면서 노동자들의 상황은 임계점에 이르러 한국 경제와 사회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책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보다는 분노의 표출을 막아내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민간부문의 (사내)하청 확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대책,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4대보험 급여 지원 등과 같은 미봉책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재벌총수의 구속과 같은 경우에 시혜적으로 해당 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가 (부분적으로) 진행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개별적인 인식과 대응의 한계는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기업규모간 노동조건의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산업별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고용형태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열악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에 대해 비정규직, 미조직, 한계노동자, 노동빈곤층 등 다양한 용어로 접근하여 개선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운동 차원에서 조직화의 관점에서 취약한 노동자들에 대한 포괄적인 인식과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아직까지 제시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적․조직적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현안에 대한 즉자적인 대응방안에 머무를 뿐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취약노동자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았다.
 
특히 영국노총(TUC)에서 전개한 ‘취약노동자 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에서 조직노동을 넘어서는 접근과 고민을 접하고서 한국과 다른 나라의 일부 사례도 간략하게 검토를 하였다. 취약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인 차원에서 개선방안과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조직적인 대응방안을 포괄적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취약노동자라는 개념으로 시론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취약노동자의 유형화 시도에서 산업․업종별 유형화가 누락되었거나 고용에 있어서 다른 위험 요인(risk)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점들이 있을 것인데, 이는 시론적인 접근의 ‘태생적인 한계’임을 감안해주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나영선 외(2003), “지식강국건설을 위한 국가인적자원개발(Ⅱ) :취약계층 인적자원개발 방안”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유경준 외(2004) “취약계층 보호정책의 방향과 과제” 한국개발연구원
박찬임 외(2007) “취약계층 고용서비스 이용실태 및 서비스 강화방안” 한국노동연구원
 
Saunders(2003) “defining vulnerability in the labor market”_CPRN Report
DTI(2006) “Success at Work_protecting vulnurable workers”
TUC(2008) “Hard work Hidden lives”
ILO(2009) “Guide to the new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employment indicators”
ECOTEC(2006) “A Study on Policies for Involving the Social Partners in the Integration of People at a Disadvantage in the Labour Mar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