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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산재보험 50년, 어디까지 왔나? -산재보험의 흑자행진과 불안정 노동자의 구조적 배제

금속노조연구원   |  

산재보험 50년, 어디까지 왔나?
-산재보험의 흑자행진과 불안정 노동자의 구조적 배제-
 
박종식(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4년은 한국에 산재보험이 도입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의 산재보험제도는 1963년에 제정 공포되어 1964년 7월부터 제도가 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제도이다. 이후 수차의 개정을 통해서 산재보험제도의 적용을 확대하여 2000년 7월부터는 1인 이상의 전 사업장에서 산재보험제도의 적용을 받도록 규정하면서 보편적인 노동자 사회복지제도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산재보험 도입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50주년 기념 엠블럼 공모전’을 진행하고 2013년 12월에는 수상작을 선정하여 시상식도 거행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노동자들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산재불승인 사례와 같이 산재보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매우 많은 편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산재보험이 오늘날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를 살펴보고, 보다 적극적인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보험으로 정착하기 위한 과제들을 검토하고자 한다.
 
산재보험제도의 의의와 한국에서의 도입과정
 
산재보험은 산업재해의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책임을 지는 의무보험이다. 원래 사용자의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소정을 보험료를 징수하여 그 기금으로 사업주를 대신하여 피해노동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산재보험제도는 한국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에서 주요한 사회보험제도 중에서 가장 먼저 도입된 제도이다(실업보험/고용보험은 가장 마지막에 도입되는 점도 공통적). 그리고 산재보험을 국가의 강제로 추진을 하더라도 보험 자체의 원래적인 취지인 리스크 경감의 혜택을 사업주들이 직접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산재보험제도의 도입에는 가장 저항이 적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4대 사회보험 중에서 유일하게 노동자는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고 사업주만 부담을 하고 있다. 사업주만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일을 하는 동안 노출되는 다양한 종류의 ‘위험(risk)’들은 사업주가 ‘위험의 직접 생산자’이기 때문이다.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대한민국의 헌법에 따라 1953년 5월 10일에 산업재해 예방에 관련된 ‘안전과 보건’에 관한 장(章)과 더불어 사후보상인 ‘재해보상’에 관한 장이 포함된 근로기준법이 제정·공포되었다. 근로관계를 규정하는 근로기준법에 재해보상을 규정한 것은 아주 획기적이었으나 사업주가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며, 특히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복구비용과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비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사례가 많아 실제 재해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는 일시적인 비용부담을 줄이고 노동자는 확실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연대하여 책임을 분담하는 보험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점차 커져갔다. 이에 따라서 국가가 관장하는 보험제도의 도입을 여러 차례 시도하여 1963년 1월 5일 사회보장제도로서 산재보험을 발전시킬 것을 공포하였다.
 
후속조치로서 당시 보건사회부 산하에 사회보험심의위원회에서 전문 30조로 된 산재보험법 초안을 만들어 1963년 11월 5일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의결하여 1964년 7월 1일부터 사회보험으로서 산재보험제도를 시행하였다. 당시 산재보험제도의 주요한 내용으로는 첫째, 산재보험은 노동청장이 관장하고,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주는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강제 사회보험방식을 채택하였다. 둘째, 적용범위는 당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광업과 제조업으로 하고 도입 첫 해인 1964년에는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만을 먼저 적용하도록 하였고, 셋째 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전액을 부담하고, 넷째, 보험급여는 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유족급여․장의비 및 일시급여의 6가지로 하고, 다섯째 자문기구인 산업재해보상심의위원회를 두어 보험사업을 주요 정책을 심의하게 하였다(노동부, 산재보험사업연보).
 
산재보험의 적용확대 추진 과정
 
업종에 대한 적용 확대과정을 살펴보면 1964년 광업과 제조업을 시작으로 1965년 전기가스업과 운수보관업, 1969년 건설업, 서비스업, 수도위생시설업, 통신업, 1989년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도록 법을 개정하여 1991년 농업, 임업, 어업, 수렵업, 도소매업,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 개인서비스업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1998년 7월 1일부터는 금융․보험업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산재보험의 적용규모 확대과정은 1964년 500인 이상에서 시작하여 2000년 7월에서야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연도

1964

1965

1966

1967

1972

1973

1982

1987

2000

적용규모

500

200

100

50

30

16

10

5

1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산재보험은 2000년 7월 1일부터는 1인 이상 고용한 모든 업종과 규모의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보편적인 사회보험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제도가 형성된 1964년 이후 모든 노동자들이 적용을 받게 되기까지 무려 36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에서 산재보험제도의 확대 과정에 대해서 후한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산재보험제도의 사각지대
 
그리고 산재보험은 2000년 이후 법적으로 예외없이 모든 업종과 모든 규모에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여전히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2012년 근로복지공단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과 노동자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2012년 현재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은 1,825,296개 사업장이며, 적용 대상 노동자수는 15,548,423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산재보험의 적용 사업장과 노동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2012년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및 전체 사업장수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산재보험제도에서 배재된 노동자 및 사업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2012년 <전국 사업체조사>에서 한국의 사업체수는 3,602,476개이며, 종사자수는 18,578,289명으로 나타나고 있다(국가통계포털 www.kosis.kr 참고). 이와 같은 수치를 바탕으로 2012년 기준으로 사업체의 산재보험 적용비율은 50.7%이며,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비율은 83.7%로 추정할 수 있다. 종사자보다는 사업체수로 적용율을 살펴보았을 때 더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산재보험제도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역시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2012년 근로복지공단 통계연보

 

또한 산재보험의 업종별 적용노동자수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의 산재보험제도의 적용 노동자수에 허수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산재보험은 표준산업분류를 따르지 않고 산재보험료 징수를 위한 별도의 업종분류체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업종비교를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단일업종 중에서 건설업을 살펴보면 2012년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건설업 노동자수는 약 278만 여명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국사업체조사에서 2012년 건설업 총 종자사수는 약 105만 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공사에 동원되는 인력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운 관계로 산재보험료 납부를 건설공사금액에 비례하여 납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자수는 실제와 매우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한계가 근원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실제 건설노동자 약 105만여명과 산재보험 적용 건설노동자 278만여명은 격차가 매우 크다. 이처럼 건설업에서 과다 추정된 산재보험 적용 노동자수를 고려했을 때 실제 한국에서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수는 1천4백만 명 이하로, 산재보험 적용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재보험료는 적절하게 징수 및 활용되고 있는가?
 
다음으로 산재보험료 징수 및 지급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2012년도 산재보험료는 총 5조1548억 원을 징수하였으며, 이 중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보상으로 지급한 각종 급여 총액은 3조8513억 원 정도이다. 보험료 징수액 대비 지급금액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업종별 징수액 및 지급금액을 살펴보면 건설업과 임업, 어업을 제외한 다른 모든 업종에서는 산재보험료 비율이 지급액 비율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임업과 어업의 경우 대부분 영세사업장이라는 점과 보험료 지급액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업의 경우에는 지급받은 보험료와 비교했을 때 산재보험료를 제대로 징수되고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건설업의 재해위험이 높기 때문에 지급금액이 많은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건설업체들이 위험에 대한 적절한 사회보험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도 있다.

 

적용노동자

산재보험료

보험료 비율

지급금액

지급액 비율

합계

15,548,423

5,154,853

100.00%

3,851,287

100.0%

금융보험업

658,854

126,827

2.46%

26,284

0.7%

광업

13,122

64,830

1.26%

368,261

9.6%

제조업

3,778,916

1,978,280

38.38%

1,302,739

33.8%

전기가스상수도업

56,446

24,169

0.47%

11,579

0.3%

건설업

2,786,587

1,231,512

23.89%

1,285,843

33.4%

운수창고통신업

810,173

266,744

5.17%

190,790

5.0%

임업

73,759

37,431

0.73%

39,927

1.0%

어업

4,117

820

0.02%

2,025

0.1%

농업

46,489

19,886

0.39%

12,094

0.3%

기타의 사업

7,319,960

1,404,352

27.24%

611,745

15.9%

 

출처 : 2012년 근로복지공단 통계연보.

단위 : , 백만원

 

개별 업종으로 분할해서 따질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산업 차원에서 보험제도의 운영이 더욱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의 건설을 책임지는 건설노동자들의 재해위험에 대해 산재보험을 통해서 일종의 사회적인 분담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체 사업주들이 정당한 산재보험료를 내고 있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도 지적할 수 있다.
 
다음으로 2008-2012년 최근 5년 동안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료 징수금액과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금액을 살펴보도록 하자. 2008년 이후 5년 동안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보험료로 징수한 총 금액은 23조 9850억 정도이며, 이 중 노동자들에게 산재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지급한 각종 급여 -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상병보상연금, 유족급여, 장의비, 간병급여, 직업재활급여 - 총액은 5년 동안 17조 8854억 원 정도이다. (산재보험료를 바탕으로 급여지급 이외의 사업들도 하고 운영경비도 써야 하겠지만) 지난 5년간 산재보험료 징수 및 지급에서 약 5조원 가량의 금액이 보험료로 지급하지 않고 쌓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의 경우 지급률이 71.5%로 매우 낮았다가 이후 다소 높아져서 74~6% 정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년도

산재보험료(a)

지급액(b)

(b/a)*100

2008

4,788,650

3,421,885

71.5%

2009

4,675,150

3,463,141

74.1%

2010

4,599,384

3,523,734

76.6%

2011

4,766,947

3,625,397

76.1%

2012

5,154,853

3,851,287

74.7%

누적합계

23,984,984

17,885,444

74.6%

 

출처 : 2012년 근로복지공단 통계연보.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