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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조선산업 사내하청의 확산과 공정별 현황

금속노조연구원   |  

조선산업 사내하청의 확산과 공정별 현황
- 9대 조선해양업체 사내하청 10만 명 돌파, 그들은 어떤 일을 하는가?
 
박종식(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조선산업은 지난 30여 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몇 차례의 구조적인 위기를 경험하였지만, 과감한 설비투자와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2000년대 이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조선업 국가로 등극하게 되었다. 하지만 2008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세계 무역규모가 크게 감소하면서 조선산업의 전방산업인 해운업의 급격한 위축과 함께 세계 조선산업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이웃한 중국 조선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한국 조선산업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이와 같은 위기 하에서도 한국의 조선산업은 여전히 저력을 발휘하면서, 선박의 대형화, 친환경적인 선박수요 증가,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상이라는 환경 변화에 가장 앞서 대응하면서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조선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입장에서는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힘든 점들이 많다. 1990년대 초반까지 조선산업 노동운동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주요 중대형 조선소들에는 거의 대부분 노동조합이 건설되었지만, 회사에 대한 집단적인 대응은 점차 약화되어져 왔음을, 즉 조선산업 노사관계에서 회사의 주도권이 점차 강화되어 왔던 지난 20여년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중소형 조선소들의 경우 노동조합의 결성 시도를 하기도 전에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중대형 조선소에서는 원청인 직영 노동자들보다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인력이 급격하게 팽창해왔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내부에서 고용형태에 따른 분절과 ‘분단노동시장’의 속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십년이 넘게 노동조합운동의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선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데, 2002년을 기점으로 기능직 중에서 직영보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수가 많아졌으며, 이후 직영 대비 사내하청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내하청의 폭발적인 증가 경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알고 있지만, 변화의 양상과 원청업체 내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주로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이슈페이퍼에서는 2014년 8월 말에 발행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2014년도 조선자료집>과 정의당 심상정의원실에서 2014년 국정감사 기간에 확보한 <10대 조선소 사내하청업체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산업 원청업체별 하청업체 수 및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현황을 확인하고자 한다.
 
9대조선소 사내하청, 사상 처음으로 10만 돌파
 
우선 2013년 조선해양플랜트협회 9개 회원사들의 인력현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앞서 기능직 중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는데, 이와 같은 경향은 2013년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9대 조선소 기능직 직영 노동자수가 전년대비 277명 감소한 것에 반해 기능직 사내하청 노동자수는 전년대비 14,669명이 증가하였으며, 1990년부터 기능직 사내하청(하도급) 인력 현황을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사내하청 인력이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능직 대비 하청 비율((하청/기능직)*100)은 1990년 고작 21.2%에 불과했으나 2013년도에는 무려 294.1%로 기능직 중 직영 한 명 당 사내하청이 거의 3명에 이르고 있다. 이웃 일본 조선산업에서는 한국의 사내하청과 유사한 개념이 사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2013년 사내공과 사외공은 각각 13,261명, 24,218명으로 사내공 대비 사외공의 비율은 182.6%이며, 이 비율이 가장 높았을 때에도 21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014년도 조선자료집> 81쪽 참고). 일본의 조선산업과 비교했을 때도 한국 조선산업에서 사내하청은 2000년대 이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능직 중에서 지나치게 사내하청 중심으로 기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직영 기능직의 경우 1997-8년도 외환위기로 인한 사업부서에 대한 구조조정이 한차례 진행된 이후 전체 규모는 3만 5천-3만 7천여 명 수준에서 약간의 증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직영 기능직의 경우 고령 노동자들이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 그 빈자리만 채우는 수준에서 적정 인력 규모를 유지하는 인력 운영 전략을 실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직영 기능직의 일정 규모 유지 및 사내하청의 확대 전략은 노동조합운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자. 직영 기능직을 적정 규모로 유지하는데 있어서 2000년대 이후 대부분 조선소에서 원청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발탁채용’을 하는 관행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소수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직영 기능직으로 전환되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정규직화’는 ‘원청 빽들간의 전쟁’으로 매우 어려워지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 중에서 30대 중반이 지나면 사실상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는 포기한 채 살아가게 되면서 기능직 노동시장의 분절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은 발탁채용의 관행으로 인해 젊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및 사내하청업체에 대해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사내하청 노조 등에 대해서 거리감을 두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내하청 노동의 블랙홀 : 해양 사업부
 
그렇다면 이와 같이 한국 조선산업 인력 현황에서 사내하청이 급속하게 증가한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선 <표 1>에서 최근 3년 동안(2011-2013) 직영 대비 사내하청 인력 비율은 거의 1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2014년 조선자료집>에서는 2007년 이후 인원현황을 사업부서별로 <조선-해양-기타>로 구분해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사업부서별 인원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해양의 물량은 ‘빅3’라고 지칭하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서만 소화를 하고 있으며, 나머지 업체들은 극히 소수의 인원만 해당되기에 빅3를 중심으로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조선사업부의 경우 직영 기능직은 2007년 20,813명에서 다소 감소하여 2013년에는 19,210명이며, 직영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인력이 조선사업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몇 년동안 가장 주목을 받았던 조선업체들의 해양사업부의 기능직 직영 인력은 2007년 3,171명에서 2013년에는 3,888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대규모 해양플랜트 공사를 대거 수주한 사실과 비교하면 해양사업부서의 직영 기능직의 증가폭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사내하청을 부서별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조선사업부의 사내하청 인원은 2007년 31,837명으로 직영의 약 1.5배 규모에서(대형 조선소의 사내하청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13년에는 41,397명으로 직영의 2배를 넘어섰으며, 만 명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내하청의 증가는 2010년 이후에도 빅3의 조선사업부는 꾸준히 성장해온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해양사업부의 사내하청 인력은 2007년 12,442명에서 2013년의 경우 35,576명으로 2만 3천 여명이 증가했으며, 6년동안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양사업부의 사내하청은 빅3 사이에서 약간 차이가 있는데, 해양사업부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서 사내하청이 각각 15,578명, 13,761명이고, 삼성중공업은 6,237명으로 상대적으로 해양의 사내하청 규모는 적은 편이다. 늘어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약 2/3 가량이 해양사업부에서 증가했으며, 심지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조선사업부의 사내하청 인원보다 해양사업부의 사내하청 인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2000년대 후반 이후 주로 해상시추를 목적으로 한 해양사업부의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6년 동안 기능직의 경우 해양사업부에서 사내하청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인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직영과 하청을 함께 고려했을 때 해양사업부의 폭발적인 성장을 확인할 수 있으나 여전히 조선사업부가 빅3 업체들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빅3 기능직 노동자들의 사업부서별 전체인원 대비 하청 노동자들의 비율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가장 인원수가 많은 조선사업부의 경우 사내하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60.5%에서 60%대 초반이었으나 2012년 69.2%로 비중이 급증하였다가 2013년에는 68.3%로 약간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사업부에서도 사내하청 비중이 60% 정도에서 7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양사업부의 경우 과거부터 사내하청 비중이 높았다. 과거부터 해양사업부는 별도로 존재했지만 해양사업부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았으며, 따라서 일시적으로 대규모 인원이 필요하면 사내하청을 통해서 생산을 진행하고, 해양사업부 직영의 경우에는 일감이 없을 때는 타 부서로 전출을 가서 일을 하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부터 해양사업부는 사내하청의 비중이 높았으며, 2007년에도 이미 조선사업부보다 월등하게 높아서 사내하청의 비중이 79.7%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도에는 비중이 다소 줄어들었으나 이후 해양사업부에서 사내하청 비중은 계속 늘어나 최근 2년 동안 약 10%가 증가하여 2013년도에는 해양사업부 인원 중에서 사내하청 비율이 90.1%가 되었다. 조선업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해양은 열에 아홉은 하청”이라고 설명하던 바가 그대로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중소형 조선소의 침체와 빅3 사내하청 쏠림 현상
 
빅3 조선업체의 사내하청 인력은 지난 6년 동안 약 조선과 해양, 기타를 포함해서 약 3만 5천여명이 순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빅3 조선업체의 사내하청 인력은 어떻게 충원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대부분 중소형 조선소들에서 일을 하던 직영 기능직과 하청 기능직들이 빅3의 하청으로 편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조선산업이 2000년대 초반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2000년대 중반에는 중형급 조선소들이 대거 설립되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 조선소들은 대부분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곧바로 운영을 중단한 경우들이 많다. 그리고 중소형 조선소들의 경우에는 주력선종이라고 할 수 있는 벌크선, 중소형 컨테이너선, PC선 등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상당수 업체들이 부도가 나서 폐업을 한 경우들이 속출하였다(21세기 조선, 삼호조선, 대한조선 등). 또한 한진중공업의 경우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건설하면서 국내 물량이 바닥을 치면서 인력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SLS 조선의 경우 이국철 회장의 방만 경영으로 인해 물량이 대거 취소되고, 이후 신용도 하락으로 신용장 발급이 어려워지면서 2014년 현재 사실상 휴업 상태에 놓여있다.
그 결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서 집계하고 있는 주요 중형 조선사들의 고용규모는 2009년 정점일 때 21,793명에서 2013년도에는 12,417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한진중공업의 경우도 지난 6년 동안 직영과 사내하청을 합쳐서 약 5천여 명 인력이 감소하였으며, 신아sb 역시 2천명 가까운 인력이 대거 퇴출되었다. 따라서 이처럼 줄어든 인원들이 거제와 울산의 빅3 업체들로 대거 이동하였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선산업의 인력의 빅3업체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체 회원사 중에서 빅3(현중, 대우, 삼성)의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청과 직영을 구분해서 집계한 1990년과 비교해봤을 때 전체 기능직 직영 노동자 중에서 빅3업체 소속의 비율이 1990년도에는 78.3%에서 2013년에는 78.8%로 약간 증가했으나 큰 변화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직영 기능직의 약 78%가 빅3업체 소속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내하청의 경우 1990년도에는 빅3 업체에서 일하는 비중이 68%였으나 2013년도에는 78.1%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빅3업체들이 인력 규모 면에서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직영 기능직의 경우에는 차지하는 비중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대신, 사내하청은 크게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직영의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다고 평가했던 과거와 달리 2010년 이후에는 대형조선소인 빅3 업체들도 사실상 사내하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는 해양사업부서의 확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청업체별 사내하청 업체수 및 인원 현황
 
조선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규모 및 추이에 대해서는 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연도별 <조선자료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원청업체별 하청업체의 수 및 공정별 하청노동자들의 배치 현황은 파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2014년 국정감사 제출자료인 <국내 10대 조선사 협력업체 현황> 자료를 통해 원청업체별 하청업체수 및 사내하청 노동자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회원사는 2013년까지는 9개 업체였으나 2014년 상반기 성동조선해양이 회원사로 가입하여 총 10개 업체이다. 하지만 <2014년도 조선자료집>에는 2013년 현황을 제공하고 있기에 성동조선해양의 자료는 누락되어져 있다. 그리고 심상정의원실에서 확보한 10대 조선사 자료는 협회 회원사 중에서 대선조선이 빠져있고, 대신 성동조선 및 SPP조선이 포함되어져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앞서 확인한 전체 사내하청 규모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또한 조사시점에서 2013년 말과 2014년 상반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먼저 10대 조선소의 하청업체 수를 확인한 결과 10대 조선소의 하청업체는 총 948개로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상반기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업체가 271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순서로 많았다. 그리고 기능직의 경우 사내하청업체로만 인력을 활용하는 SPP조선이 하청업체가 총 99개로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편 사실상 휴업상태인 신아sb와 2014년부터 다시 국내생산을 시작한 한진중공업의 경우 사내하청업체 및 하청노동자수는 미미한 수준으로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10대 원청업체의 하청노동자수는 총 113,988명으로 나타나 앞서 조선협회 자료와 마찬가지로 하청노동자의 규모는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 수 역시 현대중공업이 가장 많았으며, 업체수와 마찬가지로 대우, 삼성의 순서이며, 미포조선이 네 번째로 하청노동자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업체별 평균 하청노동자수는 빅3의 하청업체들이 대체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노동자수와 달리 대우>삼성>현대중공업의 순서로 업체당 100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중공업과 신아sb를 제외하고 SPP조선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의 사내하청업체들은 업체당 평균 노동자수 40~60명 수준으로 하청업체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조선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공정별 인원을 살펴보았다. 공정에 대해서는 회사별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이 일정 정도 차이가 나고, 또한 회사별로 공정에 대해서 세분화한 정도가 차이가 나타나고 있어 일괄적으로 비교를 하기 위한 표를 만드는 작업은 대단히 어려웠다. 또한 분류가 애매한 경우들도 있고, LNG사업부, 특수선 사업부 등과 같이 사실상 공정분류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기타와 미분류라는 변수를 임의로 만들어서 분류 작업을 하였다. 따라서 이와 같은 뚜렷한 한계를 고려하고서 공정별 사내하청 분포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먼저 기본 분류에서 가장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공정은 도장공정으로 19,079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업체수 또한 141개로 가장 많았다. 조선소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는 배의 틀을 잡아나가는 조립 및 탑재 공정에서 용접 및 검사, 사상 작업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료를 사용하면서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의 도장작업은 폭발 및 질식의 위험이 있어서 조선소에서 가장 유해 위험한 작업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도장공정은 과거부터 직영 노동자들이 가장 꺼리는 업무 중의 하나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약 16% 정도가 도장공정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조선산업에서 직영업무가 사내하청으로 넘어가면서 위험 역시 전가되는 속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배관 및 전기전자 업무로 각각 54개 업체 14,089명, 84개 업체 12,573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선박에는 무수하게 많은 파이프들이 설치되기 때문에 배관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기전자 업무는 선박건조 작업 과정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고 또한 선박 내 전기공사를 담당하는 업무는 하청의 형태로 활용하기가 무척 용이하여 전기전자 공정은 일찍부터 조선소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많이 활용하던 업무이기도 하다.
다음은 조립이 77개업체 9,304명인데, 사실 세분화된 대조립과 소조립, 그리고 탑재까지 포함한다면 조립 공정에서 일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약 2만 3천 여명으로 도장공정보다 더 많은 규모의 하청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조립공정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은 용접 및 검사, 그리고 마무리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그라인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조선소 생산현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업무로 가장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공정이기 때문에 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조립과 관련된 공정에서 일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관철공정 6.8%, (철)의장공정 6.1%이다. 의장공정은 전체 작업공정의 진행에 맞춰서 파이프 및 철의장 제품들을 생산하는 것으로 조립공정과 함께 조선소 작업에서 병행해서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는 필수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목의장 또한 넓은 의미에서 의장공정이라고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조선소 작업 중 넓은 의미에서는 지원업무에 해당되면서 추락사의 위험이 가장 큰 업무가 족장/발판 작업이다. 이는 다른 조선소 노동자들이 고소작업을 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발판 및 계단을 제작하여, 선박 외부에 설치하는 작업으로 매우 위험한 작업으로, 이 또한 거의 모든 조선소에서 사내하청업체에서 담당을 하고 있다. 족장/발판 작업을 하는 사내하청업체는 45개, 사내하청 노동자는 5,458명(4.8%)인 것으로 나타나 족장/발판 작업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역시 무시하지 못할 규모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소 사내하청 10만 시대, 노동조합운동의 과제
 
한국 조선산업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증가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조선산업의 구조변화(조선->조선 및 해양)와 함께 원청업체의 인건비 절감과 탄력적 인력운용 목적, 나아가 힘들고 위험한 공정을 사내하청으로 넘기는 것에 대해 현장에서 원청 노사간의 암묵적인 담합 등 여러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기능직 직영과 사내하청의 수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사내하청이 증가하고 있을 때부터 작업장 내에서 사내하청의 지나친 활용에 대한 규제의 흐름이 있었어야 하는데, 사내하청 노동자수가 직영 노동자의 거의 3배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경로의존’(path dependancy)의 경향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조선소 원청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서 집단적인 대응의 통로를 확보하고 있으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뿐 아니라 원청업체를 자주 옮겨다니면서 노동조합을 통한 조직적인 대응조차 사실상 전혀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직영 노동자들의 노조 참여와 대비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잦은 이동성은 둘 사이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자주 옮겨다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기술적인 숙련을 쌓아나가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며, 이는 충분한 숙련기술자들을 확보해야만 하는 조선산업의 특성상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노동조합운동 차원에서는 조선산업 사내하청 노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특히 사내하청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원청 직고용 요구를 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조선산업의 고용 상황은 노동조합운동의 입장에서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심정으로 하나씩 단계적 과제들을 발굴하여 실천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첫째, 지금이라도 불법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 특히 불법파견의 소지가 매우 다분한 원하청 공동작업의 경우 공정별 직영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한 높은 기술적인 숙련을 요구하는 핵심적인 작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재직영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용자측 입장에서도 불법의 시비에서 벗어나고 장기적인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요구조건이 될 수 있다.
둘째, 위험하고 힘든 공정들에 사내하청 노동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공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특히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이는 사내하청이 작업장 차원에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재직영화를 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단위사업장 내부에서든, 단위사업장 외부에서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운동을 직영 노동자들이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조선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잦은 이동’을 이유로 단위사업장 차원에서의 조직화, 즉 1사1조직화보다는 지역 또는 직종별 조선산업 사내하청 조직화가 더 바람직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조선업종 직영노조가 파업을 하고 싶더라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지원과 연대가 없다면 파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직영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의 단결력과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를 마련해야만 한다.
넷째,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의 대응과 함께 산업적 차원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사내하청노동의 확산에 대한 대응방안과 개선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의 대응으로는 노동조합이 각개격파를 당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따라서 산업적 차원에서 발전방안까지 아우르는 전망을 바탕으로 산별 차원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방안과 처우개선, 고용불안에 대한 해소방안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