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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공단조직화와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

금속노조연구원   |  

공단조직화와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
 
이유미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공단에 밀집한 전자부품업체들은 공단에 밀집해 있으며 대기업에 범용부품을 납품하는 다단계 하청업체들로서 상시적인 단가인하 압력에 놓여있다. 이런 조건은 전자하청업체들이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고용하고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수익전략으로 삼게 한다. 그 결과 전자산업 노동자들은 근속이 짧고 공단을 전전하고 있어 사업장별로 노조설립과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자산업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서 지역조직화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사업장 하나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공단 전반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전자업체가 밀집된 공단은 불법이 난무하여 최소한의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공단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투쟁이 유동하는 공단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집단적 투쟁과 조직화를 위한 매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근로기준법 준수투쟁이란, 노조가 일상적으로 해오던 근로기준법 위반 상담이나 이를 매개로 한 사업장 노조 설립, 또는 공단에서 근로기준법 준수협약 맺기 등과는 다른 방식을 의미한다.
 
근로기준법 위반사업장을 압박하고 그 과정에서 개별조합원 가입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안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노동조합은 공단의 노동실태를 분명히 파악하고, 근로기준법 위반사업주를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과 고소고발, 개별조합원을 위한 교육 및 활동 프로그램 기획, 개별조합원과 공단 노동자들의 인맥을 형성하기 위한 소모임 꾸리기 등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1.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의 필요성
 
지역조직화의 다양한 경로가 있겠으나, 개별조합원 가입을 통해 지역차원의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또한 지역협약은 노조법의 정의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에서 다수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협약으로 보고자 한다. 노조법 상 지역협약이란 하나의 지역에 일하는 동종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될 때 효력이 발휘된다. 지역협약을 노조법처럼 정의하면 지역협약 체결의 현실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도 한다. 하나의 지역과 동종근로자의 범위가 논란의 소지가 있으며, 동종노동자 3분의 2이상이라는 규모 역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역협약을 체결한 건설노조의 사례를 보면 법적인 요건에 구애받지 않고 노동조합의 힘으로 협약내용을 관철시킨다. 이처럼 지역 협약을 노동자의 집단적 힘으로 효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다양한 실천경로를 구상할 수 있다.
 
법적요건에 구애받지 않더라도 지역협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공단의 다수 노동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지역협약을 체결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단 노동자의 집단적인 투쟁과 노조가입이 필요하다. 지역협약은 공단에서 확대되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투쟁의 결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과정으로 공단노동자들이 집단적 투쟁의 경험을 통해 노동조건 개선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고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사업이 기획되어야 한다. 그것은 특정 사업장 의제가 아니라 공단 노동자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의제이어야 하며, 공단 노동자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되는 것이 관건이다.
 
공단에서 공감을 살 수 있는 의제는 공단노동자들의 경험하는 유사한 노동조건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자산업은 탄력적 생산이 경쟁력의 핵심적인 부분인데, 이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 유연화를 전제로 한다. 특히 하청업체들은 원청으로부터 지속적인 단가인하 압력에 놓이기 때문에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다단계 하청구조를 활용한다. 노동비용 절감을 위해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일상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전자업체가 밀집된 공단은 무법천지라고 볼 수 있다.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지만 노동자들 다수는 파견업체를 통해 취업한다. 업체들은 소사장제를 통해 도급으로 위장하거나 파견업체를 6개월 단위로 바꿔 눈속임을 하고 있다. 또한 노동비용 절감을 위해 무료노동을 시키기도 한다.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시킨다거나, 업무시간 종료 이후에도 청소를 시킨다거나 하면서 무급노동시간을 늘이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하청업체들은 물량쏠림이 심해 일이 많다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노동자들에게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휴업수당은 거의 지급되지 않으며 오히려 연차를 강제로 소진하도록 강요한다. 임금 역시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일도 발생한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포괄임금제를 연봉제라는 이름으로 도입하여 초과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공단에서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반대로 근로기준법이 준수만 되어도 노동조건을 전반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로기준법위반 상담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매개로 사업장 조직화를 한다. 또한 지역 상공회의소 등과 근로기준법 준수 협약을 맺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개별조합원을 공단에서 조직하는데 적합한 방법으로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을 새롭게 기획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서 법적판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스스로 행동해 공단의 불법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위축되어 있는 공단노동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반격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을 통해 공단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면, 집단적인 투쟁과 조직화의 가능성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 방법
 
건설노조는 지역협약을 체결하고 불이행 사업장을 타격하여 협약의 효력을 유지한다. 협약유지의 핵심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사업장을 강제한다는 것인데, 공단 근로기준법 준수투쟁 역시 이를 참조하여 공단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준수를 강제하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단에서 상징성 있는 근로기준법 위반업체를 선정해 휴업수당 지급과 같은 요구를 걸어 타격투쟁을 하고, 준수약속을 받아내는 투쟁을 공단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법이다. 즉, 근로기준법 준수투쟁이 강제력을 발휘하도록 기획하자는 것이며 공단에서 이러한 강제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협약 없이 협약의 효과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사용자단체가 구성되지 않았고 노조와 직접적인 협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으로 공단에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는 노조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경험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성공적으로 확산된다면 집단투쟁과 조직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업체를 강제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가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력을 발휘하는 방법은 첫째로 노동을 중단하는 파업이 있다. 파업은 노동자가 교섭력을 확보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근로기준법 준수투쟁 초반에는 활용하기 어려운 전술이다. 파업으로 교섭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해당 업체에 조합원이나 파업에 동의하는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어야 하고, 이들이 일정규모가 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파업이 가능하지 않으며 계약해지 등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록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 초반에는 쉽지 않지만, 투쟁이 공단 전반으로 확산되는 시점에는 집단파업을 통해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노동공급을 방해하는 방법이다. 공단에서 노조가 노동시장을 장악하여 근로기준법 위반업체에 노동공급을 끊어버리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위반업체로 선정된 사업장과 거래하는 파견업체 타격을 통해 위반업체의 노동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 공단 파견업체는 다수가 미등록 불법업체다. 이들 업체를 신고해서 노동자파견을 못하게 하거나, 해당 파견업체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파견업체 타격은 위반업체로 선정된 사업장의 물량이 몰릴 시점일수록, 이직이 잦아 안정적 노동력 공급이 중요한 업체일수록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셋째로 사회적 여론으로 압박하는 방법이 있다. 서비스업체나 소비재를 판매하는 업체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 매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회적 여론이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공단 제조업체들은 사회적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 대다수 업체들은 제품을 납품하는 원청의 눈치를 볼 뿐이다. 따라서 사회적 여론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기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사업체와 그곳에 노동자를 공급하는 파견업체의 평판을 나쁘게 만드는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위반사업장을 압박할 수 있다. 해당 업체, 파견업체에 대해 ‘돈 떼먹고, 법도 지키지 않는 불법(파견)업체 가지말자’는 공단여론을 형성한다면 앞서 설명한 노동공급을 방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는 위반사업장의 원청이 대기업일 경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방법도 가능하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업체가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는데 이를 묵인하고 있음을 폭로하여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 압박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근로기준법 준수를 강제하는 방법은 위반업체나 파견업체를 타격해 노동력 공급을 방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투쟁이 확대되면 집단파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동력 공급을 방해하는 방법은 근로기준법 위반업체와 파견업체의 불법을 고발하는 것과 불법업체에서 일하지 말자는 공단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사실 불법파견업체가 공단에 널려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업체를 문제 삼는 게 노동자들의 공감을 사기 어려울 수도 있다. 관건은 공단노동자들이 만연해 있는 불법을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본보기를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도록 노동자들의 여론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타격할 사업장을 정하는 것과 의제를 선정하는 작업부터 공단노동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공단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근로기준법 위반사항,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위반사항, 노동자들이 경험한 공단 악덕 사업장을 설문조사 등으로 파악해 손봐줄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주에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악덕업체로 선정된 곳에 불법적으로 파견하는 업체를 타격하는 것이다.
 
결국 근로기준법 위반 사업장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노동조건을 일부 개선하여 유인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비록 노조의 요구조건과 다른 것이라도 이 역시 근로기준법 투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당연히 위반사업장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성과다. 노조는 이러한 결과를 공단에 선전하여 노동자에게 노조를 통한 집단행동으로 노동조건 개선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어차피 이직이 잦아 지금 속해있는 사업장만 바뀐다고 노동조건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시야를 공단으로 확대하고, 노동조합에 참여하는 것으로 공단의 노동조건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공단 사업주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면 타격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압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업장을 타격해 근로기준법 위반을 시정하는 투쟁은 거의 캠페인사업에 가깝다.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힘으로 사업주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밖에 있는 노조와 연대단위의 고소고발과 공단 여론형성으로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노동조합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공단에 정착시키겠다는 신호를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의미가 있다. 온갖 불법과 비인격적인 대우를 체념하고 있는 공단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근로기준법 이하로 후퇴 시키는 것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노동자들도 불법에 맞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 결과 노동조합이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노하우 전수하는 곳으로 인정받기 시작할 때, 투쟁이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사업장 시정이라는 성과를 보면서 노동조합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느낀 노동자들이 조금씩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난 뒤에 조합원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을 기획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개별조합원에게 어떤 역할을 주고 어떤 조합원 정체성을 형성할 것인가이다.
 
3. 개별조합원의 정체성과 역할
 
근로기준법 위반 사업장 타격투쟁이 몇 군데 성과를 내면, 노동조합으로 다양한 상담문의가 밀려들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회사도 문제가 많으니 와서 싸워달라는 요청, 법률자문을 받고 싶다는 요청, 노조 설립하고 싶다는 상담 등이 쇄도할 것이다. 여기서 노조는 사업장별 현안에 대응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역할을 주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조합원에게 기본적인 상담과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조합원 교육과 소모임 등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유는 해당시기 노조의 위상과 관련되어 있다. 공단에서 노조는 아직 조합원의 임금 고용을 당장 책임질 수 없는 상태다. 지역협약을 염두에 둔 상황이지만 교섭 상대도 구성되지 않았고 협약도 없다. 현재로서는 노조가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도록 강제하는 공단 근로감독관이자 노동 상담소로서 역할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공단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는 데 노동조합이 필요하며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 노동자들이‘최소한 법으로 보장된 권리는 보장 받자. 적어도 뭐가 불법이고 합법인지는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 더럽고 치사한 꼴을 보느니 싸워보고 딴 데 간다. 딴 데 가더라도 이것만은 꼭 손보고 간다.’고 생각한다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공단에서 일종의 노동자 근로감독관이자 근로기준법 준수 자경단으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 활동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노조 체계가 사업장을 기반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개별조합원을 위한 노조의 프로그램이 취약한 상황이라 지역조직화를 위해서 새롭게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조합원 교육이 중요한데, 노동자들이 그동안 모르고 당했거나 알고도 문제제기 하지 못한 권리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 성희롱 등 현장과 밀접한 사안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면서 조합원들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고 공단에서의 대응 방안을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합원 토론에서 제기된 내용을 토대로 근로기준법 위반사업장 타격 대상과 의제를 선정한다면 조합원들이 공단투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 동시에 조합원들의 구체적인 활동을 제안해야하는데, 현장에서 노동자 권리를 지키는 노하우를 조합원들이 서로 공유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퍼뜨리는 것을 주요활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노조가 공단에서 근로기준법위반 사업장을 타격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찾아가면 현장에서 권리 찾기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고 입소문을 내는 것이다. 여기에 공단의 인맥을 형성하는 것이 뒷받침 되면 좋다. 공단 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자주 이동하지만 거기에서 맺은 인연을 유지하며 서로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인맥을 만든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인맥을 광범위하게 형성하여 서로 친목을 다지고 정보를 교류하면서 소모임을 꾸리는 것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공단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이 분위기를 타고, 조합원들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을 때 현장에서 자발적 실천을 기획할 수 있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불편해하거나 못마땅해 하는 문제에 대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십 명이 일하는데 화장실 칸은 적고, 쉬는 시간도 짧아 불만이었다면 화장실 칸 수를 늘리라는 요구를 조합원이 동료들과 주도해서 관철시키는 것이다. 또는 관리자의 성희롱이나 폭언에 항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쉬는 날도 없이 특근을 강요할 때 집단 잔업거부를 시도하는 등의 집단행동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조합원의 역할은 노조가 공단에서 가지는 위상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직 노조의 존재감이 미약하고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도 시작단계에서는 조합원들의 역할 역시 인맥을 형성하고 권리 찾기 노하우를 공유하는 역할을 넘어서기 어렵다. 하지만 공단에서 노조의 위상이 확고해지고 조합가입이 늘어나는 국면이라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사업장에서 위법행위를 파악해 동료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상담하는 역할을 하고, 조합원이 무리지어 있는 회사에서는 집단행동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노조와 연대단위들이 주축으로 상징적인 투쟁을 만들던 초기와 달리, 조합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면은 공단노조의 위상이 공고해졌다는 의미이자 근로기준법 준수투쟁이 집단투쟁으로 발돋움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공단여론으로 사업장을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서 조합원들과 공단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으로 근로기준법 준수를 강제하도록 투쟁이 기획되어야 한다.
 
4. 근로기준법 준수투쟁 의제
 
노동조합의 강제력이 공단에서 확대되는 것은 일종의 공단 노동표준을 확립하는 효과를 낳는다.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은 임금과 고용 노동시간 등에 걸쳐 다양한 의제를 제기하자는 것으로 공단에서 무급노동 근절, 휴업수당 쟁취, 강제연차 소진 금지 등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불법파견업체 퇴출, 산업안전 요구, 최저임금 등도 주요한 의제로 삼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의제 중에서 최저임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투쟁방법으로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타격하는 것, 최저임금 인상을 수당삭감 등으로 상쇄시키는 사업장 타격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현재 최저임금 미만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014년 8월 기준 227만 명으로 12.2%에 달한다.(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공단에도 최저임금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고정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판결 이후에 공단에서 최저임금보다 기본급이 높던 업체들이 기본급을 최저임금으로 낮춰 임금인상효과를 상쇄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저임금 인상에도 유사한 대응을 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공단에서 최저임금위반/인상분 상쇄 업체를 색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타격투쟁을 기획하는 것이다. 해당 업체 노동자 상담과 체불임금 소송을 지원하며 조합가입을 유도하는 한편 공단에서 취업거부하자는 여론전을 벌이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편 금속 최저임금을 개별 조합원 가입계기로 활용하는 방안도 시도할 수 있다. 물론 금속 최저임금의 효력범위는 금속산업 사용자단체에 포함된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로 한정되어있다. 하지만 거꾸로 금속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조합원의 기본시급에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금속노조가 사업장에 설립되면 사업주에게 금속산업사용자단체에 가입해 중앙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계기로 개별조합원 가입 확대를 시도해 볼 수 있다.
 
5. 소결
 
공단에 밀집해 있는 전자산업하청업체들의 노동실태는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이 공단을 유동하고 있어 사업장별 접근보다는 공단 전반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준수투쟁은 개별 노동자의 법률상담이나 협약체결 방식과 달리, 위법사업장에 대해 노동조합이 규제력을 발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파업이나 대사회적인 여론압박이 용이치 않아 불법파견업체 타격 및 위법사업장에 대한 공단에서의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방식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개별조합원을 모집하고 이들이 자발적 공단 근로감독관과 같은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 활동방식을 제안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의 투쟁은 노동조합의 다양한 시도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사업장단위 조직화가 아니라 지역조직화에 적합한 의제설정 및 사업진행, 개별조합원 조직화와 활동방식 개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공단노동자들의 구체적 요구를 의제로 삼을 수 있도록 공단 실태조사와 일상적이 상담이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