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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금속노조 현장간부 재생산의 위기와 현장조직력 약화

금속노조연구원   |  

금속노조 현장간부 재생산의 위기와 현장조직력 약화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부터 전 국가적 차원에서 전개된 노동시장 유연화 및 경제구조 개편은 과거 기업별 노조체계에 기반하고 있던 민주노조 진영에 위기감을 불러오면서 산별노조로의 전환 및 조직통합을 거세게 압박했다. 1994년 전국과학기술노조, 1998년 보건의료노조, 2001년 금속노조 출범 등으로 본격화된 산별노조운동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으로, 200439.4%를 기록했던 우리나라 전체 조직노동자 대비 초기업노조 소속 조합원 비율은 2013년 말 55.7%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며,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전체 가맹단위 조합원의 79.9%가 초기업노조에 속해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산별노조의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다양한 비판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혹자는 조직형식이나 조직운영 측면에서만 산별노조일 뿐 교섭권이나 쟁의권 등 기업별노조가 갖고 있던 핵심권한은 여전히 기업단위에 온존해있다며 우리나라의 산별노조가 아직까지 무늬만 산별이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같은 업종에 있던 여러 기업노조들이 단일한 조직체계를 갖춤에 따라 한편으로는 특정 산업업종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결집성을 높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와 같은 탈업종적 성격의 지역연대활동이 위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도 있다. 심지어 노동조합 간부들과 달리 조합원이 산별노조 건설의 전략적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는 계기는 거의 없었으며 이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관여된 특수한 조건에서만 산별노조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최근 수년 간 노동조합 안팎의 여러 환경조건의 변화를 계기로 산별노조의 현장조직력 누수가 보다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복수노조제도 시행 이후 급격히 증가한 기업노조 설립과 기존노조 조합원의 이탈 및 소수노조화를 들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만 하더라도 20117월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된 이후 16개월 만에 25개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됐고 그 중 18개가 소수로 전락했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 누구도 쉽사리 노동조합 간부를 맡으려고 하지 않는 노조간부 기피 현상, 노조간부의 일상화된 연임-중임 및 임단협 중심의 관성화된 조직운영, 조합원들의 저조한 집회파업 참석 문제 등은 오늘날 노동운동 활동가라면 누구나 그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공연한 사실이자 산별노조의 현장조직력이 약화되고 있는 증거들이다.

 

이 글은 우리나라 산별노조가 조직의 근간이 되는 현장에서부터 조직력 약화를 깊이 체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며, 현장간부 재생산의 관점에서 현장조직력 약화의 배경과 원인을 조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서 현장간부란 산별노조 중앙이나 지역이 아닌, 각각의 단위사업장을 대표하는 임원 및 집행위원과 사업장 내 대의원을 지칭하는데, 산별노조의 현장조직력을 분석함에 있어 이들 현장간부의 재생산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게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 산별노조의 조직체계에서 현장간부가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와 역할 때문이다. 노조 중앙이나 지역지부처럼 초기업적 상급단위에 속한 간부들은 노조 전체나 특정 지역에 속한 사업장 전체를 활동반경으로 삼지만 현장간부는 기본적으로 지역지부나 산별노조체계 안에서 자기 사업장 조합원들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대변한다. 게다가 초기업단위의 상근간부가 대부분 노동조합이 채용하는 간부인 데 반해, 현장간부는 자신들이 속한 사업장의 조합원들로부터 선출된 또는 그렇게 선출된 대표자가 임명하는- 간부이자 동시에 조합원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점에서 기층의 조합원에 대해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산별노조 중앙이나 지역에서 사업이나 지침을 추진할 때 조합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가 하는 것은 이들 현장간부들의 의지와 노력에 좌우된다.

 

둘째, 현장간부의 조직 내적 매개역할이 산별노조의 추동력에 관건으로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집단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소홀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간부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기업의 고용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노동조합 간부들, 즉 노동조합 중앙이나 지역단위에서 직접 채용하는 간부들에게 주로 집중해왔으며, 현장간부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장간부 재생산이 위기에 봉착하게 된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이 연구는 그동안 노동조합 연구자들이 다소 간과해왔던 -그러나 노동조합 내 그 어떤 집단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집단을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보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필자의 20156월 한국사회학회 전기학술대회 발표문을 요약-수정한 글입니다. 글의 전문은 파일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