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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붕괴와 노동자 민중의 과제

한선범 / 박근혜정권 퇴진 범국민행동 언론담당
금속노조연구원   |  

지난 9월 25일, 백남기 농민께서 운명하셨다.

시신을 탈취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의 정예병 수천 명이 몰려왔고, 반대편에서는 시신을 지키기 위해 수백 명의 의용군들이 달려왔다. 비록 수백 명이었지만, 옥쇄를 각오한 결사대였다. 수백 대오의 결사 저항에 박근혜 정권의 정예병들은 움찔했고, 이후 사인을 ‘병사’로 조작해 대오를 무너뜨리려는 우회전술을 썼지만 의용군과 함께 의대생, 법조인, 기자, PD, 노동조합 등 지원군이 달려와서 실패했다. 정권이 주춤하자 의용군의 숫자가 급속히 불어나기 시작했고, 야당들도 달려왔다. 지난 4년간의 폭정에 분노를 쌓아가고 있던 국민들은 이 공방전에서의 승리에 고무되었고, 대반격으로 예고된 11월 12일 총궐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서울대병원의 공방전이 정권의 패배로 마무리 되어가고 있던 10월 24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폭탄이 박 정권 진영에 떨어졌다. 정권 변두리에서 정국을 주시하고 있던 비박 부대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조중동마저 합세한 융단폭격에 박근혜 정권은 치명타를 입고 뿔뿔이 흩어졌다. 국민들과 함께, 11월 12일을 준비하던 총궐기투쟁본부도 신속히 추격을 시작했다. 그제서야 4년 내내 우왕좌왕하던 야당들도 성문을 열고, 도망치는 박근혜 정권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공격과 방어의 경계선인 루비콘강을 국민과 총궐기투쟁본부는 지체없이 건넜으나, 야당은 강가에서 한 번 서성이면서 진군 속도가 매우 느렸다.

도망친 박근혜 정권은 마지막으로 남은 청와대 성으로 쫓겨갔다. 패잔병들의 수는 적고, 사기는 땅에 떨어졌으나 성채는 견고했다. 이들은 성채의 견고함을 믿고 항복을 거부했고, 국민이 성채를 포위한 채 맹공을 퍼부었다. 20만, 100만 그리고 200만이 참여한 파상 공세에 성벽의 일부가 무너지고 수비 대열이 무너지며 근위대장이 도망치려 하고 있다(민정수석, 법무부장관 사표). 근위대들이 공공연히 불만을 쏟아내고 있고(국정교과서 사실상 철회 방침). 패잔병들은 박근혜가 왜 항복하지 않는지 불만을 쏟아내며 살아남을 궁리를 하고 있다.

파상 공세로 성벽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성내 진입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느리게 행군해 그제서야 성 앞에 도착한 야당들이 ‘탄핵’, “규범과 절차에 따른 공격을 해야 한다”며 공격을 멈추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박근혜의 운명을 왜 헌재에 맡겨야 하느냐”, “황교안이 권한대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거칠지만 현재의 상황을 비유해보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박 정권에 대한 분노가 통제된 그들만의 권력투쟁을 넘어 항쟁으로 이어지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처한 각 진영은 사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수습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1. 미국 : 미국은 우리나라의 체제적 측면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힘이지만, 현재 자기 앞가림에 급급한 상황이다. 신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언론, 사회 지도층(기득권층)의 십자포화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분노를 업은 채 기득권 후보 힐러리를 꺾고 당선되었으며, 오바마 정권은 임기말 레임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군부, 월가 모두 그와의 관계설정을 위해 극히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오바마 정권의 입장이 “누가 되건 한미동맹은 영속적”이라는, 박이 쓰러져도 상관없다는 투였음은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한다.

다만 그들의 입장에서 지엽적으로, 군부는 트럼프의 신고립주의가 고착화되기 전에 사드와 한미일 삼각동맹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사드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강행으로 나타나고 있다.

2. 박근혜 정권 : 박근혜 정권은 완전히 고립된 채 지난 4년간 써 온 정권 방어책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역부족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 최순실 사태 이후 ‘기춘 대원군’이 다시 복귀해 강공을 펼쳤으나 오히려 국민의 분노만 더 샀고 200만 촛불을 자초하였다. 최근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퇴는 김기춘과 그 뒤에 있는 수구세력들조차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박근혜를 버린 채 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정국의 중요 고비마다 움직여 온 국정원은 ‘내부 비선’ 문제가 터지며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 상황으로 보이며(많은 이들이 “국정원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 하고 있다. 관성적인 사업 외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군부 내에 죽음을 각오하고 100만 촛불에 대적하려는 제2의 전두환이 나타나는 징조 역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3. 비박 : ‘최순실 사태’라는 공작을 통해 박근혜 정권에게 결정타를 날렸으나, 국민적 분노의 폭발에 의해 주도권을 빼앗겼고, ‘공범’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큰 타격을 받은 수구세력을 보존,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절차(탄핵)를 통해 이미 스스로 세력화 한 국민을 배제한 채, 야당과의 야합과 참신한(?) 대선주자의 영입을 통해 보수대연합 등 정국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

4. 야권 : 가장 국민의 분노를 받아 안아야 하고,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헛발질만 계속하며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 발생 이후 국민의 분노에 편승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박 정권과의 타협(거국내각, 영수회담, 퇴임 후 안전보장 운운 등)을 통해 국민의 분노를 희석시키려 시도하고 있으며, 박 정권과의 타협이 불가능해지자 이제는 비박과의 타협을 통해 투쟁의 열매만 얻으려는 염치없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 분노에 떠밀리고 떠밀려 내놓은 것이 고작 촛불을 끄려는 ‘탄핵’이다.

노동자 민중의 과제. 현재 정국은 민중적 지향이 내포된 ‘국민 혁명’국면으로 볼 수 있다. 200만 촛불 중 대다수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주권자로서의 분노로 광장에 나왔다. 물론 백남기 투쟁, 노동개악 저지투쟁, 민중총궐기가 이 국면을 열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민생 악화에 대한 분노가 높다는 점,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제기한 13대 요구안들이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민중적 지향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은 200만 촛불과 함께 국민혁명의 과정에서 권력의 일주체로 참여하고, 이후 그 힘으로 민중적 지향이 담긴 총궐기 13대 과제 등을 관철해야 하며, 이후 더 커진 힘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와 통일을 책임져 나가야 한다.

민의를 상징하는 200만 촛불과 가까운 세력은 누구인가? 누가 민의를 대변하고 있는가? 야당이 아니라 현재 집회를 주최하고 있는 광장 세력, 바로 우리 노동자 민중이다. 200만 촛불과 완전한 일체는 아니지만 가장 가깝고, 그래서 현재 시국의 제1의 정치세력이다.

증거는 많다. 언론은 마치 주요 정당과 국회의원을 대하듯 국민행동의 계획과 일정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고, 심지어 26일 당일 “비가 온다”며 걱정해 주기까지 했다.

야당은 집회에서의 발언 기회를 얻으려 애쓰고 있으며, 국민행동이 반대한 추미애의 영수회담은 좌초되었다. 가장 노회한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박지원이 국민행동과의 비상시국회의 구성에 반대하고 있다. 왜 그런가?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또 다른 정치세력이 이미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비박과 야당의 최우선 고민은 어떻게 하건 광장의 촛불을 끄고 국민이 차려놓은 밥상을 차지하는 것이며, 그러한 시도가 바로 ‘탄핵’이다.

탄핵은 이미 거의 쓰러진 박근혜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킬 뿐이며, 그마저도 불확실하다.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라 할 수 있는 비박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헌법재판소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저들이 ‘법적 테두리 내에서의 해결’을 운운하는 것은 200만 촛불을 배제하겠다는 의도이다. 왜 아니겠는가? 비박과 야당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며, 촛불의 소멸이다. 먹고 살기 힘들고, 전쟁 나면 최대 피해자가 되며, 폭압에 움츠려 있는 민중은 박근혜 치세를 놔 둘 수 없으나, 야당들은 박근혜 퇴진에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민중의 분노가 정치세력화 하는 것을 막는 데 급급할 뿐인 것이다!

노동자와 민중은 이 중차대한 국면을 스스로 주도하고 있다는 자각과 책임감을 가지고, 이 국민혁명을 완수해야 한다. 노동자와 민중이 지난 4.19와 6월항쟁 당시처럼 죽 쒀서 개주지 않으려면, 별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숟가락만 올리려 드는 저들에게 철퇴를 가해야 하며, 200만 촛불을 대표해 권력에 참여해야 한다.

박근혜를 즉각 퇴진시키고, 촛불을 대표하여 야당과 대등한 지위에서 비상시국 기구를 구성하며, 황교안 등 수구 잔당들을 몰아낸 뒤, 지난 4년간의 적폐를 척결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후 총리도 우리가 추천하고, 200만 촛불을 대표하여 과도정부에 일주체로 참여한 뒤 명실상부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을 종식시킨 힘으로, 과도정부의 일주체로서 야당을 끌고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위안부야합을 파기하고, 친일독재미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자. 전쟁불사의 대북적대정책을 화해교류정책으로 바꿔내자.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고, 백남기농민 사망 책임자를 처벌하며, 일반해고와 파견직 전면 확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조선산업 대량해고를 저지하자. 끝없는 ‘묻지마 FTA’와 농민 희생을 종식시키고, 시대착오적 개발논리에 근거한 빈민 탄압과 환경 파괴,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키자.

이를 위해서는 ‘탄핵’이 아니라 ‘박근혜 즉각 퇴진’을 관철해야 하며, 항쟁을 계속 지속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 민중은 200만 촛불과 함께 스스로 권력이 되기 위한 장도에 올랐다.

이제 시작이다. 삼국지로 보면 현재는 초반부로, 反동탁 연합군이 동탁군(박근혜 세력)을 물리친 상황이다. 이후 反동탁 연합군은 어떻게 되었는가? 권력의 쟁패를 놓고 일전을 벌여 조조가 위를 세우며, 손견-손책-손권이 오를 세우고 유비-관우-장비가 촉한을 세워 삼국시대를 연다. 향후 정국은 이렇게 <가장 정당성은 약하지만 권력적 수단이 많은 비박>, <가장 유리하지만 우왕좌왕하는 야당>, 그리고 <법, 제도적 기반은 약하지만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민중의 촛불>의 군웅할거 삼국지가 될 것이다.

“감히 우리가 승리해도 되는가?”, “감히 우리가 권력을 잡아도 되는가?”라는 주저함을 떨쳐 버리자. 긴 호흡으로 대열을 정비하고, 민주주의 쟁취, 민중권력 쟁취라는 간절한 꿈의 실현을 위해 전진하자. 우리 노동자 민중이 절대 다수이며, 현재 제1의 정치세력이며, 이 나라의, 새 역사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