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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사각지대, 시화공단

공계진/ (사)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금속노조연구원   |  

경기도 시흥시에 시화공단(공식명칭 시흥스마트허브)이 있다. 입주업체가 11,404개이고 그 중 10,890개가 가동중이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100,467명(시흥안산스마트허브 지역 산업동향, 시화노동정책연구소, 2018.9기준)인 대규모공단이다. 그러나 300인 이상 사업장이 10개에 불과하고, 그래서 1개 업체 평균고용인원이 9.3명(가동업체 기준)에 불과한 중소영세사업장 밀집공단이다.

 

‘작은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작아서 너무 약한 곳이 시화공단이다. 울산 제조업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384.7만원일 때 제조업 중심의 시화공단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244.9만원에 불과하다. 전국의 노동시간이 42.1시간으로 줄어들 때 시화공단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47.2시간으로 오히려 늘었다(2018년 시흥시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즉, 작아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곳이 바로 시화공단이다.

작아서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300인 이상 10개의 사업장에는 노동조합이 있지만 그 이하 규모의 사업장에는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유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50인 이하 사업장이 전체의 99%에 이르지만 이들 사업장에 노조가 있는 곳은 거의 제로로 수렴된다. 그래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시화공단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을 개선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이 모두가 작아서, 힘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남들이 도와주면 그나마 좋으련만 작은 곳에 대한 남의 도움은 거의 없다. 남들 중 그나마 시화공단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이 민주노총이지만 불행히도 시화공단은 민주노총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민주노총 산하조직으로 금속노조가 있다. 시화공단은 주로 제조업이고, 기계금속과 전기전자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곳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금속노조의 조직대상이지만 금속노조 역시 이곳을 사각지대에 두고 있다. 금속노조의 전략조직화 사업으로 전기전자업종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거기에 활동가 1명을 배치했지만 사업의 중심은 반월공단에 머물러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전기전자업종 조직화 담당으로 배치한 활동가는 시흥안산지역에 상근하기보다는 수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으로 확대해서 살펴보면 더 한심하다. 시흥시 전체적으로 약 19만명의 노동자들이 있고, 그중 시화공단에 10만명 이상이 집중되어 일하고 있지만 이곳에 민주노총 조직이 없다. 그 결과 시화공단이 있는 시흥시 정왕권(시흥시 정왕동 일대)은 민주노총 안산지부에서 관리하고, 시흥시의 또 다른 권역인 신천권(시흥시 신천동 일대, 구도시)은 발음도 어려운 민주노총 부천시흥김포지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안산지부는 반월공단 중심이고, 부천시흥김포지부는 부천 중심이기 때문에 시흥지역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신음하고 있다.

 

시흥지역의 민주노조운동을 살리기 위해 작게는 금속노조 경기지역지회 시흥안산일반분회가 건설되었고, 민주노조 중심으로 ‘민주노동자 시흥연대’라는 것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지만 사각지대의 한계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다. 단적으로 시흥안산일반분회의 분회장이자 시흥연대 의장은 시흥에서 근무하지 않고, 안산에서 근무한다. 시흥안산일반분회의 사무장은 1주 1회 시흥에 오지만 주 활동무대는 안산이다. 부천시흥김포지부는 그나마 더 험하다. 그 지부는 시흥지역 노동자 사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얼마전 경기도 의회에 갔다가 민주노총 경기본부 부본부장을 만나 ‘왜 시흥시에 민주노총 시흥지부를 만들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민주노총 지부 건설 기준으로 볼 때 시흥시에 지부를 건설한 요건은 충족되어 있기 때문에 지부를 만들어야 하지만 만들지 않고 있어서 질문한 것이다. 나의 질문에 대한 부본부장의 답은 ‘어이상실’이었다. 지부를 건설하면 유급의 사무차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개 시를 묶어서 관리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지금처럼 가겠다는 것인데, 민주노총 경기본부 주요간부의 작은 사업장밀집지역에 대한 시각이 엉망임을 확인하는 질의응답이었다.

 

조합원이 늘어 재정사정이 나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돈을 써야 할 곳에 돈을 쓰지 않겠다는 민주노총. 그래서 시화공단 노동자들은 상당 기간 민주노총의 사각지대에 머물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며 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상태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노동조합의 기본원칙은 모든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여 노동자들의 경제, 사회, 정치적 지위를 향상시키자는 데에 있다. 이것을 떠나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제 작은 공장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노총의 조합원이 100만을 넘어 200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정리하며 필자는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이제 민주노총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작은 공장 밀집지역 시화공단에 눈길을 돌리는 사업입안과 돈과 사람 배치, 그리고 조속한 민주노총 시흥지부 건설을 간절히 제안’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