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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 시기 노동운동

김성혁 /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금속노조연구원   |  

코로나 확산과 장기 침체

 

10월 들어 하루 확진자가 4~50만 명을 기록하는 가운데 코로나19 2차 창궐이 본격화 되었다. 추위에 강한 바이러스는 남아공화국, 브라질 등 여름이 가까워진 남반구에서는 약화되었으나, 겨울이 다가오는 유럽, 북미 등 북반구에서는 지난 4월 충격처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치사율은 감소되었지만 확진자 수의 증가(누적확진자 수가 연내 5천만 명 돌파 예상)만으로도 거리두기와 이동의 중단이 수요와 공급 동시 감소를 가져오므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현재 120만 명의 누적사망자 수는 대규모 전쟁 시에나 발생할 수 있는 숫자이다.

 

미국은 천문학적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로 달러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대면산업인 서비스 부문이 큰 타격을 받았다. 4월 실업률이 14.7%로 치솟았고 2,000만 명 이상이 실업보험을 받았으며 9월 실업률도 7.9%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 고용이 회복되려면 매월 30만 건씩 일자리가 증가할 경우 41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불룸버그). 정부가 초기에 신속하게 3조 달러를 부양하여,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유지되었고 기업 대출, 만기연장 등으로 위기를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재창궐로 상반기에 제공한 부양책이 거의 소진되었고 가계 소득보전과 기업 유동성 공급 등 추가 부양책이 절실한 상태에서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여야의 대립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에서 코로나 피해가 작다고 하지만 수출 충격과 취약계층의 피해가 누적되면서 위기가 상존하고 있다. 수출증가율은 코로나 이후 두 자리 수로 하락했다가 9월에 플러스로 전환했으나 10월 20일 현재 다시 –5.8%로 하락하였다. 3분기 경제성장률(전년동기비)도 –1.3%를 기록했고, 1~8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0%로 1998년 IMF 때 68%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무역 충격으로 조선산업이 다시 침체하고 있고 철강산업도 장기 침체이다. 자동차부품사는 10개 중 6개가 적자이다. 현대·기아차가 3분기 깜짝 실적을 보였으나 세계적 수요부진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한국경제는 3분기에도 반등했다고 보기 어렵다.

 

 

<제조업 가동률 연간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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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각 년도

 


미흡한 정부의 지원 정책

 

정부는 추경 등을 통해 재정정책, 금융정책 등으로 약 350조 원을 투입하였으나, 대부분이 금융기관과 기업에게 지원되었으며, 중소상공인, 자영업, 노동자들은 매우 제한적인 금액을 지원받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여행업, 관관운동 등 8개 특별고용지원 업종은 지원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였지만 제조업, 도소매, 시설 및 사업지원 등 다른 업종들은 9월 말로 종료되어 무급휴직이나 대량 해고가 시작될 수도 있다.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힘이 국가 채무 증가를 지적하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반대하자,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 위기가 1997년 IMF 사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월등히 큰 충격이라고 밝히고 성장률 둔화와 국가채무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취약계층에게 실속 있는 지원은 여전히 느리고 규모도 작다.

 

실제 경기부양을 위해 공급한 자금들은 생산적인 곳으로 가지 않고 주택, 주식 등으로 몰려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급증’, ‘주식투자 증가’에 따른 계열사인 증권사 실적호조로 인해 신한, 하나, 우리 등 금융지주회사들은 3분기에만 총 3조 5,512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또한 한국판 뉴딜로 정보통신기업 지원, CJ대한통운·롯데·한진 등 택배업체 최대 호황, 기업 대출과 세제 혜택 등으로 정부의 코로나 대응 경제정책의 수혜자는 금융권과 대기업이며, 노동자·서민과 자영업자는 소외되어 있다.

 

산업재편과 구조조정

 

한편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화가 비대면 산업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빠른 배송이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축소되어 유통과 물류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노동을 중개하면서 8시간 노동과 회사로 출퇴근이 사라지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호출노동이 증가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독과점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있다. 불안정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사회보험과 안전규제가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제조업에서도 디지털화와 자동화의 증가로 숙련 노동자들이 단순노동이나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오프라인 영역의 축소와 폐쇄로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 관광업에서는 매장의 축소 등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 외주·분사, 전환배치 등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홈플러스(사모펀드 소유)의 일부 점포 폐점 매각 등이 추진되고 있다.

 

제조업에서도 코로나 시기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해외로 공장이전, 위장폐업, 투기적인 인수합병 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대우버스(자일대우상용차), 한국게이츠, 한국산연 등에서 공장폐쇄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과 현대위아 등에서는 하청·비정규직 폐업·해고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금동결과 복지 축소 등 노동 양보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동의 대응

 

코로나19가 내년 상반기 중 진정된다고 해도, 경제 회복까지는 4~5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화와 비대면 산업으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이에 따른 산업재편과 구조조정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다.

 

노동운동은 우선 대책 없는 노동양보론, 구조조정 등을 막아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과감한 정부지원, 생존권을 지킬 수 있게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코로나 시기 노동자 생존권의 마지막 보루인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는 어떤 개악안도 용납할 수 없다. 모든 산업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연장’하고 코로나 시기 ‘해고 금지’를 명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중단·회수해야 한다. 금융기관이나 자산계급에게 집중되는 통화정책보다는 구체적 대상을 초점으로 한 과감한 재정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업장 단위로 임금과 고용 방어에 그치지 말고, 총연맹과 산별노조 차원의 공세적인 교섭과 투쟁이 필요하다. 산업재편에 개입하여 산업·업종별 사회적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일시적 국유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외국인투자기업과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 규제’, ‘노동시간단축·소득보전·고용유지’ 등으로 산업발전과 노동보호를 꾀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화에 따른 ‘공정한 전환’을 보장하고, 숙련의 개념을 공정 전반을 이해하고 고장시 대처능력으로 확대하여, 재숙련화를 강화하여 사람에 대한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진영은 거시경제에 대한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증폭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조세와 재정정책’, ‘중소기업 지원정책’, ‘사회안전망’ 등을 제대로 구축하도록 개입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