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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완료된 정책인가?

이명규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금속노조연구원   |  

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분야 국정과제 중 으뜸과제는 단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하 정규직 전환 대책)’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2017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대통령 방문을 기점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이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이제 ‘마무리’ 수순인가? 이제 ‘전환’은 됐고, ‘처우개선’으로 넘어가는 걸까?

 

나는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책이 여러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한 긍정적 정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대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정말로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 정책엔 ‘정해진’ 수명이 있고 그 수명이 올해로 끝이라는 사실을 어느 지자체 노동정책과 담당자와의 대화 속에서 알게 되었을 때 밀려온 실망감은 너무나 컸다.

 

정부의 보도자료(2020.8.27. “3년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8만 5천명”)에 따르면 정부가 3년간 전환 결정한 비정규직 인원은 19만 7천여명이고, 완료된 인원은 18만 5천여명으로 각각 목표대비 96.0%, 90.4%의 달성률이다. 이 얘기인 즉, 이제 결정대비 미완료 인원만을 전환 완료한다면 정규직 전환 대책은 수명을 다하는 셈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20만명 가까이 정규직이 됐으니 성과는 성과지만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에 문제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지자체의 정규직 전환 실적 결과만 별도로 <표>로 제시하고 우려되는 부분을 언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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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실적을 강조할 수 있는 지표를 너무 내세운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가령, 정부 발표는 계획 대비 전환결정 인원이다. 이러다보니 17개 광역시도 중 서울, 대구, 대전, 경기, 충남을 제외한다면 국정과제를 100% 이상 달성한 셈이니 상 받을 일이다. 하지만 17개 시도의 2017년 실태조사 결과의 상시지속인원 대비 계획률을 보면, 전국 평균은 상시지속업무 대비 49%에 불과하다. 상시지속업무에 정규직 원칙이 무색하다. 2명 중 1명은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방치한다는 뜻이다. 나는 몇 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컨설팅을 하면서 계획인원 숫자가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회피의 결과’에 가깝다는 것을 체험했다. 지방정부라고 해서 하등 다를 이유는 없다. 물론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실태조사와 전환 시점의 차이로 인하여 ‘종료된 사업’도 있고, 자발적 미전환자 등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둘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엇박자이다. 상시지속업무 대비 계획률을 보면, 지방정부 49%, 교육기관 30% 인데, 중앙정부는 84%, 공공기관은 71%로 계획 자체에서 차이가 난다. 안타깝게도 정부발표 자료에서는 상시지속업무 종사자 중 계획인원에 미포함된 인원의 ‘사유와 규모’에 대해서 자세히 밝히고 있지 않다. 가이드라인 절차상 ‘전환결정기구’가 상시지속성을 판단하거나 종합적으로 전환 여부를 판단했을 텐데 지방정부에 유달리 ‘적용 제외자’가 많을 이유는 무엇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가? 지방정부에서 적용제외자가 절반이라면 ‘적용제외자’ 기준을 더 엄격히 해야 하고, 만일 적용제외자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조사하여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지방정부는 2020년을 기점으로 중앙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집행을 마감하는 듯하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중 절반은 여전히 비정규직일 것이고, 기간제일 경우 ‘9개월만 넘기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고용관행은 변치 않을 것이다.

    

지방정부에 ‘정의의 검’을 들이댈 자는 누구인가? 당연히 노동조합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방정부 소속 노동조합만으로는 지역 여론의 정당성을 얻기 쉽지 않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노동조합의 ‘연대’가 지방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나아가 노동정책을 날카롭게 파고 들어야한다. 나는 ‘연대’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집단에게 부여되는 세상을 바꿀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