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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임금" 사회보험료 논쟁에 적극 나서자!

금속노조연구원   |  

“제2의 임금” 사회보험료 논쟁에 적극 나서자


 

                                                        이상동 자문위원(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사회보험료 인상에 개입하지 못하는 노동조합


 


4월부터 고용보험료가 20% 인상되었다. 노동자의 월급 통장에 찍힌 액수는 많아야 수 천원에 지나지 않은 탓인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지나갔다. 여기에는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재빨리 보험료 인상을 결정토록 한 탓도 있다.


사실 노동부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면서 하는 행동에 비하면 귀엽게 봐 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1천만이 넘는 노동자들의 4월 급여명세서에 건강보험료 추가 납부액이 10만원 넘게 찍힐 것이라고 하니 황당하기 그지없을 따름이다.


현재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의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은 보험요율의 결정이나 보험사업 등에 관해 별도의 (사회적) 심의기구를 두고 있다. 노동자의 대표들도 참여하도록 되어 있는 이 심의기구는 ‘노사정 위원회’가 갖고 있는 사회적 협약(혹은 사회적 파트너십)의 취지가 들어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기구들은 노사정 위원회의 경험에서도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경제위기 시에 권력이나 기업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되어 작동되는 경향이 강하며, 노동자의 이익은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강한 대중 동원력이 뒷받침될 때만이 노동조합으로서는 이러한 기구들을 전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교훈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적 논의 틀에의 노동조합 ‘불개입’ 또는 ‘사실상 방조’가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 남는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특히 ‘사회임금’의 결정이 완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시장임금, 또는 1차임금은 기업별, 산별 임금협상이라는 제도적 틀로 그나마 다루어지고 있어 이미 형식화된 노사정 위원회나 최저임금 위원회의 효용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사회보험 등으로 분배되는 2차임금을 다루는 제도적 틀은 각종 보험위원회와 심의기구가 유일하다. 최근 불붙고 있는 복지논쟁에 대해 노동계는 입버릇처럼 ‘노동이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사회임금’ 복지에 대한 개입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노동계 내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치 전략을 두고 ‘국가 수준의 중앙 집중’과 ‘기업 수준의 현장 중심’ 시각이 논쟁을 벌여 왔다. 이 논쟁이 건설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용어 자체의 개념에 집중하기 보다는 우리가 처해 있는 정치경제적 맥락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조건에서는 일반적으로 1차 임금의 확보에 집중하는 전략이 사회임금의 하락과 (이로 인한 소득 재분배의 약화로) 노동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 심지어 노조 조합원들은 소득세의 인하에 찬성하는 일반 국민들의 정서에 동조하게 된다. 소득세의 하락, 또는 각종 소득공제의 확대는 1차 임금의 순 수입(net pay)의 상승에 기여하지만 소득 재분배는 약화시킨다.


 


노조는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


 


한국의 노동조합 전통은 제조업 생산직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이 부문은 정치적으로 보다 진보적이고 조직률도 높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조직률로만 보자면 공공부문이 최고 노조의 지위로 올라서고 있다. 반면에 민간 부문이나 소규모 기업의 조직률은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


대표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노동조합 운동의 최대 관심사는 청년, 단시간, 저숙련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저임금 부문의 산업인 영세서비스업이나 건설업 등도 노동 대표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들은 1차 임금이 낮을 뿐만 아니라 사회임금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노동조합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개입력을 높이고자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부족한 전략적 역량은 자본에 대한 노동의 지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서 더 높은 지위가 보장되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고자 한다면 우리는 연결된 각각의 꼭지를 별개의 것으로 보고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여야만 한다. 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노동조합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 과제가 아닐까 한다. 


조합원들의 즉자적인 임금 요구에 부응하고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으로부터 탈피하여 장기적 시각에서 정치적 전략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활동으로 이동해 가야 할 것이다. 점차 경제적 권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대쪽에 국가 수준에서 대응할 필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