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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 한국GM노조가 안보인다. 전략과 정치의 영역을 확장하자!

금속노조연구원   |  

한국GM 노조가 안보인다. 전략과 정치의 영역을 확장하자

 

 

김승호 노동연구원 자문위원(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정치적이라 할 때 정치는 음습하다. 비공식과 뒷거래를 연상시키며 공조직의 어두운 그늘을 엿보게 하는 언어로 쓰인다. 전략은 어떠한가? 전략적이라 할 때 전략은 겁나 먼느낌을 준다. 당장의 현실에는 써먹을 데가 별로 없는, 그래서 늘 입에 붙이고 다니기는 하지만 립서비스용으로 더 많이 써먹는 말이다. 오죽하면 조직중에서 가장 전략적 사고를 강조하는 기업체에서조차 전략은 선반용이라 하겠는가. 그러나 그럴수록 전략은 필요하고, 특히 해마다 지도부가 바뀌고 그 밑으로 사람이 드나들면서 연속성이 희박해져 가는 조직일수록 전략적 사고가 더욱 필요한 법이다.

 

최근 금속노조를 겉으로만 보면 과거의 침체를 한꺼번에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현대-기아 공동투쟁을 알리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집회도 열었다는 소식이다. 금속노조 자체가 과거의 현총련을 연상시키듯 현대기아그룹 소속사의 비중이 높고 현대그룹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도 현대-기아 공동투쟁에 대한 기대나, 강조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현대-기아공동투쟁강조되어서는 곤란하다.

 

현대-기아의 공동투쟁은 집행부의 의기투합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그것 뿐이다. 집행부의 의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기제도, 과정도, 노력도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2가지 문제를 낳는다. 짧게는 현대-기아 공투의 토대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과 따라서 성공 가능성과 범위가 확대되겠는가하는 우려를 낳는다. 그리고 이 2가지는 깊이 연동되어 있다. 누군가 어떤 일의 바로미터가 되면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엄청난 정치적 압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정치적 압력과 반발은 대체로 비례관계에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려는 당사자는 더욱 치밀한 노력과 집중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 중의 하나가 정치적 압력을 분산시키면서 자신의 집중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GM2012년 금속노조의 투쟁에서 주요한 주체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2008년 완성차의 산별교섭 준비위원회의 구성 당시 한국GM과 쌍용자동차의 정치적 역할과 의미를 생각하면, 전략적 관점에서라도 금속노조의 보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향후 금속노조의 교섭전략이 중앙교섭과 업종교섭 혹은 완성차교섭 등 이원화된 체계를 고민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금속노조를 구성하는 조직들의 편성과 활용에 있어서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이러한 전략적 사고를 현실화시키는데 필요한 정치의 영역을 고민해보면 좋겠다. 흔히 공동투쟁을 만들어내려면 그에 걸맞는 정책과 요구, 방침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뒤집어 생각해보면, 사실 요구가 없거나 정책이 없어서 공동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만은 아니었다. 공동투쟁의 당사자들이 움직이지 않았거나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을 지레짐작해서 그 정도 수준에서만 금속노조가 움직인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당사자들을 움직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전히 정책과 요구와 방침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테지만, 사실은 조직을 움직이기 위한 정치가 더욱 필요했던 것일 수 있다. 이는 현재진행형인 것처럼 보이는 현대-기아 공투의 조직과정을 보면 정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정치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현상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을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정치적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음모적이라는 냄새를 맡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직의 지도자가 최상층에서 뭔가를 합의하기 위해 하는 조직내-조직간 정치를 생각해보면 이는 전략과 협상과 조직화의 모든 과정이 녹아있는 총체적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신문에서 읽은 G20 국제회의의 과정 하나. ‘G20 주무장관들은 G20 정상들이 발표할 의제를 다루기 위해 하루 먼저 입국했다’. 이것이 주는 의미는 최정상들의 역할은 모여서 주무장관들이 합의한 의제를 승인하고 밥먹고 사진찍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노동조합도 이와 비슷해야 한다. 설혹 출발은 위원장과 지부장의 결정에 의해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과정과 마지막 장면은 위의 그림과 비슷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기아 공투는 집행부만 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투의 주체는 내부적으로 확산되어야 하고, 내부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조직과 여러 의견그룹과 핵심적인 활동가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만드는 것이 정치다. 이들은 금속노조가 정한 방침만으로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지부 집행부가 이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집행권한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동등한 입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의 협조를 얻지 않으면 집행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쌓여온 관행을 하루아침에 뒤집기는 너나할 것 없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정책과 방침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하고,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금속노조 지도부와 유수한활동가들의 전략적 사고가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