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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근혜 정부의 뻘짓을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

금속노조연구원   |  

박근혜 정부의 뻘짓을,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

 

 

정일부(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많은 노동자들이 참으로 오래간만에 긴박한 상황을 맛보았다.

더욱 재미있고 신났던 것은 마지막의 극적 반전, “새벽에 나가셨는데...”

 

박근혜 정부의 계속되는 뻘짓

 

작년 말 대선 이래, 박근혜 정부의 뻘짓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권 초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상식선은 회복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뻘짓은 오히려 끝을 모르고 증폭되고 있다. 불법적인 대선개입과 빤스 스캔들부터, 이어지는 공약파기와 철도·교육·의료 민영화 밀어붙이기, 전교조와 전공노 억압에 이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만행이 민주노총 침탈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선은 이제, 무도한 박근혜 정부의 노동탄압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국민적인 저항 분위기로까지 올라오고 있다.

 

누구든 불법적인 국가폭력 앞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은 안녕하십니까대자보를 통해 확인된 공감의 정도를 넘어, 일반 시민들을 분노케 하는 상황이다. 그 오래된 한국노총조차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하는 마당이다. 단지 철도민영화 문제 하나에 그치지 않고, 불통하는 박근혜 정부를 더 이상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사회분위기로 발전해가고 있다.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이렇게 뻘짓이 난무하는 정국에서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제대로 돌파할 수 있을까? 법을 어기면서까지 노동자를 짓밟는 정부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단순무식한 불통과 불법적인 폭력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만한 힘이 노동조합에 있느냐를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동운동 위기란 말조차 구태의연한 단어가 된지 오래고, 금속노조는 커녕 양철노조란 자조도 오래전부터 회자되어 왔다. 그렇다면 어떤 힘으로 이 상황을 넘어서야 할까?

 

민주당이 더 이상 대안세력이 되기 어렵다는 건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표로 확인된 사실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진보정당들 역시 지리멸렬하고 있어 기대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시민단체들에 이 정국을 돌파할 힘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그럼, 촛불? ‘안녕대자보? 하지만 2008년 촛불 이후 그 한계는 명확히 드러났고, ‘안녕대자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다수의 시민들이 들끓고 있다는 사실일 뿐이다.

 

결국 조직되어 있는 집단, 그 중에서도 탄압에 훈련되어 온 집단만이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힘이다. 우리나라에서 그것은 노동조합 밖에 없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흐름이 변했다 해도, 세계적으로 둘러볼 때 그 희망의 중심은 금속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금속 노동자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금속노조는 지금 정국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기는 한 걸까? 분명한 것은, 자기 조직을 저렇게 무도하게 짓밟는데도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이미 노동조합운동을 포기한 것이란 사실이다. 오랜 세월 욕해왔던 한국노총도 나서는 마당에, 민주노총 중심이라는 금속노조가 조직적인 행동을 못한다면, 이 조직에 대해 도대체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일반시민조차 분노하는 상황인데 정작 탄압받고 있는 본인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그건 더 이상 쓸모없는 조직이란 사실을 입증하는 것밖에 아니지 않는가?

 

돌파할 때의 방향과 목표는?

 

금속노조가 정국을 돌파해나가는 데에 어떤 정책이나 전략이 필요한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총파업이 되든 간부투쟁이 되든 혹은 지역집회가 되든 조합원교육이 되든, 전체 전선은 어떻게든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제도권 안에 갇혀 있을 수 없는 정세이기 때문이다.

 

설사 민주노총에서 이끌어가는 지침들이 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금속노조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주변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다니고 있는 사업장과 살고 있는 동네에서, 특히 금속노조 안에서 함께 움직이기 힘겨워 하는 지부·지회가 있다면, 그곳에 집중해서 함께 집회를 만들고 같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공장이 만약 그런 곳이라면 함께 할 수 있도록 모든 조직 단위와 개인적인 관계를 움직여서 밀착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내가 소속된 모임부터 만나서 힘을 북돋아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협동조합처럼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곳에는 반드시 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등등, 우리가 관계하고 있는 지역의 기관들은 너무나도 많이 널려 있지 않은가?

 

단지 파업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시민들이·주민들이 함께 나설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전선의 성격도, 철도민영화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불평등하고 억압된, 우리들 생활의 제반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불법·폭력 앞에 위협받기 때문 아닌가? 지금 필요한 것은, 안녕 대자보에 순식간에 수십만의 호응이 있었듯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 직장 문제 자기 지역의 문제를 더 이상 혼자 속에 갖고 있지 말고, 편하게 드러내고 함께 떠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렇게 싸워나간다고 해서 박근혜 정부가 단박에 쓰러지진 않을 것이다. 저렇게 단순무지하고 실력도 없는 정권이지만, 싸움이 커질수록 더욱 폭력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원칙 없는 타협은 없다고 말하였듯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지 않는가? 평소에 불통의 극치를 보여주는 저들 입장에서는 위급해져도 뭐를 바꿔야 할지 잘 모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싸움이 커져 박근혜 정부가 뒤로 밀릴 경우에 마땅히 세울 대안세력이 없다는 점도 답답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 싸움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금속노조의 조직적인 힘을 키우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고, 지금 그것이 가능한 때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둘러싼 지형이 크게 바뀌어오지 않았는가? 첫째는 박근혜 정부가 뻘짓을 잘해주고 있는 것이고, 둘째는 그 때문에 민심들이 들끓고 있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마지막 노조 무풍지대였던 삼성전자에서도 결국 금속노조가 승리를 이끌어냈듯이, 이제는 기존의 기업별·정규직 노동조합을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한 상황이다.

 

커다란 변화는 이렇게 서서히 오고 있으며, 지금의 정국에 혼신의 힘을 다할 때 신새벽은 어느 새 우리 앞에 와있을 것이다. 몇 년간의 침체를 떨쳐내고 본래의 힘찬 조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금속노조 앞에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