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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역과 동네에서 주민과 사람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노동조합이길

금속노조연구원   |  

2014-6 노동연구원 칼럼

 

지역과 동네에서 주민과 사람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노동조합이길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무노조 삼성을 무너뜨린 위대한 투쟁

 

삼성전자서비스 노사간 의견접근안이 나왔다. 염호석 열사 이후 삼성본관 앞 전면 노숙투쟁을 시작한 지 39일만이다. 이번에 노사가 의견접근 내용은 조합원 찬반투표로 결정하겠지만 무노조 경영의 삼성 왕국에 맞서 노동조합의 깃발을 우뚝 세웠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다. 특히 고객서비스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 쟁점으로 만들고 삼성 자본을 향한 투쟁이었다는 점에서 누구도 그 의의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고객·유통서비스 간접고용의 실마리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투쟁은 삼성이라는 재계 서열 1위 자본과의 싸움이었다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간접고용 고객·유통서비스 노동 실태를 사회화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서비스 이용자들이 삼성 직원이라고 생각했던 노동자들이 사실은 외주 협력업체 간접고용 노동자였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재벌 원청이 고객·유통서비스 협력업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노동·고용은 외주화한 형태였으므로 위장도급·불법파견이라는 개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양상을 본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맞서 노동자들은 삼성 재벌이 직접 사용자임을 주장하고 법률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간접고용에 맞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투쟁은 우리 사회에 진짜 사장 찾기를 본격화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고객·유통서비스 노동조건을 낱낱이 드러냈다. 재벌 자본들이 고객·유통서비스에 진출·장악한 상태이지만 임금과 노동시간, 각종 복리후생 등에서 법적 보장도 받지 못하는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번 투쟁으로 노동조건이 상당히 개선되겠지만 충분하다고는 할 수준은 되지 못한다. 앞으로 이 부분은 계속 노동자의 힘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이것이 노동조합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의 무궁한 지속성을 위해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고객·유통서비스 분야에서 간접고용에 맞선 진짜 사장들과 투쟁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무노조 왕국이면서 정치권력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삼성재벌에 맞서 투쟁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고객·유통서비스 분야로까지 투쟁의 성과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투쟁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당장 지금 투쟁하고 있는 케이블방송·통신 고객서비스 노동자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런 성과 속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잘 나가는 자본에 속한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기업의 울타리와 정규직 중심의 활동에 집중하면서 금속노조의 산별노조 실험은 큰 난관에 봉착해 있고 십 수년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은 대재벌에 속해 있지만 정규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답보상태에 있는 금속노조 산별운동에 새로운 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속노조에 속한 노동조합의 대다수가 공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울타리는 숙명적인 측면이 있다. 공장 안 라인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위치에 서서 묵묵히 반복·조립작업을 하는데 익숙한 노동자들에게 공장은 말 그대로 지역과 사회와는 별개로 작동하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 공장 노동자에게 지역과 사회는 생산과 유리된 소비의 공간으로써 의미가 더 크다.

 

지역과 동네, 주민과 사람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만들어가길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는 다르다. 노동하는 공간이 공장의 담벼락 안에 있지 않다. 지역과 동네 곳곳이 노동하는 공간이다. 노동과정에서는 끊임없이 지역주민들을 만나야 한다. 그러므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지역과 동네, 주민과 사람들은 자기 노동에서 필수적인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지역과 주민과 무관한 자신들만의 성을 쌓기 시작한다면 오늘의 성과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거나 진보적 의의를 잃어갈 수 있다.

삼성은 개량의 떡고물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외주협력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점에서 삼성자본이 직접적으로 개량의 떡고물을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삼성 자본과의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지역과 주민들과 유리되어 삼성 자본과의 관계에만 몰두한다면 다른 대기업 노조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소망을 말한다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지회가 자기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일과 함께 자기 노동을 실현하는 지역과 동네, 주민·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노동운동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와 관계를 맺고 협력하는 수많은 노조와 사람들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선택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노동자들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