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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속(metal)에 마음(mental)을 담자

금속노조연구원   |  

2014-11 노동연구원 칼럼

 

금속(metal)에 마음(mental)을 담자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지금 민주노총 선거가 한창이다. 총연맹과 지역본부, 그리고 일부 산별연맹(노조)의 선거가 있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는 직선제이다. 그런데 아주 재미난 현상을 발견했다. 총연맹 후보 4개팀 중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정규직 노동조합 소속 후보가 없다.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이면서 금속노조의 중추와도 같은 자동차 대기업(쌍용차 제외) 소속 후보자가 없는 총연맹 선거는 매우 오랜만이다. 2000년대 이후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자동차 대기업 노조 간부나 활동가들을 후보로 추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것인가? 정파들의 이합집산 속에서 자동차 대기업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을 굳이 포함하지 않아도 되는 선거판이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면 자동차 대기업 소속 간부나 활동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일까? 어떤 이유라도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지금 한국 자동차 대기업의 상황은 극단적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생산량과 점유율의 변동은 있지만 국내에서는 막강한 파워자본이 되었다. 반면, 한국지엠과 쌍용차는 여전히 안정적인 생산구조를 안착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생산을 늘리자는 기획으로 관심을 끌고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와 교대제 변경 등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에서 자동차 정규직 내부노동시장은 다른 곳과 분리된 채 그들만의 으로 더욱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어떤 분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보수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는 안다. 8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주역이 누구였던가를. 다시 민주노조의 깃발을 나부끼려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현대자동차, 그리고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이 어떻게 민주노조를 세웠고 지켜왔는지 잘 안다. 그러므로 민주노조운동에서 민주노총의 역사에서 자동차 대기업 노조의 역할은 결코 폄훼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노조운동의 중심에는 그들이 있었고, 그래서 지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만들어질 수 있었다.

 

우리는 안다. 90년대를 거치면서 자동차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계급적으로 보수화되었는지. IMF 혼란 속에서 노동자를 향해 쏟아진 유연화와 세계화 공세는 정리해고라는 거대한 공포를 만들어냈고, ‘아픈 상흔은 오래 지속된다는 트라우마는 그들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내부노동시장 밑바닥에 비정규직을 받아들인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스스로는 장시간 야간노동에 시달리면서 일에 중독되어 살아왔다.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하면서 심야노동을 최소화하는 노사합의를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교대제 노동이 주는 생활의 이중적 패턴을 새로운 어떤 것으로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스스로 만들어낸 심야노동과 노동시간 단축을 삶의 새로운 패턴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과 일, 술로 반복되지 않는 삶의 패턴 말이다.

 

그런데 아직은 그런 변화를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상황이 충분하지 않은 느낌이다. 생산과 비정규직이라는 당면한 문제 속에서 삶의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가는 시도는 운동으로 실천으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당위적 압박이 아니라 내 삶과 생활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생산-노동체제를 꿈꾸는 마음이, 실천이 만들어져야 한다.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동자 간부가 했던 말이 가슴에 있다. ‘금속은 차갑다.’ 나는 금속이어서 불 속에서 단련되고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이서는 안 된다. 8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금속 안에 계급의 새로운 마음과 꿈을 담는 운동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노동자 마음에 올라오는 따스함이라면 금속의 차가움을 지양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