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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인세 인상, 복지재정 이전에 민주주의 문제

금속노조연구원   |  

법인세 증세, 재원 이전에 민주주의의 문제

 

이상동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소장)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생각이 당신에게 불편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 없이 민주주의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일부분이고 공공서비스는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대단히 창의적인 변호사와 회계사들은 부유한 개인과 다국적 대기업들에게 엄청난 금액의 세금이 지불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내어 합법적으로 이를 회피하곤 한다. 또한 초부유층과 기업들은 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글로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을 붓는다. 이 때 다수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하여야 한다는 정부의 책임이 훼손되면서 민주주의는 약화된다.

 

기업의 범죄행위

 

우리가 범죄에 대해 말할 때 흔히 일부 개인에 의한 법의 위반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에 의한 범죄, 예컨대 환경 규제를 무시하고 노동권을 위반하며 비민주적인 정권을 지원하는 등도 드물지 않다. 세금 회피의 경우에는 드러나는 합법적 회피 뿐만 아니라 잘 드러나지 않는 범죄로써의 회피 또한 있다.

 

최근 다국적 대기업들이 해외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세금 회피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제, 미국의 경우 이로 인한 세수 손실이 2,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0조원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2012년 조세정의네트워크와 세금 전문가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의 세금 회피 규모는 EU 국가 전체의 보건 의료 지출보다 4배 이상 많으며, EU 전체 국가 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왜 세수 중요한가?

 

세금은 국가가 주권자인 국민 개개인의 개발에 필요한 현금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세금은 국가가 빈곤으로부터 국민들을 탈출하게 만드는 유일한 채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일수록 낮은 법인세율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왜 가난한 나라들은 충분한 세수를 제기하지 않을까?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힘없고 가난한 나라들이 세금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세금 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즉 낮은 법인세율을 강요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무역 자유화, 혹은 글로벌 경제화가 국가의 권리를 박탈시킨 것이다.

 

법인세율의 인하라는 국가간 경쟁은 언제나 임금하락, 안전 및 기타 규제의 축소를 동반해 왔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임금과 노동권을 억압하는 행태를 지속해 온 것이다. 부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는 세금 회피에 대해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의 사회보호 분야 지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70~100조원 정도의 재원을 추가해야만 한다. 경제침체와 복지수요 증가로 인해 복지국가의 건설을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법인세 증세 논의는 바로 이런 배경을 갖고 시작되고 있고 아마도 완전히 새로운 배경의 논의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 증세는 복지 재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 십년간 지속적으로 법인세가 감소한 이면에는 기업이 주도하는 국제정치경제의 반민주성이 숨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인세 증세와 함께 대기업과 초부유층의 세금 회피와 탈세가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것이 절실하다. 정부는 당장 이 문제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법인세 증세는 단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의 문제가 아니다. 법인세 감소와 초부유층의 탈세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다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다함께 노력하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