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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패해도, 성공해도 리스크 뒤따르는 인터넷 전문은행 (임수강)

금속노조연구원   |  

실패해도, 성공해도 리스크 뒤따르는 인터넷 전문은행


임수강(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인터넷 전문은행, 올해 하반기부터 영업 시작


지난해 말에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 뱅크와 K 뱅크가 올해 상반기에 정식 인가를 거쳐,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별 다른 사정의 변화가 없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 탄생이 기정사실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 영업에 여러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인터넷 전문은행(Internet Primary Bank)이란 영업점이 아예 없이, 또는 소수의 영업점만을 가지고서 업무의 대부분을 ATM, 인터넷, 모바일 등 전자매체를 통해 수행하는 은행을 말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1995년 미국에서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이래(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은 Security First Network Bank로 알려져 있음), 초기에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보통신기술 산업의 발전,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미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에서도 그 영향력을 조금씩 늘려가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8년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이 추진된 적이 있다. 그러나 마침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것을 계기로 도입 반대론이 우세해지면서 관련법의 통과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 그보다 더 이전 시기에도 개별 기업 차원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에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산업은행(KDB)이 ‘다이렉트 뱅킹’ 개념을 도입하여 업무를 한 바가 있고, SK, 롯데 등의 대기업과 여러 벤처회사가 공동으로 V-bank 설립의 추진을 시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수익모델이 문제가 되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영업의 내용이 전혀 새로운 개념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존 은행들은 송금, 이체, 결제, 대출 등 업무의 많은 부분을 모바일, 인터넷 등 전자매체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전자매체를 이용하여 수행하는 업무를 인터넷 뱅킹이라고 한다. 기존 은행들이 수행하는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전문은행의 업무내용이 그 실질에서 특별한 차이나 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들이 수행하고 있는 인터넷 뱅킹을 별도의 법적 실체를 통해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다시 말해서 기존 은행들이 수행하고 있는 인터넷 뱅킹만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든 은행이 인터넷 전문은행인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영업범위도 일반은행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예금의 수입, 자금의 대출, 내·외국환과 같은 고유 업무, 신용카드업, 방카슈랑스, 파생상품 매매중개업과 같은 겸영 업무, 채무보증, 어음인수, 보호예수, 수납과 지급대행과 같은 부수업무를 모두 할 수 있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우리나라는 인터넷 뱅킹이 매우 앞서 있는 나라이고, 굳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히 인터넷 뱅킹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표면적으로 내거는 이유는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이다. 정부는 핀테크가 글로벌 추세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2008년 9.2억 달러에서 2013년 29.7억 달러로 5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을 댄다. 새로운 핀테크 기술을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또한 정부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통해 기존 은행들의 영업 행태를 바꾸겠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은행들이 혁신 기업 지원에 매우 소극적이기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여 혁신 경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핀테크 기술은 기존은행을 통해서도 흡수할 수 있고 또한 우리나라의 은행들 사이 경쟁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우려할 처지라는 점에서 정부의 설명이 그다지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은산분리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했다. 경제단체나 여당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계기로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폈다는 점에서 그러한 의심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서도 대한 상공회의소는 규제 트라이앵글 운운하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목 매야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여기에서 은산분리란 은행과 산업을 분리시키는 것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산업자본(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소유했을 때 어떤 문제들이 나타나는가를 수없이 보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 1997년 경제위기 이전, 재벌들의 종합금융회사 소유일 것이다. 재벌들은 종금사들을 사금고화해서 외국에서 많은 자본을 끌어다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는데 썼다. 그러다 위기 국면이 닥치자 종금사와 재벌이 함께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 종금사들에 대해서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야만 했다. 이런 식으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면 큰 위험이 뒤따를 수 있으므로 여러 나라들은 은행과 산업을 분리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은 은산분리 규제의 완화를 전제로 한다. 이는 정부도 설명하듯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창의와 혁신 능력을 갖춘 ICT 기업이 참여해야 조기에 경쟁력 있는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도 이미 지난해부터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 내용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서 산업자본(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은 제외)이라 하더라도 50%까지 지분을 소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4%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다. 다만,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10%까지 보유할 수 있을 따름이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아직 통과는 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다그치고 있다.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인터넷 전문은행이 처한 조건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무엇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제시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영업점이 필요 없어서 작은 인력으로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IT 분야에 큰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 점포가 없기 때문에 홍보에 오히려 많은 비용을 써야 한다는 점, 초기에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 등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결코 저비용의 사업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수익 측면에서 정보통신업체와 제휴하여 단기간에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계좌를 유치할 수 있으므로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어렵사리 잡아놓은 고객을 인터넷 뱅킹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쉽게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20년 전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만들어진 미국의 경우 현재 20여개가 영업을 하면서 3%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치이다. 일본은 6개 정도 영업을 하고 있는데 수익성이나 수익 구조면에서 볼 때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금융혁신의 범위가 소액 지급결제나 송금을 넘어 자산운용, 여수신 등 종합금융서비스까지 확대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은행산업의 질서가 급격하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급진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본다면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기존 은행들의 경우에도 거래의 많은 부분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인터넷 뱅킹 상품 판매 비중은 3% 수준이고, 수익 비중은 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은행의 인터넷 뱅킹 점유율과 새롭게 설립될 인터넷 전문은행의 점유율을 합친 총 인터넷 뱅킹의 확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봐야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들과 겨루면서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금융위원회나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 나아가 다른 부문의 규제 완화에 목을 맬 수밖에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 은행에 대해 최저자본금 요건, 건전성 규제, 전산설비 위탁 규제의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러한 규제들이 금융의 안전성, 건전성 등과 관련되어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골치 아픈 인터넷 전문은행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확장성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실제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을 시작할 경우 은행산업 전반에 많은 변화가 생겨날 것임에 틀림없다. 먼저,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설립 초기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율 인하 등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기존 은행들이 이에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은행권 전체의 가격 경쟁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은행 산업 전체의 수익 구조가 나빠질 수 있다. 이는 과거 증권사 수수료 자율화 정책 이후 실제의 수수료율이 10분의 1, 100분의 1로 떨어졌던 사례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은행 부문의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발돋움에 결코 유리한 상황일 수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이 가져올 신용 팽창도 그 기반을 다지는데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 인터넷 전문은행은 설립 초기에 개인 대출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도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중금리의 개인 대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애기하고 있다. 실제로 중금리의 개인 대출이 팽창하면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더욱이 중금리 대출을 받는 계층은 기존 은행권 이용자에 비해 신용도가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는 누구나 인정하듯이 이미 한계 수준에 이르러 있다. 만약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요가 발생하여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한다면 그 진원지가 신설 인터넷 전문은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다른 인터넷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기대와 달리 다양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 규모가 일반 은행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일본 인터넷 전문은행을 보면 예대 마진이나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고 유가증권이나 외환거래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수익구조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업무 면에서 기존 은행들과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기존 은행들도 인터넷 뱅킹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할 것이고, 그러면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장을 나눠먹기 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결국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리를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리를 잡는 유리한 조건은 은산분리 규제 등 안정성과 건전성 규제의 완화에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규제의 완화는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전을 위협한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국민경제에 리스크를 안길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