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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제조업 노동이 준비해야 할 것들

-통제되는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
금속노조연구원   |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제조업 노동이 준비해야 할 것들
-통제되는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

이상동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인공지능 기술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부상하더니 이세돌과의 바둑대결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언론에서는 구글의 알파고나 IBM의 왓슨 등만 비춰지지만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술 적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공지능들 외에도 구글의 나우나 애플의 시리와 같은 개인 비서 영역에서부터 자율주행자동차의 인지/판단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언론, 교통, 물류, 안전, 환경 등 각종 분야에서 기술이 빠르게 접목·확산되면서 향후 새로운 산업의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대체, 통제 불능 문제 등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예컨대, 엘런 머스크,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스티브 워즈니악 등 많은 유명인사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표현한 바 있다. 이들 유명인사들의 먼 미래 걱정보다 당장 벌어지고 있는 노동의 소외가 더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미 2011년에 전 세계 노동인구의 25%가 기술 대체로 인한 실업 또는 반실업에 놓여 있다고 한다. 컴퓨터 수치제어기술(CNC)은 컴퓨터를 이용해 기계나 로봇에게 명령을 내리는 기술이다. 로봇 기술은 생산직 노동자 자체를 대체하며, 자동화 시스템은 물류 노동자들을 내몰고 있다. 그래서 철학자 앙드레 고르는 이미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적 생산관계 하에서 가속화되는 기술혁신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그는 “문화사회로의 근본적 이행”이 없이는 사회적 배제와 빈곤의 심화, 그리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인공지능 기술 동향

인공지능에 대한 확립된 정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아직 인류가 지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데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 또는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지각, 추론, 학습 능력 등, 지적 능력을 인공적으로, 사실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구현하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정의하게 된다.

길거리나 생활공간에서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미 폭넓은 의미의 인공지능 기술은 산업 분야에서는 널리 응용되고 있다. 과학기술 쪽에서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첨단 기술 중 상당수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자연어 처리, 지능형 로봇, 머신 러닝 등을 비롯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다.

1950년대 존 매카시, 마빈 민스키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 다트머스 회의를 통해 처음 연구되기 시작한 인공지능 분야는 그간 몇 번의 부침을 겪어 왔으나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의 등장, 컴퓨팅 파워의 개선 및 네트워크의 활성화, 딥러닝 등 알고리즘 발전으로 기술력이 급성장하며 다시금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보자면, 지능형 로봇, 무인항공기 등의 발전을 통해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위험 지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 관리 및 분석, 비즈니스 의사 결정 등에 활용되어 효율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제조업 분야에서는 인간과 분리된 공간에서 주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특정 위험/정밀 작업만을 수행하던 로봇이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간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한편 금융, 교육, 유통업 등의 서비스 영역에서 인공지능은 일종의 질의응답·컨설팅 에이전트가 되어 상황에 따라 맞춤형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비스 지능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더욱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문제 해결의 범위와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인간 지능의 확장 효과로 컴퓨터 과학 등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며,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클라우드와 연결시킴으로 빅데이터와 인터넷의 효용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은 현재 범정부 차원의 인공지능 R&D 정책에 수십억 달러의 규모에 해당하는 투자 지원을 하는 미국, EU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한편 국내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엑소브레인, 딥뷰 등의 인공지능 기술개발사업을 KAIST, ETRI, 솔트룩스 등을 중심으로 추진 중에 있다. 세계적으로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이 기술의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재 영입과 더불어 기술개발 등에 적극 투자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의 예를 들자면, 이번에 유명해진 딥러닝 전문 회사인 딥마인드 및 사진 인식 번역 기술을 보유한 워드 렌즈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지닐 파급 효과에 대해 미리 살펴보고 이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대응 방안을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다품종 맞춤형 대량생산체제의 도래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되면 제조업·서비스업에 자동화·지능화가 촉진되어 생산성과 품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여 제조업 일자리에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조 혁신 전략인 Industry 4.0은 사이버 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CPS)을 통해 제조업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여,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자동화된 물리적 공간에서 클라우드나 네트워크를 통해 제조·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제조업 4.0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기계와 센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상호 연결되는 것을 지향한다. 이러한 생산체제는 생산을 소비자의 욕구에 즉시로 반응하도록 하는 것으로써 기존의 자동화 시스템이 라인과 통제 사이에 일대일 대응하던 것과는 달리 인공지능이 생산라인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 생산설비는 현행 재고량, 문제점, 불량, 수정된 주문 등의 정보와 계속 소통.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생산시기, 가동률, 제품개발, 생산, 판매 전 과정상의 품질관리 등을 위하여 생산프로세스와 납기일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 결과 노동생산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만큼 생산 라인에서의 일자리 감소라는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자본이나 기술계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통해 인간이 보다 판단과 창의, 감성 및 협업이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일자리의 구조 변화가 잘 준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생산체제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자동화되면, 기존에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오프쇼어링(off-shoring) 정책을 펴왔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제조업 회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제조업의 몰락은 해당 국가의 산업 기반을 허물어뜨리고 외부 충격에 극히 취약한 체질을 초래한다는 것을 목도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제조업 강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제조업 회귀 현상은 자국 일자리 창출에는 직접 기여하지 못하더라도 연관 산업들을 파생시켜 관련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조업 강화 정책이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경쟁 체제 하에서 진행된다면 한계기업 퇴출과 중소기업 약화를 야기할 우려가 농후하다. 종합하자면, 인공지능은 제조업 분야에서 개별 기업 단위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는 있겠으나 국가경제 전체의 일자리 파괴와 구매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크다고 보여진다.

일자리의 변화 양상

인공지능으로 인한 자동화로 업무 대체가 일어나게 되면 일자리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프로 리서치(Tech Pro Research)의 ‘인공지능 및 IT’에 관한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인공지능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관련 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34%의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BCG 리포트에 따르면, 제조업 국가 중 가장 적극적으로 로봇 자동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써 2020년에는 전체 업무의 20% 정도를, 2025년에는 45% 정도를 자동화된 로봇으로 대체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McKinsey에서 미국 내 직업 및 기술력을 분석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조사 대상인 800개 직업에서 이루어지는 2,000가지 주요 작업을 분석하자 45%나 자동화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들 중 자동화(automation)로 인해 완벽하게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은 5%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 즉, 로봇의 노동력 대체는 ‘직업’ 단위가 아닌 ‘할 수 있는 일’ 단위로 평가되어야 하고, 자동화로 인해 작업 일부가 대체되더라도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며, 기계와 사람이 함께 일하면서 효율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는 의미이다.

조사 기관이나 전문가마다 상이한 예측 결과를 내어 놓고 있다는 것은 일자리의 변화를 조정하는 데 있어 사회적인 개입의 여지가 매우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반복적 업무나 매뉴얼에 기반한 업무의 상당 부분이 대체되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로 보인다. 특히 매뉴얼에 기반한 텔레마케터, 콜센터 상담원 등의 직종이나 운송업자나 노동 생산직등이 고위험군으로 인식된다.

새로운 사회적 조절양식의 구축이 절실

상당수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향후 50년 이내에는 자아를 인식하는 강인공지능이 출현해서 인류사회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글의 초반에 언급한 유명인사들의 우려도 바로 강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자아를 인식하지 못하고 월등한 연산능력에 기댄 약인공지능만 서서히 출현하고 있는 상태이며, 50년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지금 미리 걱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먼 이야기로 보인다. 무엇보다 당장 현실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잘 대응하고 미래의 우려에 대한 폭넓은 대응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대응이라고 판단된다.

당장 시급한 것은 먼저 교육 및 숙련 시스템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노동이 소외된 상태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교육 시스템의 재구축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아직은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지만 정책결정 상층부에서는 이미 자기들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들만의 공감대가 현실화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의 왜곡된 교육체제를 그대로 둔 채 또 하나의 과목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생산 현장에서는 인공지능 자동화 체제를 노동이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서 고용의 압박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노동도 숙련과 직무 대체를 위한 교육 시스템에 대하여 고민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 및 숙련 시스템에 대한 논의와 준비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이미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걸음만 더 나아간 미래를 보자면, 늘어나는 생산성의 열매를 기업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고 또한 늘어나는 자유시간이 실업자와 반실업자의 무소득 시간으로 분배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경제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대체로 인해 전체 노동력의 자유시간은 늘어날 수 있는데, 그 자유시간이 제대로 노동의 창의성 개발에 돌려지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거나 저임금 일자리로 전전하게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유일하게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기본소득’ 뿐이다. 기본소득은 국가를 통하여 시간과 생산성의 열매를 재분배하는 하나의 정책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새로 구축해야 할 사회경제적 체제에 있어서 기본소득 방식이 유효한지, 현실에 맞게 변형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유효하지 않은지를 논의하여야 한다.

노동이 소외되고 노동조직이 사회적 논의의 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적 역관계에서 제조업 4.0의 위험성, 새로운 사회경제적 체제의 필요성을 바로 노동운동이 제기하는 것은 별 무소득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윤리적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우회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기술영향평가제도는 첨단기술에 대한 사회윤리적 문제들을 논의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노동진영에서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의 광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일부 소수에게만 이익을 안겨주는 문제, 자율주행차량 등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고 발생시 나타날 책임의 문제, 특정 목적을 가진 집단에 악용될 문제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전문가 집단의 폐쇄적 의사결정 문제 등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짧은 글 속에나마 노동운동 진영에서 고민해봄직한 몇 가지 현실적 수단에 대해서 적시해보았다. 이러한 고민들로 말미암아 향후 노동운동 진영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해보기를 기대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