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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길, 그러나 가야할 길

금속노조연구원   |  

2016-5 칼럼

쉽지 않은 길, 그러나 가야할 길

공계진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금속노조에 큰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그것은 조선업종의 침체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정리해고 문제의 발생이다. 신문지상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것을 인용하자면 조선업종의 경우 이미 물량팀을 중심으로 정리해고에 돌입한 상황이다. 물량팀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인데, 역시 자본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1차 타겟으로 삼아 자르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 칼날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려질 날은 그리 오래지 않을 듯하다. 아니 이미 칼날이 정규직의 목도 자르고 있다고 보아야 할 듯하다.

조선업종의 침체와 구조조정의 여파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듯하다. 아무래도 조선업종이 집중해 있는 경남 등은 큰 타격을 입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폐업한 식당 또는 한산한 식당의 모습은 그 지역경제가 이미 거덜났음을 보여준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안산시흥지역은 어떨까. 안산시흥에는 반월공단(안산스마트허브)과 시화공단(시흥스마트허브)이 있다. 양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30만명(반월공단 약 15만 4천명, 시화공단 약 13만 4천명, 2016년 3월 기준)에 육박한다. 양공단에는 중소영세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공장규모를 보면 반월공단은 평균 인원이 약 22명, 시화공단은 약 11명이다.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이곳에 소재한 공장들은 주로 대공장들의 하청업체들이다. 업종을 분석(입주업체+고용인원)해보면 반월공단의 경우 전기전자가 선두이고 다음이 기계업종이다. 반면 시화공단은 기계업종이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양 공단이 속해 있는 지역경제의 사정도 점차 나빠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안산시흥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 것과 조선업종과의 관계는 그 연관성이 낮다. 왜냐하면 여기는 조선업이나 그와 연관된 업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업종 침체와의 연관성은 낮지만 나빠진 한국경제의 영향권에는 들어가 있다. 이런 점은 지난 4월 27일에 발표된 안산상공회의소의 최근 안산지역 경제동향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안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6년 2월 반월공단 가동율은 67.4%(전국평균 76.8%)로 7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였다. 고용도 전월대비 0.4% 감소하였다. 3월의 가동률은 조금 올라갔지만 고용은 소폭 감소하였다. 전반적 경기하락 속에서도 반월공단이 이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반월공단에 전기전자업종, 석유화학업종이 다수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화공단은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시흥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4분기 기업경기전망(BSI)을 보면 아래의 <표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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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을 보면 체감경기 지수가 가장 낮은 96.2를 보이는데, 이는 기업가들의 기대를 포함한 전망에서 매출액, 영업이익, 설비투자, 고용상황은 모두 100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희망할 수 있으나, 체감경기는 가장 부정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선업종이 밀집해있는 경남지역에 비해 지역경제는 아직 어둠의 터널로 진입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반월공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전기전자업종, 기계업종, 석유화학업종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수출 증가율이 1.0%,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발표에 근거하자면 안산시흥의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지기 보다는 앞에서 언급했던 어둠의 터널로 진입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역경제가 침체국면에 진입한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우선 어둠의 터널로의 진입을 막기 위해 어찌해야 할 것인가를 살펴보자. 혹자는 기업가들이 구조조정-정리해고를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시흥시상공회의소의 조사는 이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있다. 어둠의 터널로의 진입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 기업가들은 내수진작(45.7%), 기업자금난 해소(19.0%)를 앞세우고 있다. 소위 구조조정-정리해고로 연결될 수 있는 ‘기업 인력문제 해소 지원’은 10.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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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강조하자면 시흥의 중소기업가들은 현재의 경제침체, 나아가 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수진작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내수진작? 이것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소득증대와 이에 비례한 소비의 증진이 있어야 한다. 즉, 중소기업가들은 노동자들의 목을 자르는 것은 결과적으로 문제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보고 이와 관련한 질문에 체크하기보다는 내수진작에 더 많이 체크했던 것이다.

어둠의 터널로 진입한 이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조선업종의 사례를 보면 정부는 산업은행을 내세워 구조조정-정리해고를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이를 전국화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행태를 볼 때 안산시흥의 지역경제가 어둠의 터널로 진입하면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목은 남아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냐하면 이 지역은 노동조합의 힘도 약하고, 중소기업가들의 힘도 약해서 저항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정리해고가 답이 아니다. 어둠의 터널로의 진입을 막기 위해 ‘자르기’보다는 ‘내수진작’을 앞세웠듯이 어둠의 터널로 진입해서도 ‘자르기’보다는 ‘상생’의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상생은 말 그대로 ‘함께 살기’이다. 기업가들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르기’를 자행한다면 위기는 극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생카드’를 사용하면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위기는 극복된다.

상생의 카드는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특히 기업가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가는 무조건 자르려고 하기 보다는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는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금속노조도 상생의 카드를 충분히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상생’이란 키워드를 선점해왔던 정부 탓에 그것이 노사정위원회나 노사협조 같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떠오르게 만들지만 엄중한 지금의 경기침체 국면에서 강하게 밀어부치는 전략만 택한다면 ‘자르기’로 일관하는 자들을 막아내기 어려운 까닭이다.

정부와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다. 제발 구조조정을 정리해고로 인식하고 ‘자르기’에 몰두했던 과거 정부와 경영자들의 오류를 되풀이 하지 말았으면 한다. <쉬운 해고>는 노동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사회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드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그 산업을 회복불능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길은 험난하지만 노사가 상생의 마음을 갖고 헤쳐 나가면 반드시 벗어날 수 있는 곳이다. 세상에 길이가 무한대인 터널은 없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