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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금속동향 - 이란 제재와 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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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금속동향 - 이란 제재와 그 영향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란과 거래하면 미국과의 거래는 끝이다!"


 미국 정부가 ‘포괄적 이란제재 법안’의 시행세칙을 8월16일(현지 시간) 전격 발표했다. 보통 법안 발효 후 90일 정도 후에 발표하는 관례를 깨고 47일만에 세칙을 발표한 것이다.
 16일 발표된 시행세칙에는 ▲이란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및 테러활동 지원, ▲유엔 안보리의 이란제재 결의안에 해당하는 활동, ▲이란 금융기관의 돈세탁 행위, ▲이란혁명수비대 관련 금융행위 등을 제재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규정은 매우 추상적인 것으로,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트집을 잡아 거래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지난 7월1일, 1996년 만들어진 이란제재법(ISA)과 작년 미 의회에서 논의됐던 이란 정유 제재 법안의 주요 내용을 합쳐 ‘포괄적 이란 제재 법안’을 발효시켰다.
 기존의 ISA는 이란 석유자원 개발에 2천만불 이상 투자한 기업과 이란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기업만을 제재하도록 돼 있었다. 제재 내용도 미국과의 거래에서 일정한 규모 이상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포괄적 이란 제재 법안’은 제재 대상을 이란의 석유산업 개발·생산에 관여한 기업까지 확대시켰고, 제재 내용도 해당 기업이 미국 내 외환시장과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화했다. 한마디로 이란과 거래하려면 미국과는 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새로운 제재 결의를 추진, 기존의 결의보다 훨씬 강력한 이란 제재결의 1929호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기에는 미국이 원했던 핵심 조치들이 빠졌다. 미국은 이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핵심 산업인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차단하는 조치를 포함시키려 했지만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이 조항이 빠져 버렸다. 결국 ‘유엔’의 탈을 쓰고 이란에 결정적 타격을 주려던 의도가 실패하자, 이제는 국내법으로 이를 제정하고, ‘미국과의 금융거래’를 협박 수단으로 삼아 이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은 싸움을 ‘미국 대 이란’이 아닌, ‘국제 사회 대 이란’ 구도로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독자적인 제재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란 문제에 민감한 유럽연합이 이에 호응했고, 친미 국가들인 캐나다, 호주, 일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이 제재에 참여했다.
 당연히 미국은 한국에도 압박을 넣고 있다. 8월초 방문한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은 한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이란의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의 폐쇄를 요구했다.
 한국은 중국, 독일과 더불어 이란의 3대 교역국이며,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은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란과 상당액의 금융거래를 하는 교두보이다. 이 곳이 차단될 때 이란이 가만히 있을 리 없으며, 대대적인 무역 보복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란 제재의 배경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려는 표면적 이유는 이란의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때문이다. 이 원전은 이란에 친미정권(팔레비 왕조)이 집권하던 당시인 1975년 공사를 시작했으나, 이란 혁명과 뒤이은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됐고, 1995년 이후 러시아의 지원으로 공사가 재개돼 무려 35년만에 완공되어 지난 21일 가동이 시작됐다. ‘부셰르 원전’은 가압 경수로 방식으로 1,000MW 규모의 원전인데, 이의 가동을 위해서는 우라늄을 2~4% 정도 농축한 연료봉이 필요하며, 이란은 그 기술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으로서 합법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에 대해 “핵무기 개발 계획”이라며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요구받은 국제적 의무를 준수한 이란이 이를 거부하자 제재를 가하려는 것이다.


 오바마 정권이 이렇듯 강력하게 이란 제재를 밀어붙이는 것은 11월2일 중간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미국내 유태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취임 이후 건보 개혁과 금융 개혁을 성사시켰는데, 이는 지지층으로부터는 “불철저하다”는 비난을 받으며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강한 재력을 갖고 있는 유태인들이 공화당 쪽으로 선거 자금을 몰아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태인들은 오바마 정권이 중동의 평화를 노골적으로 해치는 이스라엘의 폭력을 내놓고 지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렇다면 이란이라도 항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불문한 유태인들의 강력한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번 이란 제재는 일시적으로 끝나는 사안이라 보기 어려우며, 자칫 군사적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안함'으로 발목잡힌 이명박 정부의 대미 굴욕외교


 3월 26일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은 되지도 않는 증거를 들이대며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몰고가는 이명박 정권의 막가파식 대북 적대정책을 군소리없이 지지하고 동조했다. 합동조사단의 엉터리 발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국제적 망신만 당한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에서조차 한국을 엄호했으며,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까지 동원해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렇게 이명박 정권에게 크게 인심을 쓴 후, 엄청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이란 제재에 대한 동참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에 발목 잡힌 이명박 정권은 이제 꼼짝없이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이란 제재에 나서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부 대표단은 귀국 전 미국에게 “이란 제재를 조만간 시행할 것”이라 통보했고, 곧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사실상의 폐쇄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대미 굴욕외교의 결정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 이란 교역 현황




 우리나라와 이란 간의 교역 규모(수출+수입)는 2005년 이후 급속히 성장해 왔는데, 2008년에는 125억불(약 13.8조원. 2008년 평균환율 1,102.6원 기준)을 기록했고, 경제위기로 인해 2009년에는 97억불(약 12.4조원, 2009년 평균환율 1276.4원 기준)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의 대이란 수출은 25.5억불, 수입은 40.2억불로, 이 추세대로라면 대이란 교역은 2008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제재 전까지 이란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현지에서 원유, 가스 개발과 연계한 화학, 건설 공사를 진행중이었으며, 자동차, 자동차부품 등 이란에 수출을 하는 기업은 2,000여 곳이 넘는 상황이다.


 


가시화되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


 제재 이후, 국내 은행들은 7월 8일까지 원인관계가 생



긴 수출입 거래까지만 허용해주고, 이후 발생한 이란과 관련한 수출입거래를 사실상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란과 무역거래를 하는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신규대출을 받지 못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교역 업체들의 80%가량은 이란계 은행을 이용해왔던 터라 사실상 수출입거래가 끊긴 상황이며, 국내 은행들이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하면서 현재 묶여 있는 수출입 관련 결제대금은 10억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대체 루트를 찾고 있지만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 EU가 제재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무역거래를 할 수 있는 통화인 달러와 유로화가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고, 대안으로 엔화와 UAE 통화가 조금씩 사용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곧 막힐 것으로 예측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란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72곳을 조사한 결과, 미국의 이란제재법 발효 뒤 피해를 본 업체가 56%이며, 이란에 수출하는 업체의 31.5%는 아예 거래가 중단된 상태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건설, 정유, 종합상사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며, 이란의 무역보복이 이뤄지면 전자업체 역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국내 건설업계의 이란 수주 공사 규모는 무려 25억불에 달하며, 현재 국내 기업 진행 공사는 사우스파 액상처리시설, 이스파안 정유시설 증설공사 등 총 6건으로 공사금액은 16억불, 시공잔액은 11억불에 달한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유한기술 등 3개사가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던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 오일뱅크는 하루 평균 7만배럴, 연간 원유 수입량의 20%를 이란에서 들여온다. SK에너지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10%인 하루 8만배럴을 이란에서 수입한다. 현재 SK에너지는 일본의 은행을 통한 제3국 우회결제로 이란 원유 수입을 이어가고 있으나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밖에 이란에 철강, 기계, 화학제품 등을 판매하던 종합상사들, 이란에서 시장 점유율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금속 산업에 미치는 영향


1) 수출 중단에 따른 신흥시장 상실


 이란은 이제 막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하는 단계로, 정유,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전자제품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곳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중동의 주요한 시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맞고 있다.
 최근 리비아에서의 국정원 직원 추방사건과 이란 제재 동참을 통해, 반미 감정이 강한 중동에서 한국은 “미국의 추종세력”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이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이란에 월 3,000여대 정도 수출을 했고, 이와는 별도로 올 상반기 1.4만대의 반제품조립(CKD) 제품을 수출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초 미국의 대이란 금융제재 조치 이후 거래은행의 대금 결제가 불가능해지면서 수출이 중단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으로 볼 때 이란의 비중이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을 잃어버려 향후 중동 시장에서의 고전이 예상된다.
 포스코는 API 강판(미 석유공급협회가 제시하는 규격의 원유 강관을 만드는 소재) 등 이란 수출 물량 계약이 중단된 상태다. 종합상사를 통한 이란 수출 물량은 연간 20만톤을 웃돈다. 현재 포스코는 수출품목 중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API 강판에 대해 8~9월 선적분을 끝으로 계약을 하지 않기로 한 상황이다.
 조선업체들은 당장 28척, 11억불 규모의 수주 선박에 대한 대금 수령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향후 이란에서의 수주 감소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 중소기업들이다. 부산 지역의 경우, 작년 이란과 직접 수출 거래를 한 업체가 70곳 정도이고,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2,3차 협력업체를 합치면 300곳 정도다. 이는 이란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의 약 20%에 해당하며, 수출 규모는 자동차부품, 철강, 전자제품을 주종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9,700만불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21% 급증한 상태였다.
 울산지역 기업들의 이란 수출은 2001년 9,600만불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 4.7억불, 올해 상반기에만 4.6억불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세를 기록해왔다.
 충북 지역 기업들의 경우 자동차부품, 계측기, 스위치 등을 주요 품목으로 지난 2006년 6,235만불, 2007년 7,450만불, 2008년 8,714만불, 2009년에는 1억752만불의 대 이란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해왔고, 올해 상반기에만 6,794만불의 실적을 기록한 상태였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이란과 교역을 하고 있는 지역기업 4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9개(72.5%) 기업에서 이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기업의 대 이란 수출금액은 모두 545.7억원이고, 수출이 완료된 금액은 320.5억원으로 이란에 대한 교역 제재가 본격화 될 경우 사실상 시현되지 못한 225.2억원의 수출은 무산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피해유형별로는 대금결제 불가에 따른 수출 진행 중단(58.6%)이 가장 많은 비중으로 차지했고, 거래량 감소(17.2%), 대체 대금결제방법 강구에 따른 시간 및 경제적 차질(13.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울산, 충북지역 기업들, 조사되지 않은 다른 지역 기업들의 피해 역시 부산지역의 피해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이번 조치에 중국이 동참하지 않음에 따라 이란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을 수입 거래선으로 선택해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2) 국내 유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



 


 이란산 원유의 국내 수입비중은 10%에 달한다. 금융거래 중단, 이란의 무역보복 등으로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부족분을 현물 시장에서 구입해야 한다. 이 경우 장기로 대량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지게 되고, 당연히 이는 석유제품 가격에 전가되게 된다. 따라서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노동자들은 이에 따른 물가 상승과 삶의 질 하락을 겪게 될 것이다.


결론 : '묻지마 한미동맹'의 대가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 법안’과 이에 따른 경제제재는 그 어떤 근거도 없이 자행되고 있는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제국주의의 만행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아래 그러한 부당한 만행의 공범이 되는 것과 함께,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부당한 이란 제재와 이명박 정권의 대미 굴욕외교를 규탄하며 투쟁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평화 협정을 체결하여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해 남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간다면 미군은 더 이상 이 땅에 주둔할 명분을 잃게 되고, 따라서 미국도 우리에게 부당하고 막대한 손실을 주는 이와 같은 일을 강요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향후 이란 제재로 인한 피해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자본의 음모에 맞서 투쟁해야 하면서도,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