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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페이퍼] 중국발 인플레이션과 한국 제조업 전망

중국발 인플레이션과 한국 제조업 전망



                       이상동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자문위원, 새사연 연구팀장)



한국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회복 과정에서 중국효과의 최대 수혜국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올해에도 한국경제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 될 듯하다. 아니, 전 세계경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주제가 바로 중국이라 할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중국과의 국제분업과 중국의 내수확대에 힘입어 수출을 확대하였고 대기업들의 다국적화는 더욱 강화되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이라면 중국효과는 ‘중국발 인플레이션 효과’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보다 광범위해진다는 점일 것이다.


1. 지난 해의 중국효과


지난 해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들은 모두 두 자리 수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었다. 증가율 100%에 육박하는 반도체를 비롯해 주력 13개 품목이 거의 예외없이 놀라운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유일하게 무선통신기기만 감소)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선박의 경우에도 수출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경기 호조를 반영하고 있고 무선통신기기는 가격 하락 때문에 감소한 것이고 물량 자체는 증가하였다.

표1.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증가율 (2010년 상반기 기준)


◈ 두 자릿수 증가 품목(11) : 반도체(97.3%), 자동차부품(89.6%), 자동차(57.7%), 석유제품(49.5%), 액정디바이스(47.0%), 석유화학(44.2%), 가전(41.1%), 일반기계(38.8%), 컴퓨터(24.8%), 섬유류(21.6%), 철강제품(14.2%),

◈ 한 자릿수 증가 품목(1) : 선박(2.9%)


                                                                                                 자료: 지식경제부


같은 기간 수출은 중국 지역으로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상반기에 49.4%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을 압도하고 있다. 비중으로 보아도 25.5%로써 미국, EU, ASEAN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인 각각 10%대와 비교가 불가능한 정도이다.


수입 측면에서의 중국효과는 어떠했는지도 확인해 보자. 주목할 점은 이제 수입에 있어서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한국에 제1의 교역대상국이 되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 무역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2010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약 17%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중국 수입은 농산품이나 저가 공산품 이미지가 강하지만 작년 무역통계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대중국 수입 중에서 가장 크게 늘어난 품목은 반도체, 컴퓨터 이외에도 철강과 섬유 등으로 중화학공업화,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 중국발 인플레이션의 영향


지금까지 한국은 대중국 무역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어 왔다. 이른바 중국효과가 득이 큰 효과로 나타났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증가하고 국제적 생산사슬의 결합이 강화됨과 동시에 위험요소도 고조될 수 있다.
중국 리스크는 먼저 중국발 인플레이션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물가와 한국 소비자물가의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2007년 어떤 보고에 따르면 중국 수출물가 상승은 국내 물가상승의 약 30%에 가까운 기여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자료: 한겨레 신문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숨어 있는 구조적 변화의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국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더 깊은 정치경제적 함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저녁 중국은 전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다. 2개월 만에 다시 인상한 것이다. 당시 전 세계경제가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운 바 있다. 우리나라는 저금리를 계속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물가 때문에 마지못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이른바 G2로 떠오른 중국은 독자적인 금리 정책을 선제적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중국의 금리인상은 자국 내 물가, 임금 인상, 부동산 거품 등을 반영한 것이고 한국에는 수입물가 뿐만 아니라 수출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뿐만 아니다. 당분간 중국의 금리 인상 압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올해부터 중국은 12차 5개 년 계획에 돌입하면서 성장전략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한국 대기업들은 위안화 결제에 대비할 것이다. 당장은 달러 결제를 대체하는 성격을 띠지는 않겠으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위안화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중국은 새로운 성장전략에 내수 중심으로의 전환을 중심축에 놓고 있고 한국의 대자본들은 여기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일찍부터 시작하였다.


3. 제조 대기업, 중국으로의 자본 이동 가속화 될 것


한국의 제조 대자본들은 지금 진화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 IT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뿐만 아니라 자동차, 철강, 화학 등의 대자본들은 중국효과를 극대화하고 중국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일찍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현대차 자본의 내수-수출, 국내생산-현지생산 수익구조가 변곡점을 지났음에도 충분히 주목되고 있지 않는 점은 아쉽다. 지난 2008년 현대차는 이미 현지생산이 국내생산을 추월했다. 국내에서 생산해서 수출을 하는 대신 현지에서 생산하고 현지에서 판매하는 체제가 공고화된 것이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지난 해 4분기 역시 이러한 현지생산 체제의 공고화가 낳은 결과인 것이다.
현대차와 같은 사례는 다른 제조 대자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조 대자본의 중국이전은 붐을 일으켰던 2000년대 초반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가속화될 것이 확실하다. 이전에는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이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비생산 과정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에도 제조업에 미치는 중국효과는 교역 규모라는 시각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클 것이다. 그러나 이익을 보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국효과는 중소기업들에게 이익이 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외에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물가상승, 중국발 경제 구조변동, 대자본들의 이동은 노동에 위험요소로 작동할 것이므로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