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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미 달러 증발과 반민중 MB정책의 합작품

금속노조연구원   |  

고물가, 미 달러 증발과 반민중 MB정책의 합작품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美 달러 증발, 이집트 항쟁을 부르다


 원래 이번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와야 하는 것은 경기침체와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위기는 주요하게는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것이며, 따라서, 이 위기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라 발생한 부실 자산이 청산되고, 그간 과도했던 부채가 축소되어야 끝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가계와 기업, 은행의 파산, 경기 침체,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이)라는 극한의 고통이 동반된다.


 그러나 우리는 디플레는 고사하고 오히려 물가 폭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왜 그런 것일까?


 이는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막대한 돈을 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미국은 5%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0%로 낮추고, 그것도 모자라 1조7000억불에 달하는 돈으로 시중의 채권을 대대적으로 매입했으며(양적완화), 8,000억불에 달하는 경기부양 자금을 풀었다. 이로 인해 2009년 중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음에도, 2010년 하반기 다시 6,000억불의 추가 양적 완화를 시행했고, 연말에는 감세정책을 연장, 2년간 8,000억불을 더 풀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이렇듯 대대적으로 돈을 풀었으나, 정작 이를 직간접적으로 받은 금융투기세력들은 딱히 대출해줄 곳이 없었다. 가계나 기업은 거품 붕괴 후 부채를 축소하고 저축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출을 받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미국 중앙은행에 돈을 재예치(초과 지급준비금)하거나, 금융시장으로 몰려가 어디든 “돈 좀 되겠다” 싶은 곳에는 벌떼처럼 몰려다니며 새로운 거품을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금값은 1,400불까지 치솟았고, 리먼 사태 직전 1만4000이었던 다우지수는 1만2000을 넘어서며 다시 회복됐다. 위안화 절상을 노리는 투기자금이 중국으로 몰려들었고, 시중 금리가 10%를 넘는 브라질에는 투기자금이 밀려들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증시는 2,100선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전 고점을 돌파하기까지 했다.



[그림1] 코스피 지수 추이(2005년~현재). 경제위기 이후 1,000선까지 내려왔던 주가는 미국의 달러 증발에 따른 외국투기자금의 대대적 유입으로 위기 이전의 수치를 넘어섰다.

 


 최근의 곡물가 폭등과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역시 마찬가지다. 기상이변과 이에 따른 작황 부진에 따라 공급이 줄고,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곡물가가 폭등한 것이다. 곡물가 폭등이 중동 민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으면서 튀니지, 이집트에서 항쟁이 일어났고, 또 중동의 항쟁에 의해 원유 공급 문제가 발생하자 여기에 또 투기수요가 몰려들면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다.



[그림2] 폭등하는 곡물가. 골드만삭스 농업현물가격지수, 곡물 가격을 지수화한 그래프로, 현재 3년래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 자료: Calculatedriskblog.com

 



물가 폭등 방치하는 이명박 정권


저금리로 물가 폭등 방치하는 한국은행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국은행은 2월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금리 결정이 보통 6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금리를 인상해도 이미 늦었는데, 오히려 금리를 동결해버린 것이다.
 물가 안정을 위한 핵심 수단인 금리 정책을 포기해놓고, 입으로는 온갖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며 물가 걱정을 늘어놓으며,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 잡는 시늉만 하는 것이 이 정권의 실체다.




[그림3] 괴리된 성장률과 기준금리. 국내 분기별 경제성장률(빨간색, 왼쪽축. 전기대비)과 기준 금리(파란색, 오른쪽축). 성장률이 급락할 때는 금리를 급격히 내렸으나, 성장률이 급격히 회복되었음에도 금리는 올리지 않고 있다. 그만큼 돈이 풀리고,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 / 자료: 한국은행

 




[그림4] 소비자물가지수(2005년~현재). 소비자물가가 최근 들어 가팔르게 상승하고 있음(오른쪽 원)을 볼 수 있다. 왼쪽 원은 국제 유가가 150불까지 폭등했을 당시에 보여줬던 기울기다. / 자료: 한국은행

 


 ‘물가 안정’을 목표로 둔 한국은행이 왜 이렇듯 금리 인상을 늦추려 안간힘을 쓰고 있을까? 임기 내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가계부채의 부실화를 막으려는 이명박 정권의 의도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원하는 것은 소위 ‘부동산 연착륙’이다. 이는 주택의 명목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장기간 유지되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4%라 가정하면, 올해 6억원인 30평 아파트의 가격이 5년간 변동없이 유지되면 그 실질 가격은 현재 가치로 5억원으로 떨어지고, 10년 뒤에는 4억원으로 떨어진다. 반면 명목 가격이 유지되므로,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이나 이에 따른 추가 원금상환 요구 같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게 되어 표면적으로 부실이 인식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이렇게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 2월까지라며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이 실현되려면 사람들이 6억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계속 해당 주택을 구입하거나, 현재 집주인이 집값을 내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자금 압박이 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자면 당연히 시중 금리를 가급적 낮게 가져가야 하고, 모자란 부분을 자유롭게 충당할 수 있어야 하며(DTI 규제 완화), 전세 가격이 상승하면 금상첨화다. 반대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이명박 정권은 이러한 의도에 따라 지난 3년간 초저금리를 지속하고, 부동산 규제를 사실상 전면 철폐했으며, 4대강 삽질을 비롯한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모두 쓰면서 집값 거품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거품 붕괴가 멈추지 않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한동안 뜸하던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기 최근 다시 나타나 중견 건설업체인 월드건설과 진흥기업이 사실상 부도가 났고, 자산 규모로 업계 1위인 부산 저축은행 계열이 쓰러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어떻게 하건 금리 인상을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며, 이는 그대로 물가 상승으로 나타나게 될 수밖에 없다.


1,100원 아래로 내려올 줄 모르는 환율




[그림5] 원달러 환율 추이(2008년~현재). 당국의 환율 방어로 인해 1,100원선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 자료: 한국은행

 


 저금리와 더불어, 고물가의 주요한 원인으로 ‘고환율’을 들 수 있다. 사상 최대의 무역 흑자가 나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에서 도무지 내려올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초 95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2009년 2월 1,600원 부근까지 폭등(원화가치 급락)했다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2011년 2분기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1,100원 부근에서 머물고 있다. 원화가치는 2008년 초에 비해 현재 약 14% 떨어진 상태다. GDP가 이미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모든 지표가 경제위기 상황을 벗어났음에도 원화가치만은 여전히 떨어진 상태에서 회복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고환율 유지를 위해 쉬지않고 외환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그 강도가 어찌나 심했던지, 미 재무부가 2월4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 이례적으로 중국과 더불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주석까지 붙여가며 세세히 지적해놓을 정도가 되었다.
 원화가치가 최저점에서 상승세로 접어들던 2009년 2월 2,010억불이었던 외환보유고가 올해 1월에는 2,959억불로 3,000억불에 육박하고 있다. 즉, 지난 2년 동안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무려 1,000억불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진행한 것이다.


 고환율이 유지되면 수출 물가는 내려가고, 수입 물가는 올라간다. 따라서 현재의 원화가치가 정상화된다면, 물가 압력은 상당부분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오히려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며 “무역액 1조 달러 달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향후 환율 정책이 어떨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100원 부근까지 절상되자, 정부와 재계, 경제 신문들은 일제히 ‘원화 강세’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는 민중이야 고통받건 말건 고환율에 따른 달콤한 이익을 어떻게 하건 조금이라도 더 따먹으려는 수출 재벌들의 이기주의일 뿐이다.
 분명히 말하건데 적정 환율은 달러당 1,000원 아래다.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가 이를 입증한다. 현재의 달러당 1,100원은 여전히 ‘고환율’이며, 환율은 더 내려가야 한다. 이는 ‘원화 강세’나 ‘원고’가 아니라, ‘원화가치의 정상화’이다. 그리고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이를 저지하려 하는 이명박 정권과 외환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민중의 부를 강탈해 수출 재벌에게 넘겨주는 강도 행각이다.


맺으며 - 이집트 사태, 남의 일 아닐 수도


 결국 ▲“남이야 물가폭등을 겪건 말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미국의 달러 증발과, ▲이명박 정권의 ‘저금리’, ‘고환율’ 정책에 의해 ‘물가 폭등’과 ‘민생 대란’이 다가오고 있다.
 자신의 태생이라 할 수 있는 수출 대자본과 건설자본들을 위해 고환율을 유지하고, 저금리를 통해 부동산 거품 붕괴를 ‘또다른 거품’으로 떠받쳐 어떻게 하건 제 임기만을 넘기고 먹튀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행태는 결국 ‘물가 폭등’이라는 암초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중 항쟁은 ①정권의 실정이 누적된 상황에서, ②미국의 달러 증발과 이에 따른 투기세력의 준동으로 곡물가와 유가가 급등하고, ③이로 인해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민중의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했고, ④여기에 튀니지 청년 노점상의 분신 사건이 뇌관으로 작용하면서 폭발한 것이다.
 투쟁은 물가로 시작됐지만, 민중의 과녁은 물가 대책이 아니라 ‘정권 타도’로 맞춰졌고, 결국 튀니지와 이집트의 대통령들이 모두 축출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즉각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원달러 환율을 정상화해야 한다. 물가 폭등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에서라고 이집트 같은 일이 벌어지지 못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