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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동향>2차양적완화 종료와 이후 전망

금속노조연구원   |  

2차 양적완화 종료와 이후 전망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또다른 거품을 부른 양적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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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중에 유통되는 국채를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매입 대금이 시중에 풀리게 되고, 이 돈이 금융시장에서 돌도록 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당시 극심한 경기 침체와 디플레(물가 하락)에 시달렸던 일본이 처음 시도했고, 세계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미국이 하고 있다.


왜 이런 짓을 하는가? 거품 붕괴로 ‘신용 공황’이 일어나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이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그리고 이에 따른 MBS, CDO 등 연관 파생상품 부실화로 인해 2008년 9월 세계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세계 최대 보험사 AIG가 국유화되면서 미국 금융시장은 사실상 마비되었다. 금융 시장을 호령하던 저들조차 속절없이 망하는데 다른 이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신뢰는 붕괴되었고, 모두가 돈을 빌려주기는커녕 있는 대출 회수하기에 바빴다. 이렇게 되자, 보통 기존의 빚을 새로운 빚으로 돌려막기(차환) 하던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부도 위기로 내몰리며 금융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 기에 이르렀다.


결국 미국은 씨티, JP모건, 골드만삭스, BoA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모든 금융기관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사실상 국유화했고, 금융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하기 위해 금리를 0%로 내리고, 시중에서 ‘쓰레기’로 취급되어 팔리지 않는 모기지담보부증권(MBS)과 같은 국가기관인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를 닥치는대로 사들이며 시중에 돈을 살포했다. 결국 이러한 응급 처방으로 미국의 금융시장은 ‘동맥경화’와 ‘뇌출혈’로 인한 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생겼다. 비정상적인 응급 처방은 환자가 안정되면 빨리 중단시켜야 하는 법이나, 미국은 그러지 않았다. 0%의 초저금리, 1조7500억불 규모의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세가 미진하고 실업률이 9~10% 대에서 떨어지지 않으면서 미 연준은 1차 양적완화를 무려 1년 3개월이나 끌어 작년 3월말에 종료했고, 3월말 이후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채권 가격이 폭등하자 다시 6,000억불의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를 건네받은 금융자본들은 그다지 돈을 운용할 곳이 없었다. 결국 이들은 받은 돈 중 절반이 넘는 1.5조불을 ‘초과 지급준비금’이라는 명목 아래 미 연준에 재예치해 0.25% 이자를 받고, 나머지로는 전세계 금융시장을 휘젓고 다녔다.


그 결과 금값, 유가, 곡물가가 폭등했고, 브라질, 호주, 한국 등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증시는 급등에 급등을 거듭했다. 곡물가 폭등은 튀니지, 이집트 등에서 중동 민중이 저항의 도화선이 되었고, 이는 다시 유가 폭등을 낳았다. 그리고 현재 세계 각국은 곡물가와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즉, 올해 전세계 민중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물가 대란’의 뿌리에는 바로 이 ‘양적 완화’, 즉 미국의 ‘달러 증발’이 있으며, 추가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6월말 이후 미국이 어떻게 할지는 세계 경제의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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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은가격 추이. 2차 양적완화가 발표된 8월말 이래로 급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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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가격 추이. 마찬가지로 2차양적완화가 발표된 8월말 이후 급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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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농산품 가격지수. 2차 양적완화 이후 정상 범위를 벗어나 폭등하기 시작했다.
 


"달러, 더 풀지는 않되, 푼 건 그대로 둔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하 연준)는 4월 26~27일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주목된 부분은 미 연준이 ▲지난 11월 시작해 6월말까지로 되어 있는 2차 양적완화의 연장 여부와 ▲매달 도래하는 국채의 만기 도래분의 회수 여부였는데, 연준은 2차 양적완화를 연장하지는 않기로 했고, 국채 만기도래분은 회수하지 않고 재투자하기로 했다.


양적완화는 앞서 설명했고, 국채 만기도래분 재투자는 무얼 뜻하는가? 모든 채권에는 만기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만기가 도래해 돈이 자연스럽게 시중에서 중앙은행으로 회수되게 되어 긴축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연준이 이 만기도래분을 재투자한다는 것은 새로운 국채를 또 사서 시중에 풀린 돈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즉, 미국은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달러를 더 풀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풀린 돈을 회수하지는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일단 달러를 더 찍지는 않겠지만, 시중에 풀린 돈(유동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향후 상황에 따라 돈을 더 풀던지 회수하던지 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높아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돈을 더 풀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인데, 최근 통계들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은 연율 1.8%에 머물렀고, 실업률은 다시 9% 위로 올라갔으며, 고유가와 일본 대지진 등으로 생산지표들 역시 둔화되고 있다. 결정적으로 주택지표는 여전히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 전망도 좋지 않다. 금융위기 이래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정부의 힘’으로 버텨왔다. 각국 정부가 민간의 부실을 떠안았고, 대대적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그 결과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추가 부양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고, 이미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금리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거품이 발생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긴축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해 이제는 민간 자본이 주도해 다시금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000년대 세계 경제 호황을 이끌어왔던 것은 미국의 주택 거품과 이에 기반한 가계의 소비였으나, 거품 붕괴 이후 미국민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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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 추이. 금융위기 이전 1%에 불과했던 것이 위기 이후 5%에 이르고 있다.


금융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매달 1,000억불 규모에 달하던 미 연준의 달러 공급이 사라지게 되고, 투기로 인해 오를 대로 오른 금융시장은 더 이상의 상승 여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결국은 거품이 꺼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투기세력들은 이미 “양적완화 전까지 차익을 실현한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빠져나갈 시점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양적완화가 중단되면, 세계 경제는 심각한 ‘금단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경제 지표들이 크게 둔화되고, 금융시장은 투기세력의 움직임으로 크게 요동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미국은 다시금 추가 양적완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런 행위에 의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 패권자가 그 패권을 저만 살겠다고 쓰게 되면 다른 이들의 불만을 사게 되고, 패권을 약화시키는 움직임을 낳게 된다.


이미 미국의 달러증발과 이에 편승한 투기자본의 준동을 견디다 못해 외환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세계 각국이 지역블록화를 추구하면서 금융 세계화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달러 패권을 약화시킨다. 시중에 달러를 풀면 풀수록 달러 가치는 떨어지게 되며, 이는 수출 기업들에게 좋을지 모르나, 미국의 국력과 미국민들의 삶은 더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류의 정책을 계속한다면 결국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 헤알화 등 지역 통화들의 사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앞의 지역 블록화 경향과 결합될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어느 시점에서는 미국이 추가적인 달러 약세를 막기 위해 시중의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시중에 돈을 풀면 풀수록 회수할 때의 고통은 더 커지게 되며, 더 강력한 경기 침체와 디플레를 부르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정치적 패권도 타격받을 수 있다. 투기세력들이 곡물가를 높이자 민생 불안이 심화되면서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민중의 저항이 일어나 독재 권력이 쓰러지고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미국은 중동 전략을 다시 짜야할 위기에 빠질 뻔 했다. 비록 거기까지는 나가지 못했지만, 민주화의 진전은 사상과 언론, 표현을 자유를 부르며, 결국 미국의 중동 패권의 핵심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미국과 중동 독재권력들의 유착 문제에 대한 중동 민중의 자각과 저항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시사점 : 고물가 국면 당분간 이어질 것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 국채를 매입하여 시중에 돈을 풀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금융자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후에는 또다시 세계 금융시장에서 거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가, 원자재가, 곡물가가 폭등하고, 전세계적인 물가 대란이 일어났다. 지난 4월말, 미국은 2차 양적완화를 예정대로 6월말 종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며, 이후 경기 침체나 금융시장의 위기 등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다시 ‘달러 증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양적완화는 위기에 빠진 미국이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점을 악용해 자신의 위기를 전세계로 전가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위기를 전가하려 할 것이다. 높은 곡물가와 유가, 원자재가와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금값, 거품이 잔뜩 낀 세계 증시 등이 잠시 동안의 조정 후 이전의 추세를 회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적으로 양적완화의 지속은 국내 금속산업의 수출의 호조세가 당분간 더 유지된다는 의미다. 사측이 임단협에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로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엄살을 떨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 우리가 지난 연초 겪었던 물가 대란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다. 금속 노동자들은 단위 사업장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실질임금 하락을 보전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최저임금 인상투쟁 등 물가 상승분을 보전받기 위한 민중의 투쟁에 적극 참여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