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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올해 임금 전망과 접근 방향

금속노조연구원   |  

올해 임금 전망과 접근 방향




                정일부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1. 올해 임금인상을 둘러싼 상황 


2011년은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사에서 하나의 커다란 변화를 겪는 시기이다.


지난 1987년이 6월 민주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새 역사를 열어젖힌 시기라면, 1997년은 노동법·안기부법 등 날치기 개악에 맞서 총파업으로써 노동조합의 위력을 보여준 시기였다. 2010~2011년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 등 노동운동 환경을 둘러싸고 노·사·정간의 오래된 싸움이 또 다른 지형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시기이다.


이제 이 시기를 지나면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사는 지난 87년과 97년 체제와는 다른 성격과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런 커다란 흐름 속에서, 올해 임금인상을 둘러싼 세부적인 조건들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노동소득분배율 등 경제적인 조건들이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전임자임금 지급문제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문제 등 법적인·단체협약상의 문제들도 임금인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형태로든 보완장치 마련노력이 계속 될 것이기 때문이며, 또한 7월 1일 이후 사업장들이 복수노조 환경으로 바뀌더라도 그 전에 체결한 임금협약의 경우 그 유효기간이 적용되므로 사업장에 따라서는 임금협상을 앞당기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임금인상 과정 역시 구조조정 문제, 사내하청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문제가, 임금·단협 교섭에 비해 더 큰 전선을 형성해 왔던 전례에서 보듯이 임금투쟁과 무관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2. 올해 임금인상 요구와 타결 전망 


IMF에 의하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여전한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으로 4%대의 성장률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이나 설비투자가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소비는 오히려 축소될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을 4.5%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은 유가상승의 압력으로 물가상승률을 3.5%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생활상의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작년·올해의 경제성장률과 올해의 높은 물가상승률, 2011년 공무원의 5.1% 임금인상으로 인해, 경총에서조차 2011년도 임금인상 제시율을 예년보다 훨씬 높은 3.5%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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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011년 경제적 변수를 살펴보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올해의 실질임금인상률은 8.0%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노동의 대가로 가계에 분배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매년 악화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적정한 생계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상향조정 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 생활고가 더 심해지고 있는 현실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생계형 가계빚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생계비보다 낮은 소득과 그로 인한 사회불평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같은 불평등은 소득의 양극화로 인한 계급분열만이 아니라,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금융산업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금융위기 경고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올해 임금인상에서 중요한 것은 최소 8.0% 이상의 실질임금인상률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저소득층의 임금수준을 얼마나 현실화하고 격차를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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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러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한국노동연구원에서는 올해 임금인상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임금상승률은 5.5%로, 2010년도 6.1%보다 낮지만 2010년의 인상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그보다 높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국민경제 전체적인 임금상승률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예상대로 실현된다는 전제 하에 6.8%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노동연구원의 주장을 기초로 할 경우 금속노조의 2011년도 임금인상은 기본급 9만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3. 임금인상에 대한 접근방향


그러나 임금협상이 집중되어 있는 올해, 임금인상에만 골몰하기보다는 보다 폭넓은 시각과 접근이 요구된다. 문제는, 매년 추진하는 임금협상이지만 그것을 통해 무엇이 나아졌는가를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변화와 추이는 그 기본모델인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Simon Mohun에 의하면 1948년~2008년 기간에 민간기업들의 생산직 노동자와 감독자 간의 임금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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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의 임금상승률을 보면 1979년까지 기간에는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내릴 때 같이 내린 반면에, 1979년 이후부터는 그 격차가 현격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1980년을 전후로 하여 사용자를 대변하는 집단이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다. 즉, 1980년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이 공화당의 후보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이후 레이거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조세감면 및 사회복지 지출억제 등 보수정책들을 펼쳐나갔던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본격적인 도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Martin Hart-Landsberg에 따르면 이러한 계급적인 추세는 현재에도 이어져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즉, 미국 국가경제조사국(NBER)에서는 미국 경제가 2007년 12월에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후 2009년 6월부터는 후퇴를 벗어나 회복과 확장 국면으로 전환되었다고 발표했다. 그 가장 큰 성과는 이윤율 회복이라는 평가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의 확장 국면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을 비롯한 지배계급과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축적하고 이자를 받아간 반면, 노동자와 일반 중위가구들의 소득은 실질적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1년~2007년의 전후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의 확장 국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역시, 기업이윤만 최고로 증가했을 뿐 국민 대다수의 생활조건과 노동조건은 오히려 악화되었던 것이다.


결국,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여 임금이 인상된다고 해서 결코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임금이 올라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임금이 갖는 태생적인 성격 때문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임금은 처음부터 부등가교환 관계에서 출발하였다.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만큼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잉여가치를 둘러싼 노동·자본 간의 대립을 통해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노동력의 매매과정에서는 임금수준을 둘러싸고 또 노동력의 사용과정에서는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노동·자본 간의 투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본 간의 부등가교환 관계와 대립·투쟁을 통해서 임금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곧 임금이 개별적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 임금투쟁만으로는 노동을 억압하는 사회체제의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한 임금투쟁은 인간해방을 향한 최종목표와 연관을 가질 때 비로소 올바른 방향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우선, 임금투쟁만으로 안 된다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듯이, 가진 자의 이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 그들에 대한 정치적 실천을 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바로, 사업장을 넘어서 모이는 것이며, 또 생활의 제반 문제에서 우리 사회와 경제의 성격을 바꾸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임금투쟁이 인간해방을 향한 목표와 연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활양식을 전환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단시간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을 하는 정규직으로 바꾸려는 게 아니라, 거꾸로 정사원들의 노동시간을 줄여 단시간 정규직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기업의 고용정책과 정부의 규제완화 때문에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막고, 일자리나누기와 균등처우에 의한 생활안정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물질적으로 소박하고 단순하며, 속박되지 않는 자유시간이 있는,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노동과 생활방식, 즉 ‘생태주의적이고 성평등적인 풍요롭고 단순한 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실질임금의 인상과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일은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사회를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게 될 뿐 아니라 사용자들에게도 교양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을 주게 된다. 결국 이는, 노동자를 사용자의 착취에서 벗어나게 하는, 노동해방이 바로 인간해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