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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금속동향] '수출둔화' 다가온다.

금속노조연구원   |  

‘수출 둔화’ 다가온다

- 최근 경제위기와 금속산업 향후 업황 전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8월 동향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이달에는 조금 더 자세하게 금속산업의 향후 전망을 검토해 보겠다.

그간 국내 금속산업은 2차대전 후 최악이라고 평가되는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큰 위기 없이 나름 잘 버텨왔다. 아니, 오히려 자동차의 경우에는 2009년, 2010년 오히려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수익이 삼성전자의 수익을 앞서는 일까지 발생했다. 조선 산업은 수주량 감소 속에서도 대형업체들을 중심으로 LNG선,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선의 건조 등을 통해 그럭저럭 버텨냈고, 철강 산업 역시 건설경기 침체와 조선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의 호조와 중국의 수요를 통해 큰 위기 없이 경제위기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이 있었다.

 

‘위기 속 호실적’의 원인과 현재 상황

 

1) 우선 경기 요인으로 세계 각국의 부양책을 들 수 있다. 거품 붕괴 이후에 나타나는 것은 ‘부채 축소(디레버리지)’의 과정이며, 이는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다.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는 위축되며, 수많은 업체가 도산하고, 그 이전부터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린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중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대대적인 부양책을 구사함으로써 부채 축소의 고통이 나타나기보다는 경기가 오히려 회복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국내의 자동차, 조선, 철강 산업은 큰 수혜를 볼 수 있었다.

 

2) 둘째로 고환율이 지속된 것을 들 수 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외국 투기자본의 이탈은 원달러 환율의 폭등을 낳았고, 이는 수출 재벌들의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2009년 들어 환율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자, 이제는 정부가 개입해 환율 하락(원화가치 절상)을 늦췄다. 그 결과 2008년 935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한때 1,600원까지 올랐다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97년 금융시장 개방 이래 위기가 오면 ①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이에 따라 ②환율이 폭등하며, 이를 통해 ③수출 재벌들이 막대한 환차익을 거두며 위기를 탈출하고, ④이들의 실적 호전으로 경기지표가 호전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국민의 부가 수출 재벌에게로 자동으로 강제 이전되며, 국민들은 ‘고물가’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라는 비용을 내야 한다(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2009,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불 아래로 떨어져 1만7천불, 1만9천불로 크게 감소했었다). 정부와 재벌이 말하는 ‘경기회복’은 바로 이러한 ‘착취’를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3) 세 번째로 일본 대지진을 들 수 있다. 일본 대지진은 우리와 산업구조가 거의 동일한 일본의 주력 산업들의 가동을 멈추게 함으로써 국내 금속산업에 막대한 이익을 주었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의 공장이 중단된 틈에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중국, 중동과 신흥 개발도상국들에게 급속히 점유율을 높였고,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역시 ‘일본 공백의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이러한 대내외적 요인들이 ▲환차익을 활용한 대대적 마케팅, ▲국내 제품들의 위상과 경기침체 국면의 부합된 측면(일제보다는 싸고, 중국제보다는 비싼 중간 위치가 경제 침체기의 위축된 소비 성향와 부합한다. “일제는 비싸고, 중국산은 좀 그러니 한국산을 사자!”), ▲그간의 투자를 통한 기술력 향상 등 내적 요인들과 결합되면서, 국내 금속 산업은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2011년 4분기 이후에도 그렇게 될 것인가? 이를 살펴보자.

 

1) 부양 여력 감소.. ‘장기 저성장’ 예고

 

그간 진행된 부양의 약발이 다했음에도, 세계 각국의 부양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규모의 부양책들은 결국 재정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이는 추가적인 대규모 부양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세계 각국은 현재 ‘부채는 줄이면서, 경기는 살려야’ 하는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바, 이는 부채가 무서워 부양이 안되고, 경기가 무서워 부채 축소가 안되는 ‘정기 저성장’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는 중국과 한국 등 개도국들이 수출하고, 미국과 유럽이 소비하며, 중국의 공장을 돌리기 위해 호주, 브라질 등이 원자재를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의 소비가 줄어들거나 정체되면 중국과 한국의 수출이 정체되고, 이에 따라 원자재 수출이 막혀가게 된다. 다만 이렇게 되는 데에는 시차가 존재하는데, 지금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까지 진행됐고 이제 그 영향이 개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9월초 브라질은 금리를 인하하며 개도국 경기 침체의 신호탄을 쐈고, 중국에서도 긴축 정책의 영향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그림1] 미 자동차 판매 추이. 회복세가 꺽이고 있다.

[그림2] 발틱건화물지수(BDI) 추이. 이 지수는 해운업과 조선업의 경기를 나타내는데, 지지부진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2) 고환율 지속

유럽 신용경색과 미국의 더블딥 우려로 외국 투기자본이 이탈하면서 환율이 다시 1,200원 선에 육박하고 있고, 유럽 상태나 미국의 더블딥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고환율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3]원달러 환율 추이(1달러당 원). 최근 위기로 1,200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속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업종이 일본과 겹치는 상황에서, 원엔 환율의 급등은 특히나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4] 원엔환율 추이(100엔당 원). 원화 약세, 엔화 초강세로 1,560원까지 폭등했다.

 

3) 일본 대지진 영향 종료

마지막으로, 일본 대지진은 그야말로 ‘일시적인 요인’이다.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이제 대지진의 영향에서 거의 벗어나 생산을 정상화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은 사실상 끝났으며, 향후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금속산업은 잃어버린 점유율을 되찾으려는 일본 자본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물론 지속되는 엔고로 일본 자본들이 매우 힘든 상황을 맞고 있기는 하다.

 

 <1+1+1=3>이 <-1+1+0=0>으로

 정리하면, 우리 나라 금속 산업의 업황은 경기와 환율에 달려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이 두 요인이 모두 ‘플러스(+)’였다. 고환율이 금융위기 직후의 어려움을 상당부분 해소했고, 뒤이어 터져나온 고연비 차량에 대한 세제혜택(美), 가전하향(中) 등 세계 각국의 부양책이 경기를 부양했다. 덕분에 국내 금속 산업은 남들이 다 죽을 쑨 2009, 2010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가 줄어들어가던 2011년에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까지 더해지면서 ‘1(경기)+1(환율)+1(日지진)=3’의 상황이 도래, 금속 산업은 지금까지 ‘위기 속의 호시절’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제 ‘경기’와 ‘환율’ 두 변수 중 ‘경기’ 요인이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세계 경제는 ‘급락’이라는 1국면, ‘부양에 따른 회복’이라는 2국면을 지나 ‘부양여력 감소에 따른 장기 저성장’이라는 3국면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고환율의 완충 작용이 있겠지만 국내 금속산업 역시 그러한 추세를 거역할 수 없다. 이제 ‘-1(경기)+1(환율)+0(日지진)’의 상황이 온 것이다.

아울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의 외환건전성이 개선되었고,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한국 정부의 환율 조작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물가 폭등에 따른 민중의 분노도 점점 차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 방어를 통한 정부의 국민재산 강탈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환율 변동폭과 고환율 유지 기간이 2008년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8월 무역수지가 4.8억불 흑자로 급감했고, 9월 무역수지도 간신히 흑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는 대부분 반도체와 LCD 가격 하락에 다른 IT전자산업의 업황 부진 때문이며, 그 파장이 아직 금속 산업까지 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10월 들어서면서 그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면서 수출 둔화 추세가 향후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어려워진 사람들은 가전제품 하나 더 안사고, 자동차 2~3년 더 타면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고, 물동량 감소는 선박 발주를 감소시킬 것이며, 이 두 산업의 부진이 철강 산업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시사점

1) 수출 둔화를 핑계로 한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된 ‘위기 속의 호황’은 이제 종료되었다. 국내 금속 재벌들은 수출이 둔화됨에 따라 점차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들 것이다. 한진중공업처럼 위기가 오지도 않았는데 ‘위기’라면서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판국에 ‘실적 둔화’가 다가왔을 때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금속 노동자들은 그간 정부 지원, 고환율 등 갖은 지원을 다 받아먹고도 조금만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을 운운하는 재벌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공격하고, 사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다가올 큰 싸움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2) ‘소리없는 도둑’ 고환율-고물가에 대한 대책 요구해야

“고환율로 회사가 잘되면 나도 잘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고환율을 위한 정부의 환율 방어비용은 우리의 세금에서 나가는 것이고, 고환율에 따른 재벌의 이익 중 우리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더구나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는 우리 노동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도둑질해간다. ‘되로 주고 말로 뺏어가는’ 소리없는 강도가 바로 고환율과 고물가다.

따라서 우리 금속 노동자들은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반대하고, 부동산거품 떠받치느라 금리 정상화를 한없이 늦춰 물가 대란을 촉발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저금리-고환율-고물가’ 정책에 반대하고, 대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