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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동향12월]전월세난,원인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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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올 한 해 노동자 민중은 심각한 전월세난을 겪었다. 전세 가격이 2~5천만원씩 뛰어 대출을 받거나 더 좁은 곳으로 옮겨야 했고, 보증금이 늘어나는 대신 다달이 월세를 내야 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났다. 겨울이 되면서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내년에도 전월세난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월세난의 원인 -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집값

 

그렇다면 왜 전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일까?

주지하다시피, 전세는 세입자가 집을 빌릴 때 다달이 사용료(월세)를 내는 대신, 일정 규모의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겨놓는 방식의 주거계약이다.

이러한 방식의 계약은 세입자로 하여금 ‘시중 금리’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토록 만들며, 이에 따라 시중 금리보다 높은 게 보통인 월세에 비해 세입자들에게 선호되어 왔다.

그렇다면 집주인은 비싼 월세 대신 싼 전세를 선호해왔을까? 받은 보증금을 월세 이상으로 불릴 자신, 또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수십년간 상승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서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아래 표 참조). 집주인이 2001년 보유주택에 1억짜리 전세를 놓고,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보증금 1억원과 대출 1억원으로 2억원짜리 집을 새로 샀는데, 그 집이 5년 뒤인 2006년에 6억원이 되어 팔았다 치자. 수익이 4억이고, 보증금 비중이 절반이므로 수익 중 보증금의 기여도는 2억이다. 즉 1억원 보증금으로 5년간 200%, 연평균 40%의 수익(보증금 1,000만원으로 연 400만원)을 올린 것이다.

6억원이 아니라 4억원으로 올라 팔았다고 해도 보증금 1,000만원으로는 연 200만원의 수익, 연평균 20%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반면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10만원, 즉 연 120만원의 수익을 거두는 게 보통이다. 두 경우 모두 월세를 받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니, 집주인으로서는 당연히 월세 대신 전세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표1 – 부동산 가격 상승기 집주인 입장에서의 전, 월세의 수익률

 

매입가

매도가

차익

보증금

대출

수익률

기간

보증금의연수익률

전세

2억

6억

4억

1억

1억

200%

5년

40%

2억

4억

2억

1억

1억

100%

5년

20%

2억

3억

1억

1억

1억

50%

5년

10%

월세

월세전환율이 100대 1이면, 연으로는 100대 12이다.

12%

 

 

그러나 집값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게 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받아봐야 월세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거두기 힘들게 된다. 일부는 주식 시장으로 가겠지만, 보증금은 엄연히 빌린 돈이기 때문에, 전세 보증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보편적 형태가 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따라서, 집주인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시기에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자 하게 되며, 전세 물량은 줄고 월세나 ‘반(半)전세’ 같은 계약을 선호하게 된다.

세입자들은 어떤가? 주택이 재산증식의 수단이었던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게 되면 당연히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리려 할 것이며, 그 기간 동안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 당연히 전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즉, 전세를 놓으려는 집주인은 줄고, 전세로 들어가려는 세입자는 많아지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이 급등하게 된 것이다.

 

전세가 상승,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 지속될 것

 

우리나라의 집값은 2006년 중반에 거품의 정점에 올라섰고,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있는 힘을 다해 집값 하락을 막으려 저금리와 각종 부동산대책을 남발하면서 하락 추세가 늦춰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기는 역부족이며, 오히려 부동산 거품 해소를 더욱 지연시켜 경기 회복을 더 늦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부동산 신화가 붕괴되면서, 그에 기반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들도 함께 붕괴되고 있다. 신화의 붕괴는 이를 믿던 이들에게 재앙을 초래하며, 특히 그 신화에 막차를 탄 이들에게 다가온다. 우리는 노동자 민중이 그러한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분양’과 ‘청약’이다. 지금까지는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계약자를 모으고, 사람들은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몰려들었다. 몰려드는 이가 너무 많으니 ‘주택청약’이라는 제도가 생겨 돈을 오랜 기간 부은 이들에게 우선 순위를 주었다. 따라서 사회 초년생에게 ‘주택청약통장’ 만들기는 재산 형성의 기본으로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집값이 오르지 않게 되어 아무도 집을 사려하지 않는 판국에 ‘분양’과 ‘청약’은 당연히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떨어지는데, 왜 거액을 주고 사야 하는 아파트를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계약하겠는가? 결국 최근에 진행된 ‘분양’은 대부분 대규모 미분양만을 남긴 채 실패로 끝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2006년 이후 분양의 막차를 탄 이들은 할인 분양의 피해자들이 되어 막대한 자산 손실을 입고 있다. 주택청약저축은 이제 주 목적인 분양용으로의 의미를 거의 상실했으며, 임대아파트나 저가 전세주택(SHIFT) 당첨을 위한 통장으로 그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집값은 장기적으로 오르기 어려우며, 따라서 집값이 올라야 활성화되는 전세는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전세 가격은 상승할 것이며, 전세의 월세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집주인들은 집값 하락과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과 월세를 인상하려 할 것이고, 건설족들은 전세가 급등이 매매가와의 격차를 좁혀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매매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국 노동자 민중은 전세 보증금 올려주다가 허리가 휘고, 안 팔리는 비싼 아파트를 사도록 유도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월세 전환흐름 인정하되, ‘시중금리’ 수준의 주거비용 요구해야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전세는 투기를 위한 것으로, 좋은 제도가 아니다. 전세 보증금은 돌려받는 돈이고, 월세는 나가는 돈이라 여기는 것도 사실이라 보기 어렵다. 전세도 엄밀히 말하면 시중금리 수준의 월세를 지불하는 것이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를 4%라 하면, 전세 1억원짜리 집에 사는 사람은 연 400만원(월 33만원), 2억원짜리 전세를 사는 사람은 연 800만원(월 67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전세에 비해 월세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과거 세입자들에게 전세를 놓기 위해 집주인들에 의해 설정된 높은 월세가 떨어지지 않은 채 임차의 보편적 형식으로 자리잡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전세의 월세전환 흐름을 인정하되, 현재의 월세를 ‘시중금리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는 불가능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월세를 시중금리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의 비율, 즉 월세전환율을 제한하면 한다. 보통 월세전환율은 100대 1이다. 보증금 100만원 당 월세 1만원이므로, 1년으로 치면 무려 12%가 된다. 이를 낮추면, 가령 200대 1(연 6%)이나 300대 1(연 4%)로 낮추면 전월세 전환은 큰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다.

이렇게 월세 전환율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격한 것이 아닐까?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아닐까? 놀랍게도 월세 전환율 제한은 이미 법제화되어 있다!

 

표2 - 월세전환율 관련 조항(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주택임대차보호법 중...

 

제7조의2(월차임 전환시 산정률의 제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그 전환되는 금액에 「은행법」에 따른 은행에서 적용하는 대출금리와 해당 지역의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곱한 월차임(月借賃)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개정 2010.5.17>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시행 2010. 7.26] [대통령령 제22284호, 2010. 7.21, 일부개정]

제2조의2(월차임 전환 시 산정률) 법 제7조의2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이란 연 1할4푼을 말한다.[전문개정 2008.8.21]

 

 

이미 주택임대차보호법 7조 2항에 월세전환율 제한이 명시돼 있고, 그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현재 그 비율이 100대 1인 연12%를 넘는 연 1할4푼, 즉 14%나 된다는 데 있다. 있으나마나 한 조항인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권이 진정 전세난을 걱정했다면, 진작에 이 월세전환율을 6~7% 수준으로 낮췄을 것이다. 대통령령이라 의회의 동의도 필요가 없다. 그러나 건설족들과 부동산투기꾼들이 주요 지지기반인 이명박 정권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는 것이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전세상한제 정도만 제기했을 뿐, 월세상한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주인들의 횡포가 심해져 전월세가가 폭등하고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은 이제 이 문제를 끄집어내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의 고위 정책담당자가 “월세 전환율을 5%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언급해 주목을 끌었는데, 집주인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부동산 업계는 “재산권 침해”, “포퓰리즘‘, ”그렇게 되면 누가 임대사업을 하겠냐“, ”집주인들이 오히려 보증금을 올릴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며 이를 기획 단계에서 조기 무산시키려 애쓰고 있다.

이들의 억지 주장 중 그나마 실현가능한 것은 맨 마지막 주장 뿐이다. 월세전환율을 낮춰 가령 200대 1이 되었다 치자. 그렇게 되면 집주인들은 월세는 그대로 두고 보증금을 두 배로 올리려 할 것이다. 가령 기존에 보증금 1억원 하던 전세를 5,000-50으로 내놓았는데, 월세전환율 제한이 가해지면 월세는 그대로 두고 보증금을 1억5천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따라서 월세전환율 도입 초기에 세입자들의 부담은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세 가격은 집값보다 높을 수 없으며, 올라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초기에 보증금이 급등한다 해도 결국은 200대 1의 비율이 정착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다른 나라들도 월세는 시중 금리와 연동되어 움직인다. 부동산 투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이상한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시중금리 수준의 월세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고 보편적인 요구이다.

 

장기적으로 주택 소유개념 바꿔야

 

엥겔스는 ‘주택문제에 대하여’에서, ‘할부를 통한 노동자들의 주택 소유’를 사회주의자들의 요구로 만들자는 프루동주의자들을 비난하며, 그러한 방식이 노동자들을 빚에 짓눌려 살게 만들며, 혁명성을 거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나는 주택문제에 대해 깊이 연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이 사회에 모든 가구가 들어가 살 수 있을만큼 충분한 주택이 존재한다는 걸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주택은 충분하니, 합리적 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배정하면 된다는 뜻이며, 이는 주택 소유를 폐지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실상 이것 뿐이다.

즉, 주택문제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입장은 ‘1가구 2주택 금지’나 ‘주택의 소유’가 아니라 ‘주거의 안정’이며, ‘주택 소유의 폐지’, 또는 ‘전면 임대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이제까지는 당위적 구호에 불과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부동산 거품 붕괴가 이 주장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부동산 신화의 소멸은 향후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변화를 줄 것이다. 이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폐허 위에서 노동자 민중은 주택의 소유 개념을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임대 위주의 급진적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얻게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