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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금속동향]유럽의 저금리 장기대출, 물가대란 부른다.

금속노조연구원   |  
유럽의 저금리 장기대출, 물가대란 부른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투기세력에게 지원된 1,500조원의 ‘긴급생활자금’
 
유럽중앙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1조 유로가 넘는 막대한 돈을 살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기존에 시행해 오던 <저금리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 Long Term Refinancing Operation)>의 규모와 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지난 12월 21일 523개 은행에 약 4,900억 유로를 공급한 데 이어, 2월29일에는 823개 은행에 약 5,300억 유로를 공급했다.
이 대출의 이자는 1%에 불과해,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게다가 만기는 무려 3년이나 된다. 이런 사실상의 ‘공짜 자금’을 유럽 중앙은행이 유럽 금융자본에게 무려 1조 유로나 공급한 것이다. 1조 유로면 1조 3천억 달러, 1,500조원으로 우리나라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보다 많은 규모이자, 2010년 말에 시작돼 전세계적 투기를 조장했던 미국의 2차 양적완화(6,000억불)의 두 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 조치로 우선 극심한 신용경색을 겪고 있던 유럽 금융자본들이 당장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해 부도를 면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은 그동안 신용경색으로 인해 비싼 이자를 주고 빌렸던 대출을 상환하고, 저리의 이자를 물게 되어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가지를 다 하고 남은 돈으로 증시와 채권시장, 상품시장에서 투기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조달 비용이 1%에 불과하기 때문에, 3~4% 수준의 채권만 사들여도 막대한 이익이 되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 금융자본들의 극심한 신용경색은 진정세로 돌아섰고, 7%를 넘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도 5% 아래로 떨어져 양국의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다시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3~4월 대량의 국채 만기를 앞두고 제기되던 위기설도 수그러들게 되었다.

[그림1] 이탈리아의 국채 5년물 금리 추이. 6~7%를 넘나들던 금리가 유럽중앙은행의 대출(12.21) 이후 5%대 아래로 급속히 하락했다. / 자료: 블룸버그

이 돈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유럽중앙은행이 찍어낸 이 돈은 당연히 유럽 각국이 나눠서 내는 것이고, 이는 유럽 민중의 혈세로 충당된다. 결국, 이번 저금리 장기대출조치는 유럽 민중의 혈세로 운영되는 유럽중앙은행이 1조 유로라는 엄청난 돈을 찍어내 유럽 금융자본, 투기세력들에게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민간 투기자본들의 부실에 따른 고통을 민중의 혈세를 통해 떠안은 또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민중들의 분노 피해 의회 의결 필요없는 유럽중앙은행 활용

  

그간 유럽 국가들은 지배계급의 핵심 구성원이라 할 수 있는 금융투기자본 세력을 도와주고 싶어도 “투기로 흥청망청하다 망해가는 은행을 왜 우리의 혈세로 도와줘야 하느냐”는 유럽 민중의 분노가 거세지고, 이 분노가 선거에 반영되어 집권당이 줄줄이 패배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자신들의 본심을 애써 숨기며 금융자본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유럽 경제의 최대 지분을 가진 독일 정부는 심지어 현재 유럽연합의 구제금융 기금 규모를 5,000억 유로에서 7,500억 유로로 늘리는 것조차 강하게 반대해 여전히 합의가 안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런 독일조차 무려 1조 유로에 달하는 이번 대출은 반대하지 않고 묵인했다. 그만큼 유럽 금융자본의 신용경색이 심각해져 앞뒤를 가릴 처지가 아니게 된 것이고, 2012년에 줄줄이 이어지는 선거 정국을 3년만기 대출로 회피하며,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 해법이라 할 수 있는 재정통합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구제금융 기금 출연과 달리 각국 의회의 의결이 필요하지 않아 유럽 민중의 견제를 덜 받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의 대출이라는 형식을 묵인한 것이다.

이번 저금리 대출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는 자신들이 결국은 금융투기자본들과 한통속임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시간 벌기에 불과.. 근본 원인 미해결

  

이번 조치로 그간 유럽 금융시장을 짓누르던 극심한 신용경색은 상당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이는 빚으로 빚을 돌려막은 것이며, ‘증상’을 고쳤을 뿐, 병의 근본 원인을 고친 것이 아니다. 병의 근원은 ‘경제력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공동통화(유로화) 사용’, 그리고 ‘재정위기=>긴축=>경기침체=>재정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인데, 여기에는 아직 손도 못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유럽 각국은 재정위기에 따른 긴축을 지속하고 있고, 이 긴축이 경기침체를 부르고 있다. 유로존은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게 되면 소위 ‘더블딥’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리스는 부채를 3분의 1이나 탕감받았지만 경제력보다 고평가된 유로화를 쓰는 이상 또다시 침체와 적자를 반복하며 부채를 늘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스페인도 부동산 거품붕괴로 부실화된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위해 유럽연합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는 설이 구체적으로 돌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계속되어 온 <일부 국가의 유로존 탈퇴에 의한 유로존 붕괴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침체는 장기간 계속될 것이며, 이에 따른 민중의 분노가 어떻게 터져나올 것인지 여전히 주목된다. 지금은 선거에서의 정권교체 정도로 분출되고 있지만, 이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하는 게 없다면 유럽 민중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사점 – 올해 물가도 고공행진 지속할 것

  

 

유럽이 1조 유로를 풀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과 영국 등 주요국이 푼 돈의 규모가 무려 5조 달러에 이르렀다. 전세계 민중의 혈세로 긴급생활자금을 받아 실탄을 공급받은 투기세력들은 전세계 증시와 상품시장으로 몰려가 또다른 거품을 만들고 있다. 또한 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에 추가적인 돈풀기(3차 양적완화)를 요구하며 끝 간 데 없는 탐욕을 보여주고 있다.

 

시사점 – 올해 물가도 고공행진 지속할 것

  

 

유럽이 1조 유로를 풀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과 영국 등 주요국이 푼 돈의 규모가 무려 5조 달러에 이르렀다. 전세계 민중의 혈세로 긴급생활자금을 받아 실탄을 공급받은 투기세력들은 전세계 증시와 상품시장으로 몰려가 또다른 거품을 만들고 있다. 또한 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에 추가적인 돈풀기(3차 양적완화)를 요구하며 끝 간 데 없는 탐욕을 보여주고 있다.

[1]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푼 돈 규모

 

이 돈들은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과 결부되어 미국 증시를 다시 끌어올렸고, 이란 사태와 결부되어 국제유가를 끌어올렸으며, 특히나 유럽 투기세력들의 놀이터인 우리나라 증시에 몰려들어 주가를 2,000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유가 상승이 전세계 물가 상승을 견인하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물가 대란의 해가 될 것임을 예견케 하고 있다.

[그림2] S&P 500지수 추이. 12월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3] 국제유가 추이. 이란 사태와 유럽의 돈풀기가 결합되면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 자료: 오피넷

[그림4] 코스피 지수 추이. 비틀대던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돼 2,000선을 다시 넘어섰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저금리 정책, 고환율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8개월째 3.25%로 묶어놓고 있으며, 취임 초 935원이었던 환율은 1,100원 아래로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작년 이명박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 평가품목에서 돌반지 등을 빼내는 치졸한 꼼수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정부 목표치인 4.0%로 낮췄다. 그러나 그렇게 개편한 지수에서도 20071월부터 올해 2월까지 5년간 물가는 무려 19.7%나 올랐다.

[그림5]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국면이고, 올해 말 대선이 있음을 감안하면 정부는 금리를 인상하거나 긴축적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유럽발 물가상승의 파도는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우리나라로 밀려올 것이며, 민중은 작년 못지 않은 물가상승을 올해도 겪게 될 것이다. 당연히 금속 노동자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