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이슈페이퍼 > 이슈페이퍼
이슈페이퍼
 

비전없는 정부 주도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위험성

한중일 조선산업 정책 비교
금속노조연구원   |  

비전없는 정부 주도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위험성
: 한중일 조선산업 정책 비교

박종식/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비상임 연구원

2015년 11월말, 우리는 조선산업 위기에 대한 인식과 2016년에는 개별 조선업체 차원에서 사내하청 중심의 고용조정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금속노조 노동연구원 11월 이슈페이퍼, “조선산업 위기와 고용규모의 변화: 2016년 이후 예상되는 고용조정과 노동조합운동의 과제” 참고) 하지만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청노동자들을 위한 세심한 고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 대신에 정부 주도로 조선산업 구조조정, 설비와 고용을 줄이는 업체간 통폐합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소식만 들리고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지난 2년 기간 동안 조선산업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적자규모가 약 8조원을 넘어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조선(shipbuilding) 또는 해양(offshore) 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 중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규모가 가장 크고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라는 점을 활용하여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논의를 중심으로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난 번 이슈페이퍼에서 한국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2010년 이후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도 않은 채로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대거 몰락하면서 시장 원리에 따라서 한 차례의 구조조정이 끝났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즉, 한국 조선산업의 과잉설비 문제에 대한 조정은 어느 정도 끝났으며, 일부 중형급 조선소들의 사업영역 축소 정도의 조정만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시점은 향후 조선산업의 위기 이후 주기적으로 다가올 조선산업의 호황기에 대비해서 한국 조선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나아가 한국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단기적으로 현재 규모의 조선산업 생존을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장기적으로는 고급상선 및 해양부문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R&D 투자 및 인적 자원 업그레이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 주도로 한국 조선산업, 아니 세계 조선산업의 ‘빅3’를 ‘빅2’로 인위적으로 재편하려는 시도와 여론 유도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조선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망에 근거하여 조선산업의 양질의 일자리들을 유지 및 확대하겠다는 방안은 찾지 않고, 단기적인 손실을 이유로 기존 일자리들을 없애거나 줄이기에 급급해 보이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 조선산업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최근 한중일 3국의 조선산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조선산업이 부활에 성공하면서 지난 2015년의 경우 동북아 3국이 세계 조선산업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중일 3국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조선산업은 한중일이 거의 제작하지 않는 크루즈선과 각국별 군사용 선박을 제외하면 동북아 3국이 거의 모든 선종을 독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동시에 3국간 경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이 정부 주도로 조선산업의 규모와 시설을 축소한다면 이는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조선산업의 성장을 한국 정부가 돕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일본 조선산업이 2010년대 이후 오히려 꾸준하게 성장을 하면서, 일본 조선업이 부활하고 있는 현재, 한국이 조선산업의 설비축소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중국이 버티고, 일본이 회복하고 있으면 한국은 손을 떼고 다른 산업으로 전환해야만 하는가? 그렇다면 다른 산업은 중국-일본과의 경쟁이 없기 때문에 손쉽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가? 특히 한국의 주요 업종 중에서 조선산업은 아주 드물게도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왜 세계 1위의 자리를 스스로 내어주어야 하는지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우리는 2009년 세계 경제의 위기로 촉발된 세계 조선산업의 위기 이후 중국과 일본의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정책들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자 한다. 주로 1) 정부 차원에서의 조선산업에 대한 정책적 비전, 2) 수주산업의 특성에 기인하는 선박금융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중국과 일본의 선박금융을 통한 자국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들을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조선산업의 회생을 위해 조선산업에 대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소통 테이블을 마련하여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심정으로 지금이라도 지원 대책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의 전문은 파일로 첨부돼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