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지향적 작업장 체제로의 재편과 노조운동의 미래

지금까지 금속노조 사업장들의 작업장 숙련체제는 전반적으로 작업자의 숙련형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규범․문화를 갖춘 ‘숙련투자형’이기보다는 회사 내에 숙련형성을 지원하는 제도․규범․문화가 구축돼있지 않은 ‘숙련방치형’에 가까웠다. 금속노조 안에서도 각각의 업종별, 기업별 노동시장 환경과 기술적 특징, 작업장 노사관계 성격, 그리고 이에 대한 각 행위주체들의 해석과 판단이 상이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숙련형성 및 숙련향상이 작업자 개개인의 사적인 영역 혹은 개별 작업집단의 자율 영역에서만 이뤄지고 있을 뿐, 작업장 전체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상태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작업장 숙련체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존속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회사들 대부분은 한국 사회의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숙련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대신해서 고용관계 차원에서의 유연성과 비용절감 메커니즘을 구축해둔 상태기 때문에 노사관계에서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세적으로 숙련체제 재편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도 지금과 같은 숙련체제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노동조합을 둘러싼 여러 환경조건과 내재적 상황의 변화가 노동조합을 강하게 압박해오거나 혹은 노동조합의 현장조직력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맞이하게 될 위와 같은 변화들을 두고 노동조합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번 이슈페이퍼에서는 우리나라 노동조합운동이 향후 변화하는 시대상 속에서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동력의 질적 도약에 기초한 ‘숙련의 정치’를 전개하고, ‘노조주도형 숙련투자체제’ 구축을 시도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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