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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드러내고, 토론을 통해 해결해 나가자.

금속노조연구원   |  

문제를 드러내고, 토론을 통해 해결해 나가자.


   


공계진 정책연구원 원장


1. 들어가는 말


금속노조 임원(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선거가 현재 진행중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28일부터 30일까지 1위 득표자에 대한 찬반투표가 진행된다. 단순 찬반투표이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임원은 선출될 것이다.


6기 임원 선거를 보면서 금속노조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무효표가 7,000표 가량 나온 것은 그 심각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신임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그 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금속노조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조합원 및 간부들이 조직의 여러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간부와 조합원들의 생각을 읽어야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좀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마침 정책연구원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면접한 내용이 있어서 그것의 일부를 소개하는 형식을 통해 간부들의 생각을 전달하고자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여기에 소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당장 급한 것은 조직운영에 대한 것’이라는 필자의 주관적 판단을 기초로 그것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정책적 내용은 산별발전전망연구보고서 등 다른 형식을 통해 제기하려고 한다.


사족이지만 여기에 소개되는 것은 합의된 것이라기 보다는 토론을 통해 정리해야 할 것들이라는 점을 미리 밝히고자 한다.


 


2. 간부들의 금속노조에 대한 문제점 진단



간부들은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을 몇 개로 축약하여 제기하고자 한다.


간부들이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분열이다. 간부들은 4만에서 15만으로 규모가 커졌지만 그에 비례해서 분열적 요소 또한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경제적 격차가 커져가고 있는 것처럼 금속노조 내부 구성원의 조건 차이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간 격차가 커지면서 차이 또한 커지고 있다. 또한 원하청불공정거래 등이 시정되지 않으면서 대공장 노동자들과 중소공장 노동자들간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고 그에 비례하여 그들간에 간극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따라서 금속노조는 계급적 단결을 통한 산별노조의 완성을 위해 내부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간부들이 조심스럽지만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기업지부(대공장) 문제이다. 규약상 기업지부는 해소되게 되어 있지만 현재 상태로 볼 때 상당 기간 유지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은 이야기하고자 한다.


간부들은 조직운영에 있어서 기업지부 편중과 기업지부 관행 중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기업지부가 갖고 있는 관행과 시스템이 금속노조 사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문제인식이다. ‘내막을 보면 5개 산별노조가 들어가 있다.’, ‘중앙 위주이다. 중앙이란 완성 4사’란 표현처럼 ‘기업지부 중심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고, 또 금속노조가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의 표현은 그 심각함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5만이라고 사실 하고 있지만 ...아직 여전히 물과 기름이다, 여전히 느끼는 것은 다른 집에 와 있는 느낌이다”


기업지부 중심주의가 갖고 있는 문제는 작은 단위를 조직운영에서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통일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간부들은 조직운영에서 소외되는 대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간부들은 15만이 되면서 작은 규모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외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실제로는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장투사업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이와 다른 영역이지만 철강 업종 등도 조직운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간부들은 금속노조의 지도력 문제를 조직운영의 중요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언론에서 연일 현대자동차 지부 선거를 보도하고 있다. 같은 시각대에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 개표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관심은 현대자동차 지부에 가 있었다. 이는 금속노조의 중심은 현대자동차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 지부 등에 대한 지도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 지부를 좌지우지하는 지도력을 갖고 있었다면 언론이 금속노조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 간부들은 ‘15만에 걸맞는 지도력의 부재’를 지적한다. 이 지적이 의미하는 바는 지도력 확보를 위해서는 충분한 소통을 통한 의견수렴, 회의단위를 통한 결정, 결정의 엄격한 집행 등이 담보되어야 하고, 이런 것들을 토대로 기업과 지역을 모두 관장할 수 있는 지도력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부들은 전체운동의 관점에서 조직을 운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즉, 산별노조로서 자기 역할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을 통해 간부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간부들은 ‘기업지부 조합원들이 기업별 의식을 극복하고 계급의식으로 상승하게 하는 사업’을 배치하고, ‘노동조합이 지역에서 자기역할을 토대로 사회적인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한편, 전체적 관점에서 조직을 운영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간부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는데, 이 역시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내부의 차이를 하나로 만들어내는 지도역량의 부재, 회의와 토론결과를 승복하지 못하는 간부의 자세와 태도, 운동의 원칙은 사라지고 조합원에게 영합하는 활동방식, 중장기적 계획을 통한 조직시스템의 미구축, 대공장의 금속노조 이해도의 부족, 산별노조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와 투쟁이 없는 점”


 


3. 간부들이 제기하는 해결방안



간부들의 지적이니 간부들이 생각하는 해결책을 몇가지 소개하면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간부들은 조직적 단결이 최우선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통일성 확보(단결)이다. 왜냐하면 정파적 갈등을 넘어 조합원들도 금속노조에 대해 ‘회의’하면서 노조로의 단결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부분의 간부들은 산별노조가 중요시해야 할 여러 영역과 과제 중에서 ‘조직적 단결’의 과제를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간부들은 ‘노동자를 산별노조의 틀로 묶고’, ‘중소영세 사업단위를 금속노조로 받아들이는 것’, ‘전체 노동자들이 하나로 힘을 결집해서 총자본과 맞서는 것’이 바로 산별노조의 기본 과제라고 보고 있다.



많은 간부들은, 이러한 측면이 ‘단결의 확대’라면 조직내 ‘강화와 일치’를 강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조직의 확대측면보다 ‘기존 4만과 추가로 들어온 9만의 융합’을 우선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출하기도 한다. 이 점은 원칙과 현실의 결합에 대한 지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4만과 9만의 융합을 위해서 조직적 결정에 양쪽을 단순히 복속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 경험을 교류하고, 상호를 인정하며 공동행동 및 실천을 통해 상호신뢰를 키워가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제기이다.


단결을 기조로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의견그룹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 다양성이 때론 지나쳐 분열로 치닫기도 했지만 견해의 대립과 통일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은 발전해 왔다.


이를 주도한 것은 소위 의견그룹(현장조직, 정파)이다. 이 의견그룹의 활동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 원칙은 긍정하지만 실천은 문제라는 의견, 부정적 의견 등이 함께 존재한다. 일부 간부들은 의견그룹이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의견그룹간 ‘경쟁에 의해서 발전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좋게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의견그룹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간부들은 정파라는 조직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정파활동이 올곧게 갔으면 좋겠다’, ‘올바른 정파활동은 필요하다’고 하면서 실천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즉, 이들은 무조건적인 수긍이 아니라 ‘정파는 있어야 되는데, 너무 지나치다.’, ‘조직 이기주의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라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부 간부들은 ‘정파를 없애야 한다’, ‘한마디로 현장에서는 정파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매우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기도 한다.


필자가 의견그룹의 문제를 길게 인용하는 이유는 좋든 싫든 의견그룹은 존재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해산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부정적 역할만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신임 지도부는 공식적 회의구조에서의 의사결정과는 별도로 의견그룹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적극 제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조직운영상에 나타난 기업지부의 문제를 거론하였다. 간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한다고 보고 있을까?


간부들은 문제 해결책으로 노동조합의 규율과 기풍을 세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간부들이 우려하는 것은 ‘결정을 하면 책임있게 수행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후 사업과 투쟁방향을 논의하고 준비해가는 과정이 민주노조운동이 발전해온 과정이었는데, 최근 들어 결정 따로, 집행 따로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것은 노동조합의 조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노조 조직력의 취약과 지침의 불이행’은 상호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숨겨져 있는 핵심적 내용은 4만 시절에는 규율과 기풍이 서있었는데 기업지부가 결합한 15만 시절에 접어들면서 이것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율과 기풍이 서있다면 분열, 작은 규모 노동자 및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소외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규율과 기풍이 제대로 서야 지도력의 문제도 일정부분 해결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결정이라는 것은 노조가 힘이 있을 때 지켜지는 게 아니겠어요. 힘이 없으니깐 못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간부들은 정체성을 확보하는 조직운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전체운동적 관점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조중동이 연일 현대자동차 선거를 거론하며 ‘운동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들이 제시하고자 그토록 애쓰고 있는 노선은 ‘중도실리주의’로 표현되는 노사협조주의이다. 조중동은 되도 않는 호들갑을 떨며 노동조합을 이명박 정부의 ‘사이비 중도주의’로 포섭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 왜냐하면 현대자동차 지부 지도부가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그런 중도 실리주의 노선을 갖고 있지 않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섭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운영적 측면에서 조직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가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으면 내부에 분란이 생기고 그것은 곧 단결의 약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간부들은 노동조합운동의 기풍이 허물어지는 것과 비례하여 현장에 실리주의, 경제주의적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대해 보수언론의 공세에 지도부가 먼저 흔들리면서 이제는 파업을 하자면 조합원이 파업 안합니다.”


그래서 간부들은 ‘전망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극 제기하기도 한다. 즉, ‘조합원들은 향상 경제적 실리적이었는데, 이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집행부의 활동으로 시야를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노조운영을 실리적 관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꾼다는 관점하에 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4. 결론을 대신하여



6기 금속노조 임원 선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아서 신임지도부가 상당한 부담을 갖을 수 있다는 염려가 앞서기도 한다.


2001년 금속노조를 만들었고, 2006년에 완성대의원대회를 거쳐 15만 산별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단결이 강화되기 보다는 정규직/비정규직, 대공장/중소공장 등으로 분열되었고 그 분열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이번 6기 임원선거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6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현재, 이제 문제를 감추려 하지 말고 드러낼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드러난 문제들을 갖고 사심없는 토론을 진행할 것을 또한 제안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 사업을 생존게임하듯이 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재 금속노조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기 때문이다. 경각심을 갖고 나아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