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을 위한 전 조직적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다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을 위한 전 조직적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상호(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0월 1일부로 금속노조 6기 집행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통합집행부의 구성 실패, 낮은 투표율과 높은 무효표 등의 어려운 과정을 거쳐 출범한 신임집행부는 산적한 금속노조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의 상태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사무처의 인선이 완전히 갖추어지지 못하고, 기업지부의 조직편재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음으로 인해 지역지부장 선거가 일괄적으로 연기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쌍용차, 외자기업을 비롯한 구조조정 사업장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관련 노동관계법 강행을 저지해야 할 하반기 투쟁이 목전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이 금속노조 6기 집행부는 빠른 시일 내에 흐트러진 조직력과 지도력을 복원하는 동시에,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전면적 탄압을 분쇄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특히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명박정부의 노동관련법 강행은 노동조합운동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경영계의 입장 차이와 한국노총의 반대 등으로 인해 시행이 다시 한번 유보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였다. 하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핵심라인은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약화된 조직력과 대응력을 올해 상반기에 확인하고, 이후 노사관계의 재편구도를 추진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이 사안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임태희 신임 노동부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강행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한나라당 또한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 시행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는 한국노총의 최근 행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정부의 강행처리방침에 반발하여 한국노총은 지난 10월 15일 대의원 대회를 통해 노사정위를 비롯한 각종 정부위원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이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그 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이명박정부가 공익위원안에 대한 노사정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국회의 논의과정이 지지부진할 경우 2010년 1월부로 현행법을 그대로 발효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창구단일화 없는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임금지급의 전면적 금지를 의미한다. 역설적이게도 정부는 올 상반기 비정규직법의 개정을 둘러싼 국회내 논의과정에서 확인한 무대책의 ‘시효만료’전술을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압박은 일단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만큼 이나 조직적 부담이 되는 복수노조의 허용카드를 가지고 한국노총을 압박하는 동시에, 노동관계법 개정논란으로 인해 급속하게 형성되고 있는 노동계 내부의 결속력을 균열시키는 목적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정부의 의도는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 유예와 전임자임금의 ‘타임오프제’의 단계적 도입이라는 카드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노총을 유인하고 재계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복수노조의 전면적 도입을 유보하는 한편, 민주노총 산하 대규모 조직사업장의 노조활동을 옥죄기 위해서 중소사업장의 전임자 지원조치만을 일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이명박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전술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조직적 와해와 무기력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금지와 관련된 현 정세는 상당히 유동적인 동시에 엄혹하다. 일반적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동투쟁, 정부안에 대한 경영계의 반발과 노사관계 재편에 대한 정부의 구상 등이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정세의 실질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우려스러운 것은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대응양상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적 응집력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수노조의 경우 창구단일화를 반대하고 자율교섭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기업단위 복수노조의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경쟁노조체계에 대한 실질적 준비정도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의 기업교섭권에 대한 입법추진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는 사실상 노조활동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의 파괴력을 간부활동가들 조차 제대로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금속노조의 경우 지역지부의 재편 등과 관련된 조직내부의 산적한 과제를 극복해야 할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노동조합운동의 ‘빅뱅’을 초래할 수 있는 이 사안을 그냥 좌시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지금 복수노조의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의 자율교섭이라는 목표 하에 전 조직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교육과 투쟁을 배치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