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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노동조합의 역할, 산별노조의 침로는 과연 무엇일까?

금속노조연구원   |  
안재원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


역동적인 한국사회와 정세 변화
한국사회는 아무리 봐도 역동적인 사회다. 분단국가로 인한 반공주의가 지난 50년을 뒤덥고 있었지만 말이다.
G20 의장국이 되었다고 ‘국격’이 높아졌다는(?) 공익광고를 한참 늘어놓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한미연합훈련이 벌어지고, 수십, 수백배의 보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거침없이 주장되고 있다.
얼마전만해도 보수 정당들조차 사회양극화를 극복하기 인해 부자 감세에 대한 중단과 사회복지 확대를 한목소리로 떠벌려서 보수언론조차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뭐냐는 둥, 한국 사회가 좌로 한클릭 이동했다는 비난이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시기와 시대일수록 노동조합도 노동조합의 자기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6.25 전쟁당시에도 노동조합의 쟁의가 있었다. 조선방직 쟁의를 비롯하여, 부산 부두노동자의 파업투쟁 등등이 벌어진 역사가 있다. 요컨대 어느 시대, 어느 상황에서건 노동조합의 자기역할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동적인 한국사회와 금속노조운동
한국사회가 역동적인 만큼 한국의 노동운동은 많은 격랑을 해쳐 왔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민주노조는 어용 한국노총으로 흡수를 거부하고 새로운 노총을 건설했고, 97년 노동법총파업을 통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기반도 다졌다.
조직된 힘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자, 자본과 정권은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제공하고, 대화를 하자는 당근과 파업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채찍전술로 민주노동운동을 포섭하려 했다. 여기에 맞서 민주노조운동은 공장내 이해에 기반하는 기업별노조를 극복하고 계급적 단결을 꾀하는 산별노조 건설로 나아갔다.
그런 일환으로 금속노조가 건설되었다. 2006년 15만 금속노조로 확대되면서 금속노조 앞에는 2007년 한미FTA 총파업, 2008년 촛불 총파업, 2009년 쌍용차투쟁에 대한 전조직적 투쟁이 제기되었다. 시대와 호흡하고, 당면 시기 요구되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금속노조운동은 조직내적으로는 많은 논쟁과 혼선, 좌절과 격돌이 감아돌며 여기까지 왔다.
 


금속노조 정기대대 결의와 이후 조직적 과제
지난 11월 22일(월) 금속노조 6-2기 정기대대가 울산에서 열렸다. 현대차 비정규지회 투쟁 지원을 위해 대대장소를 울산으로 변경하여 열렸던 만큼, 현장발의안으로 제출된 9호안건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투쟁 지원건’을 1호안건으로 변경하여 처리하였다. 농성중인 ‘1공장 농성장에 대한 구사대 및 공권력 진압시 즉각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투쟁계획건이 75.3%의 가결로 통과되었다.


현장발의안에대한 다양한 의견 제시와 토론으로 인해, 마땅히 토론되어야 할 사업평가와 사업계획 등이 제대로 토론되지 못하였다.


물론 가장 쟁점이 될 것이라 예상된 주제인 조발특위(안) 심의의 건은 중집을 통해 차기 임시대대로 이월된 상황이었지만, 2010년 사업과 투쟁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기업지부 재편문제는 내년 2월 임시대대로 이월되었지만, 여전히 조직내 의견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금속노조의 조직형식을 바꾸는 문제로 표현되지만 실은 지난 3년간 금속노조의 사업과 투쟁에 대한 평가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속노조가 하나된 투쟁을 경험하지 못한 점, 매년 투쟁을 조직하였으나 오히려 투쟁을 결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격차가 확인되면서 상호 신뢰가 취약해 졌다는 점이 조직형식의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교섭에 대한 이후의 상과 역할, 3중 교섭체제에 대한 과제와도 맞물려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2010년 노동기본권 사수투쟁으로 제기되었던 ‘타임오프 매뉴얼 저지’와 연동되어 있으며 올해 급속도로 확대된 자본의 금속노조 탈퇴공작과 맞물려 있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자본은 올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이용해 노동조합 탈퇴와 무력화 기도를 시도했다면, 내년에는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를 활용해 노동조합 내부 분열과 갈등구조를 확대 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금속노조 6-2기에 놓여진 사업과제는 2010년 6-1기 과정을 통해 풀지 못한 해묵은 과제가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금속노조운동의 전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속노조가 찍어야 할 2010년 마침표는?
2010년 초 발레오만도에 탄압의 결과 자본은 발레오만도를 금속노조에서 탈퇴시켰다. 이를 계기로 두산인프라코어 창원지회, 대림자동차지회 등 탈퇴공작이 이어졌고, 11월 26일 대구의 상신브레이크지회와 경주의 광진상공지회에도 탈퇴공작이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비정규지회가 ‘불법파견’에 맞서 현대차 울산 승용 1공장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자본은 이번 투쟁에 대해 역시 비용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일괄적 정규직 전환은 개별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차원을 넘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한국경제신문 11월 30일 사설)


이에대해 민주노조운동은 비정규문제가 아닌 전체 노동운동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이 문제 해결하지 못하면 민주노총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이번 현대차 비정규지회의 투쟁은 비정규‘만’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비정규‘만’의 외로운 투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자본은 기본적으로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통해 효과적인 제도적 통제장치를 확보하며 자본의 착취구조를 은폐하여 노동내부의 무한 경쟁을 제도화시켜왔다.


완성사노동자 <-> 부품사노동자, 완성사노동자 <-> 하청노동자, 현대차노동자 <-> 기아차노동자 등 자본이 분할하는 프레임에 갇혀 노동자간 반목과 질시가 있어 온 것이 그동안 노동운동의 취약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투쟁의 의미는 지난 한통계약직 투쟁으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비정규 노동운동이 자본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을 깰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현대차비정규노동자의 경우 2005, 2006년에 만들어내지 못한 패배적 경험을 이번에 노동자의 단결과 금속노조의 산별노조다운 투쟁을 통해 역사적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자본이 갈라놓은 굴레에 다시 노동운동이 갇혀버리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의 믿음을 만들어가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현재 농성하고 있는 비정규동지들의 절박함이 물론 정규직노동자들에게 동등 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지도부는 총노동의 관점에서 전체 노동자를 결집하고 투쟁으로 힘을 합쳐가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미 박재완고용노동부장관은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사내하청노조의 기대 수준을 높이거나 감정을 자극하면 안된다며”, “금속노조가 12월 초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와 벌이기로 한 불법연대파업도 현명한 판단 아래 자제하기를 바란다”라고 주문하고 있다.
 
금속노조조차 외부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이 자본의 의도라면, 우리는 노동자의 총단결을 끊임없이 조직화 해야 한다.
외부세력 운운하는 공세는 곧이어 정규직의 귀족노동자 공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이번 투쟁은 비정규동지들의 투쟁이 아니라는 것이고. 따라서 농성대오만의 투쟁이 아니라 농성대오와 비정규동지들을 기본으로 하면서 금속노조를 필두로 한 전체 진보진영이 한목소리로 한국사회의 모순구조를 해결해 가는 사회적 요구로 확대해 가야 한다.  


당면 투쟁에서 금속노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된 자본의 프레임을 깨고, 계급적 동질감을 확보하는 것이 금속노조가 나아가야 할 침로임을 분명히 새기는 마침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