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정비로 집중과 결단을 준비하자
전열정비로 집중과 결단을 준비하자
안재원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10년의 미래 2011년, 2011년의 과거 2010년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가 2010년 1월 1일 날치기 통과된 이후 민주노총은 4월 총파업을 결정하였으나 실행되지 못하였다. 타임오프 투쟁전선이 구축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정세적 조건속에서 2010년 구정에 자본은 발레오만도에 직장폐쇄를 시작으로 공세적 탄압이 자행되었다. 탄압의 결과 자본은 발레오만도를 금속노조에서 탈퇴시켰다.
비슷한 시기 두산인프라코어 창원지회 등에 대한 금속노조 탈퇴공장이 진행되었고 계속해서 대림자동차지회 등에 대한 탈퇴공작이 이어졌다. 이어서 대구의 상신브레이크지회와 경주의 광진상공지회에도 금속노조 탈퇴공작이 성공을 거두었다.
전임자 문제로 출발한 KEC투쟁은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와 연동되어 진행되었다. 구미지부장의 분신이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투쟁은 진행중이다. 이러한 구조조정 공세는 금호타이어 정리해고 자행과 현재 한진중공업 정리해고투쟁과 대우자판 정리해고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불법파견 철폐투쟁은 현대자동차 1공장 점거투쟁을 지나 현재 2차 파업을 앞두고 비정규지회의 사퇴, 2월 25일부터 진행되는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4박5일 상경노숙투쟁으로 굴곡지지만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2010년 끊임없이 진행된 투쟁은 2011년의 다가올 투쟁의 자화상처럼 보인다.
2010년 전임자 임금 금지를 둘러싼 노자간의 역학과 힘겨루기투쟁이 벌어졌다면, 2011년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앞두고 노자간의 힘겨루기가 다시 재연될 것이다.
이러한 노자간의 힘겨루기는 국내적으로는 2012년 정권교체기를 둘러싸고 확대되어 갈 것이고, 전세계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전면화와 이에 맞서는 노동계급간의 투쟁이 전지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산별노조 길찾기의 첫걸음, 전열정비
역사의 경험을 들쳐봐도 외부 세력과 투쟁에서 패배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상대보다 못한 힘의 열세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부 갈등으로 인한 내부 와해가 더욱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2월 8일은 금속노조 창립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90년 전노협을 결성하고 민주노조운동은 산별노조 건설을 위해 분투해왔다.
그 이후 민주금속연맹과 자동차연맹, 현총련으로 삼분되어 있던 금속운동은 산별노조 건설을 위해 1998년 2월 금속산업연맹으로 뭉쳤다.
15만 금속노조가 출범한 2006년 말부터 금속노조는 내부적으로 조직편제를 둘러싼 논란, 1사 1조직에 결의의 미이행, 중앙교섭 쟁취를 둘러싼 의견 차이와 갈등이 지속적으로 노정되어 왔다.
이러한 갈등은 지역지부 대 기업지부간 갈등으로, 또는 완성사와 부품사간 갈등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주체간의 갈등 등 다양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고, 이 모두는 조직내 갈등 으로 표현되었다.
자본은 본성적으로 이윤획득이라는 자본운동을 끊임없이 전개한다. 이를 위해 자본은 민족국가를 넘어 전지구적으로 잉여가치 획득을 위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자본은 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구조와 체계를 구조화하고 합리화한다.
노동자를 분할하고, 그 분할을 합법화하고, 사회적으로 분할의 상식화를 구조화한다.
경쟁과 효율이 사회의 상식이 되고 상식을 지켜내기 위해 노동자간 위계가 정당화되고, 그에 저항하는 노동자와 그 집단을 사회의 이름으로 엄벌에 처하는 구조를 완결적으로 만든다.
이런 구조속에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이 고립되고 있다.
그 고립은 구조화된 사회적 고립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그 사회적 고립에 굴종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구조화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민주노조운동은 그것을 변혁하고자 지난 20년간 헌신하고 분투해 왔다. 그렇지만 내부 갈등이란 이름으로 그 고립에 종속화 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는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이 지향하는 방향이 같다면 충분한 토론과 소통, 이를 통한 공동의 실천, 결과에 기초한 조직적 축적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지난 금속노조운동은 산별노조라는 지향에 함께 하는 것을 결의하고 같은 도정에 올랐지만, 그 실천과정에 힘을 모아오지 못하였다.
어느새 대자본, 대정권 투쟁을 하기위해선 내부의 전열을 정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 된 듯하다.
내부 차이로 인한 신뢰의 축소, 상황 조건에 따른 인식의 차이 확대, 결정과 실행 따로라는 사고의 확대가 금속노조 조직내부에 침천물처럼 쌓이고 있다.
그런점에서 우리 내부의 현안을 돌아보고 쟁점을 해소하는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우선하는 상황이 되었다.
예컨대 전열정비 없이 대자본 투쟁도 대정권투쟁도 어렵다는 인식이 필요 할 때라는 것이다.
집중과 결단으로 거대한 일보를 내딛자!
2월 28일 금속노조 임시대대는 2011년 상반기 투쟁을 결의하는 장이다.
동시에 금속노조 현안인 조직개편안을 처리해야 한다.
또한 조직내 재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재정안정화대책도 결정해야 한다.
지난 21일 금속노조 91차 중앙위원회에서는 그동안 조직내 쟁점사항인 조직개편안에 대해 단일안을 만들었다. 단일안의 핵심 내용은 △ 2013년 9월까지 기업지부 한시적 유지 △ 지역지부와 기업지부 교부금의 각각 2% 지역공동사업비 의무 배정 △ 월1회 지역공동운영위원회 개최 등이다.
조직개편은 기업지부 해소 문제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온 사항이다.
6기집행부 들어와서 금속노조는 조직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지부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과 회의를 열어왔다. 그동안 조직발전특별위원회는 1안은 △ 2011년 9월말 기업지부 해소 △ 대표지회장 선출 △ 기업별 전사 운영위, 대의원회 운영 보장 △ 7기 지역지부 선거권 및 피선거권 부여 △ 판매정비단위 현행 유지 등이 핵심 내용이었으며, 2안은 기업지부를 유지하되 지역공동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 2%를 의무 배정하는 것이 골자였다.
장시간 토론만큼 뜨거운 감자였던 조직재편의 문제가 다시 2년 유예되는 단일안으로 제출되게 되는 것이다.
기업지부 편제의 문제는 15만 금속노조가 함께 실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완성사조합원들이 금속노조 활동을 통해 단결의 필요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재정안정화방안으로 연결된다. 중앙위에서 의견을 모은 방안은 금속노조의 재정상황을 확인할 때 신부보장기금 지급범위 축소, 장기투쟁대책기금 지급범위 대폭 축소 방안이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를 지향하면서 제출된 것이 장기투쟁대책기금이고, 신분보장기금이었다.
민주노조운동에서 신분보장기금은 주로 대공장을 중심으로 지급되어왔지만, 금속노조가 되면서 1년간 지급이 가능하게된 사항이다.
그런데 투쟁기금 고갈과 재정 부족으로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조합비 0.1% 인상방안이 제출되긴 했지만 지부 상황의 경우 조합비 인상이 어렵다는 분위기이다.
조합비 인상이 현실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재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는 조합비 인상에 대한 조합원을 설득하지 못하는 금속노조 상황에 기인한다.
금속노조의 발전전망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조합비 0.1% 인상은 절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임시대대에서 조합비 인상이 어렵다 할지라도 조합원에게 금속노조의 발전전망을 보여주는 노력이 2011년에 분명히 전개되어야 한다.
조합비 인상이 금속노조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아닌 금속노조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이제 더 이상 좌고우면하는 조직의 분위기를 바꿔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11년 투쟁과 사업은 집중과 결단이 필요함이 강조되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투쟁에 대해 자본은 금속노조 조차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럴수록 금속노조와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의 총단결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조직화 해야 한다.
따라서 금속노조 6-2기에 놓여진 사업과제는 그동안 금속노조 5기와 6-1기 과정을 통해 풀지 못한 해묵은 과제를 푸는 것에서 나아가 금속노조운동의 거대한 일보를 내딛는 결의라는 것은 인식해야 한다.
지도부부터 그러한 의지로 결단하고, 금속노조 전체 간부가 힘을 집중하는 노력이 있을 때 거대한 일보는 현실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