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한 전략 - 노동자 죽이기에 맞서-
살기 위한 전략
- 노동자 죽이기에 맞서 -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
1. 죽어간 노동자들과 구조조정 저지투쟁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 이후 금속노조는 구조조정 투쟁에서 수세에 처해 있다. 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제시에도 실패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아프지만 쌍용차의 경우 2009년 파업이후 올해까지 14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에만 3명이 이 세상을 등졌다.
금속노조의 구조조정 저지투쟁이 위력적이지 못하다보니 현장에서는 죽음을 불사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지회의 수십일간에 걸친 크레인 농성 투쟁이 그것에 해당된다.
현재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국면을 분석해 보면, 쌍용차 조합원들의 연이은 죽음과 한진중공업의 파렴치한 구조조정과 크레인 농성 등으로 자본의 공세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계기가 형성되어 있다. 즉,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서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조차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런 계기를 놓치지 않고 한진중공업, 대우자판, 발레오공조코리아의 정리해고를 종식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앞의 3사에다 쌍용자동차 지부를 결합시켜 3주간의 상경투쟁을 완강하게 진행시켰다. 그래서 정리해고와 노동자 죽음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여론화시켜내는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자본의 노동자 죽이기를 종식시킬 정도의 결정적 승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번복되지 않았고, 대우자판 및 발레오공조코리아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더해 금호타이어에서도 정리해고의 칼날을 빼들려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금속노조는 전열을 가다듬고,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승리로 이끌어낼 전략을 재수립하고 가열찬 투쟁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된다.
2. 어느 곳에 투쟁을 집중해야 할 것인가?
구조조정은 곳곳에 자행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한 투쟁 역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쌍용자동차는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된 곳이다. 점거파업을 했지만 정리해고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 결과 점거파업 후 2년이 경과된 현재에도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노동자들의 비극적 죽음이다. 게다가 상하이자동차라는 먹튀자본에 매각함으로써 발생한 비극적 상황이 정리되기 전에 또다른 먹튀 자본일 가능성이 큰 인도의 마힌드라에게 쌍용차를 매각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앞서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비극적 상황에 또다시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쌍용자동차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은 한진자본이 필리핀에 해외공장을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한진자본은 오직 이윤극대화를 위해 필리핀 공장을 키우고 국내의 한진중공업은 죽이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와 지역경제 죽이기로 나타났다. 때문에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문제를 방치할 경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와 삶과 나라경제를 짓밟는 자본을 응징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금속노조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투쟁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사업장이다. 2010년 자본이 이를 이유로 정리해고하고자 했으나 금타지회의 반대로 600여개 업무(사람)를 외주화하기로 했었다. 2011년 들어서서 금타 지회 집행부가 이를 반대해 나서자 다시 정리해고 칼날을 들이밀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완전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작태이다. 왜냐하면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에 이르게 만든 것은 금호 자본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하무인도 유분수, 노동조합이 경고파업을 하자 사측은 무기한 직장폐쇄라는 매우 공격적이고, 과도한 조치를 취했다. 이런 사측의 무례한 공격을 초기에 응징, 금호타이어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금속노조는 금타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금타는 장기투쟁사업장으로 가지 않도록 조합의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
위에서 든 것 외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이유는 세 개 사업장에서 자행되었거나 자행되고 있는 정리해고를 막아낼 경우 향후 구조조정 저지전선을 조합이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3. 투쟁방안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쌍용차,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를 중심으로 어떤 투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를 정리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쌍용차,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의 투쟁은 자본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고,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당했을 뿐만 아니라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이 여론을 엎고 결정적 승리를 쟁취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투쟁의 방향은 이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지역투쟁, 국민적 투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자본과 정권을 압박,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경우 14명의 죽음을 공론화해야 한다. 14명의 죽음이 쌍용차의 상하이차로의 매각, 먹튀 자본인 상하이차의 부실경영, 부실경영의 노동자책임전가와 정리해고, 파업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에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내어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자본의 약속불이행을 준엄하게 추궁해 들어가야 한다. 2009년 8월 6일 합의(소위 8.6합의), 즉 1년후 무급자 복직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압박해 들어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마힌드라 자본으로의 재매각에 대해 폭로해 들어가야 한다. 상하이차로의 매각 못지 않게 졸속으로 진행되었고, 상하이차 이상으로 불투명한 자본, 그래서 상하이차와 같이 먹고 튈 자본이라는 것을 지역과 인터넷 공간에서 퍼트려야 한다. 올해 죽음을 택한 3인은 쌍용차의 마힌드라로의 재매각에 절망했기 때문임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쌍용차 투쟁에 지역주민 및 국민들이 지지와 격려 더 나아가 낮은 차원이라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투쟁에 대한 지역 여론은 좋은 편이다. 왜냐하면 누가 보더라도 한진중공업 자본의 행위는 노동자를 죽이고, 지역경제를 폐허화하는 파렴치한 짓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 한진중공업 투쟁은 더욱 더 여론의 호응을 끌어내는 방식과 내용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즉, 필리핀 공장을 가동하면서 국내 공장은 구조조정하여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지역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한 지속적 폭로와 선전을 기본으로 하면서 자본의 비도덕적 행위를 폭로하고 이를 계기로 한나라당과 한진 자본을 압박하는 투쟁을 지역사회와 함께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지역의 우호적 여론을 활용하여 지역시민사회 단체 및 진보정당들과 함께 한진자본의 탈세관련 시민감사청구 서명운동을 김해와 부산에서 동시진행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그 예이다. 물론 지금까지 진행했던 서울 상경투쟁을 지속하고, 그 투쟁에 그런 내용을 담아내는 것은 지속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서울을 왕창 시끄럽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역시 노동자들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 왜냐하면 금호타이어의 문제는 금호 자본이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금호타이어가 호남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역사회는 금호타이어가 구조조정 등으로 약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적어도 그런 여론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 여론을 등에 없고, 이 여론을 더욱 좋게 만드는 방식과 내용의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다만, 금호타이어의 경우 회사가 워낙 강경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동요가 예상되고 있다. 지회의 경고파업에 자본은 직장폐쇄를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을 각개 격파시키고 있다. 이미 500여명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확약서에 서명한 상태이다. 그래서 금호타이어에 대한 조합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즉, 초기에 발생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동요를 극복하기 위해 ‘위원장 순회, 담당임원 배치, 현장순회, 권역별 집회 배치’ 등의 조치가 신속하고도 힘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4. 결론을 대신하여
- 함께 살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자들의 목을 베기 위한 해고의 칼날이 날아다니고 있다. 이미 그 칼에 맞아 목이 잘린 노동자들도 있고, 심각한 상처를 입은 노동자도 있으며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그 칼날을 피하기에 급급해 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자본의 이러한 살인행위에 맞서 노동자들이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의 동력만으로는 살인을 막아내기 힘들어 지역과 사회, 시민과 시민단체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지역과 사회,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노동자들의 요청에 호의적이다. 왜냐하면 자본의 행위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과 사회,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갸우뚱하는 것이 있다. 지역과 사회에 존재하는 서민들 역시 생존권 박탈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그들에 대해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처한 절박성에 비해 지역과 사회,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호응이 생각처럼 높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나의 제안의 핵심은 ‘우리 투쟁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받아내기 위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되, 앞으로는 서민대중들이 아파하는 것에 동참하는 활동을 일상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즉, 나만이 아니라 지역의 시민들과 ‘함께 살기’ 전략을 수립하고 일상적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서민생계 지원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사회적 부의 재분배(예 : 10대 그룹 잉여금의 10%를 사회로 환원)를 요구하고, 원하청이윤공유제(요새 정운찬 전 총리로 인해 부각된 초과이익공유제)를 제기하여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며, 부자증세를 실현하고 이 돈으로 의료비 절감, 반값등록금, 공공요금 인하 등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그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내용들을 갖고 진정성있게 시민들에게 다가가면 지역과 사회,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노동자들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동행동, 공동투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