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의 점검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좌표를 분명히 할 때
활동의 점검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좌표를 분명히 할 때
안재원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속되는 탄압과 연대의 어려움
2011년에도 어김없이 민주노조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합법적으로 파업을 결의한 유성기업지회에 공격적 직장폐쇄를 하고, 지난 5월 24일 속전속결로 경찰력을 투입하였다. 보수 언론들이 “1,000원 짜리 링 때문에 (매출)81조 한국차 업계 직격탄”을 맞았다며 한 목소리로 경찰투입을 해야 한다고 하자, 바로 경찰을 현장에 투입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경찰력 투입은 지난 2009년 8월 쌍용차 사태 이후 2년만이다.
2009년 12월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이후 타임오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핵심으로 하는 법제화를 완성하면서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자본의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현상이 공격적 직장폐쇄와 민주노조 탈퇴 작업이다. 자본의 공격에 대항하여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맞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적 직장폐쇄, 현장조합원 분리, 보수언론을 통한 광범한 이데올로기 공세, 민주노조 파괴라는 자본의 기획 매뉴얼이 횡횡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운동의 힘있는 단결과 광범한 연대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각 지역의 중심사업장이 자본의 탄압에 맞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각개 격파 당하고, 각 지역마다 장기투쟁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속노조의 신분보장 기금의 고갈이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연대의 기운과 활동이 더욱 필요한 시기지만 오히려 단결과 연대가 현실운동에서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산별운동의 지체와 위기의 확대
2006년 15만 금속노조로의 확대는 현장조합원의 기대 그 자체였다.
2011년 상반기를 경과한 지금 산별운동의 지체로 인해 산별운동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장의 불신이 커져있다고 볼 수 있다.
5월 30일 진행된 금속노조 30차 임시대대에서는 기업지부 해소를 2013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 지역사업비 지역/기업지부 공동으로 1% 의무 배정과 지역공동운영위원회편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직발전 전망안을 결정하였다.
또한 교섭체계 발전방안도 함께 확정했는데 향후 중앙교섭과 별도로 자동차공업협회, 조선공업협회 등과 업종별교섭 및 정책협의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기업지부의 조직적 편제는 금속노조의 해묵은 과제이자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4월 기아차지부에서 3개의 현장조직이 조합원서명을 받은 ‘런닝메이트 복원을 위한 총회소집 요구’는 기업지부의 조직적 편제가 얼마나 큰 쟁점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기아차지부는 소하, 화성, 광주 3개공장과 판매, 정비로 나뉘어 있는데 금속연맹 시절에는 기아본조 위-수-사와 소하, 화성, 광주, 판매, 정비 지부장 8명이 한 팀으로 구성하여 선거를 치뤘다. 그러다 금속노조로 전환하면서 기업지부 해소를 준비하기 위하여 런닝제를 바꿔 지부와 5개 지회별 지-수-사 선거로 변경하였다.)
따라서 선거체제 변경은 기업지부 유지/해소라는 문제와 맞물려 있는 사항이다.
중앙교섭 성사의 문제는 15만 금속노조가 교섭을 시작한 2007년부터 매년 해묵은 조직 내 논쟁거리였다. ‘찾아가는 중앙교섭’, ‘확약서’ 등으로 제출되고 마무리 된 중앙교섭은 결국 완성사를 중앙교섭 테이블로 이끌어 내지 못하였다.
완성사지부들이 금속노조와 공동으로 교섭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고, 형식적인 대각선 형태의 교섭으로 진행되자 완성사 조합원들의 금속노조에 대한 일체감은 더욱 엷어지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금속노조가 상정했던 단일 조직을 넘어 산업별 노조로서 제 역할을 갖추기 위한 조직적 체계의 완비가 지체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중앙교섭을 통한 금속노조가 함께 치루는 임단협이 전개되지 못하면서 조합원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단일한 실천이 계속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된 까닭에 내부의 차이가 더 도드라져 보이게 되기 마련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가 현대차 비정규투쟁 과정에서 투쟁의 전술적 혼란을 통해 드러나기도 하고, 부품사 중심의 지역지부와 완성차 중심의 기업지부간 정서적, 조직적 차이가 점차 확대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조직내 차이의 확대는 산별운동의 위기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결과 전진을 위한 과제
○ 활동의 점검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을 확립하자
얼마전 현대차 대의원들이 근무시간에 스크린골프장에 간 사실이 드러나 현장에 문제가 제기되고 언론에 보도가 된 적이 있다. 또한 활동가들이 도박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는 일이 잊을만하면 생기고 있다. 기아에서는 현장조직 의장이 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기도 하였다.
금속산업연맹 시절에 현대차에서 일어나 ‘삐삐아줌마’ 문제로 운동사회 내 많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러한 논란은 민주노조 활동에 대한 활동가들의 자세와 태도, 활동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렇지만 몇가지 사건을 통해 보듯이 우리의 활동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조의 주체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회사 관계자와 업무상 술자리 하는 것을 커다란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한편 대공장의 경우 문화활동의 패턴도 바뀌어가고 있다. 스크린 골프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그동안 노동자가 접하기 어려웠던 스키나 골프, 혹은 다양한 레저문화가 보급되고 동아리 모임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자주성과 주체성의 측면에서 노동운동의 활동방식, 노동자문화에 대해 접근해 가야 할 필요가 증대되고 있다. 자본주의 돈의 문화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상황에 비례하듯 노동운동의 뒷풀이에서 노동가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노동조합, 현장조직, 소모임 등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조직들은 스스로 활동의 점검을 통해 활동의 기풍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점점 개별, 개별의 활동은 본인이 중뿔나지 않는 한 배겨나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차이와 지체를 넘어야 산다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노동 대 자본이라는 대립관계 속에서 조직이 확대되고 발전한다. 이러한 갈등과 긴장관계 속에서 노동조합 내부의 통일성을 어떻게 확보하는 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까닭에 금속노조는 조직체계 개편과 내부정비를 지속적으로 해 온 것이다. 이는 2001년 금속연맹에서 금속노조가 출범한 이후 단일조직의 질서를 마련해 온 과정이 그렇고, 2006년 15만 금속노조로 만들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조직개편 논의가 되어온 이유도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조직편제는 지체되었고 내용적으로 질적 발전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 조직편제의 지체 이유는 내부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경험의 차이, 활동방식의 차이, 노동과정의 차이, 자본의 지불능력의 차이까지 조직정비를 가로막는 요소였다.
이렇게 차이가 확대되면 조직질서는 무력화되기 십상이고 조직적 대응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더 시간이 지체 되기 전에 차이를 좁히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때에 따라서는 조합원의 보수안정 심리에 경종을 울리는 교육과 조직화사업에 나서야 한다. 조합원의 고령화는 정규직 중심의 활동에 벗어나지 않으려하고, 자본은 이를 고용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충분히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87년 세대가 50대로, 97년 노개투 세대가 40대로 가고 있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의 현실이다. 더 해가 가기 전에 차이와 지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노동운동의 위기 심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투쟁 조직화와 의제와 전선의 확대
이번 유성투쟁은 다른 사업장과 달리 주간연속2교대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노동조합은 2009년 합의를 지키라는 주장속에 투쟁을 조직했고, 사측은 주간연속2교대는 완성차가 시행하지 않는데 어떻게 부품사가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측의 문건에서 드러난 것은 기획된 노조파괴 전략과 현대차의 개입이었다는 점이다.
주간연속2교대는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목적에서 제기되었다. 현대차노조에서 2005년 노사합의로 2009년 1월 1일부로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2005년 현대차 노동시간은 2438시간, 3000시간 일하는 노동자 1500명, 독일 1,444시간, 멕시코 1888시간)
그렇지만 합의 후 6년이 지난 2011년에도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는 주간연속2교대 협상을 앞두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노사정위원회도 2010년 6월 2020년 이내에 우리나라 전 산업 노동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일본과 비슷한 1천800시간대로 단축하기 위해 단계적 목표를 설정해 노력하기로 한바 있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유일하게 연간 2000시간 넘게 일을 하는 등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소수가 장시간 노동을 한다”며 “2012년까지 연간 근로시간을 1950시간으로 축소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속한 경찰력 투입을 통해 유성기업지회를 파괴하고 유성기업지회와 노동자의 요구를 묵살하고 싶지만 현실은 주간연속2교대에 대한 사회적 쟁점화가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이와 연동된 심야노동 철폐/축소와 노동시간 단축은 당연한 사회적 요구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자본은 노조파괴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럴수록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은 노조파괴에 맞서는 투쟁전선의 확대와 더불어 사회적 의제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조말살에 맞서 싸우는 유성동지들에 대한 연대와 지원을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합차원의 실천 지침과 더불어 지역적 차이로 함께 할 수 없는 조합원이 같이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특히 완성차조합원들의 경우 올해 주간연속2교대를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왜 현대차자본이 부품사 노사관계에 지배개입하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성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의 손길은 완성사 주간연속2교대에 전선 구축에 효과적이될 것이다.
○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시대에 걸맞는 조직체계
2010년 시행된 타임오프는 기존 전임자 중심의 노조활동의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2011년 7월 이후 시행될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또다른 방식으로 노조활동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은 한국 사회를 이념적/실천적으로 ‘변혁과 진보’의 길로 향도했다.
그렇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이 약화되면서 사회적 고립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점점 새로운 변화가 노동조합 활동의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넘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안넘는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시기집중을 하기 어려운가? 조직의 일체감을 확보하기 어려운가?
관건은 변화된 상황을 인식하되 거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서는 것이다.
분발하고자 하는 활동의 신명이 생길 때 대중의 창조성이 발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