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이슈페이퍼 > 이슈페이퍼
이슈페이퍼
 

기업별 노사관계와 금속노조 발전의 함수관계

금속노조연구원   |  

기업별 노사관계와 금속노조 발전의 함수관계

 

                                                                  안재원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금속노조 7기 지도부의 출범

 

지난 9월 26~28일까지 진행된 금속노조 7기 지도부 선거결과 단독출마 한 박상철-허재우-김연홍후보가 투표율 80.37%, 득표율 81.34%로 당선되었다. 같이 출마한 6명의 부위원장후보들도 모두 당선되어 10월부터 금속노조 7기가 출범하였다.(부족한 부위원장 1명 보충선거는 11월 16일~18일 조합 대의원 선거와 같이 진행될 예정이다.)

 

기업지부인 한국지엠과 만도, 지역지부 충남, 대전충북, 광주전남, 경남, 울산, 경주지부가 지도부를 구성하였고 경기지부는 지도부 선거 중이다. 서울, 인천, 대구, 구미, 포항, 부양지부가 아직 7기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7기 지도부는 선거 시기 ‘현장과 소통하고, 15만을 하나로 모아 책임있는 투쟁’, ‘통합, 단결! 총반격’, ‘조합원의 명령이다, 단결하라, 소통하라, 혁신하라!’를 중심으로 현장을 조직하였다. 이런 점을 볼 때 이후 금속노조의 사업 방향은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현장의 힘을 모아나가고, 자본에 맞서 나가는 실천을 중심으로 잡혀질 듯하다.

 

금속노조 7기 사업의 목표는 선거가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지부와 기아자동차지부의 선거가 끝나면 좀 더 분명해질 것이다.

 

완성차지부 선거에서 나타나는 특징

 

기아자동차지부와 현대자동차지부 선거는 진행중이다. 기아자동차지부의 경우 지부, 지회 선거가 끝났어야 하지만 판매지회의 대리투표 의혹 제기로 각 지회선거만 결선투표가 끝났고, 지부선거는 오는 2일 치러질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지부 선거는 11월 1일에 진행되어 이경훈, 문용문후보가 결선에 진출했고, 결선투표가 4일 진행될 예정이다.(판매, 정비, 남양, 아산위원회 선거는 끝났고, 전주위원회는 3일 결선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특징은 첫째 현대기아자동차의 최대 실적에 따른 기대 심리의 확대가 선거 공약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최고의 성과’, ‘더 많이 쟁취’, ‘고용복지 희망’ 등의 경제적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요구이다. 각 후보마다 주간연속2교대를 실현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월급제와 고령화 대책 등이 같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장시간 노동 축소, 노동강도 완화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절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타난 대립과 갈등의 심화이다. 투표를 둘러싼 부정 투표 시비, 상호 비방과 인터넷 괴담 등이 예년의 선거보다 훨씬 갈등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외 다른 특징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쟁 구도가 노동조합 선거공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차보다 나은 처우 반드시 쟁취’, ‘기아차노동자도 주인대접 받도록’ 등 경제적 요구의 확대가 자칫 동일한 자본에 대한 현대자동차지부와 기아자동차지부간의 차별과 경쟁으로 전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한편 기아자동차지부 선거의 특징은 금속노조를 탈퇴하겠다는 기아노동자연대(기노련) 가태희후보의 등장하여 상당한 표를 얻었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기아자동차지부 21대 선거에 금속노조 탈퇴를 공약으로 제기하며 출마했으나 5명의 후보중에 5위를 하였다. 이번 22대 선거에도 출마하였으나 4명의 후보중에 4위를 하였다. 하지만 득표율을 보면 21대에 비해 거의 2배에 가까운 득표를 하였다.

 

기아자동차지부 21대, 22대 선거 결과(1차 선거결과)

21대 선거

기호 3번 가 태 희

 

22대 선거

기호 3번 가 태 희

 

득표수

%

득표수

%

 

2,696

 

9.3

 

4,706

 

17.1

 

 

기노련은 지난 선거에서는 지부와 소하, 화성지회에 후보를 출마시켰지만, 이번에는 정비를 제외하고 지부, 소하, 화성, 광주, 판매지회에 후보를 구성하여 출마하였다.

1. 금속노조 맹비 즉시 납부 중단(자동 탈퇴) - 36억원을 조합원 사원복지에 사용

10. 조합비 1.2% +14.200원 -> 1%로 인하

- 금속 맹비 중단금 + 주요수 이익금 + 조합비 절약(상집간부 임금 연간 약 45억 소요됨)

- 상급단체 파견자 전원 현장 복귀

- 개인적으로 상급단체 파견시 임금지급 없음

=> 금속 때문에 기아차노조가 망가졌습니다. 금속노조 가입 후 조합원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젠 지긋지긋한 금속노조에서 가태희가 앞장서 벗어납니다.(기노련이 제출한 공약중에서)

 

 

 

이렇게 기노련후보의 득표가 높아지는 점은 소위 민주노조운동 세력이 현장활동과 노동조합 집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의 누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더욱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민주집행부의 활동력의 저하와 조합원 신뢰 하락과 민주적 현장활동의 부재가 서로 맞물리며 현장의 침체를 가져오고 있다. 그런 까닭에 최근에는 ‘사이비 현장활동가’라는 말까지 운위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컨대 민주활동가의 정체성의 문제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복수노조 시행 후의 특징

 

지난 10월 10일 고용노동부는 복수노조 시행 100일 이후 복수노조 상황을 발표하였다. 복수노조가 시행 된 이후 지금까지 498개 신규노조가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 무노조 사업장노조와 초기업노조를 제외한 387개 노조 중 전체 노조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한 노조는 111개(28.7%),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신규노조 129개의 50.4%인 65개는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하고, 신규노조 중 426개(85.5%)가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는 독립노조라고 한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은 양노총 중심의 헤게모니 변화가 오고 있다거나, 해당 사업장의 노사관계와 노사협상을 노동계 전체의 이슈가 아닌 사업장 개별 사안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정치투쟁 중심인 민주노조운동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식의 진단과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금속노조에 비추어보면 단순히 복수노조가 시행된 2011년 7월이 기점이 아니라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왜냐하면 현장단위 복수노조 시행 이전에 자본은 금속노조 탈퇴공작을 벌여 왔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탈퇴공작이 회사노조 설립이라는 것과 맞물려 왔고, 금속은 직장폐쇄, 공공은 단협해지라는 것을 주요 무기로 민주노조에 대한 파괴공세를 펼쳐 왔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탈퇴공작은 2009년 쌍용자동차 투쟁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쌍용자동차지부의 77일간의 공장점거 투쟁 끝에 노사합의가 되었으나 자본은 산자들을 중심으로 조합원 탈퇴를 통해 기업노조를 설립하는데 성공하였다.

 

2010년 발레오만도 투쟁에서 자본은 공격적 직장폐쇄를 활용하며 다시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노조 건설에 성공하였다.(7월 26일 발레오만도 총회 효력정지 및 임원 업무 정지 1심 결과 승소했으나 회사가 항소한 상태이다) 자본의 공격적 직장폐쇄는 포항 진방스틸에서부터 시작하여 부산 대우버스 사무직, 경기 인지컨트롤스, 구미 KEC, 대구 상신브레이크에서 자행되었고 그 결과 상신브레이크지회가 금속노조에서 탈퇴하였다.

 

이와 별도로 경남지부의 경우 2010년 들어 기획탈퇴가 진행되었다. 두산자본의 노조 정책으로 두산DST, 두산인프라코어 창원의 탈퇴를 시작으로 볼보코리아, 대림자동차, 성화산업, 한국주강지회까지 자본의 집요한 준비와 압박으로 금속노조를 탈퇴하였다.

 

경주지부는 2010년 광진상공에 이어 2011년 일진베어링, 이너지 등이 탈퇴하게 되는데 상신브레이크처럼 일시금과 성과금으로 회유하면서 탈퇴총회를 진행하였다.(6월 15일 일진베어링 일시금 600만원, 기본시급 400원 조직형태변경 가결시 3일 휴가, 7월 15일 이너지 시급 400원, 일시금 500만원)

 

이렇게 현장단위 복수노조가 시행되기 전에는 노조탈퇴를 기본으로 공세를 취했다면 복수노조가 시행된 이후의 상황은 장기투쟁 사업장이나 노사간 갈등이 심했던 곳에서 회사파 노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파카한일유압, KEC, 두산모트롤, 엔텍, 유성기업, 금호타이어, 보워터코리아의 복수노조가 그 경우이다.

 

최근 인천지부의 두산인프라코어지회에 복수노조가 설립되었다. 이 경우는 지회선거에서 ‘반값 조합비’를 공약으로 출마했다 당선이 안되자 회사의 힘을 빌어 기업노조를 설립한 경우이다.(지회는 해고자 2명에 대한 생계비를 포함한 조합비를 걷고 있었다)

 

이처럼 복수노조 상황을 확인할 경우 다음과 같은 특징을 확인 할 수 있다.

첫째 현장의 조직력이 취약하여 자본의 힘이 전반적으로 노동조합보다 우세한 경우 자본이 마음 먹기에 따라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함을 확인 할 수 있다. 회사의 힘으로 설립한 복수노조가 과반노조가 된 경우이다.

 

두 번째는 자본이 유인책을 통해 금속노조 탈퇴와 복수노조 설립을 추동하는 것이다. 경남지부 센트랄의 경우 금속노조 탈퇴가 실패하고 탈퇴 주동자가 제명당하자 신규노조를 설립하자, 회사 스스로 신규 노조 사무실과 전임자와 자율교섭을 인정하면서 개별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유인책을 통해 회사측 신규노조가 과반노조가 되도록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조합비를 내리자는 등의 실리적 공약을 통해 금속노조와 거리두기, 기업내부 중심의 활동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확인되듯이 해고자 생계비에 대한 문제제기와 연동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현대중공업노조의 경우 87년 민주노조 건설과 투쟁으로 해고되었던 해고자 생계비 중단과 해고자 정리가 우선적으로 처리되었다. 그와 동시에 해고자에대한 악선동이 현대중공업노조의 이름으로 조합원들에게 뿌려졌고 조합원 총회에서 가결되었다.)

 

 

기업별 노사관계와 금속노조

 

자본과 정권은 복수노조 시기를 통해 우선 민주노조운동의 이념과 방향을 무장해제 하려 한다.

 

이재필고용노동부장관은 “복수노조가 시행된 만큼 노조도 이제 조합원 입장에 서서 서비스 경쟁에서 앞장서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복수노조가 시행된 만큼 노조 지도부도 조합원 입장에 서서 서비스 경쟁을 벌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노조에게 서비스경쟁을 하라는 주장은 결국 노동조합 활동을 기업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과 흐름은 노동법의 변화에도 확인 할 수 있다. 노동법이 바뀔 때마다 노사협의회법(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 강화되어 온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이유는 단체협약이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사간의 다양한 쟁점을 해결하라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사간 불일치의 경우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이다. 뿐만 아니라 노사협의회 근로자측 대표는 노조의 대표자가 당연직인 것에서 과반수 이상 조직된 노동조합의 대표자로 바뀌면서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를 예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제도변화의 방점은 지난 시기동안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온 산별교섭을 없는 것으로 만들면서 교섭단위를 기업별 교섭으로만 국한하여 결과적으로 기업별 노조체계를 온존, 강화하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자본은 현장에 ‘금속노조 무용론’을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하는 것이 금속노조에 있으면 물량없다는 식의 고용불안 조장과 그것으로도 안되면 현장통제와 노조무시, 노조탄압으로 연결되어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경우 타임오프에 대한 회사의 ‘근태관리 매뉴얼’을 통한 현장통제로 인해 활동력이 급격히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집행부가 움직여야 비로서 현장활동가들이 움직이는 피동적 현장활동 방식이 되는 상황을 초래하였다.(이러한 점은 중소사업장도 별 차이가 없는 가운데 조직력과 노사관계에 따라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기업별 노사관계의 확장은 민주노조운동이 추구해 온 기업의 담장을 넘어 계급적 단결을 확보하는데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시대라는 환경변화는 창구단일화라는 독소조항으로 인해 단결권의 확보라는 복수노조가 유명무실해질 뿐만아니라 오히려 기업별 노사 담합구조가 확대되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예컨대 조합비를 통한 전임자 임금 지급방식을 택한 사업장에서는 금속노조 탈퇴와 조합비 인하 등의 요구가 점차 커지게 되었고, 이는 1년 후 복수노조 시대를 앞둔 자본의 무력 시위의 시험대였다고 볼 수 있다.)

 

 

금속노조와 현장의 강화 발전을 위한 과제

 

기업별 노사관계의 회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는 복수노조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조직발전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산별노조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법제도적 개선 투쟁과 맞물릴 것이다.

 

두 번째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장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자본의 현장장악과 통제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현장단위 복수노조를 자본이 동의했다는 것은 현장 장악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노동조합과 현장조직들이 현장활동력을 높이는 것에 실패한다면 자본의 현장장악은 확대될 것이고 이와 더불어 민주노조운동의 전망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산별노조 건설도 그랬고, 복수노조 형국에서도 민주노조운동의 수세적 대응 기조의 문제이다. 87년 노동체제가 IMF 경제위기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되었다. 현장은 고용불안이 확대되고 노동조합의 역할과 기대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발전을 통해 대안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지난 10년 민주노조운동은 변변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총파업은 더욱 어려워진 상태이다. 그런 가운데 수세적으로 산별노조를 건설하였지만 노동조합의 대응력은 산별노조 건설의 조직형식을 만드는데 그쳤다. 따라서 복수노조 시대에 이를 만회할 조직력의 회복과 낮은 차원에서부터 시작하는 공동투쟁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네 번째는 계급적 단결의 필요성이 확대되어야 한다. 정규직 중심의 운동에 멈추어서는 변화된 환경변화를 극복하기 어렵다. 계급분할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민주노조운동내에서 확대되고 질적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2010년 현재 10.1%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존 노조의 민주적 확대와 더불어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조합 불모지였던 르노삼성자동차에 8월 21일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금속노조에 가입하였다. 10월에는 경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사 ㈜세진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이러한 민주노조 건설과 사수 노력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사회로 진입이라는 사회환경과 노동환경은 동시에 그나마 있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계급이기주의를 노동조합에게도 확대시키게 된다. 따라서 목적의식적인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노력이 없다면 노동조합이 ‘이익단체’로 굴러 떨어질 수 있음을 끊임없이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