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정세반전을 위해 해야 할 역할들!
금속노조가 정세 반전을 위해 해야 할 역할들!
안재원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수세에서 공세로’ 금속노조 7기 1년차(2012년) 사업결의
지난 12월 5일 금속노조는 충북괴산 보람원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 지도부 이취임식과 더불어 7기 1년차 사업계획을 확정하였다. 2012년 사업계획은 △주간연속2교대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 △노동관계법 전면재개정 등을 내걸고 15만 투쟁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내년 권력교체기에 15만 공동투쟁을 통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한다는 것이 2011년 투쟁의 상이다.
15만 투쟁 성사를 위해 ‘자동차 완성사 공동투쟁 준비회의’를 가동하여, 주간연속2교대제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완성차 공동투쟁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리고 교대제도 개선에 따른 자동차 부품사 대책수립과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투쟁 준비를 위해 ‘자동차완성사-부품업체 지부 및 지회 대표자 연석회의’도 운영 할 계획이다.
한편 현장발의안으로 제출된 ‘국민참여당 등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통합을 반대하며, 신자유주의 세력과 자본가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안건은 내부 의견차가 확인되었지만, “민주노총 현장토론방침에 맞춰 전조직적으로 질서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안건토론 중단을 요청한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2012년 1월 3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때까지 조직 내 토론을 벌이는 것을 전제로 마무리되었다.
요구의 집중과 체계적인 준비
지난 12월 14일 ‘완성차 공동투쟁 준비회의’를 열고, 완성차 공동투쟁의 목표를 밝혔다. 주요 목표는 ‘주간연속2교대제 실현을 통한 장시간노동과 야간노동의 철폐와 안정적 임금구조 확보’, ‘노동주도의 노사관계, 산업질서 구축의 계기 마련’, ‘기업별 투쟁을 넘어 산업별 투쟁을 통해 산별노조운동의 한 단계 발전’, ‘신자유주의, 노동배제적 노사관계 질서의 폐기’ 등이다.
이를 위해 금속노조는 완성차 4사의 공동요구를 통한 공동투쟁의 성사와 완성-부품업체의 공동투쟁의 실현, 완성사 공동교섭과 완성-부품사 공동교섭을 통한 요구의 관철을 투쟁의 흐름과 방향으로 제출하고 있다.
한편 단체협약위원회도 지난 12월 28일 회의를 열고, 2012년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투쟁 방침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정기대대에서 확인하였듯이 단체협약위원회도 ‘15만 공동투쟁을 성사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이를 위한 2012년 임단투 집중시기와 요구안의 가닥을 잡아 갈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2월 2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임단투 세부방침을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그 전에 중앙집행위원회가 확정한 ‘2012년 임단투 방침 현장토론안’을 갖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도부의 전국현장순회를 통해 임단투와 관련한 현장 조합원의 의견을 직접 모을 계획이다.
변수가 많은 정세 조건
금속노조가 투쟁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지만 2012년은 다른 어느 해 보다 정세 조건에 변수가 많을 것으로 예견된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로 표현되는 위기는 2011년 미국 신용등급 하락을 거쳐 유럽 재정위기로 확산되었다. 유럽의 위기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점차 중심국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맞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로존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경제학은 현재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에따라 각국의 경제전망 기관들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만 예측하고 있을 뿐,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서는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가 유럽 경제뿐만 아니라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신흥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중국의 경우 과잉생산을 우려해 2012년부터 자동차 등 신규 투자 증설을 불허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해결 방안에 대한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충돌로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 보호를 위한 통상 마찰과 환율 전쟁 확대,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 상황은 2012년 정세에 주요 변화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국내 상황도 이에 영향을 받아 정부는 경제정책을 불황방어로 급선회하였다. “사실상 경제가 불황국면에 접어들었다”며(기획재정부) 2012년 정책방향을 성장보다는 안정에 치중할 것임을 밝힌 상황이다.
2011년 3분기 가계 금융자산은 41조로 급감한 반면 부채는 20조 증가하였고, 3/4분기 가계신용 잔액이 892.5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가구당 평균 부채가 5,205만원을 기록하는 통계치에서 확인되듯이 한국경제도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소득별로 볼 때 저소득계층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소득과 부채의 양극화 발생하고 있다.
정치의 시대
특히 2012년은 어느 해 보다 정치의 시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세계 60여개 국에서 지배체계의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경제시스템이 마비에 처할 상황에서 지배체계의 변화는 자본주의 시스템의정책적 공조를 어렵게 할 것이다.(2011년 유럽선거에서는 경제적 문제로 인해 집권당이 모두 야당에게 패배하였다)
2012년은 20년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해에 열리는 해로서 일년 내내 정치적 문제가 주요 관심사항이 될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일, 북중러 삼각 대결 구도 등이 크게 변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한국의 정치역학은 역동적인 한국사회의 계급대립을 기초로 하면서 정치적 분립과 연합이라는 정치형태가 민중의 생존권을 볼모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대중에게 제출하는 정치집단의 정치적 비전이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기반 해 있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에 대한 광범위한 민심 이반은 집권당인 한나라당조차 청와대와 선긋기를 하는 상황이라서 남은 것은 정치적 선거 공간에서 대중을 현혹하는 것이거나, 돈을 풀어(유동성 확대를 통한 인위적 경기부양) 다시 한번 믿어 달라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경제의 집중적인 표현인 정치로 노동과 자본의 대립을 완화시키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조건에서 금속노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동안 금속노조는 산별운동의 지체에 따른 내부 단결력의 취약, 자본과 정권의 산별운동에 대한 탈법, 합법 등 다양한 형태의 탄압으로 인해 제대로 산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정권에 대한 광범위한 민심이반 현상이 드러나면서 정세 반전의 기회가 오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러한 정세적 조건을 충분히 인식하고 조합원에 대한 신뢰의 회복과 공동투쟁, 공동실천이라는 공동의 경험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자본은 벌써 이데올로기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열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자리에서 이희범경총회장은 “내년 경제가 나빠지면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노사정대타협’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2009년 한국노총과 경제5단체·정부·시민단체 등이 2009년 2월 임금동결·반납
·절감하고 고용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한 것처럼 그러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금속노조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수가 예상되는 해이지만, 오히려 능동성과 주동성을 가지고 산별운동의 질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올 해의 투쟁을 ‘자동차 완성차 한데 묶어 주간연속2교대제 쟁취
투쟁’, ‘완성사 부품사 한데 묶어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투쟁’, ‘정규-비정규직 한데 묶어 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 투쟁’, ‘노동법 독소조항 악용사례 분노 묶어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예컨대 중요한 것은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공동의 요구를 걸고, 함께 싸워보자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단결의 기운을 높이고 함께 확인하자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이러한 투쟁의 방향과 상에 대해 요구의 집중점에 대한 상호 확인과 동의 수준을 높여 가는 조직적 집중이 필요하다.
조직적 긴장도와 집중력이 생길 때 우발적으로 생길 수 있는 내부의 교란 요소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속노조 사업은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간 중앙교섭 미참석 문제, 조직재편에 대한 다양한 갈등 구조가 있어왔다. 그리고 타임오프로 인한 전임자의 축소,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로 인한 복수노조 사업장의 등장과 교섭권대표노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현장은 산별노조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조직 상황에 대한 조건을 상호 이해하면서 조직의 합력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2012년 요구와 투쟁 조직화 방향이 자리 잡혀야 한다. 그래야 한 번 해보자라는 결의가 서로 간에 믿음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자본에 맞서는 지도부의 결의에서부터 현장 간부들까지 2012년 조직과 실천의지가 확인 될 때 승리는 우리 앞에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와 노동 정치의 문제
올해는 무엇보다 정치의 해가 될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은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양대 목표를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가져 왔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핵심은 노동자 독자의 정치적 지향을 펼치는 정치세력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두가지 내용이 담겨있다. 보수정당과 분별정립이라는 조직적 독자성과 개인적 출세 지향이 아닌 계급대표성에 기반한 정치세력화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97년 노개투 총파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건설된 민주노동당은 그러한 지향점을 나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진보정치의 의회주의에 경사되는 활동 방식, 분열과 분립, 통합의 모습은 오히려 민주노조운동에도 많은 문제점을 결과하고 있다.
특히 진보정치에 몸담고 있는 다수는 민주노조운동의 지도적 역할을 해 온 활동가들이 많기에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대중정치는 자기가 기반한 계급적 토대에 따라 실천하지만, 대중적으로 외화되는 방식은 사회적 상식에 기초한다. 따라서 ‘차떼기 당’이든 ‘부자당’, 불통 권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대중의 상식에 기초해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상식이 사라진 정치에 대한 염증으로 박원순 현상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노동의 정치는 이러한 의회주의적 대중정치를 넘어서야 하는데 최근 진보정치는 이들과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상식과 기준이 없는 정치는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진보정치는 더 큰 지향을 꿈꾸는 것이라고 외쳐왔는데 최근의 실상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꼼수정치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는 없다. 최소한 진보정치, 노동의 정치를 얘기하려면 최소한의 지조와 일관성, 상식이 대중에게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정치적 태도에 따라 대중조직인 노조 내부를 자기화하는데 있다. 눈 앞에 놓인 개인적 정치적 진출을 이유로 대중조직의 대립을 불러 와서는 곤란하다.
어떤 이가 자기의 정치적 신조를 가지는 것에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노동정치는 줄 세우기가 아니다. 노동정치는 우중정치가 되어선 곤란하다.
정세반전의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을 제논에 물대기 식의 정치적 논리로 대중조직의 투쟁력에 균열이 오는 것을 심히 경계해야 할 때이다. 만약 노동대중을 정치적 압박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 주체로 세워 나가길 원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