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과 전망] 2012년 하반기 금속노조 집중점을 통일하자!
2012년 하반기 금속노조 집중점을 통일하자!
안재원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두달 전 직장폐쇄 두 사업장의 다른 두 모습
지난 7월 27일 새벽과 오후 3시에 경기지부 SJM지회와 만도지부 세 개 지회에 공격적 직장폐쇄가 단행되었다. 그리고 두 사업장에는 회사측 기업노조가 만들어졌고, 다른 형태의 투쟁이 진행되었다.
지난 9월 25일 잠실 실내체육관에는 ‘하이 하이어 한라(High Higher HALLA) 페스티벌’이 열렸다. 만도를 포함한 한라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과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 및 소통과 화합을 위한다며 축제를 개최했다. 이날의 압권은 초대가수 싸이의 등장에 열광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일부 조합원은 싸이 보러 갔다 한다) 정몽원회장은 "미래의 한라는 구성원 각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터전이 될 뿐만 아니라 노력하고 공헌한 만큼 대가를 주는 공정한 원리의 기업을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현재의 만도 현장의 상황을 볼 때 무엇이 공정(?)한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9월 26일 SJM지회는 62일만에 공장으로 출근했다. “이 곳은 우리의 청춘을 다 바친 일터이자 삷의 터전이다. 공장은 몇몇 개인의 것이 아니라 땀 흘리고 일해 온 노동자들의 것이다. 이제 주인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김영호지회장의 말처럼 당당하게 주인이 공장으로 복귀했다. 직장폐쇄 당시 폭력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8월 31일 회사측과 용역업체 관계자 5명은 구속되었다.
15만 공동투쟁의 성사와 마무리
2012년 금속노조는 15만 공동투쟁과 공동파업이 핵심과제로 설정되었다. 그 중에서도 기아차와 현대차 공투를 중심으로 한 완성사 공투가 중심에 놓여 져 있었다.
이에따라 금속노조는 7월 13일 △심야노동 철폐 및 근무형태 변경 △비정규직 정규직화 △원하청불공정거래 근절 등을 촉구하며 1차 총파업 4시간 총파업, 20일 2차 총파업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 파업을 조직화했다. 전국 열 세 곳 지역에서 동시다발 파업집회도 열었다.(2차 총파업에는 충남 당진 현대제철지회도 가세)
8월 10일에는 ‘3차 총파업’을 벌였고, 17일에는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에 중앙교섭 요구안 수용을 촉구하며 ‘4차 총파업’을 벌였다. 29일에는 중앙교섭 쟁취 및 2012년 임단투 승리를 위한 금속노조 ‘5차 총파업’을 수행하였다.
2012년이 예년과 다른 특징은 주요 사업장이 여름휴가를 넘겼고, 오히려 현대차그룹 부품사들에 조기 타결이 시도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15만 공동투쟁의 전선교란이라는 자본의 대응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 현대차지부는 8월 30일 잠정합의, 중앙교섭은 9월 4일 13차 교섭에서 노사 의견접근, 기아차지부는 9월 11일 잠정합의, 한국지엠은 1차 부결 이후 2012년 9월 12일 31차 교섭에서 의견접근, 9월 18일 총회에서 마무리되었다. 지부집단교섭은 경기지부가 9월 26일 17차 집단교섭에서 의견일치를 보면서 대부분 마무리 되었다.(복수노조가 된 만도지부는 개별교섭이 진행되어 기업노조는 교섭이 마무리되었고, 만도지부는 교섭이 진행중이다)
금속노조 하반기 과제
2013년 투쟁을 준비하기에 앞서 몇가지 해결할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는 지난 쌍용차 정리해고청문회, 산업현장폭력용역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최근 마힌드라가 국정조사하면 투자 어렵다라는 공세에 쌍용차·폭력용역 국정조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미 사회적 쟁점화 되어 있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야 한다.
산업현장폭력용역청문회에서는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제일 중요한 것은 노사협상 결렬 -> 용역투입 -> 직장폐쇄 -> 제2노조 설립으로 이어지는 노조말살 패턴이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이 주장한 ‘노조파괴 프로그램’이 사전에 기획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노조파괴 배후’로 지목된 창조컨설팅(창조컨설팅한데 민주노조 와해는 곧 수입으로 이어졌다. 유성기업서만 1년에 6억원, 3곳서 14억 벌어들였다. 한겨레 9월 24일)만이 아니라, 청와대, 국정원, 경총, 노동부 등 접촉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정부기관을 통해 수집된 정보가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에 수시로 보고되었음이 유성기업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노동부는 뒤늦게 창조컨설팅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하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계기를 통해 악질 노무법인에 대한 범죄행위를 넘어 권력기관 유착과 원청업체의 부품사에 대한 지배개입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둘째, 이와관련하여 복수노조에 대한 대응 문제가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미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 중 41개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생겼고, 이중 4개 사업장을 제외하고 과반수 확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수노조 설립 배경은 기본적으로 노조 무력화, 특히 민주노조 파괴에 맞춰져 있다. 이에대해 단기적으로는 민주노조운동의 대응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를 비롯한 산별교섭 제도화 등 법, 제도개선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셋째는 주간연속2교대 시행을 위한 과제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주간연속2교대 2013년 3월 8/8+1 근무형태 시행을 위한 구체적 합의가 남아 있다. 구체적 합의가 제대로 되어야 내년 3월 제도 도입이 분명하게 될 수 있다. 기아차의 경우 P/T 부분에 대한 이해가 다른 부분에 대한 현장의 문제제기가 있는 것처럼 구체적 적용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
부품사의 경우도 지난 중앙교섭에서 “조합과 사용자협의회는 교대제 변경을 지원하기 위하여 2013년 3월말까지 부품사교대제 개선위원회를 구성하며, 부품사교대제 개선위원회의 운영에 관한 사항은 별도로 정한다.”로 합의하였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부품사의 교대제 개선에 대한 구체적 준비와 적용이 필요하다.
이미 일부 부품사의 경우 회사측에서 주간연속2교대 시행을 완성사와 같은 시기에 시작하려는 사업장도 확인되고 있다. 완성사의 교대제 변경이 직서열 업체를 중심으로 한 부품업체의 제도변경과 분리되기 어렵다는 것을 사용자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노동정치의 문제이다. 2012년 4월 총선 전후로 드러난 통합진보당의 부정과 폭력사태는 결국 분당과 탈당으로 마무리되었고,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였다.
대선이 100일도 안남은 상황에서 26일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성원부족으로 열리지 못하였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대선에 대한 통일적 대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조합원이 정치적 사안에 대한 무관심, 냉소와 방관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게 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진보정당운동의 문제점을 냉정히 평가하고 조합원이 주체가 되는 노동정치의 발전방향에 대한 조직적 토론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단순히 12월 대선 대응을 넘어 2013년 이후를 전망하면서 노동정치와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적 결합을 만들어갈 수 있다.
더 큰 금속산별노조를 향하여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MB정권은 태생적으로 당근보다는 채찍을 우선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 노동조합운동 내부는 노사간 타협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된 반면 오히려 자본과 정권은 노사간 타협보다는 힘을 바탕으로 한 물리적 공세를 통해 민주노조 죽이기가 기본 흐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자본이 원하는 협조적 노사관계로 재편을 꾀하고 하였다.
여기에다 금속노조의 경우는 유성투쟁에서 확인되었고, 이번 청문회에서 다시 확인되듯이 현대차의 부품사에 대한 지배개입이 확대된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자본에 대한 금속노조의 대응력이 긴밀하게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복수노조가 설립된 상황을 보면 자본은 금속노조의 활동에 대한 비난을 기본적으로 진행한다. 이는 조합원의 사고와 조합활동을 공장 내부에 묶어 두려는 것이 기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조합원의 요구와 관심을 기업내 임금과 복지로만 가두고자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산별적 활동과 요구는 결국 남의 얘기가 되고 조합원은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쉽게 넘어 갈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극복과 자본의 이러한 흐름에 맞서기 위해서는더 대담하고 더 큰 산별 확대 프로젝트로 나가야 한다.
지난 9월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2.5%로 내렸다.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경제위기 시절에 자본은 고통분담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전담을 요구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따라서 위기 대응력을 확보하면서 하반기 집중점을 분명하고, 통일적으로 대응하면서 2013년을 준비해야 한다.
복수노조 체제, 현장의 포섭체제를 극복하는 과제는 더 큰 단결과 연대를 통해 더 큰 산별노조운동의 전망을 열어 갈 때 가능하다.